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Aug 19. 2020

코로나 19 이후 우리의 교육

시론 / 황영동_둔대초등학교장,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정책위원

코로나 이후 교육? 


생각해 보면 우리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해왔던 질문입니다. 답은 있었는데 늘 기억 상실에 걸린 것처럼 자꾸만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Cuban(1986)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기술을 교육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종단 연구한 결과, 교육에 적용돼온 신기술들은 ‘열광-실망-비난’의 사이클이 반복되어왔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학교 밖에 겉돌다가 어느 시점에 교육의 도구로 훅 들어옵니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 실물화상기, 컴퓨터, 인터넷 등이 학교에 도입될 때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주기적 기억 상실증(cyclic amnesia)에 걸린 것처럼 새로운 기술 도입의 시작은 열광하고 끝은 비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교육에 접목된 신기술이 그 이전과 다른 점은 최단 시간에 전면적으로 격렬하게 수용되어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기술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고 열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다가 실망하고 나중에는 비난하게 될 테니까요.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원격 수업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교육적 관점은 더 분명해 보였습니다. 학생의 자기 주도학습력, 교사의 학습에 대한 책임이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코로나 19로 학교의 존재 이유는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이 모이는 장으로서 그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는 교과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적 관계가 형성되는 곳입니다. 교과 수업도 다양한 관계를 통해 익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선생님이 좋아서 혹은 선생님의 격려로 그 교과를 더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배웁니다. 학교를 열지 않았던 지난 몇 개월 동안 학교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격 수업은 관계 맺음에 대해 한계를 보였습니다. ‘여럿이 함께 만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삶을 나누는 장소로서의 학교’, ‘다양한 돌봄망을 갖춘 안전한 장소로서의 학교’는(이수광, 2020) 여전히 유효합니다. 등교 중지 기간에 운동장에 나타났던 아이들은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학교에 온 것이 아니었고 “만남과 놀이”를 위해서 학교에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 교육계가 학교는 교과 진도를 나가고 시험을 보고 등급을 매기기 위한 것 이외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했는지 의문입니다. 놀이시간은 사회적 관계를 위한 시간이고, 문자 메시지가 아닌 대화가 재개되는 시간이며, 창의적 활동이 활성화되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Hargreaves, 2020; McNamara & Sahlberg, 2020).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학교가 학생들이 정말 오고 싶어 하는 곳인지, 안전한 장소가 맞는지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입니다. 


교육의 목표, 학교의 존재 이유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학교 교육은 자아실현이라는 목표로 움직입니다. 개인의 성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극복해야겠습니다. 코로나 19는 우리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일반인 모두가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게 해 준 특별한 사건입니다. 전염병, 기후 변화, 국제 분쟁 등 국경을 초월한 문제들로 상호의존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현재보다 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변혁적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이성회 외, 2015: iv). 


또 우리 공교육의 목표는 독립적 개인을 중심에 둔 ‘자아실현(self-realisation)’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가 깨달았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알려주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자기 헌신(self-devotion)’에까지 교육목표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기성세대가 무한경쟁으로 환경오염, 불평등, 전염병 등으로 우리 학생들이 생존하기 취약한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연대를 강조하고 지속 가능하게 사는 방안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더 구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성을 바탕으로 지금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역량도 길러야 합니다. 이러한 시민성을 바탕으로 현재 필요한 구체적인 역량도 길러야 합니다. 학교는 기업체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 공급하는 곳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했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은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의 시대에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동·소통 능력, 디지털 기술을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법도 마련해야겠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는 법이나 제도를 바탕으로 학생을 계획적으로 바꾸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그곳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놀이를 하며 새로운 관계를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가 그들에게 더 안전하고 아늑했으면 합니다. 학교 교육이 교과를 교육한다는 명제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역할을 강조할 때입니다. 그동안 학교는 이 오래된 문제를 간과했습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격차의 문제는 교육계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플랫폼의 격차입니다. 우리 학교는 회의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심사숙고해서 채택한 우리 학교 플랫폼은 첫날부터 다운이 되었습니다. 많은 학교가 결정한 온라인 플랫폼은 결국 거대 기업으로 집중되었습니다. 거대 기업들의 플랫폼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 한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그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국내외 거대 온라인 기업들은 날개를 달았고 그들을 당분간 그들을 대체할 대안은 없어 보입니다. 거대 기업들은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이 분야의 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로 또 다른 획일화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자본의 공교육 지배는 늘 경계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사태로 일부 기업에서는 ‘교육은 사업이다(Education is business)’를 선언하고 코로나 사태를 영역 확장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학생 간의 격차는 더 깊게 나타납니다. 성적 상위권은 학생들은 대체로 흔들림이 없지만, 교사의 직접적인 도움이나 격려가 필요한 학생들은 현 상황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부모의 재력으로 사교육이나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이 사태가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경제 불균형이 기회 불균형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학생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학생들의 격차를 발견하고 교사들이 고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학생 간의 불평등 문제는 우려할 만합니다(BBC, 2020). 


교사 간의 격차의 문제입니다.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는 교사, 동영상을 스스로 만드는 교사,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교사, 좋은 교육 자료를 찾아 링크를 걸어 주는 교사 등으로 다양 온라인 수업을 합니다. 그 하나도 만만한 게 없었습니다. 수업이 공개되니 교사들 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온라인 강사들과 비교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진짜 격차는 다른 곳에서 나왔습니다. 방법이 달라도 소통하면서 학생들과 교감을 나눈 선생님을 여전히 신뢰합니다. 특별한 교육방법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교감, 소통, 관심, 유대감이 있는 경우 방법은 교육적 효과가 좋아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기술보다 선생님의 더 많은 관심과 정성스러운 가르침이 필요한 평범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기존의 수업과 관계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양한 온라인 방법은 학생에게 큰 교육적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배움 중심 수업, 학생활동 중심 수업방법은 일반적인 강의 중심으로 다시 퇴행하고 있습니다. “줌을 이용한 쌍방향 수업은 해보니 결국 혼자 떠드는 수업”이 된다고 합니다.


사설 인터넷 강의에 익숙했던 학생들은 “교사의 인터넷 강의를 신기해하지도 새롭게 생각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합니다. 코로나가 지속되고 예전처럼 다양한 교내 활동이 위축되면 정시 확대 학종 축소는 당연시될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쉽게 예전으로 회귀한다", " 인강으로 대체될 수 있는데 굳이 학교에 나와야 할 이유는 대학입시 일정 이외에는 그다지 발견할 수 없다"라는 고등학교 교사의 말은 학교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소중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메킨지 보고서에서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받은 영향’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교육을 못 받은 그들은 평생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등교 확대를 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소중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들어가는 글_2020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 NET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_teacherview




+과월호 보기+


2020 3월 특별호


2019년


2018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