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 이슈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코로나19 후반전, 어떻게 준비할까?
1차부터 4차까지의 화상 집담회
- 1차 화상 집담회(2020.7.9.): 원격수업으로 가능한 프로젝트 _ 73명 참여
- 2차 화상 집담회(2020.7.14.):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 _ 98명 참여
- 3차 화상 집담회(2020.7.21.): 학교가 살아있다! _89명 참여
- 4차 화상 집담회(2020.7.28.): 학교, 희망을 만들다._75명 참여
얼떨결에 원격수업으로 시작한 1학기가 지나갔다.
갑자기 밀어닥친 ‘코로나 상황에서 잇따른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 그리고 블렌디드 러닝’까지 미증유 상황에서 교육부의 일괄적인 지침을 따르면서 동시에 단위 학교 여건에 맞는 수업 방식을 모색하고 적용하느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혼란과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냈다. 세계적인 K-방역의 성과와 더불어 초기 원격수업 도입 발표에 사회적 우려는 이제 대한민국 교사들의 노력과 역량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 단위 학교의 교육역량, 교사들 간의 역량의 차이가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었고, 사회‧경제적 격차와 맞물린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보완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장이란 타인의 경험을 참고삼아 나의 경험을 갱신해내는 것이라고 하였던가?−엄기호, 2019경기도 혁신 교육 실천연구회 강연 중−
새로운 학교 지원센터는 지난 7월, 4차례에 걸친 화상 집담회를 개최하였다. 초등 5개교(안성 대덕초, 성남 보평초, 화성 운산초, 광주 남한산초, 충남 홍동초)와 중등 3개교(고양 덕양중, 광명 충현중, 진천 서전고)가 실천 사례를 공유해주었다.
이를 통해 학교급, 학교 규모에 따라 어떻게 이 상황에 대응하고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해왔는지를 탐색하고, 이 과정을 통해 장기화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비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병행 과정에서 학교 교육과 수업의 적절한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매회 70~90여 명의 새넷 회원과 비회원 교원들이 화상 집담회에 접속하여 함께 지혜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화상 집담회에서 발표한 학교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본질적 질문을 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상황에서 그들은 학교 교육의 방향, 수업과 배움의 의미, 교사의 존재 등에 대해 다시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추구하였던 가치와 방향성을 새로운 상황에서도 적용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개별적인 상황을 살피며,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결하며 학습을 지원하는 교사와 학교의 모습이 있었다. 또한, 각 교과의 본질적인 모습이 무엇이어야 하며 이것을 현 상황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적인 고민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학교 단위에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원격수업과 대면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 교육의 지향점을 재검토하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석하여 문제점을 도출하여 집단의 학습을 통해 새로운 해결 전략을 실행, 적용하고 있었다. 변화를 줄 부분과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실행한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함께 피드백하며 방법을 계속적으로 보완, 수정해가는 유연성과 성찰의 과정이 있었다.
셋째 분절적인 교육과정 운영에서 교과 통합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방향성이 있다.
원격수업 초기에는 개별 교과 교육과정에서 낱낱의 지식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였다면 이후 교과 내, 교과 간 교육과정의 통합적인 운영이 있었다. 물론 원격수업 상황에서 기본적인 교과의 기초‧기본 학습은 중요하며 기본적인 학습의 기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칫 학습량의 증가와 교과서 위주의 강의식 수업으로 회귀할 수 있다. 특히, 소개된 중등학교에서는 원격수업에서 단위 교과의 분절된 수업을 탈피하여 교사들이 성취기준과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융합적인 수업 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초등에서는 현재의 상황과 관련한 프로젝트 학습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주도하고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학생을 중심에 두는 수업이 원격수업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넷째 집단 지성이 일어날 수 있는 협력과 소통의 문화와 구조가 있었다.
그간에 교사들의 협력과 학습공동체를 운영하는 학교 조직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단위 학교에서 구현되기 힘든 지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상황에서 교사들의 학습과 협력이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일어나는 학교들이 많았는데 사실은 이런 과정이 분업의 성격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업을 넘어 협력하는 학교들이 보여준 사례는 평소 학교 내에 교사들의 자발적인 협의와 배움, 협력의 구조가 작동하고 있었다. 원격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역량이 필요할 때 서로 배움을 품앗이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은 명료하지 않고 복잡한 이 상황의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힘이 된다.
다섯째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리더십이 있었다.
학교장뿐만 아니라 교사들 모두 상황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풀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위기 상황에서 각기 다른 욕구와 필요를 지닌 학부모의 요구는 학교가 민원으로 휘청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방역의 안전과 학교 교육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야 하는 상황은 자칫 ‘만일에’와 ‘불안’으로 인해 교육 활동을 소극적으로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와 목적에 충실하면서 맥락에 적절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이것을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구현한 학교들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었다. 흔히, 잠재적 교육과정으로서 교사의 태도와 학교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풍토 등은 학생들에게 형식적 교육과정 이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모습들을 학습할 것인가는 이후 그들이 살아갈 불확실한 미래에 어떠한 태도로 삶을 마주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곧 개학이다.
교육부의 2/3 등교 지침과 방역 당국의 거리 두기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학교에 부담을 준다.
드러나는 학교 간의 격차는 ‘실시간 화상 수업 전면 실시’와 같은 일괄적인 지침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학생 간의 벌어지는 격차는 교사들의 정성스러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가 원격수업을 미래 교육의 한 방법으로 선택한 이상,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시설 기반 확충과 교사의 기술적 능력 향상이라는 지점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역시 그 기반에 ‘왜?’, ‘무엇을?’이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사람은 자신의 개별성과 독창성을 발현하는 동시에 집단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노라면 공동체적, 생태적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은 이런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타자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회가 차단된 상황, 예술적 활동을 통해 심미성과 예술적 감성, 정서적 교감을 이루기 어려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에 있어서 개별성은 어떻게 구현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여전히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엄격한 학제, 교육 통로의 다양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원격수업만 보더라도 학생의 개별적인 학습 속도를 인정, 보완하는 측면과 고등학교에서 선택 과목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측면에서 폭넓게 고려되어야 한다. 학습자의 개별성을 존중한 맞춤형 수업을 위해 수업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 지원과 교사 역량 개발, 지역 사회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장기적인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
결론은 돌고 돌아 ‘교사’이다
당장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병행되는 상황에서 특히, 등교수업에서 협력 활동이 불가능한 지금 상황에서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설계와 교육 공학적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통찰하는 교사의 안목과 학생의 상황을 세밀히 살피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다. 이것은 연수를 통해 길러지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일차적으로 학교 내외에서 동료 교사들과의 연대와 보살핌과 서로 간의 지지를 통해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성장을 경험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답은 우리 안에 있다.
들어가는 글_2020 새넷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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