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가르치며 배우며 교사로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 새넷 선생님 인터뷰
새로운학교지원센터는 안성 대덕초등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경기 새넷 구자혜 선생님과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1.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으로 인해 교육공동체 모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겪은 어려움을 중심으로 말씀을 들으려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안성 대덕초 2학년 담임교사 구자혜입니다. 대덕초에는 2016년에 왔는데 2017년에는 학교혁신 연구년으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혁신교육지원센터 파견교사로 있다가 올해 다시 학교에 돌아왔습니다.
가끔씩 학교에 들리면 "자혜샘~"하고 달려와 와락 안기던 1학년 때 아이들이 벌써 5학년이 되었더라고요. 키는 훌쩍 커 있는데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여전히 저를 울고 웃게 했던 그 꼬맹이들이에요. 아이들과 뒤엉켜 지내던 그때가 그리워 복귀하는 날만 기다렸는데 여전히 컴퓨터와 핸드폰만 바라봐야 하는 이 시기가 많이 힘드네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건 큰 행복이죠. 새넷이 제겐 그래요. 교육운동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요. 현실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웃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내 곁에 좋은 동료가, 우리 새넷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것 같아요. 경기새넷 연구위와 집행부에 있으며 많이 배웠고, 지금은 새넷 지원센터에 있는데 제가 오히려 새넷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Q2. 학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우리 대덕초등학교는 농촌 지역 6학급 소규모 학교로 10년 차 혁신학교입니다. 혁신학교가 되면서 12학급까지 늘었다가 2, 3년 사이에 줄어들기 시작하여 올해부터 다시 전교생 130명 6학급이 되었어요. 작은 학교라고 하기는 학교 교육 활동과 사업의 규모도 커진 상태고 학급당 학생 수도 많은 편이죠. 그 상태에서 학급수가 줄어 교사 수, 지원실 인력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로 담당 업무의 종류와 양이 많은 편입니다. 학생들의 주거지 반경이 널리 분포돼 있어서 대부분 학생은 학교 버스와 학부모 차량으로 통학합니다. 대체로 맞벌이 가정인데 학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가정이 많은 편이에요. 그리고 많은 업무 속에서도 구성원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대덕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Q3. 6학급 농촌 작은 학교인 데다 학급당 학생 수도 많아서 업무가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A. 제가 담당한 업무는 돌봄교실, 기초교육, 문화예술교육, 방과후교육, 원어민 보조교사, 예비교사 실습학교 운영 등 학교 내 비정규직과 관련이 많습니다.
개학 연기에 따른 휴업, 온라인 개학, 순차적 등교 수업,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 병행 등등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학교에 얽혀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문제가 드러났어요. 모두에게 처음인 이번 사태로 인해 새롭게 해야 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고 결국 일을 분배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애초에 그 일이 학교에서 맡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 학교 내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문제와 같은 것들 말이에요.
3월 개학 연기가 발표되면서 초등학교에서는 긴급 돌봄을 운영하도록 했는데 감염병 확산 시기에 돌봄전담사들이 느낄 불안도 염려되고 휴업 취지에 역행하는 근무 인원의 과잉도 불편해서 복무규정과 매뉴얼을 살펴보며 최소 근무 방안을 모색했어요. 돌봄전담사에게 유급 휴가 가능 일수와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게시간 사용 등 복무 관련 권리를 안내하고, 휴게시간에 돌봄 담당교사인 제가 돌봄교실을 맡으면 전담사들이 하루에 한 명씩만 나와도 운영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고 번갈아 유급 휴가를 사용하라고 했어요. 전담사들은 지금까지 이렇게 자세히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며 감사해하셨지만, 결국은 유급 휴가라고 해도 연가보상비와 연관되어 있어 두 분 모두 계속 나오기로 했어요. 같은 이유로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도 유급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학교에 나오겠다고 했죠.
감염병 대응을 위한 휴업 조치라면 출근 인원도 최소화해야 하는데 방역과 별개로 출근해야 하는 비정규직이 근무를 원하는 상황이었어요. 학교마다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니 결국 원어민 교사는 공가 또는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교육공무직도 재량휴업일 유급휴일 사용이 가능하다는 공문이 시행됐죠. 평소 드러나지 않았던 학교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불평등한 처우가 휴업 시기에 복무와 역할에 대한 갈등으로 드러났어요.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직종은 계약직인 문화예술 시간강사, 기초학습 봉사자, 방과후 학교 강사였어요. 개학 연기에 따라 무기한 보류해야 하는 상황이고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원격수업으로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 운영할 수 없는데 그분들에게는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라 무조건 보류할 수만도 없는 상황인 거예요. 다행히 온라인 개학과 함께 긴급 돌봄을 확대하여 원격학습 도우미로 채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도 계약한 방과후 강사 중 절반만 가능했어요.
온라인 개학 후 문화예술교육을 원격수업으로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지금의 원격수업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육과정을 원격수업으로 구현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과 문화예술 강사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죠.
교사들의 의견 차이는 컸어요. 담임교사의 원격수업도 어려움이 큰데 외부강사 수업까지 들여오는 건 무리라는 입장에서 강사 소득에 대한 부분은 배제하고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만 논의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문화예술 강사수업과 관련해서 몇 차례 협의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가능한 학년에서 먼저 실시하는 방식으로 풀어갔어요. 강사들도 이러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원격수업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며 문화예술 수업시간을 모두 진행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계약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시간강사들에게 수업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학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해요. 방과후학교의 경우는 학부모 의견 수렴으로 운영하지 않기로 하여 방과후 강사들을 긴급 돌봄 원격학습 도우미 같은 가능한 방식으로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미 계약한 강사에 대한 학교의 책임이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학교에 너무 많은 외부 인력이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외부 인력이 들어온 만큼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외부 인력을 관리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이 교사에게 가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4. 어려운 시기에 구성원들의 어려움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감동적입니다. 작은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수고도 더 많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데 어떠셨나요?
A. 온라인 개학을 하고 지각을 두 번 했어요. 그것도 연달아 이틀을.....
담임교사 혼자서 전 교과 모든 수업시수를 소화해야 하는 6학급에서 영상을 제작하여 탑재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만큼의 시간을 필요로 했고, 모든 것이 서툴고 처음 배워가던 원격수업 초기에 밤샘은 잦았어요.
고학년들은 쌍방향 수업을 끌어내어 방법을 찾아갔지만, 학부모를 거쳐야만 연결이 되는 저학년에서는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보다 담임교사의 설명이나 시범을 촬영하는 콘텐츠 제시형이 적절했어요.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경우에도 소그룹으로 진행하느라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따로 준비해야 했어요. 그마저 근무시간에 학교에서는 촬영할 시간이 없어서 밤늦게 퇴근해서 새벽에야 겨우 촬영하고 탑재하다보면 출근 시간이 되기 일쑤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영상을 너무 길게 찍어서 편집하고 탑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파일을 쪼개고 쪼개서 다시 올리다 보니 출근은 못하고, 겨우 9시 전에 수업 파일을 탑재하게 되었어요. 등교 수업 이전의 상황이어서 정해진 시간에 수업 안내 자료를 탑재하는 일이 빈 교실에 출근하는 것보다 급했지만, 이튿날 같은 과정의 반복으로 연속해서 지각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자책감이 컸어요. 잠을 못 자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면서도 다음 날 수업 자료를 완성하지 못해서 밤을 새우는 일이 반복이었어요.
학교에서는 소그룹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고 각 가정에 연락하며 원격수업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애썼고 가장 컸던 긴급 돌봄 관련 업무로 확인하고 조사하고 보고하고 처리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들로 바쁘게 돌아갔어요.
교육과정을 협의하고 학습 자료를 공유할 동학년이 없는 것은 6학급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더군다나 원격수업 상황에서 학생에 대한 개별 피드백은 강화되어 평가와 피드백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기에 교육과정 기획부터 수업 콘텐츠 제작 평가까지 모든 것을 교사 혼자서 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교육과정 이외에 업무가 없다면 모를까. 기존에 학교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던 학년별 연계나 공동 교육과정을 원격수업에서는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서로 여유 있게 교류할 시간이 절실한 작은 학교입니다.
Q5. 학교운영 시스템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에 적절한 측면과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면 이 기회에 바뀌어야 할 학교운영 시스템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올해 업무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긴급 돌봄이 운영되면서 업무가 과중하게 몰리게 됐어요. 매일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공문들이 쏟아졌고, 온라인 개학과 함께 긴급 돌봄을 고학년까지 확대하고 원격수업 도우미 강사를 선발 배치하고 학교 버스를 운행하는 등 전교생의 1/3이 매일 등교하는 긴급 돌봄교실은 학교운영 전반과 맞물리는 일이었어요. 그러나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 때문에 돌봄 업무 하나로 간주되는 상황이었어요.
마치 업무분장은 일 년 동안 해야 할 일을 고정해 놓은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새롭게 생긴 일도 업무분장에 명시된 업무에 배당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갈등이 생기는 거죠. 긴급 돌봄과 관련된 일들은 거의 기존에 없던 일들이기에 누구든 팔 걷어붙이고 도와야 했어요. 학교의 업무분장 체제가 위기상황에서는 상황에 맞게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므로 해서 공백이 생긴 업무담당자는 위기상황에서 생긴 일을 처리해야 하는 거죠. 긴급 돌봄에 나오는 아이들도 수업해야 하는데 강사와 전담사가 담당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제가 맡은 업무가 돌봄교실, 문화예술교육, 방과후학교, 기초교육 담당이어서 긴급 돌봄과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게 되었어요. 각각의 업무담당자가 있었다면 힘들어도 계속 협조를 구하고 조율해 가면서 다른 사람들도 참여하는 구조가 되었을 텐데 제가 혼자 알아서 다 하니 힘들어 보여도 비집고 도와줄 틈, 여지가 보이지 않았을 거 같아요. 담임을 맡은 교사가 행정업무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업무지원팀이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업무지원팀과 교사 간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Q6. 초등학교 자녀를 가진 학부모인 교사는 이중고를 겪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A. 온라인 학습 상황에서는 학부모의 조력이 필요했고 역할도 컸어요. 그런데 학부모 역할과 비중이 커졌다고 해서 교사의 비중이 줄어든 건 아니잖아요. 원격수업과 쌍방향수업(또는 등교수업), 그리고 긴급돌봄 수업까지 하루에 세 가지 수업을 준비해서 진행하느라 오히려 교사의 역할과 업무도 늘어난 상황이었죠. 매일 밤 다음날 공부할 곳을 알려주고 출근해도 실제로 그 시간에는 저도 수업을 하느라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확인하지 못하다 보니, 정작 우리 아이는 담임선생님이 안내하신 원격수업을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제가 학부모 역할은 거의 못하고 있었던 거죠.
등교수업이 시작되면서는 아침마다 학부모들에게 자가진단 안내 문자를 보내고 출근해서 미응답자 확인 후 다시 일일이 문자를 보내는데, 하루는 큰 아이한테 전화가 왔어요. 큰애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본인이 자가진단을 하지 못하거든요. 중학교 입학하고 처음 일주일 등교하는 기간인데 셋째날 깜박한 거예요. 전화 끊고 급하게 보내면서 깜박한 게 미안한데, 이미 등교한 아이들 부모에게 연락하고 있는 제 모습도 한심하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자가진단 안 했다고 혼자 남아 청소하고 왔다는 아이 이야기에 화가 나기도 하고 많이 속상했어요. 학급에서 정한 규칙이라고 아이가 괜찮다고 했지만 그 일로 자가진단에 대한 학교의 방침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어요. 학생 건강 자가진단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학교에서는 목적에 대한 고민보다 응답률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반성도 했어요.
이렇게 제가 협조가 안 되는 학부모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똑같이 학부모 입장으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교사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학부모 역할이 많이 부족해지곤 했죠. 밤늦게 퇴근해서 아이들 과제를 챙기다 잘 모르거나 궁금한 것이 있어도 해결할 수가 없었어요. 다음날 학교로 연락해봐야지 하다가도 막상 제가 출근하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넘어 또 연락하지 못하기 일쑤였어요. 그나마 중학생 아이는 단톡방을 통해 교사와 소통할 수 있어서 스스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는데, 초등 저학년인 둘째는 학부모 조력 없이는 어려웠어요. 겨우 늦은 밤에 하거나 주말에 밀린 것 모아서 하거나 못한 채로 그냥 지나거나 하면서 한 학기를 보냈어요. 그래서 오히려 학부모의 어려움도 잘 이해하고 있어요.
Q7. 자녀의 원격수업을 도와주는 학부모의 경험으로 알게 된 학부모의 심정이 있을 텐데요. 교사가 알아야 하는 학부모의 관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온라인 개학 전후로 아이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친절한 목소리였지만 빠르게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을 얘기해주셨죠. 가끔은 교사인 나도 학교에서 안내되는 것들이 어렵고 못 알아듣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른 학부모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디에 가입하고 매일 로그인해야 하고 등등 친절하게 안내하고 전화를 끊는 담임 선생님을 보면서 과연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는 않으신가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어요. 이 똑같은 전화를 30명에게 하느라 힘드셨겠지만,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봐 주고 아이와 직접 통화하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원격수업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Q8.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의 학습을 돕는 조력자로서 협력을 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부탁드립니다.
A. 앞에서 언급하였듯 교사의 학생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에 기반한 학부모와의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많이 부족한 학부모이기 때문에 학부모에 대해서는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에요. 전체 공지를 놓친 것으로 보이면 개별 연락을 한다거나 상담이나 문의 시간을 열어두고 있어요. 특히 기초학습 부진이나 다문화,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관련해서는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을 잘 챙기려고 노력해요. 아이 문제로 연락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문의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학부모가 문의한 사항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기도 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해결방안을 찾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찾은 해결방안은 학교에서는 제가, 가정에서는 학부모님이 같이 실천하기로 약속합니다.
Q9. 어려움을 겪은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이 뚜렷이 보일 듯한데요. 현장 교사로서 제언할 교육의 방향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A. 학교 휴업과 온라인 개학 때 학교와 교사에 대한 차가운 시선들이 많았죠. 교사들 스스로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힘이 빠지기도 했고요. 그런 중에도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온라인 학습 실현을 위한 학교와 교사의 도전과 노력이 있었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워나가며 갑자기 다가온 테크놀로지 미래 교육에 대한 다양한 탐색과 시도가 확대되어갔죠. 그 시기에는 온라인 수업으로도 학교와 교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온라인 학습의 실질적 참여와 수혜자는 온라인 학습 없이도 가정에서 돌봄 받으며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고 있던 아이들이었어요. 학교가 문을 닫자 교육격차, 삶의 격차, 결국 생존의 문제가 더욱 크게 드러나게 된 거죠. ‘가난한 자는 방치, 부자는 휴양’이라는 코로나19 관련 해외 뉴스의 제목이 사회 곳곳에 특히 교육에서 그대로 보였어요. 방치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깨워내는 학교의 노력 속에서 비로소 학교와 공교육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된 거예요. 지금 이 시기에 공교육 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아이에 대한 이해와 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한 개별화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고 저학년, 특수학급, 취약계층, 조손가정 등 조력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방안을 모색하며 학교마다 방법을 찾아갔어요.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온라인 학습 방법에 대한 기술적 노력보다 온라인을 통한 협력적 학습활동과 학급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공동체성 함양을 위한 교육활동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학교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아요. 오히려 학교와 공교육의 중요성과 책임이 더 커지고 있죠. 학교는 학생 이해를 통한 개별화 교육으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우리 아이들이 함께 좋은 삶을 가꾸어 갈 수 있는 공동체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활동을 운영해야 합니다. 이것이 학교와 공교육의 역할이고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10. 대덕초는 교대생 실습학교이죠. 어느덧 선배 교사가 되었는데 후배 신규교사 또는 예비교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있나요?
A. 교실은 학생 수만큼의 다양한 삶과 관계가 얽힌 복잡계예요.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죠. 이론도 지침도 그저 실험실의 통제 상황에서의 공식일 뿐 우리 교실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어 적용이 쉽지 않아요.
안정적인 학급을 보면 거기에는 늘 아이들과 눈 맞춤하는 교사가 있어요. 아이들과 눈 맞추며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교사는 아이들의 재능과 특성 그리고 그 아이를 둘러싼 환경까지 이해하게 되죠. 그런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삶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데 그 삶이 결국 교육과정이더라고요. 애정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아이들 삶 전체와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답변을 듣기만 해도 선생님께서 애쓰는 노고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어려운 시기가 얼른 끝나기를 바라는 한편 행정업무 지원과 구조개선 등으로 선생님들의 수고를 덜어 줄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계속 애를 쓰셔야 할 텐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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