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이수경, 이보림_ 홍동초 교사
어느 때보다 길었던 한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코로나19로 사상 처음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 막막하고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여러 선생님이 교육의 길을 찾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해왔고, 지금도 그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숙제가 남겨져 있습니다. 또다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더 크지만, 그런데도 우리들의 작지만 큰 노력들은 조금씩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홍동초 6학년에서 시작한 작은 노력, 저희의 온라인 수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어느 날 시작된 온라인 수업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 막막하기도 했지만 불편한 마음이 더 컸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잘 모르겠지만, 그전에 이런 방법으로 교육을 해도 되는지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느낄 새도 없이, 온라인 개학이 발표되고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2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어요. 충분한 계획을 세우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방향과 기본적인 계획만을 세우고 수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동 학년 선생님과 필사적으로 협력해 나갔어요.
처음엔 괜찮은 온라인 콘텐츠를 찾아 올려주어도 될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수업을 준비해보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배움으로 이어지는 수업이 되려면, 아이들이 먼저 해보거나, 먼저 생각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해졌고, 이후 거의 모든 수업을 구상하고,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구상할 때 중심이 되었던 질문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에 걸어 들어오게 할까?” 였어요. 아이들이 수업에 일단 참여하고 이후 배움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생각해보았을 때, 일단 학교를 온다면, 적어도 수업상황에 참여할 수 있게 되지만 온라인 수업은 많은 것이 다르지요. 온라인 수업으로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스스로 배움으로 걸어 들어오는 수업을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에 걸어 들어오게 할까?”
크게 두 가지를 실천해보았는데, 하나는 ‘학생들과 연결하기’, 또 하나는 ‘배움 중심 수업 디자인’입니다.
1. 학생들과 연결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실수업에서도 아이들을 배움으로 이끌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관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온라인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관계를 만들고 소속감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과 연결하기 위해 이렇게 해보았어요.
하나 “밴드 live 방송”
매일 아침 학급밴드에서 live 방송으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일상을 나누고, 그날 배울 수업 이야기를 해주어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고, 배운 수업내용을 보충해주기도 했습니다.
둘 “출석 확인”
매일 출석 확인을 하며 아이들이 잘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참여할 수 있게 독려했습니다. 출석 확인은 가능한 한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학교도 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이들을 돕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을 한다면 생각보다 쉬워질 거라 믿고, 온라인 개학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은 조언을 해나가면서 이 상황을 슬기롭게 겪어나가도록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셋 “개별과제 피드백”
아이들이 보내온 과제에 피드백을 주었어요. 모든 아이에게 모든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지는 못했어도, 되도록 간단한 피드백이라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넷 “학급 세우기”
학급 세우기로 6학년 생활을 다짐하고, 학급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교실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고, 과제를 해결한 뒤에 밴드 게시판 댓글에 공유하여, 서로가 바라는 학급의 모습을 그려보게 했습니다. 등교 개학 이후에 이것을 발전시켜, ‘우리가 바라는 우리 반’의 모습을 함께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또 하나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온라인 수업 예절을 각자 스스로 생각해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보았어요.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학급 온라인 약속을 만들어 밴드에 공유했어요. 스스로 생각해서 정한 약속이어서인지 잘 지켜나갔고, 간혹 잘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아이들끼리 이야기하며 다시 실천하기도 했어요.
2. 배움 중심 수업 디자인하기
배움이 일어나려면 아이들이 먼저 무언가를 해보거나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배움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각각의 수업을 주제에 맞게 디자인하고, 제작했어요.
하나 “수업의 과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수업의 과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주제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친 후에, 배움 내용을 확인하고 공부하는 과정으로 구성했어요.
동기, 흥미 유발 ➜ (먼저) 스스로 생각해보기 (스스로 해보기) ➜ 내용 확인, (스스로) 공부하기
둘 “배움 주제 고르기”
교사나 학생들에게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서 우선 시도해볼 만한 주제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혼자 생각할 수 있는(혼자 해볼 수 있는) 주제
∘집에서 더 활동하기 좋은 주제
∘간단한 물음으로 사고 자극이 일어날 수 있는 주제 등
셋 “수업 디자인”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디자인했습니다. 집에서 수업을 들을 아이들을 떠올리며, 수업의 과정을 계획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아이들의 사고를 이끌기 위해서 발문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서로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업내용에 가능한 한 오류가 없어야 했어요. 수업의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 내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수업에 아이들 스스로 해보거나 생각해보는 과정을 넣다 보니, 거의 모든 수업에 활동 결과물이 있었어요. 코넬 공책, 활동지, 작품 등은 사진으로, 실험과 같은 탐구과제나 미술, 음악 등의 창작 과제는 영상, 영어 말하기나 악기 연주 등은 음성 녹음으로 보내도록 했어요. 대부분 밴드 일대일 채팅으로 제출하고, 친구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해보면 좋은 과제는 과제 게시판을 열어 댓글에 공유하도록 했어요.
처음에는 최소한의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어떤 주제는 배움과 함께 감동이나 깨달음도 느꼈으면 하는 욕심을 갖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잘 배우고, 마음도 움직였다고 느꼈던 수업 중 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수업사례 소개
수업사례 1. “온책읽기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라는 책은 마흔 살이 된 엄마가 자신이 바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가족이 겪는 갈등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열세 살인 딸 가영이는 엄마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점점 성장해나갑니다. 이 책으로 국어와 실과 교과와 연결 지었어요. 한 시간 수업 책의 한 장 정도를 읽고, 활동지를 해결하는 수업으로 진행하였고, e-학습터에 이미지 파일로 제시하여 온라인으로는 활동 내용을 확인하고, 활동은 오프라인으로 책을 읽고 활동지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어요.
가족과 집안일 주제 수업은 실과와 연결 지었어요. 실과 책을 활용하여 우리 집 집안일 분담 활동을 해보고,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을 알아보았어요. 그리고 집안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을 면담하는 수업을 해보았고, 면담을 위한 계획을 세워보게 하였어요.
계획에 따라 면담을 진행하고, 결과를 정리해보았는데, 부모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마음을 알아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한 발 나아가서, 우리 집에서 집안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일기 써보기 활동을 해보았어요. 일기 쓰기 과제를 할 때 충분히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볼 수 있게 과제 안내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줄거리를 짜고, 화면효과와 배경음악을 이용하여 아이들이 상황에 몰입하여 생각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쓴 일기를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밖에도 온책과 관련지어, 엄마의 사진첩 만들기 활동, 양성평등 교육과 관련한 토론 활동도 진행했어요. 원격수업 기간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가족과 집안일을 주제로 수업하기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수업사례 2.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
민주주의는 아이들이 특히 잘 배우고, 마음으로도 느꼈으면 했던 주제여서 고민이 많았던 수업이에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세 가지 사건을 공부하게 되는데, 교과서에서는 사건 내용만을 간단히 제시하고 있어서, 이것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가장 먼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졌어요. 어쩌면 지금의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여준 다음,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잘 드러난 사진을 보고 생각하여 해결하는 간단한 과제를 주었어요.
3‧15 부정선거로 일어났던 4‧19 혁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을 영상으로 제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보았어요.
설민석 선생님의 영상을 보며 4‧19 혁명에 대해 생각해본 뒤에,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코넬 공책에 정리하며 공부하도록 안내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배경이 되는 약 20년의 과정이 교과서에서는 간단히 나와 있지만, 민주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민 끝에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줄거리를 짜보았어요. 파워포인트 애니메이션 효과를 활용하고, 발표자 녹화 기능을 이용해 영상으로 만든 뒤에, 배경음악을 삽입하고, 음성 녹음을 해서 수업에 몰입할 수 있게 해 보았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과정과 결과를 공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자료를 찾아보았고, 만화가 강풀이 그린 웹툰 자료를 찾았어요. 이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시하기 위해 장면을 잘라 영상으로 만들고,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활용하여 몰입할 수 있게 해 보았어요.
5‧18 민주화운동을 통한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 과정의 공부는 역시 아이들이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코넬 공책에 자기만의 방법으로 정리하는 방법으로 하게 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꽤 잘 이해한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6월 민주항쟁까지 공부를 마친 뒤에 주제 마무리로 ‘민주주의를 주제로 시 쓰기’ 과제를 내주었어요. 과제를 보며 민주주의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에게 도리어 감동한 수업입니다.
온라인 수업을 등교 수업에서 이어갈 수 있을까?
등교 개학을 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보니, 온라인 수업의 효과는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잘 공부했던 것이 등교 수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가 민주주의 수업입니다.
우리 학교는 작년 12월에 2020학년도 임원을 뽑았고, 1월에 6학년이 될 아이들과 1박 2일 리더십 캠프를 열었어요. 6학년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실천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가능한 자치활동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첫 모임으로 홍동초 학생자치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을 하고, 함께 해나가기 위한 마음을 모았어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공부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슬로건도 만들어보았어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누구나 학교에 의견을 낼 수 있는 건의함을 만들었어요. 용도를 잘 알 수 있게 이름을 함께 정하고, 아이들 손으로 디자인도 했습니다. 만들어진 건의함은 학교 곳곳에 설치했어요.
1~2주 의견을 받고, 들어온 의견을 함께 살펴본 뒤에 다모임 회의 주제 선정을 위한 학생회 회의를 열었어요. 선정된 회의 주제는 각반에 라이브 방송으로 전달하고, 3~6학년 각 반에서는 다모임 주제로 회의를 하고, 실천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씩 학교를 바꿔나갔어요. 매일 아침 방송을 시작하고, 곳곳에 분리수거함을 설치했으며,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위한 영화를 제작하며 포스터도 붙였습니다. 이 모든 활동들은 수업시간이 아닌 시간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공부했던 민주주의가 학생자치 민주주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는 동안 힘겨울 때가 많았어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기에 몸과 마음이 힘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잘 배우고 있는지 충분히 눈으로 볼 수 없는 점도 우리를 조금씩 지치게 했어요. 그런데 온라인 수업 마지막 날, 학생 한 명이 영상을 보내왔어요. 영상을 보고,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건 아이들 때문이었고, 온라인 상황에서도 아이들과 그런 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끝까지 붙잡고 가려했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한계가 많은 온라인 수업이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건 ‘아이들’과 ‘배움’을 중심에 두는 일이에요. 그리고 아이들과의 연결을 만들고,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하는 건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우리가 했던 것들, 그 바탕이 되었던 생각들을 떠올려보면서 문득 교실에서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라인에서 희망을 찾을 방법이 있다면, 그 자체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추구하는 원칙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것을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동 학년 선생님과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일단은 시작해야만 했던 그 상황에서, 우리는 빠르게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고, 분업을 하며 진정한 집단지성을 발휘했어요. 함께 협력해나간다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기꺼이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교사만이 할 수 있고, 교사들이 함께한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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