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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Sep 21. 2023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당황(consernatio)이란
희망에 어긋나게 일어난 
과거 사물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당황> 멘붕, 즉 멘탈붕괴와 함께 하는 두려움

한마디로 당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신 상태, 요즘 말로 멘붕 상태의 감정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만 당황은 단순히 멘붕 상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수반하는 감정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155


 도서

<아몬드> 손원평


�인터뷰

피아니스트 지용


 음악 & 뮤직비디오

Waldstein (발슈타인)_Beethoven (피아니스트 지용 연주)

괜찮아도 괜찮아_디오 (of EXO)

ELEVEN_IVE








당황은 '놀라거나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의미다. consternatio은 혼란, 당황, 설렘, 깜짝 놀람, 경악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멘붕의 상태.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당황스러울 때 그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일상이 편할 수 있지만, AI 로봇이거나 괴물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소년이 있다. 16세 소년 윤재. '아미그달라' 또는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선천적으로 작아서 '감정표현불능증(알렉시티미아)을 갖고 있다.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아몬드> 손원평 p29


소설의 내용은 일부 불편함을 주지만, 윤재와 또 다른 인물 곤이를 통해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러한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소년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절대 넘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배움이 있기 마련이니까.



엄마는 아몬드를 많이 먹으면 내 머릿속의 아몬드도 커질거라 생각했다.

<아몬드> 손원평 p28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닌 것이, 오메가 3가 풍부한 호두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에는 두뇌와 망막의 구성 성분인 DHA를 먹게 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어릴 적 천재성을 발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 공부와 연주를 해온 피아니스트 지용도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콩쿠르 1등이라는 목표에만 사로잡혀 타고난 재능에 의지하다가 처음으로 무대를 망쳤고, 그 후로 2년 정도를 피아노는 쳐다도 보질 않았다고. 얼마나 좌절했을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기까지 어린 소년은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냈을지 속속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콩쿠르에 나가서 1등 하자 그 목표만 갖고 있었는데, 그런 태도를 바꾸고 (피아노를) 잘 쳐야겠다는 마음을 버렸죠.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미친 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족하면서 살자, '나'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몇 명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 나의 목표는 그냥 들려주자. (...)음악의 힘이 정말 큽니다. 저에게 아직도 음악은 도전이에요. (...) 저는 음악으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지용 인터뷰 중에서



인터뷰_피아니스트 지용



베토벤 소나타 C장조 'Waldstein 발슈타인'은 베토벤이 자신을 후원하는 폰 발슈타인 백작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한다. 발슈타인 백작은 음악 애호가로 모차르트와도 교류하면서 지냈던 인물이다. 이 곡은 베토벤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데,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청력 이상으로 좌절해 유서를 남겼다가 새롭게 마음을 다잡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창착열을 불태우며 베토벤은 황금기를 맞이한다.



Waldstein (발슈타인)_Beethoven (피아니스트 지용 연주)



멘붕이 오지 않게 평소 멘탈 관리나 훈련을 잘 해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모든 상황에서 멘탈을 붙잡고 있기는 쉽지 않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이 있듯이 실력을 쌓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것에 몰입하되, 실전에서는 잘 하겠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함께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 언제든 넘어질 수 있고 그럴 땐 그저 다시 일어서면 된다.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다' 이 한 마디가 우리에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다. 






괜찮아도 괜찮아_디오 (of EXO)


[Verse 1]

숱하게 스쳐간

감정들에 무뎌지는 감각

언제부턴가 익숙해져버린

마음을 숨기는 법들

난 어디쯤에 와 있나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했던

돌아보는 것도 왠지 겁이 니

미뤄둔 얘기들

시간이 가듯 내 안엔

행복했었던 때론

가슴이 저릴 만큼 눈물겨운 날도

매일 같이 뜨고 지는 태양과

저 달처럼 자연스레 보내


[Chorus]

때론 울고 때론 웃고

기대하고 아파하지

다시 설레고 무뎌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수많은 별이 그랬듯이

언제나 같은 자리

제 몫의 빛으로 환하게 비출 테니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괜찮아도


[Verse 2]

오늘 난 처음으로

솔직한 내 마음을 마주해

거울 앞에 서는 것도 머뭇대

이 표정은 또 왜 이리도 어색해

아름다운 건 늘 소중하고

잠시 머물다 아득히 멀어져도

늘 마주 보듯 평범한

일상을 채울 마음의 눈

그 안에 감춰둔 외로움도

잠시 머물 수 있게 해

그저 바라봐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마음을 열어 지나갈 하루야


[Chorus] 반복


[Bridge]

두 손에 가득 채워질 추억들은

소중한 우리 이야기

진심이 담긴 마음이

시간이 지나 다시 기억할 수 있다면

말할 수 있을까

너도 행복했다고


[Chorus 3]

너와 울고 같이 웃고

기대하고 아파했지

모든 걸 쏟고 사랑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

깊게 상처 난 자리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언제나 그랬듯이 씻어내줄 테니

흐르듯 살아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도



MBTI를 신봉하진 않지만, 나는 T처럼 보이는 F다. 아마도 한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졌던 터라 T처럼 행동하는 게 익숙했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T인 줄로만 알았다. 성향은 T와 F 중간 어디쯤이 아닐까 싶은데, 지금은 감성을 많이 써야 하기도 하고 이렇게 T같은 F로서 감정에 대해 분석도 하고 감정 이입을 해보는 게 은근 재미도 있고 도움도 된다. IVE의 ELEVEN 속 가사처럼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다행이다.




ELEVEN_IVE


[Verse 1]

따분한 나의 눈빛이

무표정했던 얼굴이

널 보며 빛나고 있어

널 담은 눈동자는 odd


[Pre-Chorus 1]

내 안에 빼곡하게 피어나는 blue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은 true

내 입술을 간지럽힌 낯선 그 이름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Chorus]

긴 꿈을 꾸게 해 이 방은 작은 heaven

춤을 추곤 해 실컷 어지러울 만큼

Oh my, oh my god

한 칸 더 채우고 있어

잘 봐 1,2,3,4,5,6,7

You make me feel like eleven


[Verse 2]

투명한 너와 나의 사이

가만히 들여다보다

일렁인 물결 속으로

더 빠져드는 걸


[Pre-Chorus 2]

그날 향기로운 보랏빛의 mood

셀 수 없이 반복해도 기분 좋은 꿈

감히 누가 이렇게 날 설레게 할 줄

난 물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Chorus] 반복


[Post-Chorus]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그 눈에 비친 나를)

Aya, aya, aya (가만히 바라봐)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봐


[Bridge]

Don't say now

서둘러 오진 마

이 순간이 좋아 난

미처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Chorus] 반복


[Post-Chorus]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Aya, aya, aya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사랑하게 됐거든




낯선 상황에서 내 안에 전혀 예상치 못한 욕망을 발견할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즉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살아서 욕망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확인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따라서 당황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 혹은 맨얼굴을 찾을 수도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154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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