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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일아내와 한국남편의 한국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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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hionuk song Sep 29. 2015

8. 낯선 곳으로 내 디딘 씩씩한 첫 걸음

독일아내와 한국남편의 한국 생활기

무작정 편도 비행기표를 끊고 한국으로 날아왔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말을 배우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 취직이 그렇게 금방 되지 않았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시장조사 (Market Research) 업무를 해 왔던 그녀는 한국에 시장조사 업체 몇 군데 이력서를 냈었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단점 때문에 쉽게 면접 기회를 얻지 못 했다. 대부분 외국계 회사이지만 그들의 주요 고객사가 삼성 LG 현대 SK 등 국내 대기업 위주였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는 것은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회사의 시장조사 부서에 잘 알고 지내던 선배에게 그녀의 취업 도전기 얘기를 슬쩍 꺼냈더니 아는 업체에 한 번 얘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한 곳에서 이력서를 보내 달라고 연락이 왔고 그렇게 그 곳에 덜컥 취직이 되었다. 고객사에서 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한국 사회 속으로 한걸음 더 내 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한국에 올 때 받은 비자가 3개월 짜리였기 때문에 3개월을 우선 보고 왔는데, 3개월 내에 취직이 되었고 그 회사에서 취업비자를 내 주어 계속 있을 수 있었다. 그 선배에게는 덕분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나중에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그때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본인의 경력을 계속해서 쌓아갈 수 없었다면 한국에서 오래 있을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 이렇게 결혼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큰 산을 하나 넘었다. 그녀는 그렇게 그 회사에서 한국 대기업 고객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험을 쌓았고, 몇 년 후에는 삼성전자에 경력으로 입사하여 같이 출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지어 낸 얘기 같지만 사실 처음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계획했고, 계속 생각을 하고 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운이 좋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세워 놓고 여러 방법으로 두드렸다. 이지성 씨의 '춤추는 다락방'에서도 얘기하듯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으로 실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그 목표가 어느 새 성큼 눈 앞에 다가와 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낯선 곳에서 씩씩하게 내 디딘 그녀의 첫 걸음이 앞으로 그녀와 내가 이 곳에서 겪어나가야 하는 많은 일들의 본격적인 첫 걸음이 될 것임을 알았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많은 일들도 뜻 한대로 하나씩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