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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Sep 29. 2015

5. 반찬의 나라로 편도 티켓

독일아내와 한국남편의 한국 생활기

작년 가을 감정에 충실하기로 하였다. 현실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평생의 반려자가 될지 모르는 인연을 끊으려 했고, 그렇게 독일로 훌쩍 날아가 잘못을 빌었다. 잠시 편한 삶을 그려보았었다. 예측 가능한 삶이었다. 아니 예측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를 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중형차를 사기 위해 돈을 모을 것이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청약을 들 것이고,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맛집을  찾아다닐 것이다. 가끔 가족동반으로 친구들을 만나 회사나 상사에 대한 불평을 하면서 술을 마실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먼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지금 여기 현재를 살고 있는데, 눈은 항상 먼 미래를 향해 있는 것이다. 내 예상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 하고 말이다. 다행히  그때 선생님이 먼 미래로 향해 있는 나의 머리를 한 대 쳐주었고, 다시 현재를 보고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다시 찾기 위해 날아가 잘못을 빌었다.


2007년 그렇게  정신없이 입사를 하고,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 딛었고,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렵고 바빴다. 회사에서 처음 맡은 업무는 중남미 지역에 수출하는 일이었다. 중남미는 시차가 정반대라 밤 늦게까지 남아 연락을 할 일이 많았다. 나는 모든 것에 서툴렀고 배울 것이 많았다. 그래도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신기했고, 학생에서 삼성전자 회사원으로 신분 상승이 뿌듯했다. 그런데 베를린에 있던 그녀는 상황이 썩 좋지가 않았다. 그 당시 독일 실업률도 높았고, 경제가 썩 좋지 못했다. 다니던 회사 사정도 어려워져서 월급을 3개월째 받지 못했다. 밤 늦게 퇴근하고 돌아와 통화하면 나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그녀의 어려운 상황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힘들고, 짜증이 났다. 그렇게 힘들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놓고 왜 다시 독일로 날아갔을 까.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그녀는 내가 자기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온실 같은 환경에서 자랐고, 항상 좋은 아들, 좋은 학생이었으며,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며, 용돈을 받아 썼고, 어려움 없이 취직도 한 번에 했기 때문에 자기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란다. 내가 이해도 못 할 것인데, 그럼 그 얘기를 왜 하는 건지, 밤마다 왜 그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면 그녀의 말도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모르고 자랐고,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에 취업을 하였다. 그렇게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서도 아침이면 깨워주는 엄마가 있었고, 일어나면 내가 먹던 먹지 않던 항상 밥이 차려져 있었다. 엄마는 입었던 옷을 벗어놓으면 빨아서 서랍에 차곡차곡 개어 놓으셨다. 그 만큼 생활환경이 달랐다. 독일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집에서 나와 독립을 하고 스스로 돈을 벌고 어렵게 생활을 한다. 


그 즈음 내가 원거리로 해줄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한국에 오지 않을래? 월급도 안 주고 힘들게 하는 회사는 그만두고 와라. 일단 한번 와서 한 번 생활해 보고 어떤지 보자. 한국에 무비자로 있을 수 있는 게  3개월이니, 일단 3개월 있어보자. 그렇게 그녀는 한국으로의 편도 티켓을 끊고 반찬의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목 차 -

00장. Prologue

01장. 만남

   1) 낯선 곳에서의 인연

   2) 종을 뛰어넘은 표범의 사랑과 훔친 머리카락

   3) 네가 나무를 알아?

02장. 반찬의 나라로

   4)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5) 반찬의 나라로 편도 티켓

   6)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7) 먹 가는 독일 처자

   8) 낯선 곳으로 씩씩하게 내 디딘 첫 걸음    

03장. 결혼 (가제)

   9) 검정 턱시도와 검정 구두? (결혼 준비)

   10) 결혼 할래? 출장 갈래?

   11) 왜 하필 한국 사람이니?                

04장. 씩씩한 독일 여전사

   12) 한국은 극단주의인가봐

   13) 비닐봉지는 "No"

   14) 외갓집 차례지내기

   15) 아름다운 대한민국

   16) 명품 가방

05장. 아이 키우기

   17) 임신과 출산

   18) 혼혈아에 대한 생각

   19) 금지하는  것보다 위험함을 가르치는 것

   20) 육아휴직과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

   21) 어린이집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

   22) Bilingual

06장. 한국 회사와 외국인

   23) 외국인을 위한 자리

   24) 우리의 현실

   25) 우리는 왜 이렇게 일에 미쳐있나

07장. 세계 속 한국, 한국 속 세계

   26) 다문화 사회

   27) 국제커플에 대한 인식

   28)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그것

   29) 한류에 대한 생각

08장. 인생에 대해 생각하다

   30)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

   31) 계속되는 방황

   32) 철밥통을 버리다.

09장.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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