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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Sep 29. 2015

Prologue

독일아내와 한국남편의 한국 생활기

나는 이제 오롯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만들어간다.

나는 더욱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야 한다.


쏴 하고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와 새 소리만이 적막을 깨는 독일의 숲길을 거닐고 있다. 하늘 높이 곧게 뻗은 커다란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상쾌한 숲 내음과 머리 위로 햇살에 빛나는 겹겹의 초록 그리고 이 숲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목소리를 듣는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뛰었나.'


2주 전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움이 지금은 마냥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실 때는 더욱 그렇다. 계속 아내에게 묻게 된다. 이런 곳을 두고 대체 한국에 왜 왔냐고. 오늘은 우리 부부 결혼 7주년이기도 하다.


내 가족의 생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작년 말에 더욱 두드러졌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부담하기에 주말에 잠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바쳐야 하는 회사일은 버릴 수가 없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던 아내와 그런 부모와 함께 자라는 아이는 행복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하며 주말에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며 애써 위로 하고, 또 다시 그 한 주를 반복하는 것 밖에 없었다. 물론 이 정도 직장과 연봉에 저녁 7~8시 퇴근하는 것이 회사원 치고 나쁜지는 않다.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퇴근하고 저녁 8~9시 집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다지 많지는 않았고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는 일에서도 만족을 찾기 힘들었다.


출국을 하루 남기고 시경이와 근호형을 만나고 오면서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 몇 안 되는 친구였다. 정말 할 수 있겠어? 안 되면 얼른 돌아와. 농담 삼아 이렇게 말 하지만 그제야 내가 택한 길이 쉽지 않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이 들었다. 밤에 마지막 짐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역시 쉬 잠이 오지 않았고 이른 아침에도 알람보다도 먼저 일어났다. 옷을 입고 장롱문을 열고 마지막 옷을 입으니 떠나는 가방에 미처 다 넣지 못한 옷들이 눈에 들어왔고, 당분간 보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아 내가 떠나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일지라도 이별은 언제나 아쉽고 슬픈 일이다. 하지만 곳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결심과 내 가족의 결심은 분명한 이유가 있고 방향과 목표가 있다. 나는 흔들릴 수 없었다. 내가 바로 서기 위한 노력의 한 방법이었다. 뭐든 시도해야 했다. 현실과 타협하기에 돌아올 결과가 너무 뻔했다. 편도 비행기에 몸을 싣고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누구도 부럽지 않을 나만의 멋진 삶을 살아볼 것을 다짐한다.


그녀를 처음 만나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사랑에 빠진 것은 10년 전이다. 사랑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얘기를 책으로 쓰자고 결심하고 보니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가던 연애 시절의 감정을 조금 돌이켜 봐야 한다. 그런데 이제 좀 쉽지가 않다.  그때의 감정과 10년 가까이 같이 살아오면서 지금 느끼는 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결혼 생활은 8년 차로 접어들었다. 이제 조금 덜 다툰다. 아니.. 다투더라도 금세 풀린다.

내 아내는 독일 사람이다. 파란눈의 금발의 게르만인이다.


좋은 점은 마트 가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눈에 잘 띄어서 찾기 쉽다는 것.

싫은 점은 독일 사람 답지 않게 시간을 잘 안 지키고 항상 늦는다는 것.
성격이 괴팍하고 고집불통이란 것. 남편을 잘 부려먹는 것. 부모님을 자주 당황하게 하는 것. 싫은 점을 찾는 것이 더 쉬운 것은....


나도 내 아내도 대학생 입사 선호 1위라고 신문에 매년 나오는 삼성전자에 다니며, 남 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지냈지만, 저번 달에 그만두고 독일로 거주지를 옮겼다.


결혼할 때는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나를 구속했었던 것 같다. 국제 결혼을 하면 한국 생활 적응을 못 해 결국 한국을 떠나 살게 되는 그런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참고 살았던 건지도... 연애시절까지 포함하면 8년간 한국 생활을 했으면, 적응을 못해서 라는 말은 안 들어도 되지 않을까?


국제 결혼의 장점이라면 각자의 나라에 기반이 있기에, 조금의 수고로 상대방의 나라에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굳이 내가 살던 터전에서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굳건한 것이 아니라면 이만한 선물이 인생에 어디 있겠는가.


직장? 일자리? 아직 없다. 차차 구해야 하고, 쉽지는 않다. 그래도 우리의 삶 자체가 도전인데, 안정적인 인생을 원했다면 이 결혼을 하지도 않았겠지. 다시 연애할 때 Challenging 한 기분이 다시 든다.


이제 차차 연애시절 얘기들, 결혼 준비하던 때의 얘기들, 그리고 현실인 결혼 생활 얘기들 그리고 한국과 내가 살던 사회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 목 차 -

00장. Prologue

01장. 만남

   1) 낯선 곳에서의 인연

   2) 종을 뛰어넘은 표범의 사랑과 훔친 머리카락

   3) 네가 나무를 알아?

02장. 반찬의 나라로

   4)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5) 반찬의 나라로 편도 티켓

   6)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7) 먹 가는 독일 처자

   8) 낯선 곳으로 씩씩하게 내 디딘 첫 걸음    

03장. 결혼 (가제)

   9) 검정 턱시도와 검정 구두? (결혼 준비)

   10) 결혼 할래? 출장 갈래?

   11) 왜 하필 한국 사람이니?                

04장. 씩씩한 독일 여전사

   12) 한국은 극단주의인가봐

   13) 비닐봉지는 "No"

   14) 외갓집 차례지내기

   15) 아름다운 대한민국

   16) 명품 가방

05장. 아이 키우기

   17) 임신과 출산

   18) 혼혈아에 대한 생각

   19) 금지하는  것보다 위험함을 가르치는 것

   20) 육아휴직과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

   21) 어린이집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

   22) Bilingual

06장. 한국 회사와 외국인

   23) 외국인을 위한 자리

   24) 우리의 현실

   25) 우리는 왜 이렇게 일에 미쳐있나

07장. 세계 속 한국, 한국 속 세계

   26) 다문화 사회

   27) 국제커플에 대한 인식

   28)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그것

   29) 한류에 대한 생각

08장. 인생에 대해 생각하다

   30)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

   31) 계속되는 방황

   32) 철밥통을 버리다.

09장.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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