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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onuk song Sep 29. 2015

1. 낯선 곳에서의 인연

독일아내와 한국남편의 한국 생활기

"불어예요?" 조금 관심 있게 듣는 분들은 신기하게 쳐다보시며 이렇게 묻곤 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항상 머뭇거리게 된다. 사실대로 대답을 하면 "아, 포르투갈 사람이에요? 브라질 사람이에요?" "아니요... 그게..." "어머, 그런데 어떻게요?"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면 대화가 길게 이어지곤 하기 때문에 그냥 "아... 네..." 하고 마는 적이 많았다.


내 아내는 금발의 파란눈을 가진 독일인이다.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이고 8년 전에 한국에 와서 결혼하여 7년여를 같이 살고 있다. (금발의 파란눈이라고 해서 반드시 늘씬한 미녀여야 하는 법은 없으니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접어두셔도 될 듯)


그런데 왠 불어?

아내와 나는 그 누구의 모국어도 아닌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한다. 브라질에서 만난 우리는 서툴었던 포르투갈어로 처음 대화를 하고, 그렇게 10년 여 써왔기 때문에 불어와 서반어 중간쯤 되는 이 생소한 말이 자연스럽고 편하긴하다. 하지만 둘 다 서로의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는 어휘가 제한적이고 네이티브가 들으면 웃을지 모르는 우리만의 표현이나 발음이 많다. 모르는 단어는 적당히 영어 단어를 포르투갈어식으로 발음하거나 우리가 만들어내어 우리 둘 만의 새로운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외에는 알아듣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틀리든 맞든 개의치 않고 마음껏 말한다. 영어도 그렇게 배웠으면 잘 하지 않았을까. 처음 만나 대화했던 언어가 서로에게 각인이 되어 다른 말로 대화하는 것이 어색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만의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 우리 부부를 더욱 특별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이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특이하고 신기하게 비치는 모양이다. 한국 남자와 독일 여자가 결혼해 한국에서 살면서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하니 그런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나도 가끔 내 사는 모습을 돌아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성장한 내가 나와는 성장 배경과 문화가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며, 그 다름으로 인해 다투기도 하고 울고 웃으며 서로 맞추어 가며 살고 있으니.


국제결혼을 한 가정이 우리나라도  많아졌고 그로 인한 사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그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거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다른 인종과 섞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제결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음을 종종 느낀다.


하지만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과 방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잣대로 개인의 성공과 행복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위험을 초래하기 쉽다. 나는 아내와 같이 한국에 살면서 그녀의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곤 한다. 이렇게 다른 나라 사람의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 보면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 보이고, 잘못된 것들이 보이고, 모르고 지나치던 소중한 것들도 보인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날마다 깨닫는 것은 내가 선택한 삶이 주는 인생의 작지 않은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2005년 1월 어느 날, 한국은 매서운 칼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삼바의 정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브라질의 공항에 도착해 첫 발을 내딛는 그 순간, 신이 있다면 내가 그 곳에서 택하게 될 험난하고도 새로운 인생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지 않았을까.


- 목 차 -

00장. Prologue

01장. 만남

   1) 낯선 곳에서의 인연

   2) 종을 뛰어넘은 표범의 사랑과 훔친 머리카락

   3) 네가 나무를 알아?

02장. 반찬의 나라로

   4)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5) 반찬의 나라로 편도 티켓

   6)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7) 먹 가는 독일 처자

   8) 낯선 곳으로 씩씩하게 내 디딘 첫 걸음    

03장. 결혼 (가제)

   9) 검정 턱시도와 검정 구두? (결혼 준비)

   10) 결혼 할래? 출장 갈래?

   11) 왜 하필 한국 사람이니?                

04장. 씩씩한 독일 여전사

   12) 한국은 극단주의인가봐

   13) 비닐봉지는 "No"

   14) 외갓집 차례지내기

   15) 아름다운 대한민국

   16) 명품 가방

05장. 아이 키우기

   17) 임신과 출산

   18) 혼혈아에 대한 생각

   19) 금지하는  것보다 위험함을 가르치는 것

   20) 육아휴직과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

   21) 어린이집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

   22) Bilingual

06장. 한국 회사와 외국인

   23) 외국인을 위한 자리

   24) 우리의 현실

   25) 우리는 왜 이렇게 일에 미쳐있나

07장. 세계 속 한국, 한국 속 세계

   26) 다문화 사회

   27) 국제커플에 대한 인식

   28)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그것

   29) 한류에 대한 생각

08장. 인생에 대해 생각하다

   30)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

   31) 계속되는 방황

   32) 철밥통을 버리다.

09장.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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