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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Nov 08. 2015

#0. 나를 여행가라고 소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브런치 매거진에 연재했던 <세상의 서쪽 끝, 포르투갈>이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_^ 
연재했던 글은 아래와 같이 공개 합니다. 재미있게 봐 주세요~









배낭을 메고 5대양 6대주를 누빈 여행가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낙타처럼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는 생계형 직장인. 휴가 한번 내려고 눈칫밥에 밥 비벼 먹다가, “아! 쟤는 좀 쉬어야 돼!”라는 말이 팀장님 목에서 나올 때까지 버티는. 아끼고 또 아껴서 어렵싸리 여행을 떠나는 자유로운 영혼 코스프레 꾼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찔끔 찔끔 여행을 다니다가 문득 생각했다. 


여행지에선 이렇게 좋은데! 지금 이 순간을 박제 시킬 순 없을까. 여행지의 공기와 유난히 환한 태양빛과 선들선들 부는 바람과 부풀어 오르는 벅찬 감정까지.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테이프로 칭칭 감아 타임캡슐 속에 꼭꼭 넣고 말이다. 그러다 일상에 지칠 때, 짠 하고 꺼내보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죽기 전에 책 한 권 꼭 쓰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3년 전에 실현.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를 출판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휴가 때마다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기획. 매년 깨알같이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렇게 직장을 베이스 캠프 삼아 해마나 떠난 여행을 차곡 차곡 모으다 보면 혹시 아나? 은퇴할 때 쯤이면 지구 세바퀴반쯤 돌았을지 말이다. 어쨌든 그런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출발한 내 첫 번째 책은 그런 여행의 설렘을 오롯이 담아낸 결과물 이었다. 


그 책이 인연이 되어 대한항공으로부터 광고모델 제의를 받았다. 



TV광고만 주당 130회, 전국의 CGV와 롯데시네마, 그리고 온갖 잡지와 대형 전광판까지 내 얼굴이 덕지덕지 등장하는 기이한 체험이었다. 이러다  CF스타 되는 거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장난에 ‘아이 왜 그러세요~ 어쩌다 한번 나온 건데’라고 말하며, 요즘은 피부관리실까지 다니며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게 2015년은 내게 거짓말 같은 한해 였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대접을 받으며 CF 촬영을 하기도 했고. 뉴스에 나가기도 하고 인터뷰 내용이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나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고.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며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는 건 덤이었다. 솜사탕 같은 시간 속을 둥실둥실 떠있는 것만 같았다고나 할까. 누 가나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 줬던 적이 있었던가. 나이들 수록 가장 무서운 게 잊혀진다는 것이라던데,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보는 남들의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리고 꼭 빠지지 않는 질문 하나.




“그래서 이번에는 또 어디로 여행가시나요?" 


첫 번째 여행이 러시아였으니, 두 번째라면 좀 더 하드코어여야 하지 않을까. 음... 북극? 아프리카? 아냐 지역만으로 여행자포스가 폴폴 나는 남미? “여기욧!"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이"우왓 역시 여행가!”라고 반응할 정도의 장소를 남 몰래 찾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당연한 얘기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불편했다. 몸에 맞지도 앉는 옷을 뒤 짚어 쓴 졸부느낌이랄까. 사실 평범함을 무기로 책도 쓰고 CF도 찍게 된 것이었는데, 이렇게 안평범해 져버린 것 자체가 좀 모순덩어리 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 이번 여행이요? 그건 영업비밀이에요! 책으로 보세요. 우하하하”라며 얼버무리곤 했지만, 사실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었다. 부담을 훌훌 덜고조금 현실적인 곳을 찾아보자. 러시아를 가게 된 것도 친구가 그곳에서 살고 있어서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가서 숟가락만 하나 얹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여행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생각해 보면 여행의 시작이 거창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음이 동하는 곳이라면, 그리고 나와 다른 모든 것들을 기꺼이 받아 들을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이미 출발 준비는  완료된 것일 테니 말이다. 지도를 펼치고 앉아 ‘에헴’ 하며 가고 싶은 곳에 북북 동그라미를 그려 본다. 






흔해빠진 곳이 아닌 약간은 베일에 싸여 있는 곳   

관광객들로 숨도 못 쉬는 곳이 아닌 한발짝 떨어진 비밀스러운 곳.  

그러면서도 예쁘고 맛있고 문화적으로도 반짝이는 가치를숨겨운 곳.

그리고 무엇보다 여름휴가 내고 잠깐 다녀올 수 있는 바로 그곳.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 중)



“그럼 포르투갈 어때?” 


같이 여행을 떠나 기로 한‘지노’의 제안 이었다. 우리 둘이 가본 나라는 제외. 남미처럼 너무 멀거나, 북유럽처럼 너무 비싸거나, 아프리카처럼 너무 위험한 곳은 제외. 그리고 가고 싶은 곳들에 동그라미를 치다 보니 딱 겹쳐진 곳이었다. “아~거기 '꽃보다 할배'에도 나온 곳 아냐?” 나에겐 세상의 서쪽 끝이라고 불리는 로망의‘카보다 호카(호카곶)’가있는 곳이었다.


 “그치! 대항해시대를 이끌던 나라이기도하고 말야!” 남만적 항구도시 포르투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인생 소설’이라고 손에 꼽는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쓴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나라이기도했고 말이다. “에그타르트! 형 거기 에그타르트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던데?” 지노가 흥분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야 포트와인은 어떻고” “아 그리고 거기 죽여주는 서핑포인트도 있다던데!” 



사실 이렇게 매력적인 곳이었지만 포르투갈만 가는 여행자는 많지 않았다. “아니, 그럼 포르투갈만 다녀오게?” 처음 포르투갈로 휴가를 간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도 바로 저런 거였고 말이다. 그런데 포르투갈을 다녀와본 사람들은 포르투갈에만 있기에도 시간이 짧다고 했다. “거긴 말야 꼭 스페인의 시골마을 같아. 그래서 너무 좋지. 관광지 같지 않아서 말야.” 먼저 다녀와 본 친구의 말이었다. “스페인 시골마을 같다고?” 그 말은 나를 흔들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5년 전 스페인을 여행하며 시골마을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미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져 버린, ‘론다’와 ‘프리힐리아나’ 그리고 산 페르민 축제의 도시 ‘팜플로나’등의 작은 마을들 그리고 그 마을들을 잊는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나무 밭.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와는 또 다른 날것의 스페인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도 날것의 포르투갈을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우리, 차로  여행하자! 아, 해안선을 따라서 올라가면 좋겠다!” 대항해시대를 이끌던 나라. 그렇게 북으로 북으로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그 옛날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꿈꿨던 바다를 향한 꿈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유럽의 최서단. 아직은 직항도 없고 여행지로써 조금은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곳에서라면 뭔가 특별한 경험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옛날 신대륙을 찾아 모험을 떠났던 바로 그  탐험가들처럼 말이다. 지도를 펼쳐 다시 한 번 포르투갈을 찬찬히 살펴본다. 이번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설렘이 시작되는 순간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1화: 프롤로그. 나를 여행가라고 소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화: 조금 느린 여행 준비

 3화: 공항,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마법의 문(1)

 4화: 공항,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마법의 문(2)

 5화: 리스본, 여행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즐거움

 6화: 리스본의 아침, 온세상의 채도를 높이다

 7화: 대항해 시다의 로망을 간직한 도시, 벨렘지구

 8화: 에그타르트 끝판왕, 리스본 파스테이스 드 벨렘

 9화: 알파마! 길을 잃어도 괜찮아

10화: 달동네 꼭대기 '오래된 창문'

11화: 우연이 즐거운 이유

12화: 무한한 일상 속, 유한한 휴가를 대하는 자세

13화: 알다가도 모르겠는 인생아

14화: 신트라! 왕궁보다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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