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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Feb 14. 2016

#09. 달동네 꼭대기 '오래된 창문'

리스본 알파마 지구의 '상 조르제 성'이야기

안녕하세요~
브런치 매거진에 연재했던 <세상의 서쪽 끝, 포르투갈>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_^ 
연재했던 글은 아래와 같이 공개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행님 저쪽에 있는 건물 아녜요?”

커다란 돌문으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걸 보니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앞에 두고 한참을 헤맸다. 알파마 지구의 가장 높은 곳 상조르제 성. 리스본 중심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군사적 요충지로써 로마시대부터 이 도시의 권력자들이 가장 먼저 점했다던 바로  그곳. 한참 헤매다 들어간 곳이라 그런지 더욱 값지게 보인다.


“와 행님! 얼른 와보십쇼 여기 진짜 장난 아닙니다!” 안 봐도 상관없다던 처룽이는 성에서 바라본 풍경을 보고 제일 격하게  반응한다. 성안의 뷰포인트는 탁 트인  발코니처럼 자리 잡아 있다. ‘오래된 창문’이라는 별칭을 가진 발코니에 올라서면 리스본의 온 시내가 그야말로 한눈에 들어온다.


“와~! 실제로 보니까 진짜 좋다.”

테주강을 끼고 빨간 지붕의 집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오~! 행님 저~ 쪽으로 우리 낮에 밥 먹었던 데 아닌가요?” 처룽이가 코메르시우 광장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야! 잘 봤네.” 이쪽에서 바라보니 그렇게 돌아다녔던 바이샤 지구가 한눈에 보인다. 반듯하게 쭉쭉 뻗어 있는 도로 들이 격자형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가 그토록 헤맸던 이곳 알파마 지구와는 완전 딴판. 마치 신작로 같은 직선 도로다. 사실, 바이샤 지구의 도로들은 신작로라고 부르는 게 맞는 표현이다. 1755년에 있었던 리스본 대지진 때 온 도시가 다 무너져 내려, 그때 도시를 새로 정비한 탓이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나  다름없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예쁜 도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있다.


“형 여기서 보니까 저기 대서양에서 배 들어오는 것도 다 보이겠다.”

지노가 미어캣처럼 먼 바다, 아니 먼 강을 보며 말한다. 대서양에 접해있는 항구 도시 리스본. 저 멀리 배가 들어오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로 이곳이야 말로 요새로서 최적의 장소였을 게다. “게다가 망원경도 없던 시절에 도시하나 지키려면 이 정도 뷰는 있어야지 않겠어? 하하.”


그래서 그런지 이 곳 알파마 언덕의 꼭대기는 로마 시절부터 정복자들이 깃발을 꽂았던 곳이었다. 자연스레 권력자들이 바뀔 때마다 이 언덕의 주인도 바뀌었고 말이다. 로마 시절에는 로마군이,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시절에는 무어인들이, 다시 포르투갈 전성기에는 포르투갈 인들이 자신들의 깃발을 꽂았다.



역사의 굴곡을 반영하듯 ‘상 조르제 성’이라는 이름도 만만치 않은 애환이 있다. 그 이름이 바로 영국의 수호성인 ‘세인트 조지’를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스본에서 상징적인 성의 이름이 영국의 수호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니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지만, 14세기 포르투갈과 영국이 우호협정을 맺을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국가 간의 협정에서 완전히 평등한 우호 관계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포르투갈에서 영국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성에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뭐 어때 형. 우리나라 강남에도 테헤란로가 있는데."

오 그러고 보니 맞다. 이란에도 ‘서울로’가 있다고 하던데 영국에는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성이 있긴 할까.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이걸 보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게. 이걸 보려고 오늘 그렇게 고생했나 보다. 탁 트인 ‘오래된 창문’에선 태주강의 강바람이 불어온다. 이곳에 사람들이 깃발을 꽂기 전부터 불어왔던 바람. 포르투갈과 영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도 한참 전부터 불어왔던 바람이다. 돌담을 자연 테라스 삼아 미리 준비한 와인을 마시는 달달한 커플도, 저들은 무슨 사이 일까 생각하게 되는 남남 커플도, 그리고 이곳을 위해 미로 같은 골목길도 거침없이 뚫고 달려온 남남남 모임인 우리도, 풍경 속에 모든 것이 용서될 것만 같은 충만한 공간이었다.


"어? 근데 지노야 처룽이 어디 갔지?" "그러게 아까부터 안보이던데. 또 여자애들한테 말걸고 있나?" "어? 저거 뭐야. 공작새아냐? 새가 그냥 성 안을 걸어 다니네?" "우리에서 탈출했나?" "방목하는 것 같은데? 와 진짜 크다. 이렇게 가까이서 첨보네." "처룽아 이시끼야 너 그만만져!" "행님. 이거 진짜 신기합니다. 너무 커서 모이주다가 손가락 아작나겠어요 크크크"



/ 다음 편 계속 /



포르투갈 여행 Tip - 상 조르제 성 찾아가기

리스본에서 상 조르제 성을 찾아가기 위해선 우선 언덕위 달동네 알파마 지구로 가야 한다. 제일 쉬운 방법은 온 리스본을 다 휘젓고 다니는 28번 트램에 올라타기. 그리고 Largo das Portas do Sol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류장이 어딘지 모르겠다면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 혹은 탁 트린 광장과 접해있는 뭔가 좀 그럴싸하게 예뻐 보이는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무슨 설명이 이리 아리송 하냐고?


사실 알파마 지구는 골목길을 따라 여행하는 맛이 있기에 예쁜 골목이 있다면 그냥 내려서 무작정 걸어도 좋을 법한 곳이다. 그렇게 골목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가면 언젠가 상 조르주 성에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훗. 어쨌든 석양은 꼭 성에서 보자. 현지인들은 와인을 미리 준비해와 '오래된 창문'이라는 성벽테라스에서 석양을 보며 분위기를 내기도 하던데.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면 와인을 미리 준비해 현지인 간지를 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1화: 프롤로그. 나를 여행가라고 소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화: 조금 느린 여행 준비

 3화: 공항,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마법의 문(1)

 4화: 공항,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마법의 문(2)

 5화: 리스본, 여행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즐거움

 6화: 리스본의 아침, 온세상의 채도를 높이다

 7화: 대항해 시다의 로망을 간직한 도시, 벨렘지구

 8화: 에그타르트 끝판왕, 리스본 파스테이스 드 벨렘

 9화: 알파마! 길을 잃어도 괜찮아

10화: 달동네 꼭대기 '오래된 창문'

11화: 우연이 즐거운 이유

12화: 무한한 일상 속, 유한한 휴가를 대하는 자세

13화: 알다가도 모르겠는 인생아

14화: 신트라! 왕궁보다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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