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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KI Jan 04. 2016

#05. 리스본의 아침, 온 세상의 채도를 높이다.

호시우 광장과 개선문, 그리고 코메르시우 광장

안녕하세요~
브런치 매거진에 연재했던 <세상의 서쪽 끝, 포르투갈>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_^ 
연재했던 글은 아래와 같이 공개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리스본의 아침. 일곱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이 아담한 도시에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다. 언덕이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이곳에서 우리의 숙소 또한 예외 없이 언덕 위에 솟아있다. 골목골목에 빽빽하게 들어선 오래된 건물들. 미로처럼 얽혀있는 길 위에서 신발끈을 동여매면 이제부터 진짜 시작. “후~압” 크게 한번 숨을 들이마시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아! 근데 햇볕은 장난 아니다!” 아직 9시도 안된 시각인데, 대서양의 햇볕이 눈을 때린다.


“아, 이러다 실명하겠다. 선글라스 좀 가지고 올게.”


지노가 10분이나 걸어나온 골목길을 바람처럼 튀어가 사라져 버린다. 처룽이와 낄낄거리며 지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리스본식 신고식이라고 할까. 그래도 강렬한 햇빛은 온 세상의 채도를 기분 좋게 한 단계씩 올려버리는 것 같다. 베이징에서 어린아이들이 하늘을 회색으로 그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도시 아이들은 총 천연색, 아니 형광색 팔레트로 온 세상을 그리는 것 아닐까. 태양마저 축복 같은 이 도시에서,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대항해 시대의 로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올드타운. 바로 '벨렘지구'다.





“아 근데 그 전에 그거 뭐지? 우리 제일 먼저 사야 되는 거?”


리스보아 카드다. 리스본 여행자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구매해야 되는 리스보아 카드. 온갖 여행책에 지령과 같이 필수 구매 품목으로 되어 있는 그 카드를 사기 위해 호시우광장으로 나왔다. “분명 이쪽이 맞는데.” 대충 아무 노점에서나 팔면 오죽 좋으련만, 리스보아 카드는 꼭 관광안내소에서만 판다고 했다. 리스본의 모든 대중교통과 여행 입장권 할인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마법의 카드. 마침내 찾은 관광안내소에서 우린 차례로 구매한다.


든든하게 리스보아 카드도 손에 쥐었겠다, 아침의 출출함을 달래러 달려간 곳은 광장한켠의 카페.  1829년부터 빵을 구웠다는 곳이다. 어쩐지 빵 만드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밀가루를 빻아 고집스러운 검수과정을 거친 빵이 나올 것만 같다. “형, 이거 많이 먹으면  안 돼 알지?” 그러니까 여기선 요기만 해야 된다.


우리가 먹을 진짜배기는 바로 밸램지구에 있다. 전설의 에그타르트. 그거 하나만 먹고 가도 리스본에 여행 온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궁극의 맛. 그걸위해선 지금의 허기 따윈 좀 참아야 하는 게다. “행님, 걱정마세요 저는 이것도 먹고 그것도 먹고 다 때려 먹을 수 있습니다. 크하하” 처룽이가 뜨거운 빵과 주스를 번갈아 마시며 속 좋게 웃는다.




호시우 광장 한켠 야외 테라스에 앉아 크루아상을 씹는데, 덜컥 여름 아침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대서양의 기운을 머금을 바람은 그 옛날 대항해시대로의 여행을 뽐뿌질 하는 힘을 여전히 지닌 탓일까. 바람마저도 여행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하다. 그렇게 광장을 지나 개선문까지 가는데, 여행자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보행자 도로가 이어진다. 온갖 종류의 식당들이며 각종 기념품을 파는 노점, 그리고 버스커들까지 각자 저마다의 역할에 열심이다.


개선문을 지나면 탁 트인 코메르시우광장이 펼쳐져 있다. 테주강을 끼고  발코니처럼 나와 있는 이 광장은 사실 궁전이 있던 자리다. 앞으로는 테주강이 뒤쪽으로는 개선문을 따라 호시우 광장의 시가지 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입지였던 셈이다. 그런데 18세기 리스본 대지진 때 이곳은 모두 폐허가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왕실은 지금의 벨렘지구로 모두 이동하게 됐고, 그 후 코메르시우 광장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행님! 빨리 타십쇼~"

처룽이가 먼저 버스에 올라 날 부른다. 광장 사진을 찍는데 정신 팔려 버스를 놓칠 뻔했다. 코메르시우 광장 모퉁이에서 벨렘지구로 가는 버스에  겨우 올랐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는 이들은 대부분 벨렘으로 가는 여행자들.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 때의 멀고 먼 항해의 시작은 바로  이곳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항해를 통해 들어오는 진귀한 물품들은 바로 이곳을 통해 들어왔다.  그때의 영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발견 기념비’와 ‘벨렘 탑’ 그리고 항해 나간 이들을 위해 기도했던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있는 곳. 우리가 이곳을 리스본 여행에서 최우선 코스로 뽑았던 이유였다.


벨렘으로 가는 버스는 만원. 대부분 여행자인 버스 승객들은 호기심과 기대로 반짝이는 눈을 창밖으로 돌린다. 대항해 시대 때,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과 로망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벨렘. 그곳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 다음 편 계속 /







 1화: 프롤로그. 나를 여행가라고 소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화: 조금 느린 여행 준비

 3화: 공항,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마법의 문(1)

 4화: 공항,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마법의 문(2)

 5화: 리스본, 여행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즐거움

 6화: 리스본의 아침, 온세상의 채도를 높이다

 7화: 대항해 시다의 로망을 간직한 도시, 벨렘지구

 8화: 에그타르트 끝판왕, 리스본 파스테이스 드 벨렘

 9화: 알파마! 길을 잃어도 괜찮아

10화: 달동네 꼭대기 '오래된 창문'

11화: 우연이 즐거운 이유

12화: 무한한 일상 속, 유한한 휴가를 대하는 자세

13화: 알다가도 모르겠는 인생아

14화: 신트라! 왕궁보다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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