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마녀 Nov 09. 2023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잇프피 마케터의 불편한 마케팅

네스프레소 김민기 시니어 B2B 마케팅 스페셜리스트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와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세 번째.  커피 파는 B2B 마케터


거리마다 가을이 내려앉아 만연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즘입니다. 울긋불긋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낙엽들이 사뿐사뿐거리다가도 눈물을 머금은 듯 딱 멈춰 서서 하염없이 쌓이고 쌓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없던 감성도 폭발하며 시 한 구절, 노래 한 마디를 읊조리게 되는데요.


시몬, 나뭇잎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
.
.
- 레미 드 구르몽, <낙엽> 중에서


가을은 그런 계절이니까요.  어쩌면 한 번쯤 '시몬'을 불러봤을 것 같은 계절.  사랑하는 사람에게 낙엽 밟는 소리가 좋은지 물어야 할 것 같은 계절.  그런 계절에 또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면? '커피'가 아닐까요?  마녀는 하루에 한 잔 커피를 마십니다.  향과 풍미에 깊은 조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커피를 참 좋아하는데요.  


유난히 가을이면 알록달록 낙엽 지는 풍경을 벗 삼아, 한 손엔 책 한 권 들고, 또 다른 한 손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잔을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은 향긋한 상상에 빠지곤 합니다.  바람이 낙엽내음을 실어 보내고, 코끝으로 들어오는 낙엽내음에 책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이 어우러지는 상상.  제법 행복할 것 같지 않나요?


오늘 왜 이리 감성 폭발이냐고요?  가을이잖아요.  가을은 그런 계절이라니까요. 하하하.  실은 이 가을 낙엽을 사각사각 밟으며 커피를 파는 마케터를 만나러 갔거든요.  낙엽, 커피, 사람, 삼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게 이번 토크뷰가 꽤나 가을처럼 근사할 것 같지 않나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10년 차 B2B 마케터, 처음부터 B2B분야에서 마케팅을 한 김민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책임님, 자기소개가 참 어렵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별로 내키지 않는 것 중 하나죠.  업을 빼고 인간 김민기를 소개한다면?

-  네,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네요.  좀 게으르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하는 것,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합니다.  인생도 많은 고민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소소하게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취미도 한정적으로 하나를 오래 합니다.  맛집 같은 경우도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꽂히면 계속 한 집만 다니는 성향으로,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말하자면 잇프피(ISFP)입니다. 하하하.



많은 사람의 꿈 아닌가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심플 라이프... 축복받은 삶이죠. 하하하.  어떤 취미를 그렇게 오래 하고 있나요?

-  하하하. 그렇네요, 축복받은 삶.  축구를 오래 했습니다.  15살 때부터 꾸준하게 하고 있는데 조기 축구도 나가고 밤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나가고 있습니다.  헬스도 오래 하고 있는데, 운동이 제 유일한 취미입니다.



요즘 운동 좋아하는 마케터를 자주 만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일에도 지구력, 근력이 필요한데 이를 키우는 데 운동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요새 합니다.


시작부터 B2B분야에서  마케팅을 했다고 했는데, 입문하신 계기가 있나요?

- 특별한 계기가 있었거나 목표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저는 경찰이 되려고 했습니다.  그 준비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있었는데, 마침 지인이었던 레노버 HR 담당자께서 레노버 마케팅 파트에서 마케팅 보조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다고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해당 포지션에 지원을 했는데 다행히 합격을 했고, 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감사하게도 직장에 함께 계셨던 상사 및 동료분들께서 이직을 하면 저를 불러 주셨고, 저도 업무 확장과 역량 향상의 좋은 기회라고 판단되어 이직을 하면서 계속 마케팅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ㆍ잘ㆍ러'신가 봅니다.  상사와 동료가 추천을 한다는 건 굉장한 신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략히 경력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아닙니다.  그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하하하.  첫 직장은 레노버였습니다.  이후 안경 렌즈 기업 '에실로'로 이직을 했는데 PM역할을 하면서 프라이싱(pricing)부터 세일즈 피치(pitch)까지 마케팅 전반에 대해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IBM으로 옮긴 후에는 하드웨어와 보안 솔루션 마케팅을 하며 리드젠(lead generation)에 주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네스프레소 사업본부에서 B2B마케팅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 직장들에서는 전반적인 B2B 마케팅을 많이 했다면, 네스프레소에서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마케팅을 먼저 2년 정도 했고, 현재는 마케팅 전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마케팅



우선 B2B, B2C를 가릴 것 없이 기존 고객 관리를 통해 재구매, LTV(Customer Life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CRM 마케팅에 점점 더 주목하는 추세인데요.  하고 계신 CRM 마케팅이 궁금합니다. 

-  네, 맞습니다.  네스프레소 B2B부문의 경우에도 커피 머신을 판매하게 되면, 이후 고객이 계속 저희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년에 새로운 솔루션 도입으로 기존 CRM 체계를 보완해 캠페인 퍼포먼스 측정을 강화해 나갈 예정인데, 기대가 큽니다.  캠페인 비용이 유효한지 가치를 측정하고 가격에 대한 이점 등 퍼포먼스를 측정하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필요한 곳에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되니 고객에게 더 혜택이 될 수 있는 지점에 집중할 수가 있게 됩니다.  CRM이 기본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로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도화된 CRM 마케팅으로 더 강화된 고객 관계 관리와 그에 따른 성과 향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우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고객의 구매 여정을 잘 분석해 반복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일 텐데, 나중에 좋은 CRM 마케팅 사례로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CRM 마케팅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  한 고객 한 고객의 데이터 속에는 숨어 있는 이해관계가 있는데, 그걸 읽어내고 파악해서 고객을 리딩(leading)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는 등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퍼포먼스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지만,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숨은 의도를 알아내고 이해하는 일이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마케팅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내부의 이해와 지원이 있어야 했을 텐데, 그 부분은 어땠나요?  내부 설득에 어려움을 겪어 마케팅 솔루션 도입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  이번이 기회인 것 같아서 제가 HQ(본사)에 연락해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이미 기존에 세일즈 오퍼레이션 팀 등 여러 부서에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재무팀에서도 투명성을 원하는 니즈가 모두 맞아떨어져서 협력하여 내부 설득을 할 수 있었고 이해와 지지를 얻는 게 용이했습니다.  구성원으로서 저는 네스프레소가 열린 조직이라 생각하는데, 누구나 제안을 하고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직문화가 있었기에 내부 설득에 큰 어려움이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조직문화를 체험하고 있다니 구성원으로서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왕 현재 조직의 문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랑 하나를 더 해 주신다면?

- ESG 실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해 캡슐 제작에서부터 회수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안전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일하다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기업 철학이기도 해서 직원들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 철학과 행동이 일치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이라면 예를 들어?

- 매달 전 직원 미팅을 하는데 한 번은 '과일을 깎을 때 손을 다치지 않도록 하는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겁니다. 한 직원이 과일을 깎다가 손을 베었던 사례를 들어 이런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밖에도 무거운 것을 들 때라든지 비 올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지 대응법을 알려주곤 합니다.  



과일 깎을 때 손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행동 요령이라... 신선하고 재미있네요. 하하하.


그간 엔터프라이즈 B2B와 소비재의 B2B 마케팅을 다 경험해 보셨는데요, 차이를 체감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서버, 보안 솔루션 같은 엔터프라이즈 B2B 마케팅에서는 마케팅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큰 비용을 들여 광고한다거나 리드젠했다고 하기도 어려운 데다, 리드젠도 행사에 오신 고객을 리드로 보는 한정적 범위의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업 부서를 지원하는 경향이 큰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소비재 B2B에서는 마케팅 활동이 다이렉트 하게 영업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주요 매체에 디스플레이 광고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채널에서 리드가 들어오면 실제 계약까지 전환율이 좋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세일즈의 7-80프로가 마케팅 리드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마케팅 활동이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험을 한다는 건 B2B 마케터로서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B2B마케팅을 할 때 영업과의 협업은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업 부서와 협업할 때 노하우가 있을까요?

-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웬만하면 영업 부서의 소소한 부탁을 들어주는 편입니다.   어떤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할 때 마케팅에서 쉽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면 많이 들어주려고 합니다.  영업 부서의 고충을 들어줘야 마케팅에서 필요할 때 영업 부서도 협조를 잘해주기 때문이죠.  이는 서로가 마찬가지일 텐데,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고서는 협력이 잘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서로에게 실망을 자주 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다 보면 서로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게 되고 결국 관계가 서로 악화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업과 협업해 긍정적인 성과를 냈던 사례가 있다면?

- 안경 렌즈 회사에 있을 때 전 제품의 가격을 다시 설정해야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가 라인이 상위 라인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 등 가격 체계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고객 불만이 많았던 상황이었죠.   공급가 대비 소비자가 마진율이 떨어져서 안경사에서는 제품을 팔고 싶어 하지 않고, 메시징도 잘 안되어 있던 상황이라 영업 대표들을 따라다니면서 안경사 분들의 인터뷰도 하고 고객 얘기도 들으면서 4개월에 걸쳐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가격으로 신제품을 론칭했는데 판매량이 20-30프로 성장을 해서 뿌듯했습니다.


한 가지 더 기억나는 사례는 IBM에 있을 때 진행했던 캠페인입니다.  보안 솔루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했던 캠페인이었는데, 조직 내 영업과 테크세일즈 그루(guru)들이 많아서 그분들의 프로필 사진도 찍고 그분들의 전문가적 역량을 집중조명했습니다.   당시 약했던 제품 경쟁력을 훌륭한 인적자원을 내세워 솔루션에 연결했던 캠페인이라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전문가를 통한 탁월한 전문적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당시 우리의 약점과 강점을 동시에 캠페인에 잘 녹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좋았다기보다 논리 정연하게 잘 구성했던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캠페인이었습니다.   



영업과 협업할 때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좋은 점은 영업 부서와 함께 큰 거래를 성공시켰을 때 보람이 무척 큽니다.  최근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자동차 기업의 '지속가능한(sustainable)' 행사에서 재활용 캡슐로 뭘 만들기도 하고 협업도 진행했었는데  ESG를 중시하는 두 기업이 뜻을 맞춰 뭔가를 하는 것은 B2B에서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의미가 더 컸습니다.


어려운 점은 자칫하면 영업 부서의 주도에 맞추느라 실망하거나 우울해질 수도 있다는 건데요.  영업 부서에서 함께 협업을 한다기보다 단순 지원 조직으로 대할 때, 예를 들어 기념품이나 달라든지, 고객 행사나 만들어 달라든지 등의 지원만을 요구하는 경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B2B 마케터가 종종 경험하는 일과 감정을 지적해 주신 것 같습니다.  조직의 비즈니스와 경향성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습니다만, 그런 어려움을 경험하는 B2B마케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늘 개선책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0년 차 마케터의 마케팅 인생 네 컷을 찍는다면 어떤 순간을 꼽으시겠어요?

#첫 번째 컷은?  

- 첫 회사에 마케팅 보조 알바로 입사해서 눌러앉기로 했던 순간이요. 하하하.  경영학과를 나와 경찰을 꿈꾸다 기업에 들어와 마케팅을 시작했으니 첫 컷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컷은? 

- 아무래도 이직한 회사들이 떠오르는데요.  안경 렌즈 회사에서 올해의 우수 사원상을 받았을 때를 꼽고 싶습니다.   전사적으로 인정받은 거라 생각하니 무척 뿌듯했었습니다.


#세 번째 컷은?

-  세 번째 직장 시무식 때 밴드 공연을 했었는데, 지우고 싶은 순간으로 컷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입사직후 회식에 참석해 노래방에 갔었는데, 당시 제 노래 영상을 임원분께서 영상 촬영해 임원방에 올리신 겁니다.  마침 시무식을 준비하는 팀에서 그 영상을 보고 시무식 때 노래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노래는 정말 부끄러워 못하겠고, 대신 당시에 제가 교회에서 드럼을 치고 있었던 터라 드럼을 치겠다고 하여 드럼을 쳤습니다.  낯선 직원들 앞에서 정말 부끄러웠던 기억이라 지우고 싶습니다.


드럼 친 것을 후회하나요?

- 두 번 다시 안 할 거지만 그래도 그때 하길 잘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래도 부끄러웠던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하하.


#네 번째 컷은?

- 영어 직책 이름 앞에  시니어(Sr)가 붙은 것. 현 직장에서 올해 5월에 승진을 했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업무도 확장되어 CRM뿐만 아니라 리드젠, 캠페인과 이벤트 등 전반적인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머나, 승진 축하드립니다.  업무 중 가장 잘 맞는 분야는 뭔가요?

-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숫자를 보고 ROI를 파악하는 등 데이터를 보는 일이 좋습니다.  그래서 CRM마케팅이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B2B 마케팅을 하고 싶다거나 혹은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후배가 있다면, 뭐라고 조언을 하겠어요?

-  우선 왜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B2B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면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후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고려해 보라고 조언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B2C와 다르게 자신의 성과가 불투명하게 보일 수 있고, 비즈니스에 여러 이해관계가 엮어 있기 때문에 항상 고려해야 하고, 영업 부서와의 소통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등을 온전히 이해하여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그만두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도 똑같이 이유를 물어보고 먼저 고민을 거듭해 보라고 조언하겠습니다.  회사 생활하면서 힘들 때 어떤 결정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여서 가능하면 휴가를 길게 쓴다든지 하여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 보라고,  왜 그만두고 싶은지 적어보고 그것이 힘든 것인지 다니고 있는 회사가 힘든 것인지 판단해 보라고, 자신이 약해져서 별것도 아닌 거에 이러는 건지 아닌지 고민해 본 후 결정하라고 말해 줄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을 빌어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왜 일하나요? 마케팅을 왜 하는 건가요?

-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계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을 선택한 이유는 제 성향과 잘 맞고 재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매트릭스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잘한 것은 더 잘하고, 못한 것은 교훈으로 삼아서 조직 내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돈을 써가면서 어떤 것이 잘되고 못되고를 판단해 볼 수 있다는 것, 즉 돈 쓰는 경험을 하면서 그 효과를 검증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마케팅이 아닌가 합니다.



일을 하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 먼저 마케팅 측면에서 말한다면, 예전에 효과가 있었던 마케팅 프로모션이 지금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품을 한 달 무료체험 후 구매 결정하도록 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낮은 단계의 리드젠으로 엄청 성공을 했습니다.  하지만 유사 프로모션을 하는 업체들이 생겨서 지금은 해당 프로모션을 하지 않고 대신할 프로모션이나 앞단에서 진행할 수 있는 소프트한 CTA(call-to-action)가 없을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조직에서 일할 때, 예전에는 침묵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자유로운 소통이 잘 안 되는 곳에서는 의견을 말하면 나댄다는 인상을 주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 직장의 문화가 누가 말을 하든 다 들어주고 피드백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보니, 평소 말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피드백까지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이런 조직문화가 이런 성향의 직원들을 유입시키면서 소통이 자연스러운 문화를 더 공고히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껏 일하면서 최악의 실수가 있었다면?

- 안경 렌즈 회사에 다닐 때 일입니다.  변색 렌즈 샘플을 수백 개 수입해서 안경사에 배포해야 하는 일을 맡았는데 착각해서 회사와 계약한 수입 배송사가 아닌 다른 배송사를 잘못 썼습니다.  그 바람에 샘플 수입 비용보다 배송비가 3배 이상 나오는 사태가 벌어졌지요.  당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서가 마케팅이 아닌 연구실이었는데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솔직하게 해당 부서에 가서 얘기를 했습니다.   큰 실수였는데 해당 부서장님께서 이해해 주시고 제 실수를 커버해 주셨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 해당 부서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감추려 하지 않고 상황을 알자마자 솔직하게 말씀드려 수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주요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전에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며 친분을 잘 쌓아두어야 큰 실수가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다시금 느꼈습니다.



앞으로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  조직 내외를 다 이해하는 마케터.  B2B 특성상 고객뿐만 아니라 영업, 내부 프로세스와 내부 마케팅의 사정을 모두 이해하고 아울러서 좋은 성과를 내는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조직 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부서별 성과 목표나 이해관계가 있다 보니 사일로(silo) 현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큰 그림을 이해하고 적합한 활동을 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 소통입니다.  나와 같거나 혹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함께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  책을 읽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이 인터뷰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면 더 좋은 것들을 개인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경험하려고 합니다.  



좋아하거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  '불편한 편의점' 같은 가벼운 책을 읽는 편입니다.  마음의 평안과 감성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데, 특히 사람 사는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현재 커피 회사에서 일하고 계시니 커피와 관련해 질문해 볼게요.  커피를 좋아하나요? 좋아한다면,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 하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3잔 이상씩은 먹는 것 같습니다. 모닝커피 한 잔, 점심 후 나른할 때 한 잔, 해질 무렵 또 한 잔.  회사에서 캡슐 커피를 무제한 제공하다 보니 전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된 것 같기도. 하하하.



자신을 커피에 비유한다면 어떤 커피인 것 같나요?

- 라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라테처럼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라테.  누구나 쉽게 라떼는 말이야~를 할 수 있는 그 라테군요. 하하하.  앞으로 라테는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는 사람처럼 여겨질 것 같습니다. 하하하



3년 후나 5년 후 업무 측면에서 목표가 있다면?

- 특별히 어떤 목표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점검하고 개선도 해나가면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지금의 김민기가 예전의 김민기에게 돌아가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 김민기로 돌아가서 얘기하고 싶나요?

- 15년 전 20살 대학생 시절의 김민기에게 돌아가 '많은 것을 해라.  가만히 있지 말고, 뭐든 많이 해라'라고 말하겠습니다.  제가 체대를 준비하다 다쳐서 전공을 변경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공을 바꾸어 입학하고 나니 의욕이 없어 집에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   정말 아까운 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나이니 공부든 노는 것이든 뭐든 밖으로 나와서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랬군요.  지금 만나본 책임님에게서는 수줍음 많은 마케터의 향기가 폴폴 나는데 20살의 김민기는 체대를 희망할 만큼 운동에 진심인 청년이었군요.  체대 입학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마케팅이란 업을 만나 또 다른 재능을 꽃피우고 계시니 좋은 추억으로 가슴 한켠에 남기셨길 바랍니다.  10년 차 B2B마케터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 1, 2권에는 눈여겨 볼만한 여러 구절이 나옵니다.  "........."


사실 편의점 일은 힘듭니다.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손님이 편하려면 직원은 불편해야 하고요.  불편하고 힘들어야 서비스받는 사람은 편하지요.


사실 마케팅 일은 힘듭니다.  다른 일이라고 안 그렇겠습니까만은, 요즘같이 다양하고 세분화된 시대에 마케팅은 참 힘듭니다.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내부 동료든 외부 고객이든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모두 고객인데, 고객이 편하려면 마케터는 불편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마케터가 불편하고 힘들수록 고객은 편해집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런 게 아냐.  사람은... 연결돼 있어.  
너가 그렇게 따로 떼어내... 함부로 처리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우리들은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따로 떨어져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혼자 일하는 것처럼 보여도 모두 주고받으며 소통을 합니다.  마케터의 일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혼자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통할 때 시너지가 크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동료든 고객이든 말이죠.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CRM과 같은 솔루션이든 조직 구성원 사이의 이해든 모두 관계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것이고, 소통이 원활할 때 서로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을 하는 행복 중에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투명하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동료들과 함께 뭔가를 성취해 냈을 때 맛보는 기쁨도 만만치 않게 끝내줍니다.



하지만 배워야 했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료는 말이었어.


그래서 우리 마케터는 조직 내 구성원들을 연결하기 위해 애쓰고 그 안에서 소통의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이 가장 효과적으로 서로를 연결할 수 있을지 자꾸자꾸 말하고 들으며 배워야 합니다.  마케터가 마케터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지치지 마시라'인데요.  지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연결해나가야 합니다.  조직 내부에서 외부 고객까지 이어 나가는 겁니다.  그 속에 마케팅 성공의 비결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기 책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소통하고, 먼저 배려하고, 친근하게 다가가 연결하려 애쓰는 마케터구나.  그게 억지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을 다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그의 숨은 노력까지는 마녀가 보지 못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담 없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마녀는 참 부러웠습니다.  


어떤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남들 보기에 삶을 술술 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김 없는 생각과 태도는 내공을 가진 사람의 것인지라 뺏어오고 싶을 만큼 질투 나는 것입니다.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고,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 하지요.  어떤 말을 하더라도 큰 감정의 기복 없이 조곤조곤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김민기 책임에게서 일류 고수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혹시 아직 그 경지가 아니라면 곧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응원을 전합니다.  제 말이 거짓말이 안 되려면, 김민기 책임님, 꼭 그렇게 되셔야 합니다! 부담 팍팍드리면서. 하하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재료는 말이라고 했잖아요.  지금 우리 옆자리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동료에게 친절하게 따뜻하게 응원의 말을 건네 보자고요.  "잘하고 있어요.  내가 조력자가 되어 줄게요.  우리 함께 힘 모아 해 보자고요!"

세상의 가을을 우리 마케터들에게 전하면서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 이 글은 어때요?

[더 토크뷰 시즌 2]

열한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서울 강남에 외국계 기업 다니는 마케터 전 과장 이야기
열두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1
               [더 토크뷰_CEO 편] 시를 사랑한 청년 CEO-파트 2



[더 토크뷰 시즌 1]

첫 번째. 개발자가 마케터를 만났을 때 
L [기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_이준하 수석
두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어쩌다 마케팅
세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네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4P 사용 종결자
다섯 번째. [더 토크뷰_개발자 편] #개발자에 진심인 편
여섯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B2B에서 보란 듯이 마케터
일곱 번째. [더 토크뷰_CEO 편]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
여덟 번째. [더 토크뷰_마케터 편] 더 잘될 수밖에 없는 마케터
아홉 번째. [더 토크뷰_홍보인 편] 관계력의 여왕
열 번째. [더 토크뷰_기획자 편] 그래도 기획, 결국 기획자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 마케팅 인사이트 2024'에 가봤더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