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털린 역설 Esterlin Paradox, 사회 부유층일수록 빈곤층 보다 더 행복하다는 답변과는 달리 지난 50년 동안 많은 서구 국가는 1인당 소득이 올랐음에도 국민의 행복 수준은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민행복수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At Pere Lathuille. 1879 (oil on canvas)
결론부터 얘기하면 인간은 돈보다는 내 주변 사람보다 더 많이 가졌는가 덜 가졌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주변 사람보다 덜 가졌다는 생각이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죠.
페이스북은 이런 사회적 비교 social comparison에 집착하는 우리 본능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그 잘난 타인의 삶의 초상을 무조건 받아들이면 들일수록 행복은 물론 정신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협력도 사그라듭니다. #사회적비교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사회 구성원보다 못 사는 것을 몹시 불쾌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가지지 못할 바에는 남도 갖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원을 기꺼이 희생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암소 한 마리를 가지고 있는 농부의 성실함에 반한 조물주가 소원을 말하라고 하자 '이웃집 암소를 죽여 주세요!'라고 답했다는 이 러시아 속담은 이런 우리 내면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의 '최후통첩 게임 https://blog.naver.com/hfeel/223081708377' 역시 이 속 사정을 반영한 것입니다. #최후통첩게임
두 명이 참가하는 이 게임은 한 사람(제안자)에게 돈을 주고 상대(응답자)와 몇 대 몇으로 나눌지를 제안하게 합니다. 제안 성립 여부는 상대 즉, 응답자의 답변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테면 응답자가 제안을 수락하면 제안자가 제시한 비율 대로 돈을 각각 가질 수 있지만, 반대로 거부하면 둘은 한 푼도 갖지 못하는 게임입니다.
이 모형을 전통적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면 응답자는 제안자가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제안자가 제시한 돈의 액수를 수락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 호모 이코노미쿠스이기 때문에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은 불로 소득이기 때문이죠. 그것이 1원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제안자 60퍼센트 이상 갖는 비율을 제시했을 때, 응답자는 모두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평균 60:40 비율이었을 때 응답자는 비로소 제안을 수락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심리 기제가 바로 '공정'입니다. 응답자 입장에서 설사 그것이 불로 소득일지라도 두 사람 간 관계를 고려할 때 제안자가 60퍼센트 이상 가져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웃집 암소를 죽여 달라!'라고 소원을 비는 것이죠. #공정
이 얘기 의미는 사회적 협력 또는 집단 내 협력을 단순하게 목표에 정렬시키는 리더십으로 끌어낸다는 발상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공정함'이라는 요인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따라서 협력을 얘기할 때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