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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n 14. 2024

사람이 마음 그릇의 울림판을 통해 함께 떨고 운다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15. 마음 그릇'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정신의 차림판은 무엇인가?

정신의 차림판이라?

사람이 정신의 차림판을 더욱 낫게 만들기 위해서는 갖가지 것들에 대한 앎을 깊고 넓게 만들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그 모양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니 모양 이전에 그 쓰임새를 다룹니다.

사람이 정신의 차림판을 만드는 것은 떨림에서 생겨나는 맛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역시나 차림판 역시 인간의 욕망에 의해 발전한 것이겠죠?

이 때문에 아무리 좋은 차림판이 있어도 떨림에서 생겨나는 맛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이 맛을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살맛 난다'는 표현 그리고 이전에 손때를 묻혔던 그림이 생각납니다.

서로 '사무치는' 현상을 생각해 보면 개념적으로는 떨림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떨림판을 통해서 남과 하나가 됨으로써 남을 알아주고 도와주는 일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은 떨림판을 가져야 다른 것과 어울려서 하나의 우리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체험이 부족해서인지 낯설기도 합니다. 공감의 기반이 떨림판일까요?


마음의 통 그리고 마음의 울림통의 떨림과 울림

계속 책을 보겠습니다.

한국인은 차림판과 떨림판으로 이루어진 마음의 그릇을 통과 같은 것으로 보아서 '마음보', '심보', '염통', '심통' 따위로 말해 왔다. 마음보는 '마음'과 '보'가 어울린 낱말로 마음이 담겨 있는 보자기를 뜻하고, 심보는 '심心'과 '보'가 어울린 낱말로 마음보와 같은 뜻을 갖고 있으며 <중략> 한국인은 마음의 통이 커서 일을 크게 벌이는 사람을 통 큰 사람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마음의 통 혹은 마음 그릇과 같은 개념이 한국말에 기저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마음이 커야 다른 것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보아서 '덕德'을 큰 덕으로, 인仁을 클 인으로 새겨 왔다. 이때 덕은 사람이 마음을 크게 이루는 바탕을 말하고, 인은 사람이 마음을 크게 이루어 나가는 뜻과 일을 말한다.

덕德과 인仁이 '큰' 것을 지향하는 이유에도 마음 그릇의 존재가 드러납니다.

한국인이 마음의 그릇을 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마음을 나와 남이 함께 떨고 우는 울림통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인은 마음의 울림통이 떨고 울어서 나와 남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판을 '살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음의 울림통이 제대로 떨고 울어서 일이 제대로 잘 풀려나갈 때, '살판이 났다'라고 말하고, 그렇지 못할 때, '죽을 판이다'라고 말한다.

마음 그릇은 생소하지만, '살판났다'는 표현은 익숙합니다. 이들이 같은 바탕 아래서 자라온 말이란 사실을 처음 깨닫습니다. 더불어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도 함께 깨닫습니다.

한국인이 말하는 마음의 울림통은 수직으로 펼쳐진 차림판과 수평으로 펼쳐진 떨림판이 하나의 통을 이루어 안팎에서 주어지는 대상들과 더불어 떨고 우는 것을 말한다. 구글링을 통해 '울림판'의 쓰임새를 보니 악기에서 주로 쓰는 말이었습니다.

다양한 악기에서 쓰였는데 공통점은 울릴 수 있도록 가운데가 비어 있는 구조물이란 점입니다. 비어 있어야 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치 차림판과는 대비되는 듯합니다.


교제와 교류는 함께 떨고 우는 일

욕망 이전의 욕구를 다루는 듯한 다발말입니다.

사람이 몸을 바탕으로 호흡하고 섭취하는 것은 언제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사람이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목숨을 이어갈 수 없다. <중략> 나는 저마다 따로 하는 임자로서 공기나 음식에 대해서 혼자 떨고 운다

다음으로 사회적 욕구 혹은 욕망을 다루는 글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바탕으로 교제, 교류, 교육하는 것과 같은 것은 때에 따라서 더할 수도 있고, 덜할 수도 있는 일이다. 사람이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생기지만, 목숨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슬로우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안전 다음에 위치한 욕구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교류와 교제는 떨고 우는 일을 전제로 하는군요.

한국인은 '나와 그는 교제한다', '나와 그는 교류한다', '우리는 교제한다', '우리는 교류한다'와 같이 말한다. 이때 나는 우리로서 함께하는 임자로서 상대와 함께 떨고 운다.

앞으로 교류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하고 있는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교제와 교류를 사전에서 찾아봅니다. 교제(交際)의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로 사귀어 가까이 지냄.

交(사귈 교)[2]와 際(이음새 제)[3]를 씨말로 합니다. 교류(交流)의 풀이를 보니 사람들의 교제 위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뜻하는 말입니다.

「1」 근원이 다른 물줄기가 서로 섞이어 흐름. 또는 그런 줄기.
「2」 문화나 사상 따위가 서로 통함.

물줄기는 임자 각자의 의미의 세계라면 그것이 만나서 흐르는 현상을 표현한 것이겠네요. 운치 있는 말입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자 사전을 찾아본 풀이 내용입니다.

[3] 한자 사전을 찾아본 풀이 내용입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7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71. 욕심이라는 원동력 그리고 마음을 갈고닦는 일

72. 느낌에서 비롯하여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 알아봄

73. 느낌을 만든 알음이 엮이면서 맥락을 형성하여 앎이 된다

74. 우리는 숨을 쉬는 유기체이고, 동시에 욕망하는 인간이다

75. 마주해서 보면 느끼게 되고, 이를 헤아리면 맛이 난다

76. 한국인은 상황을 즐길 때 '살맛 난다'라고 말한다

77. 맛보는 과정을 통해 본성이 습성으로 드러나는 배움

78. 생각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키우는 다양한 맛과 문화

79. 우리가 말하는 멋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는 맛

80. 대상이 비춰 주는 빙산 속 나의 줏대와 잣대

81. 떨림과 울림, 어울리다 그리고 매력

82. 차림과 알아차림 그리고 헤아림과 어림

83. 정신이 팔리면 NPC처럼 휘둘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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