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 ․ 공황 분투기
영국에서 온 뒤 가깝게 지내는 세영 언니가 나를 집에 초대했다. 튀김기를 산 기념으로 한국식 양념치킨을 해주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인들 사이에서 언니의 요리 솜씨는 유명했다. 영국에서 맛보기 힘든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들떴다. 희수와 정인이도 함께 모였다. 모두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이다. 종종 넷이 모여 수다를 떨곤 했다.
“지글 지글 지글.”
새 스테인리스 튀김기가 닭을 튀겨내는 소리는 우리의 식욕을 있는 힘껏 끌어올렸다. 튀겨진 닭들은 한 번 더 기름 안에 들어갔다가 준비된 양념 옷을 곱게 차려 입고 눈앞에 나타났다.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서 팡, 팡 폭죽 소리가 들렸다. 튀김이라면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지만, 집에서 갓 튀긴 닭에 직접 버무린 양념의 조합은 혀끝에 천상의 맛을 선물했다. 네 여자의 수다가 무르익을 때쯤 나는 그날의 사건(이전 글 참조해 주세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있지, 나 한 달 전에 진짜 신기한 경험 했잖아. 한밤중에 응급실에도 갔다니까.”
마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있었던 일을 시간의 순서대로 펼쳐놓았다. 곳곳에 묘사를 적절히 버무려 극적 효과를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 웬일이니, 세상에 같은 놀람의 표현들이 세영과 희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한 편의 서사극을 마치고 난 뒤, 양념치킨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때까지 잠잠하던 정인이 한마디 했다.
“언니, 그거 패닉 어택이야. 한국말로는 공황 발작이라고 하지. 얼른 의사 만나.”
“......?”
뭐? 패닉 뭐? 공황이라면 연예인들이 줄을 서서 고백하는 그것 아닌가? 내가? 왜? 나는 한 손에 닭을 든 채 3초간 ‘얼음’ 상태가 되었다.
“손 하고 발이 이렇게 모였지?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나도 영국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랬었어. 버거킹 매장에서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숨쉬기 힘들었지? 과호흡 때문에 그래. 산소가 한꺼번에 너무 많아져서. 언니, 그거 앞으로 계속 올 거야.”
정인은 자신의 손가락을 한 데 모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정말 그럴까. 공황 어쩌고일까. 남의 일이라 관심 있게 듣지도 않았던 단어가 정녕 나의 것이 되었단 말인가. 하긴 연예인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니 충분히 있을 수는 있는 일이었다.
“너 지금도 계속 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응, 하지만 나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아니까 괜찮지. 병원이나 빨리 가봐.”
정인은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 덕인지 그날은 나도 큰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가능성은 열어두자. 그래, 공황일지도 모른다. 원인을 모르는 것보다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아는 편이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한 번의 해프닝 혹은 미지의 사건으로 끝을 맺을 수도 있었던 사건이 안갯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했다. 양념치킨을 배가 터지도록 씹어 삼켰다.
* 영국 사는 용감한 주부의 불안 장애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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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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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나의 불안, 너는 누구냐
2부 - 일상 되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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