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 ․ 공황 분투기
코로나 이후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고들 하지요. 마스크 없이 학교 가고, 일터에 가고, 장을 보는 일, 혹은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입이 찢어져라 웃거나,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을 꼭 안아주는 일이 지금으로서는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코로나가 일상을 빼앗아 가기 전에 이미 그것을 잃어본 경험이 있어요. 바로 불안 장애 때문인데요, 건강염려증과 공황 장애를 겪었답니다. (아마 그전에 범불안장애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무기력과 우울감도 따라왔었고요. 2018년부터 목 이물감, 근육통 등의 증상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9년에 최고조에 다다랐다가 2020년 봄부터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어요. 간절히 바라던 일상을 되찾았지요.
한참 힘들 때 브런치에 글을 두어 편 올린 적이 있어요. 글을 쓰며 치유하겠다는 심산이었어요. 하지만 계속 쓸 수가 없더라고요. 매일 흐르는 눈물 닦기도 바빴고 밥 한 숟가락도 입에 넣기가 힘든데 어떻게 글을 쓴답니까. 제 마음 상태가 그렇게 하길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작년을 무탈하게 보내고 2021년이 되니 저의 불안 장애 분투기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겪기 전엔 몰랐는데 우리 주변엔 불안이나 공황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괴로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 때 다른 이들의 치유 과정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저도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게 이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예요.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생이 공황 장애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결혼을 했는데도 사회생활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부모님에게 손 벌리며 사나 봐요. 지인 입장에서는 그게 꼴 보기 싫었는지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정신없이 살아봐. 그럴 틈이 어디 있나. 한가해서 그래.”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하는데 속으로 화들짝 놀랐어요. 한가해서 그런 거 아닐 텐데. 공황 장애 심하면 사회생활 어려울 수도 있는 건데. 가족조차 이해를 못해주니 그분 참 힘드시겠다 생각했어요. 연예인들이 하도 고백을 해서 들어보신 분들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어요. 이해해요. 저도 경험하기 전까지는 몰랐다니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이게 두 번째 이유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 감기 걸려서 2주 동안 개고생 했잖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 공황 발작 오고 우울증 와서 프로작(우울증 치료제) 먹고 있잖아."라고 쉽게 떠드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보지 않는 사회를 꿈꿔요.
불안 장애의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데요. 다만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크게 한몫한다고 하는데요, 심리적, 사회적 원인에 따른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여러분들 중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경쟁이 미덕이 된 사회, AI이니, 가상현실이니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려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필수가 아닐까요.
이 말을 바꿔서 하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 장애, 공황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매우 활발한 성격에 사교성 좋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에요. 저에게 불안 장애니, 공황이니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답니다. 그러니 방심하시면 안 돼요. 혹여 증상이 나타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고 치료에 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차, 이 말을 빼먹을 뻔했네요. 누군가 어떤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발견되는 시기는 제각각이겠지요. 초기여서 간단한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말기라면 치료법이 달라질 거예요. 저는 불안 장애라 진단받는 데까지 1년 이상 걸렸지만 제가 볼 때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름 초기에 발견한 것이지요. 2019년 공황 발작이 4차례 왔지만 그 후론 괜찮으니 공황 장애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공황 장애는 공황 발작이 계속 오는 상황을 뜻하지요.)
제가 했던 노력들이 불안 장애나 공황 장애를 오래도록 달고 사셨던 분들에게는 너무 기본적이라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다 해보셨을 테니까요. 그러니 이 글들은 불안 장애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으신 분들, 약물 치료의 부작용이 두려워 그전에 뭐라도 해보고 싶으신 분들 혹은 그저 남들은 어떻게 불안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하는지 살짝 엿보실 분들을 위한 글이 되겠습니다. 저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어요. 한국 의료시스템과 다른 점도 있을 겁니다.
1부에서는 제가 지나온 경험들 위주로 풀었습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썼어요. 2부 마지막 부분에서는 평범하디 평범한 제가 불안과 공황을 겪으며 깨달은 것들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과 위로의 말을 담았습니다.
총 17편이고요, 목차는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부디 저의 작은 마음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 영국 사는 용감한 주부의 불안 장애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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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주부의 불안장애․공황 분투기
여는 글
1부 - 나의 불안, 너는 누구냐
2부 - 일상 되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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