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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창우 Feb 20. 2019

대안 학교 대안 아빠 #15

* 학교명이 두레학교에서 새음학교로 변경되었습니다. 



새음학교 12학년 졸업식을 다녀왔다.


4학년, -2학년 자녀를 둔 내가 12학년 졸업식에 왜 갔냐고? 일반 학교에선 어색할 광경이지만, 우리에겐 당연하다. 새음학교의 행사이니까. 새음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일이라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김밥이나 오뎅 국물을 주지도 않는데 가는건 자발적인 것이 맞다고 보면 된다. 어떤 자리건 큰 감동과 은혜가 있으니까. 엄마들만 득실득실한 것도 아니다. 아빠들도 제법 많이 참석한다. 아빠들의 무관심이 미덕인 교육 현실에서, 순수 아빠들 참여율로만 보면 전국 탑을 찍지 않을까. 우리 집만 해도, 와이프는 야근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나 혼자 가려다 4학년 지우도 데리고 갔다. 12학년 언니 오빠들의 졸업식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 내심 내가 바라는 장면은, 감동받은 지우가 내 품에 안겨 눈물을 훌쩍이는 것인데 내 바람일 뿐이다. 우리 딸, 조선시대 왕 중 하나의 이름을 붙이라면 '철종' 정도가 어울릴 만큼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제6회 새음학교 졸업식. 


올해는 19명의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이 아이들이 1학년에 입학했을 때, 새음학교는 아직 교실이 준비되지 않아 컨테이너 박스 두 개에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대학 리포트를 원고지에 적어 내던 시절 이야기 같지만, 불과 10여 년 전의 컨테이너 박스 교실 이야기는 새음학교의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 아이들이 12년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을 했다. 우리도 대안학교를 보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용감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정말 컨테이너 박스로의 등교를 허락한 당시 부모님들, 그리고 좋은 공교육 선생님 자리 모두 마다하고 기꺼이 두레 컨테이너 수업을 택하셨던 선생님들은 정말 차원이 다른 용기와 믿음을 가졌던 분들이다. 리스펙트 합니다. 


졸업식에서 확실히 느꼈다. 


새음학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학설명회가 아니라 12학년 졸업식에 와보셔야 한다. 이 곳에서 12년을 보낸 아이들의 얼굴에는 각자의 몽타주에 가장 어울리는 미소들이 환하게 걸려 있다. 절대로 인위적으로 낼 수 있는 김치~ 치즈~ 스마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이크 앞에 선 아이들, 말들은 어찌나 잘하는지. 메시지도 훌륭하고 여유와 유머가 넘쳐흘렀다. 새음학교는 한 학년 20~25명으로 12학년을 함께 보내는 학교다 보니, 사회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사회성은 단순히 알고 지내는 사람 수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관심과 믿음, 그리고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란 것을 이 친구들을 보면 확신하게 된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사람들이 새음학교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바로 진학 문제이다. 대안학교다 보니 검정고시를 쳐야 하고, 학원도 금지되는 곳에서 과연 아이들이 진학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나도 수십 번 들었던 질문인데 두레 선생님들은 어떻겠는가.


대학 진학에 대한 이야기는 새음학교에서 살짝 금기시하는 부분이다. 새음 교육이 입시 교육이 아니다 보니 과연 대학에는 제대로 진학시킬 수 있는지, 많은 분들이 물어보신다. 해가 갈수록 입학설명회 때 대놓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아주 돌려 돌려 젠틀하게 질문하시지만, 결국 고민은 모두 같았다. 우리 아이는 7년 키워보니 SKY를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괜히 믿음, 인성, 행복 등을 추구하느라 이 학교에 보내서, 우리 아이의 학업적인 포텐셜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새음 선생님들이 모두가 겸손하시기도 하고, 새음 교육의 가치와 우선순위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새음학교는 학생들의 진학보다는 진로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한다. 그래서 학원이 금지되어 있다. 1학년 때부터 자기 주도 학습을 몸에 익힌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땐 확실히 일반 학교 아이들보다 조금 느리다. 저학년 학생들이 무슨 자기 주도로 공부를 하겠는가. 자기주도 놀이를 하는거지. 이렇게 공부를 안 해도 되나 싶을 때도 많아서, 조급한 부모면 버티기 힘들다. 대신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토론을 많이 하고, 부모님과 선생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찾고,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되어 그 꿈을 향해 서로 응원해주고 손뼉 쳐주는 곳이 새음학교다. 이런 이야기는 참 많이 했다. 선생님들도 이런 이야기만 항상 해 주신다. 


그래도 한 번 털고 가자. 할 건 해야지. "아니 됐고, 그래서 대학은 어떻게 됐냐니까" 질문에 누군가는 한 번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새음 학교의 진학 이야기는,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공동체에서 '세상적'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괜히 학교에 누가 될까 봐 이걸 쓸까 말까 조금 고민을 했는데, 세상적인 것은 내가 다 해버리자. 


올해 19명의 재학생, 그리고 2명의 재수생, 총 21명이 대학입시에 도전했다. 


그 결과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동대, 명지대, 수원대 등에 합격했다. 그리고 몇몇은 자기 꿈을 찾아서 항공정비, 바리스타 전공을 선택했고, 체육을 전공한 친구는 한체대, 목회자를 꿈꾸는 친구는 장신대, 멋진 군인이 되고 싶은 친구는 육사에 합격했고, 미국과 일본 대학으로도 한 명씩 진학했다. 그리고 두 명의 친구는 모두의 응원과 기도 속에 재수를 길을 가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SKY 포함, 좋은 학교에 진학을 많이 했다. 컨테이너에서 시작해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 새음학교의 모든 자양분을 흡수한 아이들이 낸 결과물이다. 


새음학교 졸업식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SKY에 간 친구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졸업생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었다. 그런 따뜻한 눈빛들로 서로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진정한 12년의 우정이었다.  


세상적인 글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은,

새음학교는 진학을 잘 시키는 것이 목적인 학교는 아니지만, 그 학생이 공부에 재능과 뜻이 있다면 새음학교의 교육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최고의 선생님들 덕분이다. 12년의 행복한 학창 시절은 덤이다. 그러니,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마음속에서 새음 학교의 학업적인 부분의 의구심은 지우셔도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졸업생 한 친구의 표현처럼, 노동청에 신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선생님들, 


여러분들의 교육은 언제나 옳았고, 앞으로도 옳을 것입니다. 항상 감사하고 기도합니다. 


졸업생들, 그리고 축하해주는 재학생들


새음학교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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