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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Oct 24. 2016

17. 직장인의 자기탐색 - 페르소나

풍요로운 직장 생활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적절한 가면이  필요하다.

지난 회의 글에서 성격유형 검사의 종류를 살펴보았다. 나는 성격유형에 관심이 높아서 에니어그램 검사를 자주 해주는 편이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크게 3개의 중심과 각 중심별 3개 유형씩 총 9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3개의 중심은 관계와 감정을 중요시하는 가슴 중심, 논리와 사고를 중요시하는 머리 중심, 본능과 직관을 중요시하는 장 중심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나와 친분이 있던 몇 사람은 내가 예상했던 결과와 달라서 당황했던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혼자서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던 사람이 관계 중심 가슴형으로 나온다던가, 논리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사람이 직관 중심 장형으로 나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렇듯 본인의 원래 성격과 달리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페르소나(persona)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원래 페르소나는 그리스의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데 심리학적인 용어로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만든 이론에 쓰이게 되는데 그는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가면)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루어 간다고 한다. 페르소나를 통해 개인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고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성립할 수 있게 된다. [출처:위키백과]


한마디로 모든 사람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인데, 특히 직장인의 경우에는 페르소나의 형태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에니어그램 검사 결과는 갈등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인 장 중심 9번 유형인데, 직장에서는 적극적인 사고나 활동을 요구하여 어려움을 좀 겪었다. MBTI 성격 유형검사를 해보면 에너지가 내면을 향하는 내향형이고, 세상을 인식하는 기능은 사실적인 감각보다 본능적인 직관을 따르는 유형이다. 이러한 성격임에도 20년간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기에는 외향적이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동료와 업무 협력을 해야 하고, 육하원칙에 따른 보고서를 많이 작성해서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음의 가면인 페르소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 pixabay


물론 자신의 성격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모습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 아마도 거의 천직에 가까운 행복한 직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직장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다. 무조건 나의 생각만을 주장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럴 때마다 순간적으로 상황에 적절한 페르소나를 써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떼를 쓰거나,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이 제일 많이 쓰는 가면은 아무런 표정 없는 가면일 것이다. 이를테면, 친구들과 카드게임을 할 때, 결코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관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 아래와 같이 통계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온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직장인 1천8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중 억울하거나 답답한 화나는 순간'에 대해 설문한 결과 '별것 아닌데 트집이 잡힐 때'(47.8%·복수응답)란 답이 가장 많았다고 19일 밝혔다. 이어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도 바꿀 수 없을 때'(41.6%), '억울하게 혼날 때'(39.5%), '인격모독 발언을 들을 때'(38.6%),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을 때'(37.4%), '야근, 주말근무 등 초과 업무를 해야 할 때'(36.5%), '독단적인 결정에 따라야 할 때'(33.5%), '성과나 능력을 과소평가받을 때'(31.3%), '휴일에 회사 행사 등에 동원될 때'(28.3%), '원치 않는 회식에 강제로 참여해야 할 때'(23.6%), '업무 외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줘야 할 때'(20.6%) 등의 순이었다. 화가 날 때는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가장 많은 46.3%(복수응답)가 '참고 표현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정색하며 표정을 굳힌다'(37%),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등 말을 안 한다'(18.8%), '욕을 한다'(6.4%), '운다'(3.5%), '소리를 지른다'(3.1%) 등의 응답이 있었다. [출처:연합뉴스 2016. 10. 19.]


페르소나를 쓰고 살다 보면, 가끔씩 나의 진짜 모습이 무엇일까 고민에 빠질 수도 있는데, 내 본래 모습을 알려주는 성격유형 검사가 이럴 때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성격유형 파악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내가 지금 진짜 자신의 얼굴이 아닌,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가면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일 뿐, 내 본래의 모습은 아니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무표정한 가면 이외에도 많은 가면이 필요할 수 있다. 싹싹한 후배의 가면도 있고, 인자하거나 단호한 상사, 자신감 넘치는 발표자의 가면 등 수시로 바꿔야 한다. 발표를 앞두고 가슴이 쿵쾅거린다면, 조금은 뻔뻔하고 자신감 넘치는 가면을 쓰면 된다. 서비스나 영업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고객 앞에서는 미소를 띤 가면을 써야 할 것이다. 모두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페르소나들이다.


내 삶을 돌아보니 겉과 속이 다르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페르소나를 쓰면서 살아간다. 가면을 벗는 유일한 시간은 잠자리에 들 때뿐이다. 저 사람의 행동은 그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그도 가면을 쓰고 있다 생각하면 나에게도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나도 적절한 때에 가면을 골라 쓸 수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으로 보이는 가면을 가져올 수도 있다. 내 안의 진실한 모습과 바깥의 페르소나가 조화를 이룰 때에 삶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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