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Oct 24. 2022

졸라 겁대가리 없는 오트우유, 오틀리 성공이유(자세히)

16 - 말뫼(스웨덴), 오틀리

이 글은 오틀리의 성공 이유가 자세히 설명 된 버젼입니다. 빠르게 오틀리의 성공 스토리에 대해 간단히 알고싶은 분들은 링크를 이용하시면 간추린 내용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카페 가서 오틀리 한 번씩은 봤지?

(출처 : Unsplash)

굳이 특별히 비건이거나 환경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오틀리(Oatly)'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굳이 힙한 카페가 아니라 웬만큼 큰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쉽게 오틀리를 찾아 마실 수 있게 됐다. 


오틀리는 그저 오트 우유를 만드는 식품회사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는 스타벅스 CEO인 하워드 슐츠, 오프라 윈프리, 나탈리 포트먼 등이 참여하는 투자 그룹 Roc Nation에서 2,858억 원을(2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2012년 254억 원(1.99억 스웨덴 크로나) 수준이었던 매출은 2021년 9,206억 원(6.43 억 달러)으로 36배나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성공적으로 나스닥에도 상장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며 애플,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이제 오틀리는 관용적 표현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없어서 못 파는'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패키지만 봐서는 그렇게 까지 대단한지 모르겠는데, 도대체 오틀리가 뭐고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까지 성공적인 브랜드가 된 걸까


읭? 유당불내증 환자를 위한 건강한 오트 우유, 오틀리?


(출처:the challenger projcect)

오틀리는 1985년에 처음 개발됐지만, 사실상 우리가 아는 오틀리는 2012년에 제대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에서 유당불내증을 연구하는 리카드 어스떼(Rickard Öste) 교수는 1985년 귀리 우유 가공법을 개발하고 1994년에 오틀리를 설립했다. 초창기의 오틀리는 유당불내증을 겪는 사람들이나 비건인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조용히 찾아 먹는 브랜드였으므로 스웨덴 내에서도 크게 존재감을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틀리는 토니 피터슨이 2012년 CEO가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된다.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그와 함께 수년간 협업했던 광고회사 출신의 존 스쿨크래프트(John Schoolcraft)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는 일이었고 이 둘이 오틀리에 오며 오틀리는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 오틀리가 만들던 오트 우유라는 내용물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출처:Packaging news)

2012년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했던 오틀리의 패키지 디자인부터 변화를 주었다. 과거 오틀리의 패키지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주 뻔한 식품 디자인이었다. 새로 바뀐 패키지는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오트 드링크라는 점을 강조하고 누가 봐도 한눈에 오틀리임을 알 수 있게끔 새로 디자인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패키지 리디자인 작업으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 이 패키지의 변화는 오틀리가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부터 오틀리가 어떻게 게임의 판을 뒤엎었는지 본격적인 오틀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유전쟁(the milk war), 오틀리가 다시 태어난다

(출처:Slush 유튜브)

오틀리는 2015년 "우유 같은 거, 근데 이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It's like milk, but made for humans)"라는 내용의 굉장히 도발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틀리는 우유는 송아지들이나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사람이 먹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오틀리가 진정으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 세계 인구 75%가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어 우유를 먹을 때마다 곤란을 겪는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오틀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축이 자동차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주범임을 감안하면, 우유를 줄이고 젖소를 줄여야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는 말까지 된다. 그래, 소젖 대신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오틀리를 먹어야 하는구나!


당연히 기존의 유제품 회사들이 오틀리의 당돌한 도전을 달갑게 여길리 없었다. 오틀리는 곧 스웨덴 유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LRF Mjölk라는 단체에서 고소를 당한다. 


(출처: Slush 유튜브 채널)

어쩌면 이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소송은 당연히 예상했던 수순인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하게 온실가스를 생산해서 지구를 망치고 있으며 오랜 세월 기득권을 유지해온 악독한 거대 유업계가 환경에도 좋고 사람에게도 좋은 오트 우유를 만들어 내겠다는 선하고 작은 기업을 가만히 둘리 없었다. 


대다수의 회사들은 싸움에서 질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오틀리는 거대 유업계가 크고 기득권을 가졌다고 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을 막으려 해서는 안된다며 '졸라 겁대가리 없이(Fucking Fearles)' 정면 승부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몬산토 같은 졸라 겁대가리 없으면서 악한 회사도 있지만, 오틀리는 졸라 겁대가리 없으면서도 선하기 때문이다.


오틀리는 기존 유업계가 오틀리를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에 낱낱이 공개하기로 했다. 할리우드의 스케치 아티스트를 고용해 소송 과정을 그려서 SNS 계정에 공유할 뿐 아니라 고소에 대한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했다. 


이미 '우유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마케팅 문구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거기에 소송 과정마저 공개해버린다는 것은 당연히 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권할만하지 않은(not advisable)'전략이었다. 하지만 오틀리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법적인 문제가 있을 여지가 있어도 졸라 겁대가리 없이 그대로 실행했다. 다만, 기왕한다면 제대로 해야만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HQU0MB0D5A

(출처:Oatly 공식 유튜브)


스웨덴 유력 일간지에 유업계의 부당한 대응을 광고로 알리기도 하고, 오틀리의 CEO인 토니가 전면에 나서서 귀리(오트) 밭의 한가운데에서 오틀리의 오트 우유를 한 컵 따라놓고 "우유 같은 거, 근데 이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와! 소가 아니네?(It's like milk, but made for humans. Wow No COW)"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정면승부인 이상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알리기로 했다.


(출처 : Alfred London, Slush 유튜브 채널)

결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에 불구경과 싸움구경만큼 재밌는 게 없다. 오틀리와 기존 유업계의 우유전쟁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고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들은 앞다투어 유래 없는 '우유전쟁'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출처:Slush 유튜브)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상 기존 유업계도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2019년에 스웨덴의 거의 독점에 가까운 유제품 업체인 Arla는 “오직 우유만이 우유 같은 맛이 난다(Bara mjölk smakar mjölk, Only milk tastes like milk)”는 슬로건으로 맞대응을 하기로 했다. 우리말로 하자면 무유(Pjölk) 대신 우유(mjölk)를 마시라는 의미의 광고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lCUvuHFsc&t=29s

(출처: Arla 유튜브 채널)


오틀리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유업계의 반격조차 미리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오틀리는 가장 오틀리스럽게 대응한다. Arla가 오틀리를 조롱하며 사용했던 우유와 유사한 단어들 "pjölk", "trölk", "brölk", "sölk"를 오틀리의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하고 역으로 오틀리가 이 단어들을 직접 사용했다. 그제야 Arla는 부랴부랴 자기들이 먼저 광고에 사용했으니 오틀리의 상표권 등록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


오틀리와 유업계의 싸움은 이제 누가 맞고 틀리냐의 문제보다 두려움 없이 재밌는 방식으로 진실을 알리려 하는 오틀리와 기득권을 지키고자 진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전통 유업계의 싸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우유전쟁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법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오틀리의 이야기에 훨씬 매력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오틀리는 회사의 이름과 제품을 아주 손쉽게 알릴 뿐만 아니라 매출도 10배나 늘어나게 된다. 


오틀리는 언더독 구도와 친환경적인 캐릭터를 이용해 이길 수밖에 없는 전장으로 거대 유업회사를 이끌어냈고 그곳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당당히 승리를 거두어냈다. 분명히 오틀리는 스웨덴 국내에서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될만한 어마어마한 승리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훨씬 더 큰 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전쟁을 시작한다

(출처:Infinite Foods)

2017년 오틀리는 스웨덴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며 완전히 다른 전략을 전개한다. 스웨덴에서야 오틀리를 아는 사람은 알아서 찾아서 마시는 수준의 인지도라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오트 우유는 사실상 거의 소비되지 않고 있었다. 오틀리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 Pacific Foods가 오트 우유를 팔고 있기는 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에 사실상 오틀리는 미국 오트 우유 시장을 완전히 새로 개척해야만 했다.


자국인 스웨덴에서는 아무리 날고기는 오틀리였어도 미국에서는 다시 맨바닥부터 시작을 해야만 했다. 미국에는 거대한 자본을 가진 거대 식품기업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이곳에서는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을 선택했다. 바로 로컬 커뮤니티의 중심인 로컬 카페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토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판매량은 소매점에서 나오지만, 수요는 커피숍에서 만들어집니다(The volume comes from retail, but the demands is created in coffee shops)"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컬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우유에 대한 이해도와 관여도가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 우유에 있어서는 전문가인 바리스타들을 먼저 설득하면 로컬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만들어낸 수요를 기반으로 소매점에서 큰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출처:Unsplash)

오틀리는 커피 레시피에 어울리게 질감과 맛을 조정한 바리스타용 오틀리를 개발하고, 로컬 카페들을 꾸준히 방문하며 바리스타들과 친분을 쌓고, 오틀리 무료 샘플을 제공하면서 바리스타들이 오틀리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미국 커피 커뮤니티는 특이하게도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이를 열정적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에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오틀리가 퍼져나갔다.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라 콜롬베(La Colombe) 같은 유명 스페셜티 카페의 바리스타들이 오틀리를 사용하고 바리스타들도 고객들에게 오틀리를 먼저 제안하면서 우유를 오틀리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 오틀리의 미국 사업 총괄인 (Mike Messersmith)는 한 인터뷰에서 인텔리젠시아 음료의 13%는 오트 우유로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Starbucks 공식 홈페이지, CNBC)

커피업계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며 미국 내에서 오틀리라는 브랜드를 알린 결과, 오틀리는 2020년에는 스타벅스 매장 중 일부에 공급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할 수 있었다. 고객들의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말 그대로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와서 한때는 아마존에서 정상가의 3배의 가격에 판매가 되기도 했다. 오틀리는 이러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2019년 뉴저지를 시작으로 21년 유타에 두 번째 공장을 설립했고 23년을 목표로 텍사스에 세 번째 공장까지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오틀리는 전 세계적인 바리스타 커뮤니티인 온라인 매거진 '헤이 바리스타(Hey Barista)'를 발행하고, 매년 작지만 개성 있는 미국의 바리스타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빅 아이디어 보조금(Big Idea Grant)'로 직접 지원하며, 청각 장애인이 바리스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 조용한 바리스타(Project Silent Barista)'를 진행하는 등 진정성 있게 커피 커뮤니티가 오틀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로고 뒤에 사람 있어요!

오틀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쉽고 재밌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지루한 내용도 없다. 그 이유는 오틀리 초기에 CEO 토니가 등장한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저희는 스웨덴 오트만 사용합니다. 세계 최고기 때문이죠'같은 뻔하디 뻔한 대사를 주문하는 스탭에게 토니는 그게 말이 되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토니는 뻔하고 진부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극혐 하는 사람이다. 


그런 토니와 그의 든든한 지원군 존이 오틀리를 운영하고 있기에 오틀리는 ROI가 어쩌니저쩌니를 따지지 않고 과감하고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자기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초기에 오틀리를 알리기 위해 집행했던 옥외광고들을 보면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어쩌다 한 두 번 그러다 마는 것이 아니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그 톤과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틀리가 전개한 '너의 숫자를 보여줘(Show us your numbers)' 캠페인은 위트를 잃지 않고, 그들의 핵심적인 장점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며, 오틀리가 가진 진정성을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캠페인 중 하나다. 


식품업계는 사실 인간이 만드는 기후변화 요인의 1/3을 차지할 만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산업이다. 분명히 바뀌어야 하고 무언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 필요성을 느끼기도, 계속 유지해온 일상을 갑자기 바꾸기도 쉽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오틀리는 식품업계 최초로 자신들의 탄소발자국을 기재했고 다른 식품업계 업체들에게 당신의 탄소발자국은 얼마냐고 묻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아주 먼 과거에는 아무도 식품에 칼로리나 영양정보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판매되는 식품에 그런 정보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것처럼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행동이었다.


오틀리의 CEO인 토니 피터슨(Toni Petersson)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오트 우유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업(We're not in the business of oat milk, We're in the business of change)'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틀리를 마시는 것은 맛이나 영양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게다가 채식이나 비건으로 갑자기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려워도 라테에서 우유를 오틀리로 바꾸는 것 정도는 누구나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오틀리는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출처:the Challenger project)

지속가능성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지만 자칫하다가는 지루해지기 쉽다. 만약 오틀리가 지속가능성이나 기후변화 같은 주제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도덕성이나 강조하는 브랜드였다면 절대로 지금 우리가 아는 브랜드 이미지의 오틀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틀리 특유의 위트 있는 감성이 가득 담긴 수많은 캠페인과 너의 숫자를 보여줘(Show us your numbers)가 합쳐지며 오틀리의 진정성과 매력은 더 강조된다.


오틀리는 평소에 신나게 까불고 친구들을 웃게 해 주지만 동시에 생각도 엄청 깊어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친구 같다. 그냥 마케팅적인 선언이나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그린워싱이 아니라 오틀리의 로고 뒤에 진정으로 환경을 걱정하는 진짜 사람이 있음이 느껴진다. 어디서 어떤 캠페인을 하든지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소통하든지 오틀리스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오틀리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녹여 브랜드 이미지를 아주 확고하게 형성했다.


'졸라 겁대가리 없는(Fucking Fearless)' 오틀리의 다음이 기대된다. 졸라

말뫼의 눈물이라고 불린 골리앗 크레인과 말뫼의 현재 모습(출처:Wikimedia Commons, Unsplash)

오틀리의 본사는 스웨덴 말뫼에 있다. 2003년 말뫼에 위치한 조선소의 세계 최대 크기의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으로 팔리며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 그 말뫼다. 말뫼의 자부심이었던 골리앗 크레인이 실려가던 그날, 이를 중계하던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을 내보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말뫼의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말뫼의 눈물'이라고 불렸던 바로 그곳이 오틀리의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모두가 끝난 것만 같던 말뫼에서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서 어마어마한 경력을 쌓아온 사람도 아닌 토니와 존이 가장 오틀리 다운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훌륭한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에서도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있다. 더 이상 말뫼는 쇠락한 공업도시가 아니라 월드 클래스 크리에이티브로 무장한 세계에서 가장 힙한 브랜드의 고장이 되었다.  


(출처:Oatly 유튜브 채널)

오틀리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그들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오틀리는 '우유전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전통 기업을 거대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길 수밖에 없는 전장을 형성했다. 물론 오틀리의 과감한 행보는 법적인 다툼을 예고했고 실제로 스웨덴 유업계는 법적인 대응을 실시했다. 초기처럼 기능에만 집중하고 소비자를 비건과 유당불내증 환자로만 규정하면 절대 할 수 없었던 결정이었다. 


오틀리는 소 한 마리가 차 한 대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유업계의 환경파괴 현실을 꼬집고, 환경에 대해 진정성을 위트 있게 커뮤니케이션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우유라는 내용을 진정성 있게 전달한 결과 사람들의 열광을 이끌어 냈다.


법적인 기준에서는 오틀리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2015년 오틀리가 LRF Mjölk와의 소송에서 지고 우유가 건강에 좋지 않음을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틀리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철학과 이야기를 전달하며 찐팬들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 냈다. 오틀리의 성장세를 볼 때 찐팬들은 법적인 기준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오틀리가 '졸라 겁대가리 없이(Fucking Fearless)'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치러야 한 비용은 분명한 존재하지만, 그 비용보다 훨씬 더 큰 팬이라는 자산을 얻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CEO Toni Petersson, CCO John Schoolcraft(출처:The Sunday Times, the Challenger project)


그런데 지금까지 이 글을 쭉 읽으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낀 적 없는가? 오틀리는 스웨덴 기업인데도 우리가 광고를 읽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바로 오틀리가 집행해온 광고들이, 제품 패키지가 모두 영어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오틀리는 미국 진출 이전에도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해왔다. 스웨덴 기업이 스웨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데 영어를 쓴다고 스웨덴어를 파괴한다는 비난까지 받았던 적이 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스웨덴 사람들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그래도 스웨덴어보다 영어가 편하진 않을 것이다. 오틀리는 왜 스웨덴 자국에서의 캠페인 전략조차도 영어를 선택한 걸까? 


그건 아마 그 당시부터도 오틀리의 전장을 스웨덴 국내로만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2015년 이미 '우유 같은 거, 근데 이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It's like milk, but made for humans)' 전략을 실행할 때부터 전 세계로 오틀리를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닐까? 오틀리의 재치 있어 보이는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한치의 흔들림이 없이 지속성 있게 사업을 전개해왔다는 점이 더 멋있게 느껴진다.


(출처: Slush 유튜브 채널)

오틀리는 귀리 우유의 기능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오틀리에 온전히 녹여내고 가장 자신들 다운 방식으로 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그들만의 매력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철학을 전달했다. 시장에 균열을 만들어 내는 도전자가 되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과정을 오틀리스럽게 해결해나가며 오틀리 팬들의 진짜 친구가 되며 세계에서 가장 힙한 브랜드가 되었다. 


나스닥에 상장을 한다는 것은, 이제 오틀리가 주주의 이익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과연 오틀리가 계속 지금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몬산토 같은 빌런이 아니라 좋은 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상장 이후부터가 가장 관건이다. 어쩌면 그들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힙한 브랜드 중에 하나인 오틀리가 앞으로 또 어떻게 비즈니스를 전개해나갈지 기대가 된다.


가장 오틀리스럽게, '졸라 겁대가리(Fucking Fearless)'없게 말이다.


뉴 로컬 시리즈

여는 말

로컬(=시골)에는 미래가 있을까?


로컬 헤리티지 (전통 로컬 브랜드)

군산 토박이들이 바라본 이성당이 잘 나가는 진짜 이유 (군산, 이성당) (Editor's Pick)

세상에, 700억을 투자받은 카페가 있다고?! (강릉, 테라로사) (Editor's Pick)

성심광역시에 오세요, 대전이 있어요 (대전, 성심당)

  성심당을 튀소로만 알고 있으면 반도 모르는 거라구요? (성심당 Deep dive) (Writer's Pick)

이제는 부산어묵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어떤 부산어묵 (부산, 삼진어묵)

아마존에 K-호미 팔 생각은 도대체 누가 했을까? (영주, 영주대장간)


뉴 로컬 (신생 로컬 브랜드)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고 있는 그 카페(부산, 모모스커피) (Editor's Pick)

롤스로이스만큼 완성도도 높고 비싸다던 막걸리의 다음은? (해남, 해창막걸리) (Editor's Pick)

도대체 무슨 유튜버가 유키 구라모토를 김제에 오게 해? (김제, 오느른)

제주도에서 가장 제주스러운 곳이 어디냐 물으신다면 (제주, 해녀의부엌)

지금 가장 서울스러운 브랜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서울, 젠틀몬스터)

카페진정성은 과연 어떤 진정성이 있었을까 (김포, 카페진정성)


글로벌 로컬 (해외 로컬 브랜드)

지역의 매력을 제일 잘 전달하는 세계 유일 로컬 편집숍 (일본 도쿄, 디앤디파트먼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 이야기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앤컴퍼니)

무인계산의 시대, 혹시 수다계산대는 들어봤어요? (네덜란드 베겔, 윰보)

졸라 겁대가리 없는 오트우유, 오틀리가 성공한 이유 (스웨덴 말뫼, 오틀리)

샌들에 양말 신는 나라에서 럭셔리 아이웨어가 나온다고?(독일 베를린, 마이키타)

로컬이 된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이탈리아 솔로메오, 브루넬로 쿠치넬리)

커피보다 총 얘기를 더 많이하는데 상장까지 한 커피회사 (미국 유타, 블랙 라이플 커피 컴퍼니)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YK0ez-pF5Q8&list=PL0x2tW4WYWX7DwKIyW8Kx3pweyB-VmXnU&index=7&t=3s


https://www.oatly.com/oatly-who


https://thechallengerproject.com/blog/2016/oatly


https://happist.com/578285/%EC%8A%A4%EC%9B%A8%EB%8D%B4-%EB%B9%84%EA%B1%B4%EC%8B%9D%ED%92%88-%EB%B8%8C%EB%9E%9C%EB%93%9C-%EC%98%A4%ED%8B%80%EB%A6%ACoatly-%EB%AF%B8%EA%B5%AD-%EC%9A%B0%EC%9C%A0%EC%8B%9C%EC%9E%A5-%EC%A7%84


http://www.hotelrestaurant.co.kr/news/article.html?no=10675

매거진의 이전글 졸라 겁대가리 없는 오트우유, 오틀리 성공이유(간단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