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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Aug 10. 2019

영양아마-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

아마일지 / 쉬리 (찬 엄마)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
-조지 버나드쇼-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는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따뜻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은 정성이 들어가 애정어린 음식이 되며
타인에게 애정어린 음식이 전해져 오는 순간, 우리의 삶과 일상에 행복과 따스한 위로가 된다.

Round 1. 엄마! 오늘 짜장 해 줘!~
일주일전 운영이사님으로부터의 전화 한통... 다음주 영양 아마들의 메뉴 자율권과 재량을 무한 신뢰하고 지원해주신다는 말씀인데 나의 걱정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첫날은 볶음밥, 둘째날은 카레까지 결정되었다고. 순간 떠오른 메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맛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그 어느 누구도 실패할 수 없는 맛.. ㅋㅋ) 나름 자신있는 '토마토 리조또' 였다. 운영이사님도 흔쾌히 ok! 재료도 내가 구입해서 청구하면 된단다. 그래서 소스만 준비하고 당일 아침까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찬이가 내 귀에 속삭이며 하는 말..
"엄마~ 오늘 엄마가 영양 아마지? 엄마! 오늘 짜장 해 줘!~ 나 짜장 먹고 싶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는 분명 토마토 리조또 맛있겠다고 했던 찬인데...
우리 찬이.. 표현은 안해도 엄마가 처음 영양 아마를 한다고 나름 기대가 큰가보다.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전날 준비해 놓은 재료에  짜장 소스 하나 더 얹어 챙겨갔다. 터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밝게 인사하며 환하게 맞이해주시는 항아리.
" (조심스레) 오늘 점심 메뉴를 짜장으로 해도 될까요?"
"(크고 반갑게) 아이쿠~ 그럼 좋지요.  안그래도 리조또라는 소문을 들어서 처음 먹어보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 살짝 걱정했어요"

준비해 간 토마토 소스는 가방 깊숙이에서 꺼내지 않는 걸로~~ㅋㅋ

그래서 오늘의 점심 메뉴는 짜장밥(강남콩밥 대신), 버섯 된장국, 야채계란말이, 오징어애호박부추전(세발나물 무침 대신)로 결정!

Round 2. 냉장고야 부탁해!!~~
설렘 반 긴장 반,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전 간식은 요거트, 어제 저녁 겨울의 말씀으로는 배달되는 떠먹는 요구르트라서 오전 간식은 무난할꺼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요거트 배달이 안 되었다. 아마도 과일 간식이 많아서 이번엔 패스된 것 같다는 부연 설명.
그러고보니 복숭아 2상자과 커다란 수박 2통이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박은 어제 먹었기에 복숭아로 대체하자고 하셔서 부리나케 복숭아를 깨끗이 씻어 먹기 좋게 썰고, 개인 그릇에 담아 세팅을 끝내고 나니 9시 27분경. 또 때마침 간식 도우미를 자청하며 즐겁게 간식 나르기를 도와주는 고마운 찬이와 서준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고마울수가!~  다행히 30분 간식 시간 전에 모든 걸 평화롭게 끝냈다고 나름 안도하며 휴~~ 한숨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에서 크고 강렬한 울음소리가 난다.......  

"앙~~~ 나 요거트 먹고 싶었는데!! 아침 간식으로 요거트 먹고 싶었는데!!!( x 최소 5번 이상 반복)"

순간 아차! 싶었다. 알고보니 보미는 오늘 오전 요거트 간식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복숭아로 변경되어 너무나도 속이 상했던 것이지. 오늘의 간식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바램을 몰라주고 간식 변경에 대한 설명을 해 주지 않아 미안한 맘이 가득. 그 때 부터 걱정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오늘 하루 잘 할 수 있을까?


Round 3. 나, 지금 요리 경연 대회 출전한거야?

경연 일정 : AM 8:50~ PM 5:50
출전 품목 : 짜장밥, 떡꼬치
심사 위원 : 칠보산 미식가 12명 + a

간식먹은 식기 정리할 틈도 없이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빨리 쌀 씻어 담가놓고 야채 정리해야지! 집에서 나름 정리해온 야채이지만 터전 부엌에 선 순간 모든 게 낯설고 새롭다. 나는 허둥지둥 부엌 살림 살이 꺼내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조용한 음악에 맞춰 몸풀기 아침 체조 하고,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미안해지려는 순간 아침 나들이를 떠나는 친구들. 참 다행이다. 나들이 할 수 있는 맑은 날씨가 참 고맙다^^

10시 30분.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나의 행동은 과격하고 빨라지기 시작했다. 12시 20분정도까지는 마무리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2인분 이상의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터전의 냄비는 양을 가늠할 수 없을 크기이고, 또 후라이팬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웠다. '아...샘물은 매일 이렇게 커다란 도구들로 요리를 하시는구나!' 순간 샘물의 손목이 걱정되었다.

야채 다지기까지 끝내놓고 본격적인 요리에 돌입!
맛있는 짜장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하고 있는 찰나 생각난 '양파의 카라멜라이징'. 평소 백종원의 꿀팁을 흘려버리지 않는게 참 다행이다.
양파만 충분히 맛있게 볶아도 냄새가 얼추 중국집 냄새가 난다.
적당량의 물을 붓고 이제 춘장만 넣으면 되는데!

역시나 자연드림의 춘장은 2% 맛이 부족하다 ㅠ.ㅠ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 적정량도 적혀 있지 않고... 춘장을 넣는 순간 맛있던 야채베이스들의 매력이 사라져간다. 짜장의 색도 윤기가 없고... 아, 이 맛이 아닌데... 뭔가 부족한데...
그러던 순간 떠오른 내짝꿍, 기타! 작년이었던가? 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준다며 한사코 부엌에 못 나오게 했던 기타. 정말이지 내가 끓인 것보다 훨씬 더 맛있고, 왠만한 일반 음식점보다도 맛있었던 기타의 미역국!! 하지만 그 주 분리수거날.. 감탄하고 먹었던 미역국의 정체가 탄로났다. 분리수거함에서 발견된 미역국 소스 봉지... ㅋㅋㅋ 멋쩍어하며 마법의 소스라고 얼머부렸던 기타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순간 유혹이 다가온다.
'애들 없을 때 빨리 마트에 가서 3분 짜장 소스 사와서 살짝~섞을까?'
하지만 유혹을 실행에 옮길 틈도 없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예상보다 나들이가 빨리 끝나서 12시 정도에 이미 아이들이 도착!!! 준비된 계란말이와 애호박부추전을 보고 배고프다 아우성이다.
맛은 보장 못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미션 음식들 겨우 구색을 갖춰 제출했다.   '제한된 시간에 완성은 했어' 나름 스스로를 위로하며 토닥인다.


Round 4. 쌀 한톨의 무게
항아리의 번개같은 손은 샤샤샥~~~ 식판과 수저세팅, 뷔페식 상차림을 완성, 우리 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식탁 차림을 도와준다.
점심 식사를 하기 전 칠보산의 밥상교육이 감동이다.
아이들이 함께 모여 구호(?)를 외치고 쌀한톨의 무게를 읊는데
오늘따라 그 가사 한소절 한소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점심 식사 준비와 쌀 한톨의 무게


'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 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Round 5. 칭찬은 쉬리도 춤추게 한다
쉐프의 손길을 떠난 음식! 맛이 있건 없건 준비된 음식들은 일단 맛평가단의 입으로 향한다.
두근두근... 그들의 입에 집중하고 어떤 평가가 나올지... 긴장되던 순간!

첫 말문은 성윤이가. "쉬리, 이건 비밀인데"
비밀이라 하니 더욱 긴장...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침착하게 성윤이를 바라본다.
"이 짜장, 엄마가 해 준 것보다 더 맛있어. 엄마한테 비밀로 해 줘"
곧바로 보미가 "쉬리, 계란말이가 예쁘게 잘 되었어"
서준이 "쉬리, 나 부침개 좋아하는데 부침개 맛있다"
이어서 여기저기서 '엄마가 해 준 것보다~~~' 연발하는 걸 보니 이건 혹시 교육된 립서비스?!!~~ ㅋㅋ
립서비스라해도 기분은 좋다! 맛있다고 칭찬해주며 더 달라고 하는 우리 아이들!! 참으로 어여쁘고 사랑스럽다. 긴장이 한 순간 사라지며 마냥 좋아하려던 찰나 유일한 독설가 임찬. "엄마,오늘 짜장은 좀 맛이 없는데? 좀 짜." 기타를 닮아 솔직담백한 찬이.찬이의 평가가 나오자마자 누군가 조용한 목소리로 "된장국은 너무 안짜(서 맛이없어....)"  미식가들의 냉철한 평가는 다음 기회에 반영하기로!

Round 6. 떡꼬치에 꼬치가 없으면 떡꼬치가 아니지.

칠보산의 점심 시간은 개별성을 존중한다. 강요와 강제 없이 스스로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먹는 속도도 제각각이어서 선생님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도 있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끝까지 기다려주시고 함께 해 주신다! 감사해요~

쌓여있는 오전 간식 그릇과 점심 식판을 정리하고 나니 오후 2시 30분쯤.
이제 다 끝나가나 맘 놓고 있는데 아차!! 오후 간식!! ㅠ.ㅠ
오늘의 메뉴는 떡꼬치. 그냥 간단히 떡볶이 처럼 할까? 했다가 오전 간식 사건이 생각난다. 떡꼬치가 떡볶이는 아니지. 누군가는 떡꼬치를 기다리고 있을꺼야.
부리나케 물을 올리고 떡을 살짝 데치고, 물기를 제거하여 떡 하나하나 기름에 튀켜낸다.  튀기다 보니 시간에 쫓겨 벌써 3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 시간이 없으니 이대로 그냥 양념만 버무릴까?'
하지만 이내 '떡꼬치에 꼬치가 없으면 떡꼬치가 아니지'
서랍장 여기 저기를 열어본다. 산적꼬지가 안보인다 ㅠ.ㅠ 아이쿠.. 어쩌지... 이대로 그냥 버무려야 하나? 하며 포기할 때 즈음... 마지막 서랍장에서 꼬지용 막대가 보인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사이 아이들 책읽어주고 다 재운 후 나오신 항아리. 정리안된 주방을 보시더니 또 재빠른 손으로 샤샤샥~~~ 도와주신다. 항아리 손은 금손^^
연정이까지 재우고 나오신 겨울은 이제부터 어린이집 업무를 시작하신다.
매일 이렇게 쉴틈없이 하루를 보내실 선생님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감사함이 더해간다. 이럴 때 시원한 냉커피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리면 좋으련만~
때마침 출장가는 기타를 붙들고 냉커피 배달을 부탁한다^^
시원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떼(아이스 라떼)로 지친 오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떡꼬치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하나 둘 아이들이 일어난다.
제일 먼저 마주친 솔이에게 "솔아~~ 떡꼬치 하나 먹어볼래?~"
"아~ 매워" 움.. 이건 간장 떡꼬치인데 ㅠ.ㅠ 단짠의 조화가 솔에게는 맵다고 느껴졌나보다. 그래서 소스가 덜 묻은 떡꼬치로 바꿔주니 맛있게 먹어주는 솔~ 고마워




삼삼오오 모여서 먹는 오후 간식 시간은 낮잠으로 체력이 보충되어서인지 아이들의 활기가 느껴진다. 특히 쉬리의 떡꼬치가 맛있다며 몇개째 맛있게 먹어주는 민서. 한참을 먹다가 갑자기 '우리 엄마 아빠도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최고의 칭찬을!?~~^^ 그 말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아라와 엄지껄 따로 챙겨주었다 ㅋㅋ

Round 7. 오늘 하루 KO?  그래도 OK!!

모든 마무리가 끝나고 나니 오후 5시 45분.
이제 오늘 하루일과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슬슬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상태로 집에 가면 넉다운 될 듯...
한 시도 쉬지 못하고 동분서주했는데 노력에 비해 아쉬움이 더 많네..
아쉬움은 다음 영양아마 기회 때 만회하기로 스스로 다독이며 터전 문을 나선다.
오늘의 영양 아마가 맛은 보장하지 못했지만...쉬리의 따스한 사랑과 정성으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기를!~~

매일 아침 일찍부터 터전에 오셔서 우리 아이들 한 사람 한사람 따스하게 맞이해주시고 안아주시는 샘물. 터전 부엌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새삼 샘물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한 맘 가득하다!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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