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에 살어리랏다 / 지화자 (졸업가구)
지난 개원잔치 이후로, 오랜만에 지면으로나마 안부를 전합니다. 그때 맛있게 먹었던 부침개와 비빔밥이 생각나네요. ^^ 저는 어린이집 졸업 이후로 뒹굴뒹굴하며 여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원고 청탁을 받을 때 자유롭게 얘기하라고 '졸업가구 이야기‘라는 꼭지 제목만 받았지, 구체적인 주제를 받은 제안 받은 게 아니어서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 한참 고민했습니다. 저번처럼 잔소리 2탄을 쓸까 하다가, 사실 저도 요즘 잔소리할 처지가 못 되기에 솔직한 요즘의 제 심정들을 쏟아내 볼까 합니다.
아시겠지만, 저의 아들 둘은 칠보산자유학교 4학년,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둘째가 어린이집에 있을 때만 해도, 그 핑계로 학교 일을 멀리 하던 것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학교 공동체에 무임승차 하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공동체에 대한 색깔(?)이 많이 빠져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여전히 공동체의 가치에 동의합니다.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채움보다는 비움을, 소비보다는 나눔을, 이윤보다는 가치를,
혼자보다는 함께를 추구하며 세상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간다.
각양각색의 공동체들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균질한 집단이 아니다.
공동체를 이루겠다고 모여 획일화를 추구한다면 모순이다.
두 사람만 모여도 다툼이 있을진대, 하물며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갈등이 없을 리 없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노예적 삶이 아니라 돌봄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삶의 대안은 역시 공동체다.
이런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갈수록 제 엉덩이는 무거워져만 갑니다. 오히려 현실의 여러 어려움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펼쳐지는 공동체 속으로 다시 발을 들여놓는 것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다른 길에 대한 유혹이 크게 다가옵니다.
특히 큰 아들의 중학교 진학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생각들이 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연대와 공부’를 떠올릴 수밖에 없네요.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한 꼭지의 글이라도 읽다 보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제가 공부하지 않았다, 너무 게을렀다’로 귀결되네요. 하하. 여러분들, 연대하고 공부합시다! 동학(同學)관계를 만들어 봅시다!! 결국은 잔소리 2탄이 되었나요?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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