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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Aug 10. 2019

아마들 별칭, 왜 그렇게 지으셨나요?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 2019년 별칭 업데이트

당신의 별칭을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지만 궁금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는 터전에서 이름이 아닌 별칭으로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 아마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은 이 별칭의 힘이 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몇 년 간 쓰게 될 별칭을 조용히 고심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고, 발음하기 좋은지, 나와 어울리는지. 내가 쓰고 있는 이름은 내 의지로 정한 것이 아니지만, 이 별칭은 내가 혹은 내 아이가 손수 지은 것이라 참 좋습니다. 

별칭으로 불릴 때 나는 참 편안해 집니다. 서로 ‘너’, ‘나’ 하고 부르며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 우리가 너나들이가 된 것 같아서요.

2018년에 작성한 것에 이어서
2019년 새 가족의 별칭을 업데이트 합니다. 기존 가족의 별칭 이야기, 새 가족의 별칭 이야기 함께 살펴봐요. 



띠띠빵빵

칠보산 어린이 집에서 나의 별칭은 ‘빵빵’이고 애기 엄마는 ‘띠디’다.   둘이 합쳐서 ‘띠띠빵빵’.  참 정감가고 친숙하며 아름다운 별칭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다.

처음에는 많은 별칭 들을 생각했다. ‘견우, 직녀’, ‘멋쟁이, 미녀’, ‘훈남, 훈녀’, ‘왕자, 공주’....

하지만 괜히 뻘쭘해서...주저하기만 했다. 이게 첫 번째 실수다. 

그리고 꼭 부부가 짝을 맞추어야 한다는 편견이 선택의 폭을 좁혔다.

또한 아이들에게 친숙해야한다는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이 선택의 폭을 

더더욱 좁혔다. 

그리고는 충동적으로 생각한 것이 ‘띠띠빵빵’이다. 

괜히 뻘쭘 하지도 않고, 부부끼리 짝이 맞고, 아이들에게도 친숙한그런 별칭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난 지금 후회한다. 아직 공동육아 7개월 차이고, 앞으로 얼마나 지속할지는 모르지만...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30년이 지나도 그 이후에도 지금의 아마들과 아이들에게 나는‘빵빵’이다. 

설령 내 나이가 100세가 넘어가도 ‘빵빵’이다.  아니, 영원히 ‘빵빵’이다. 


 혹시 공동육아를 시작하려는 아마들이 있다면 꼭 알려주고 싶다. 

 한번 지은 별칭은 평생 간다는 사실을...


 그리고 조언하고 싶다.

 1. 뻘쭘해 하지 말 것

 2. 부부가 짝을 맞춰 별칭을 지어야한다는 편견을 버릴 것

 3. 아이들에게 친숙해야한다는 더더욱 근거 없는 편견을 버릴 것


아름답고 멋지고 황홀하며 진정 나만을 위한 별칭을 지을 것을 조언하고 싶다.

만약 내 별칭을 다시 지을 수 있다면 이렇게 만들고 싶다.


'테리우스'


쾌지나 칭칭

처음 별칭을 지어 달라는 말씀을 듣고, 이것저것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암묵적으로 두가지 전제 사항을 두었습니다. 첫째, 아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고, 둘째, 다른 사람이 들었을때 가족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었습니다. 쾌지나가 "쾌지나 칭칭나네"라는 국악을 생각했고, 우리의 생각과 부합하는 것 같아서 "쾌지나"와 "칭칭"으로 별칭을 정하게 됐습니다.


엄지

검색해보다가 최고라는 뜻의 순 우리말 ‘엄지’란 단어가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부족한 엄마이지만 항상 엄지척 들어주며 "우리 엄마 최고"라고 말해주는 민서가 생각나 엄지로 결정했습니다.


아라

민서가 추천한 똥을 하려고 했으나 극구 말리는 엄지와 함께 검색하던 중 바다라는 뜻의 ‘아라’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물을 좋아하는 저와 민서여서요. 


뭉치

터전에 신입조합원으로 온 첫날? 여섯 살 요현이에게 별명을 지어 달라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니. "털! 뭉! 치!" 음. 털뭉치. 한 5초 생각하고 털은 자신이 없어. "요현아 뭉치는 어때?" 합의를 보고, 뭉치가 되었네요. 아이들에게 지어 달라하니 더욱 아이들도 좋아하고 저도 생각도 못한 인생 사십년 이렇게 귀여운 별명도 생겼습니다.

가끔 공적인 자리에서 이름을 소개해야 할 자리에서 본명이 아닌 뭉치로 대답이 나와 작가명도 뭉치로 해야 하나 지금도 고민 하고 있답니다. 


치치

이든이가 막 "빵빵, 뿌뿌" 등 아주 짧은 단어를 반복해 말하기 시작 할 무렵,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란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었습니다. 폭!폭!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옛날 증기기관차에 대한 모험 가득한 사랑스러운 이야기 입니다. 마실에서 별칭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0.1초도 안되어 눈앞 제일 가까운 책장에, 늘 보던 익숙한 책표지가 보였습니다.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 그림책은 '너! 치치가 되어라!'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든아빠는 치치가 되었습니다. 


방울

아들이 지어주는 별칭은 매일 매일이 다르고 다른 사람들과 겹치는 게 많아 영 쓸 것이 없고.

욕심이 났죠. 나도 좋은 별칭이 갖고 싶다. 욕심은 스트레스가 되고. 별칭 정하기로 한 날짜는 다가오고.

함께 사는 누군가가 뭘 그렇게 고민해. 대충 짓지(본인도 엄청 고민하느라 못 정했으면서). 원래 별명 없어? 고구마 꼬마 땅콩 쥐방울 고양 이런 건데 어떻게 쓰냐. 쥐방울. 쥐를 버리면 꽤 쓸만한데? 이제 더 이상 고민하기 싫다. 

“안녕 난 방울이야.”


송곳

시윤이가 좋아하는 걸로 할까 하다가. 내 이름은 내가 짓자는 생각에 엄청난 고민을. 하지만 그 많은 고민의 결과물들은 방울에게 모두 Cut 당하고(아마도 이때 컷 당한 결과물들이 돌맹이, 빠이, 길 이런 것 이었던 듯) 그러다가 흔치만 좋아했던 '새벽별'로 결정. 가장 먼저 떠오른 별이 아니라, 모든 별이 지쳐 돌아가도 끝까지 남아 있다는 새벽별. 첫 며칠간 새벽별이었네요.

그런데 '송곳'이라는 웹툰에서 맘에 드는 문구가 있었어요. '비겁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껍데기를 잡고, 흔들고, 압박하면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뭔가 특이하고 싶었는가 봐요. 아무도 안 지을 거 같은 안 좋은 이미지의? 그런데 요즘은 괜히 송곳으로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새벽별 할 걸. 별칭 따라 사람이 변해가는 건지. 나도 부드러운 사람인디ㅎㅎ 


바다

별칭을 생각하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휴직기간동안 진정 ‘나’라는 존재가 사라졌음에 대한 반증이랄까? ‘나’는 없고 코끼리 중심으로 바다코끼리로 지었습니다. 짓고 싶은 별칭은 이미 선배들이 하고 있었고, 그렇다고 딱히 나를 상징하는 별칭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지금 돌이켜보면, 동그리, 아자 등 별명이나 좋아하는 말들이 있었는데 말이죠.

아들이 좋아하는 바다, 아들의 아픔을 품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폭풍에 일렁이는 바다가 아닌 고요한 바다를 꿈꾸며. 결국 전 바다가 되었습니다. 별칭 짓기는 그 어떤 시험보다도 어려웠다는;; 


코끼리

대학 동기모임에서 각자 동물로 별명을 지었는데 그때 별명이 코끼리였어요. 칠보산에서 별칭을 정해야한다고 하기에 바로 코끼리로 정했답니다.


쉬리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제 이름에 대한 콤플렉스, 불만이 있었어요. 너무 촌스러워서. 별명도 초등학교 땐 쿠웨이트 박 때문에 은실네. 몽실언니 때문에 몽실이라고도 많이 불려서 '실'자가 너무너무 싫었답니다. 은혜로운 열매라는 참 좋은 뜻인데 말이죠. 저 역시 오랜 고민 끝에 제 이름 끝자를 딴 '쉬리'로 결정 했네요. 청정수에서 사는 쉬리처럼  맑고 깨끗하고 자신 있게?

아마들 오리엔테이션 때 그 자리에서 별칭을 얘기하라는데 다들 쿵짝이 맞는 멋진 별칭들 갖고 계셔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온다고 했어요. 처음 우리 부부의 컨셉은 '나무'에서 '쉬리'였습니다. 그 사이 몇 번 바뀐 기타의 별칭.

찬이가 요즘 노래를 엄청 즐겨 불러요. 요즘은 곧잘 혼자 자작도 하네요. 그래서 현재 우리가족은 ‘기타치고 노래하며 쉬리’입니다. 


기타

이름이야 부모님께서 지어 주셨다고 하지만 내가 만드는 내 별칭은 또 다른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여 한참을 고민했답니다. 긴 시간의 고민 끝에 나무로 결정, 나무가 많다고 하여 몽실(찬이 태명)로 결정, 몽실과 방실이 있다하여 아라로 결정(쉬리랑 제가 함께 하는 팀명이 아라샌이라서), 그런데 아라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죠. 그러던 중에 취미로 하고 있는 밴드에서 제가 기타를 맡고 있었기에 그냥 다른 사람이 기타라고 불러줘도 크게 어색하지 않겠다 싶었죠. 그래서 기타로 했습니다. 어렵게 정한 차선, 차선의 별칭이지만 지금 와서는 그래도 만족합니다. 아이들이 기억을 잘해주네요. 그런데 찬이가 요즘 기차를 많이 좋아해서 기차로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쌀 보리

몇 달 째 별칭을 고민하다 해님에게 지원요청. 해님이 ‘백미 흑미’가 어떻겠냐고!! 예의를 지켜 버럭 캔슬 해주시고 ‘보리 쌀’ 추천 받아 어감이 괜찮네. 그러고 바로 결정 했어요. 쌀의 의견은 1도 없었고 쌀은 왜 자기가 쌀인지도 모르고 자기가 보리하고 싶다고(나도 하얘지고 싶다). 


고래 밤톨

“보미야 엄마별칭 뭐라고 할까?” 그러자 보미가 하는 말 “엄마 고~래!” 처음엔 별로였는데 계속 보미가 집에서 부르다보니 정이 들어서 지금은 고래라는 별칭이 너무 좋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별칭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다가 보미아빠를 보는 순간 밤톨이 떠올라서 밤톨이 되었답니다.


아침 햇살

부지런한 아침은 해가 뜨면 일찍 일어난답니다. 그래서 아침이 되었습니다. 저는 햇살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고자 지었습니다. 합치면 '아침햇살'입니다.  


해님 달님

솔이가 처음으로 빠져든 옛이야기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였습니다. 한창 해님 달님 이야기를 해줄 때 별명을 지어야 했지요. 호랑나비-흰나비, 바다-코끼리, 아침-햇살, 몽실-방실, 치치-뭉치처럼 짝을 지어 별명을 짓고 싶었는데, 해님 달님이 때마침 눈에 들어온 거지요. 사실 제가 스무살이 되고 처음 얻은 별명이 '썬샤인(sun-shine)이었습니다. 한 경상도 출신 형이 '썬사이, 썬사이'하다가 '썬샤인'이 된 거지요. (제 이름이 '김선산'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만든 전자우편 아이디에는 'sun-shine'이 들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달님의 고등학교 때 별명은 '달덩이'였고, 전자우편 아이디에 달을 뜻하는 '루네(lune)'가 들어가게 되었지요. 음. 뜻하지 않게 운명처럼 짝지어졌달까. 아. 이래서는 달님이랑 떨어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꼭 붙어서 살아야겠네요. 아참! 아빠 엄마가 해님-달님이라 하니, 솔이는 자기 별명이 별님이래요.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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