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일기 / 빵빵 (연정 아빠)
빵빵 일기 1 - 어색해요
난 제법 원만하고 괜찮은 성격의 소유자 이지만, 낮을 많이 가린다.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색하고 낯선 것이 많다.
일단 반갑게 인사해주는 선배 아마들을 볼 때 마다 어색하다. 정말 반갑게 인사를 해주고 받아준다. 우린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대 왜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는가? 물론 나도 웃으면서 인사하지만 아마 표정관리가 안 되는 내 얼굴에는 어색함이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어색하다.
앞으로는... 좀 더 큰소리로 인사를 해야겠다.
두 번째는 술을 마실 때이다.
일단 술을 즐겨하는 사람이 없다... (ㅅ,ㅇ 두 명 빼고) 물론 나도 절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분위기를 조금? 탈 뿐이다. 나는 음주를 즐겨하는 자가 절대 아니다.
그런데 회식에는 많은 아빠들이 참석한다. 하지만 정말 한 두잔만 마시고 대화를 나눈다. 주제는 ‘육아’... 밤 12시가 넘어 가는데...술은 한 두잔만 마시고(아까 말한 ㅅ,ㅇ 두 명 빼고)...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 늦은 시간에 맨 정신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어떻게 남자들끼리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육아’가 중요한건 알겠지만... 자정이 넘는 시간에 맨 정신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나는 너무 어색하다. 그것도 30, 40대의 남자들끼리 모여서... 이건 앞으로도 절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냥 마시려고한다. ㅅ,ㅇ... 이분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흡연하는 아빠들이 없다. (예외로 한 분!이 있다. 그래서 이 분!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처럼 공식적으로만 안하는 한명이 또 있고, 두 명 정도가 음흉하게 피우고 있다...내가 봤다.)
물론 나도 흡연은 안한다. 단...가끔...정말...힘들 때는... 어쩔 수 없이... 예외적으로...
난 칠보산 아빠들이 이해가 안 된다. 술도 안마시고, 흡연도 안하고. 이 거친 세상을 어떻게 극복들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빵빵의 일기 2 - 청소는 싫어!
난 청소가 싫다. 때문에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청소와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왜냐고? 내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난 내 집은 물론이고 내방청소도 절대 안한다. 우리 싸모님(‘띠띠’) 이 폭풍같이 분노를 해도 청소만은 안한다. 절대로 안한다. 너무 너무 너무 싫다.
하지만 칠보산 어린이 집에서는 청소를 해야 한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순번을 정해서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서 힘들다.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주말에는 그냥 시체놀이만 하고 싶은데... 청소를 해야 한다... 정말 배째고 안하고 싶은데... 안하면 우리 싸모님(‘띠띠’)이 나를 죽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해야만 한다...
몇 달이 지났지만...아직도 힘들고 적응이 안 된다. 영원히 안 될 것 같다.
적응이 안 되지만, 그래도 계속 청소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 집은 내가 청소를 안 해도, 우리 싸모님이 청소를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은 우리가 책임져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본적인 생각 때문이다.
늦은 시간에 툴툴대면서 청소를 하다가도 우리 연정이(4세) 사물함과 물건들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나를 닮아서 너무나도 이쁜 우리 귀염둥이. ㅇㅎㅎㅎㅎㅎㅎㅎ
그래 우리 연정이가 뛰어노는 장소이니까. 우리 아이들이 있는 장소이니까. 그냥 눈 딱 감고하자!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꼬맹이들만 생각하자!
빵빵의 일기 3 - 대체 왜일까
우리 딸 ‘연정’이는 나를 싫어한다. 그래서 슬프다.
한번은 일찍 퇴근을 해서 연정이를 데리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엄마와 가겠다고 때를 쓰며 아빠는 가라고 했다. 아빠와 엄마를 닮은 우렁차고 큰 목소리고 “아빠 가!”라고 소리쳤다.
너무 슬펐다. 다른 집 아이들은 엄마는 물론이고 아빠와도 잘 지내는데, 왜 우리 연정이는 나를 싫어할까?
물론 내 잘못도 있다. 퇴근시간이 늦고...집에서는 늘어져만 있고...
아무튼 그날은 너무 슬펐다. 내가 슬퍼서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넋을 놓고 있을 때, ‘해님(솔이 아빠)’이 다가와 주옥같은 덕담과 용기를 줬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모두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이전부터 느꼈지만,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칭칭(서혁이 아빠)’과 ‘바론(예주 아빠)’에게 이와 관련해서 고민을 말 한 적이 있었다. 다들 특별한 말은 안했다. 그냥 나랑 같은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나만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등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참으로 아름답고 훌륭한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빵빵’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주셨다.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이 형은 정말 좋은 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딸은 아빠에게 하루에 의무적으로 100번은 뽀뽀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뽀뽀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빵빵의 일기 4 - 나의 철학은?
공동육아와 관련된 나의 철학은?
“없다.”그저 우리 ‘연정’이를 신나게 뛰어놀게 하고 싶다.
초, 중, 고는 물론이고 졸업이후 사회에서의 생활도 대부분 닭장 같은 곳에 갇혀서 살아야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저 조금만 더 자유롭게 놀게 하고 싶을 뿐이다.
평생 자유롭게 키우고 싶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최대한 자유롭게 하고 싶다. 적어도 어린이 집에서는 아무것도 가르치고 싶지도,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이 ‘헬반도’, ‘헬조선’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강요하고 싶지 않다.
빵빵의 일기 5 - 왜 칠보산 어린이 집인가?
고민 중이다.
대부분 어떤 특별한 철학과 교육관이 있어야 공동육아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난 아직 그런 것은 없다. 주변에서는 요란하게 아이를 키운다고 한마디씩 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확신이 없다보니 명확한 대답도 안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싫은 걸 억지로 할 일은 없지 않은가? 난 좋아서 ‘칠보산 어린이 집’의 구성원으로 지내고 있다.
우선 아마들이 좋다. 참 괜찮은 사람들이다. 배려를 아는 사람들이다. 생각이 많기에 문제도 많을 수 있지만, 유연하게 넘어갈 줄 아는 사람들이다.
특히 공동육아를 오래한 분들의 특징이 이런 듯하다. 혼자 독고다이로 평생 살아온 나에게는 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나의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만, 나는 현재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아내(‘띠띠’)와 연정이가 이곳을 너무 좋아한다. 우리 모두 ‘칠보산 어린이집’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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