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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Aug 10. 2019

'아빠만 어디가' 후기

아마이야기 / 송곳 (성윤 아빠)

한 달이 지나 후기를 쓰게 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조금 전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한 달 전의 일을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떠올려 본다. 그래도 기억이 안 떠올라 캘린더를 뒤적이고, 카톡방 검색하고 사진 찾아보면서 어거지로 기억을 창조해 가며 끄적거려본다.


칠보산 어린이집에는 아빠들의 모임이 있다.

아빠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 무엇인가를 한다. 무엇을 하는지는.. 비!밀!!

매달의 모임 외에 두 번의 여행을 하는데.. 그 이름하여 ‘아빠어디가’와 ‘아빠만어디가’이다.

아빠어디가는 한때 유행했던 TV 프로그램처럼 아빠들과 우리 아이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다.

처음에는 ‘아빠어디가’만이 진행됐었다. 하지만 아빠들에게도 힐링이 필요하다는 아빠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칠보산의 너그러운 엄마들은 ‘아빠만 어디가’를 허락해 주셨다. 그러면서 ‘엄마어디가’는 없이 ‘엄마만 어디가’라는 힐링의 시간을 엄마들끼리만 스스로 기획하셨다는 썰이 있다.


2018년 ‘아빠만 어디가’가 ‘아빠어디가’에 대한 보상 개념이었다면, 2019년은 ‘아빠어디가’를 위한 준비개념으로 ‘아빠만 어디가’가 기획되었다. 그래서 아빠들은 더 좋은 여행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팀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3월 14일 드디어 아빠만 어디가의 첫 시작을 알리며 준비팀이 결성됐다.

준비팀을 결성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치열한.. 카카오 사다리 게임. 신입을 제외한 아빠들 중 세 명을 선별했다. 너무 순식간에 끝나는 게임이라 좀 허무했다.


쌀, 아라, 송곳. 결성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술 좋아하는 세 인간이 모였으니 자주 만나 회의할 거라 생각했지만.. 준비팀은 단 한번도 직접 만남없이 모든 걸 카톡으로 진행했다는... 쌀은 톡을 잘 안하고.. 아라는 밤 11시부터 시간이 되고.. 송곳은 11시엔 안되고.. 카톡 또한 부실하긴 했으나 어떻게든 모든 회의 및 의사결정은 완료됐다.


준비팀은 장소 물색부터 예약, 장보기, 프로그램 등등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사전모임에서 날짜는 6월 22일~23일로 이미 결정되었다. 그리고 준비팀은 3달간의 준비시간 중 오랜시간을 장소선정에 집중하였으나 결정장애의 모습을 보이며 5월 중순에서야 장소를 확정한다. 몽산포 노을빛진산펜션 앞의 갯벌에서 조개를 많이 잡을 수 있기를 꿈꾸며...


준비팀의 많은 노력과 함께 시간은 흘러흘러 드디어 우리가 떠날 6월 22일 아침이 밝았다.

칠보산 아빠들 총인원 15명 중 둘째 출산이 얼마 안된 차돌, 둘째 출산 일분대기조 치치, 중국으로 출장 간 밤톨,  집안 일이 겹친 기타.. 네명을 제외한 11명이 아침 일찍 터전 앞에 모였다.

아빠들이 떠나는 그 날은 공교롭게도 6, 7세 아이들과 지난해 졸업생들의 터전살이가 끝나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나올 시간과 아빠들의 출발시간이 비슷함을 인지한 아빠들은 터전살이를 마치고 나오는 위풍당당 아이들의 환영식을 해주고 떠나기로 했다.

터전살이를 즐겁게 마친 아이들이 한 명씩 현관을 나온다. “우와~~~~~” 아빠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 아이들은 더 당당한 모습이다.

환영식 해주길 잘한 듯... 하지만 이 녀석들, 역시 엄마들에게 쪼로로~~~

스스로 엄마들에게 간 아이들을 마음 편히 뒤로한 채, 아빠들은 단체 사진 한컷~ 찰칵~

그리고 터전에서 가장 크다는 아라 차와 아침 차로 탑승!!!!!


흠.. 근데 막상 타고보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LG빌리지 주민은 아침 차에.. 그 외에는 아라 차에 탄 것이 아닌가... 이 때부터 빌리지 대 非빌리지의 전선이 그어졌다는.... 게다가 아라차에는 아라 제외하고는 모두 신입조합원. 아침 차는 모두 구닥다리 조합원. 어찌됐건 그렇게 우리는 쉬지 않고 조개를 잡으러 몽산포로 향했다.

펜션에 들어가기 전 조개를 잡으려면 속이 든든해야 하니 허기진 배를 달래려 몽산포항의 횟집에서 물회와 칼국수를 먹고 다시 펜션으로 출발~

물때를 보고 간 것이었으니 펜션 앞쪽의 바다는 역시나 펼쳐진 모래갯벌. 유후~~ 조개를 잡으러 갑시다~~

하지만 역시나 짐을 풀고 보니, 몸은 천근만근.. 아빠들끼리 와서 갯벌 노동이라니...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개 잡으러 가자!!” “송곳, 가고 싶음 다녀와요”

이렇게 우리는 우리를 기다리는 조개를 뒤로 한 채 이사회 요청사항에 대한 회의를 했다. 그리고 ‘아빠어디가’ 일정과 준비팀을 뽑았다.

역시나 방법은 사다리. 카카오 사다리게임의 허무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종이에 15명을 위한 사다리를 모두가 그렸다. 없는 사람은 카톡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도 주면서 매우 공정한 사다리가 진행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 당첨! 준비팀은 아라, 바론, 칭칭으로 구성됐다. 다들 정말 당첨운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특히나 아라는 말이다.

회의를 마치고 족구 한게임을 하러 나가는데.. 뜨악! 조개잡이를 마친 옆 숙소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조개를 들고 나타난다... 맛조개, 백합, 동죽..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흠. 부럽다. 구워먹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 대신 선택한 족구를 하러 족구장으로 고고~


족구장에 모인 우리 아빠들. 매우 자연스럽게 엘지 대 비엘지로 나뉘어 족구를 한다. 한게임 한게임에 정성을 쏟아서 족구를 하는 아빠들. 이렇게 열심인 아빠들의 모습은 첨 본 거 같다. 앞으로도 아빠들을 위한 운동을 종종 준비해야겠다.

물론 내기가 걸려있어서 더욱 정성을 쏟은 것이긴 하다. 저녁 밥하고 고기 굽고 먹거리 모두 준비하기, 저녁 먹은거 설거지하기, 담날 아침 등등..

운동은 노력일까 재능일까.. 난 재능도 노력도 없었기에 걍 심판. 엘지팀에 편파적이라는 항의가 잠시 있긴 했으나 내가 누군가. 국제자격을 갖고 있는 송곳이 아닌가. 걍 내 맘대로!!라는 원칙을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

족구 후엔 풋살보다도 작은 미니 축구. 갸녀린 몸에, 비실비실 곧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흐느적 흐느적 날렵하게 공을 몰고 가는 칠보산의 지단 해님이 참 돋보였지만 졌다.


열심히 뛰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저녁 식사조는 식사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이다. 그렇게 우리 만남의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준비해 온 어마어머한 양의 고기와 안주들..

이 아빠들 수다쟁이들이었다. 카톡에선 엄청 수다쟁이일 줄 알았는데 별로 말 없더라는 송곳과 톡에선 조용한데 수다스런 아빠들.. 이 11명의 아빠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란다. 체력의 한계로 인해 잘 사람은 자고, 먹을 사람은 먹고.. 우리의 밤은 조용히 어둠속으로 묻혀갔다.


다음 날 아침은 역시나 아침의 정리로 시작됐다.

모든 짐을 정리하고 차에 싣고,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 곳은 바다가 아닌가. 그런데 바다 구경 한번 못해서야...

일단 우리는 바다로 향한다. 아쉽게도 물이 빠져 갯벌만 보인다. 사람들은 또 조개를 잡으러 하나둘 몰려오고 있다.

노동을 싫어하는 이 아빠들은 열심히 인증샷을 남기고 집에 가는 차에 올랐다.

터전에 돌아와서 의리있는 우리 아빠들은 모두 함께 청소를 하고, 남은 먹거리 해결을 위해 터전에서 점심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여행은 참 즐거웠다. 이 멤버들로만 구성된 여행은 이제 다시 없을텐데..

그 추억을 가슴에 남기고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한다.

이제 아빠어디가가 남아있다. 새로운 준비팀이 지금도 쉼없이 모두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쌓아갈 우리의 추억은 또 어떠한 모습일까.

유쾌하고 진지한 우리 아빠들과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어갈지 매우 기대되는 날이 이제 한달 남았다.

아빠 어디가를 다녀오면 지금의 아빠들 중 몇 명은 없고, 새로운 아빠들로 그 빈자리가 채워진 여행을 또 계획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 칠보산은 언제까지나 아빠와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육아어린이집으로 성장할 것이다.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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