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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Aug 10. 2019

등대의 돌봄 아마 일지

터전살이 / 등대 (준우 아빠)

돌봄아마를 하기로 한 날 오전, 집을 나서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뭐하고 놀면 좋을까… 아이들이 놀다 다치면 안되는데…. 준우가 내 옆에만 철썩 붙어서 곤란하게 하면 어쩌지?’  

그렇게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공동육아 초보 아빠티를 팍팍 내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치치와 샘물이 있으니까 안심도 되고… 뭐 그런 복잡한 심정으로 터전으로 향했다. 터전에 들어가기 전에 준우에게 다시 한번 일러둔다. “아빠는 오늘 돌봄아마야. 준우랑만 놀아 줄 수는 없어. 알았지?” “응~” 그까짓 것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 0.1초만에 대답하는 준우.


#1. 아침 모둠 시간

등원 후 오전 간식으로 느티가 준비한 블랙베리를 맛있게 먹고 난 뒤,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이 아이 저 아이 다가와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바람에 혼이 조금씩 나가기 시작할 무렵, 샘물께서 말씀하시길 “음악이 나와야 아이들이 모이는데…” 아차, 어제 파랑이 다운받아가라고 알려준 노래가 있었지!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딱지 따먹기’ 노래를 틀자 마법처럼 아이들이 하나둘 거실로 모이기 시작한다. 오호, 이런 신기한 광경이! 노래도 같이 따라 부르고, 체조도 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2. 칠보산 나들이

모둠 시간을 마치고 날씨도 괜찮은 듯해서 칠보산에 가기로 결정! 요 며칠 날씨 때문에 밖에 못나가서 그런지 아이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 보였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산 중턱밖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아이들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흐른다. 한가득 채워 간 물통이 운동 기구쯤 오자 동나버렸다. 물을 더 많이 챙겨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더운 날씨에 힘들었을 텐데도 씩씩하게 다녀온 우리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고(특히 솔찬이들) 예뻐 보였다. 다음엔 꼭 물통을 많이 챙겨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터전으로 돌아왔다.

#3. 터전 복귀

터전에 돌아왔는데, 솔찬방 예주가 다가오더니 “등대, 도둑해~ 내가 경찰할게~”

“등대는 도둑 엄청 잘해(?)” 하면서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도망다녔더니 예주도 잡으려고 빙글빙글 뛰기 시작. 곧 서혁이랑 연정이도 같이 합세하며 빙글빙글 돈다. 결국 잡혀(줘)서 감옥(커튼 속)에 갇혔다가 다시 탈출 - 도망다니기 - 잡히기를 반복. 아이들 웃음소리가 방 안에 가득하다.  생각해 보니 솔찬이들이 이렇게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본 게 처음이다.


#4. 점심시간

느티가 준비해 준 맛있는 점심식사. 아이들이 거실에 다같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식사 시작. 여기저기 반찬을 흘리고, 밥 안 먹고 돌아다니고, 누군가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범벅이 된 정신 없는 와중에 나는 밥을 두 번이나 퍼서 먹을 정도로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비록 오전만 했던 짧은 돌봄이었지만, 아이들과 같이 땀도 흘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느티, 아이들 돌보는 데도 베테랑이신 그래서 많이 의지했던 샘물, 경험 많은 든든한 선배 아마 치치에게도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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