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後愛]►8◄ 그 여자의 이야기

그때.....나는.

by 짜근별

2001.06.17 [비밀커플게시판-그녀의 기록] 그때.....나는.

홍대서 돌아오는 길...

나만의 유리벽에 갇혀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벌써 7년전이다. 담임선생님이었던 노헤레나 수녀님은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만 넌 항상 너만의 유리벽에 싸인 아이 같아서 다가 갈 수 없어'

그 말이 얼마나 내게 무섭게 가슴에 와 닿는지
한 시간 가량 그 수녀님 앞에서 울었던 적이 있다.
그제서야 수녀님은 기쁘다고 하셨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 이후론 난 그 수녀님이 가장 조심스러웠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분이어서...
갑자기 그 분이 생각나는 건 왜 일까?
그리고 그곳에 가고 싶다. 그곳엔 아직도 두팔을 다 뻗어 안아도 안을 수 없을 만큼 큰 플라타너스 나무가 무성한 잎으로 아이들의 시원한 음지가 되어 주고 있겠지...

삶이 힘들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18살의 그 아이도 그 곳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나 길었던 그 여름과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2001.08.10 [비밀커플게시판-그녀의 기록] 그냥...심심해서

정말 많이 선선해졌다...
이제 가을....
그럼 우리가 만나서 두 계절을 보낸거네...^^
봄. 여름. 그리고 새롭게 맞게 될 가을...
이렇게 말하고 나니 우리가 만난지 꽤 된거 같다..

인연이라는 말.
나와 상관없는 말이었는데 새삼스럽게 이젠 가끔 곱 씹어보는 단어가 되었어.
인연이란 참 묘한 거야. 몹시 춥던 날 서강대 강의실에서 첨 본 사람이 내 남자친구가 될 줄이야...ㅋㅋㅋ

언젠가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을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하나님께 기도 한적이 있었는데 정말 감사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건 사람이니까. 나 그런대두 많이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항상...
뭔가 모르게....남들도 다 그렇게 사나?..

난 지금두 해 질 녘 즈음에 나를 떼 놓고 친구들과 놀려는 오빠 거짓말에 속아 한참 할머니댁 마루에 앉아 혼자 우두커니 엄마를 기다렸던 절대 잊혀지지 않는 외로움의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였나봐. 외로움의 인상을 갖게 된게....
그리고 늘 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어릴때부터 많이 성숙했지?...
인간은 다 혼자구 외롭다는 걸 그때 알았으니까....

근데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난 역시 삼천포로 잘 샌다니깐...
이 두서없는 글을 보게...그냥 심심해서...뭔갈 쓰고 싶었어...
이틀전부터 자기 전에 일기가 쓰고 싶어서 일기장을 폈다가 막상 쓸려구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떠 오르는거야..
지금두 약간 그렇다.. 왜 일까? 일기가 안 써지는건...
내가 생각 해 봤는데.. 언젠가 오빠가 말한 오빠 안의 "또 다른 나"가 내 안에두 있는데,
그 "또 다른 나"가 나에게 솔직하지 못해선거 같아.
자신을 들어 내 놓기 싫어하는거 같아.
오빤 이럴때 없어? 이럴땐 어떡해야 돼~?


2001.10.03 [비밀커플게시판-그녀의 기록] 님없는 서울 아래...

하루종일 집안에 있었는데 그래두 엑셀연습 덕분에 지루하진 않았지만....서울에 오빠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휑한게 좀 쓸쓸한것 같아.(닭살이라고?^^)

어...전화다.
오빠네.^^ 피곤한 목소리. 짐 싸느라 힘들었지?..
내일 나보면 오빠 피로가 다 풀어졌으면 좋겠다.
나보면 더 피곤할려나?...아니지?

오빤 이번 추석이 어땠는지 궁금하네...
난 그냥 웬지 모를 안타까움,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추석의 의미상실감 같은걸 느꼈어. 예전처럼 전 붙치고 손님대접하느라 분주하지 못해서 그런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건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지만 예전에 명절기분이 안나더라구. 그중에 할머니가 그전과 같지 않다는 것두 큰 이유가 될꺼야. 우리 할머니 노환으로 많이 편찮으시고 가끔 정신이 없으실때두 있거든.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처음 보는거라 낯설고 마치 벌써 할머니를 멀리 보낸 것만 같았어.
할머니가 아프시니까 내가 어릴적처럼 큰집으로 인사오던 친척들의 발길도 줄었고 큰집이라 대접할 음식을 많이 장만했었는데 그런 것도 많이 간소해져선지 그냥 마치 하루 이틀 다녀오는 나들이 같았어.

서울에 올라온 지금도 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아. 또 언제 할머니를 뵐수 있을까...
고모말에 의하면 자꾸 헛소리를 하시고 정신이 없으시다고 하는데 내가 간날은 너무나 말짱하시더라구.

"졸업했냐? 취직해야지... 내가 나 너 시집보내고 죽고 싶은데 먼저 가야 할려나부다. 남자친구는 있냐? 생각 잘해서 결혼해야한다...."

애 같은 할머니의 하얀 얼굴과 삐쩍말라 나뭇가지같던 할머니의 따뜻한 손이 내가 나중에 기억하게 될 할머니의 모습은 아니겠지? 오빠와 난 할머니에게 많은 손자손녀중에 많이 특별해.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할머니가 키우셨으니까....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할머니... 그래서 할머니는 우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거 같아. 항상 우리 이야길 하신데..
웅.... 슬프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오늘은 할머니 생각하면서 자야겠어.

오빠두 잘자.


승희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잘 이야기 하지 않았다. 내가 적극적으로 물어보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도 조금은 미스터리하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서. 그녀를 한번 뵙기는 했는데 아주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었다. 승희에게는 오빠가 한명 있었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역시나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가족에 대한 모든 정보는 바로 우리들의 커플게시판을 통해서였다.


게시판 글을 통해서야 비로서 그녀가 아버지를 어릴때 여의였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해 잘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아마도 같이 살 수 없는 사정이 있었으리라 짐작만 했다.


그녀의 유년시절....

뭔가 알 수 없은 외로움이 그녀의 친구였었다.

그녀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 안에 갇혀서 살고 있던 아이.

무언의 유리벽에 쌓여있던 아이.


그녀 얼굴에 있던 그 알수 없던 그늘의 정체.

그건 아마도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아니었을까?

우리들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는 영원히 기억되고 우리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녀도 나도 어쩌면 이 트라우마들에 갇혀 그 아픔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서로를 사랑했는지 모르겠다.

그 트라우마의 가시로 서로를 찔러가면서....



(계속)


*이 글을 읽기 전에 첫번째 '프롤로그'를 읽으세요.


[이별後愛] -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하지만 처절하게 가슴시렸던 첫사랑과의 만남과 이별

►1◄첫번째 파고: 상실의 시대 I - 전조(前兆)

►2◄설레임: 인연의 시작

►3◄고백: 내가 알지 못했던 비밀

►4◄상처: 아침에 울린 전화벨소리

►5◄그 남자의 이야기: 기도

►6◄두개의 시선: 연인의 친구들

►7◄화양연화: "별따씨"

►8◄그 여자의 이야기: 그때....나는.

►9◄위기: 이젠 무뎌간다

►10◄다시 시작: 감기가 준 사색

►11◄마지막 노력: 난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12◄비수: 상실의 시대 II

►13◄매달림: 시지프스

►14◄강북구 미아4동 75-XX: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15◄잘 지내지?: 상실의 시대 III

►16◄이별 후 만남: 홀로서기

►17◄미련: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는

►18◄그 사랑...: 에필로그

►19◄마지막 자취: 이별 3년후

►20◄사람아 아 사람아: 이별 7년 후


[응답하라2002] - 간절했던 꿈을 향한 유학도전기와 X세대 친구들의 20대시절 고민과 만나는 추억 여행

[삶, 사람, 사랑] - 유학, 이민 생활 동안 떠오르던 단상과 고민들 그 일상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