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後愛]►2◄ 설레임

인연의 시작

by 짜근별

2001.03.05 [비밀일기장]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랑이란 두 글자의 절대성을 난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끌리는 감정이란게 있다.

정말 내가 그 애를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왠지 사랑하고 싶어진다..
왠지모를 강한 끌림이 있다.

자꾸자꾸 찾게 될까 무섭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그 당시 유행하던 Freechal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었던 영어회화 동아리에서였다. EBS에 '모닝스페셜'이라는 영어회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다), 전국적으로 오프라인 동호회들이 마침 전국적 열풍을 일으키던 Freechal의 플랫폼을 타고 생겨났다. 유학의 꿈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 동아리를 찾았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서강대에서 모임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를 본 2001년 나는 스물여덟살의 대학원생이었고,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다섯의 취준생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둘 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나날이었던 같다. 당연히 이 동아리 활동은 그 고민의 연장선이었고 연애라는 감정은 나에게는 사치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 고민이 이 일기에 묻어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남녀들이 모이는 공간은 필연으로 남녀상열지사가 피어나기 마련. 누군가에게 끌리는 마음이 생기는 것까지는 억누를 수 없는 나도 한 사람의 남자였다.



2001.03.07 [비밀일기장]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론...
정말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아니 의도 했었나..
아니... 정확히 나도 잘 몰겠다..
그래도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남을 기쁘게하거나 설레게 하는 건 잘한 일이지만
괜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으음...
난... 나도 몰겠다..

오늘 정민이 형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바가 많다..
깨닫게 된다는 거..
하루의 작은 깨달음...
계속적인 깨달음이 필요한데...

일년전 이맘때 였었나..
그때 난 모하고 있었지...
새로운 학기의 설레임에
그리고 가슴 충만한 자신감에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이젠...그런 가슴충만한 자신감은 없다.
다만 일상의 타성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대를 늦게 갔다 대학 4학년으로 복학했었다. 복학직후 군대 복학생이면 갖는 그 밑도끝도 없이 알 수 없는 자신감이라는게 있었던 것 같다. 유학을 결심한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집에서 재정적 뒷받침을 기대할 수 없는 내가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 진학이었다.


난 손으로 하는 운동에는 소질이 별로 없다. 대학교 신입생때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기숙사에 탁구동아리가 있었는데, 물론 탁구가 모임의 주된 이유였지만 연고가 없던 전국에서 모인 신입생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탁구도 잘 못치는 나는 그냥 친구들이 보고싶어서 드나들었었다.


영어회화 동아리에서 그녀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던 그 시기 마침, 그 탁구 동아리에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후배가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고 참 간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은 기적'이란 말처럼 젊은 날의 사랑의 작대기는 항상 어긋나가기 마련.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니 나는 그 후배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다. 젊은 날 내가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그녀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나 또한 다른 인연들에서 받은 상처들이 있고 그 생채기가 깊지만 내게 아픔을 안긴 그녀들을 원망하진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젊은 날의 아픔을 주고 받으며 사랑의 이면을 알아가고 있었다.


(계속)



*이 글을 읽기 전에 첫번째 '프롤로그'를 읽으세요.


[이별後愛] -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하지만 처절하게 가슴시렸던 첫사랑과의 만남과 이별

►1◄첫번째 파고: 상실의 시대 I - 전조(前兆)

►2◄설레임: 인연의 시작

►3◄고백: 내가 알지 못했던 비밀

►4◄상처: 아침에 울린 전화벨소리

►5◄그 남자의 이야기: 기도

►6◄두개의 시선: 연인의 친구들

►7◄화양연화: "별따씨"

►8◄그 여자의 이야기: 그때....나는.

►9◄위기: 이젠 무뎌간다

►10◄다시 시작: 감기가 준 사색

►11◄마지막 노력: 난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12◄비수: 상실의 시대 II

►13◄매달림: 시지프스

►14◄강북구 미아4동 75-XX: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15◄잘 지내지?: 상실의 시대 III

►16◄이별 후 만남: 홀로서기

►17◄미련: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는

►18◄그 사랑...: 에필로그

►19◄마지막 자취: 이별 3년후

►20◄사람아 아 사람아: 이별 7년 후


[응답하라2002] - 간절했던 꿈을 향한 유학도전기와 X세대 친구들의 20대시절 고민과 만나는 추억 여행

[삶, 사람, 사랑] - 유학, 이민 생활 동안 떠오르던 단상과 고민들 그 일상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