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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22. 2023

글로 맺어진 인연

첫 추천사 의뢰

세상엔 안 써본 글이 많다. 거짓말로 철저하게 꾸민 글, 입에 담지 못할 자극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글, 내가 제일 잘났다며 떠드는 글 등등. 쓸 일이 없을 글도 있고 언젠가 쓰고 싶은 글도 있다. 주변과 다음을 생각 안 한다면 언제든 마음먹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이거야말로 글의 뛰어난 장점이니까. 매번 쓰던 글이 지겨워지면 일탈을 꿈꾸며 무슨 딴짓을 해볼까 이곳저곳을 헤집는다. 바라는 대로 되는 게 많지 않은 인생에서 다른 건 몰라도 여전히 글을 놓지 않는 이유다. 숨통을 트는 방법을 하나쯤은 간직하려고.


멋대로 쓰는 재미를 즐기며 지내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제아무리 날뛰어도 절대 못 쓰는 글이 있었다. 요청을 받기 전까진 몰랐다. 부탁받지 않으면 절대 쓸 수 없는 글이 있다는 걸. 브로슈어든 잡지든 사용 설명서든 표지부터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는 나는 늘 궁금했다. 책 겉장에 떡하니 드러난 어마어마한 추천의 글을 쓰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작가나 출판사가 먼저 찾아 나서는 건지 아니면 추천사를 쓰겠다고 추천인이 발 벗고 나서는 건지도. 제일 알고 싶었던 건 정말 책을 다 읽고 쓰는가였다. 추천사를 쓰게 되면서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글로 이어진 인연이 나를 이 책과 연결했다. 세 명의 공동 저자 중 한 분인 정아 작가님(브런치스토리 작가명 : 읽는 인간)이 원고에서 날 언급했다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출판사 대표님의 제안에 뭉클해졌다. 마음이 동했고 선뜻 받아들였다. 심지어 출판사 이름부터가 <마음연결>이었으니. 단숨에 원고를 읽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오래 쓰는 세 저자를 이미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익숙하고 친밀했다. 글을 좋아하는 친구가 책을 내서 읽게 되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몇 번 해봤다고 몸에 밴 쓸데없는 교정 교열 본능으로 눈에 걸리는 걸 잡아내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느끼면서 저자들의 마음을 읽었다. 읽는 내내 즐거웠다가 덮고 나자 곧 막막해졌다. 쓰는 마음이 모인 귀한 책을 향한 추천사를 적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애 처음 마주하는 추천사를 위한 하얀 종이. 도움이 필요해 기억 속을 뒤졌다. 한쪽에 구겨져 있던 어떤 작가의 추천사를 표현한 농담 같은 문장을 찾아냈다. '남을 너무 치켜올리지 않으면서 추천을 하고,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함.' 장난처럼 뱉어낸 미묘하고 어려운 그의 고민이 그대로 전해졌다. 앵무새처럼 '이 책 정말 좋다, 최고다, 꼭 읽어야 한다'라고만 하기 싫었고, 엄청난 자격이 있는 것처럼 뽐내며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읽은 원고를 다시 한번 또 읽었다. 글쓰기로 자신, 주변, 삶의 길을 발견하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충분히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맞닿는 호흡을 놓치지 않고 천천히 적어 내려갔다.



<추천사>

멈추지 않는 꾸준함과 글로 남기는 마음을 좋아한다. 계속하는 쓰기가 만들어낸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나면 몹시 궁금해져 누구든 쓰게 만들 책. 매력 넘치는 세 작가를 충분히 느끼기엔 짧다. 각각 펴낼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홍석준, 전업 아빠 그리고 작가
『퇴사라는 고민』, 『아빠 육아 업데이트』 저자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고민하며 완성해 보냈다. 나와 책과 세 작가를 모두 담아서.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어서 홍보든 뒤풀이든 필요한 데 써달라 했다.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 이미 더 큰 값을 치르기도 했고. 꿈인가 싶었던 순간을 잊고 지내다 집으로 보내준 책을 마주했다. 민망하게도 다른 이의 책에 세 번이나 등장하고 있었다. 표지에 한 번, 넘기자마자 또 한 번, 그리고 본문 안에 다시. 작가님들과 감사를 주고받았다.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써 온 마음을 다독여준 듯해 눈물이 핑 돌았다고, 우리의 모든 우연과 만남에 고마워하며 앞으로 계속 쓰겠다고, 멋진 순간을 선물해줘 기쁘다고. 누가 꺼내도 상관없는 감동을 나눴다.


글을 쓰고 나면 헛헛할 때가 많다. 비워내서 개운하기도 하지만 꺼내 놓은 이 녀석이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한참을 바라봐도 갑자기 살아나거나 눈부셔지는 일은 없다. 더 머무르지 못하고 다음 글로 넘어간다. 그렇게 또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지나간 발자취는 돌아보면 말이 없어 답답하다. 기특해지는 건 어떤 식으로든 뒤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벌였을 때다. 이번의 추천사 의뢰가 그런 경우다. 터벅터벅 써 오며 벌어졌던 일이 근사한 사건으로 돌아왔다. 이런 게 내가 믿는 고요하지만 굳센 글의 힘이 아닐까. 시끄럽게 들리거나 눈에 띄지 않지만 단단하게 이어지는. 글로 나와 우리의 연결을 말하는 책 덕분에 글로 맺어지는 기적을 맛봤다. 어디서든 우리가 오래 쓰기를.



<넘기자마자 한 번, 뒤표지에 또 한 번, 그리고 본문 안에 다시>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진아, 정아, 선량






<브런치를 시작하며 읽으면 좋은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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