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IT기자, 상하이에 살다, 해외 취업 성공기
컨퍼런스부터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 빌리지까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채로운 방법으로 소통과 정보 공유의 채널을 마련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IT 업계를 이해하는 것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시공간의 제한이 있는 오프라인 채널보다도 ‘테크 미디어’, 즉업계에 대해 시시각각 들려오는 다양한 정보와 사건들에 대한 뉴스 거리를 전달하는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각광 받고 있다
오늘은 이 업계에서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중국의 테크 미디어 [TechCrunch;테크 크런치]에서 근무를 하는 인터뷰이를 모시고 해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Up (業) Side 목차-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 중국 테크 미디어 기자를 소개합니다.
2.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3.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곳은 다 가봤어!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D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의 테크 미디어인 '테크노드Technode'의 영문기자 유채원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스타트업과 인터넷 대기업에 관한소식을 기사로 작성해 전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중국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에대한 기사도 씁니다. 또, 블로그와 강연 등으로 한국 분들께중국 IT 업계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 테크노드Technode 한국어 소개 기사 https://besuccess.com/2015/01/technode/
기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우수한 한국 창업기업의 기준이 있을까요?
제가 기사로 다루는 한국 스타트업은 주로 다음 두 가지 경우예요. (1)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이거나 (2) 이미 중국 내에서 사용자를 어느 정도 유치한 기업이죠. 사실 테크노드를 통해 기사를 내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다 써드리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아쉽습니다.
그만큼 테크노드가 중국 IT업계에서 신뢰 받고 있나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전 세계 IT업계, 스타트업 업계에 계신 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테크 사이트인 [TechCrunch테크크런치]의 중국 공식 파트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쪽 업계에서 대표님의 존재감이 무척 크거든요.
테크노드는 2006년 말 대표님께서중국의 업계 동향을 알리기 위해 영어로 개인 블로깅을 하시던 것이 2011년 사업으로 전환되어 세워졌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외부에 소개된 창업가들이 나중에 큰 기업의 대표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체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죠.
또 중국에서 진행되는 6,000명 규모의 대규모 TechCrunch 행사를 통해 창업가분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소식을 전하는 테크 미디어중에서는 저희가 최고라는 입지가 세워지게 되었어요. 이 때문에 테크노드가 해당 업계에서 신뢰도가 있다는평을 듣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계기로 테크 미디어 기자로 일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이쪽 일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우선 제가 테크 미디어 기자가 될 줄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저는 얼리어답터의 정반대라고 해야 할 만큼 새로 나오는 기기들에 큰 관심이 없고, 글도 논리적으로 잘 못 쓰거든요.다만, 사람들을 만나 이것저것 질문하거나,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정말 좋아해요.
스타트업계에서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이러해요. 대학교에 외부 강사 분들이 강연하러 많이 오시잖아요~ 제가 듣는 마케팅 수업에 스타트업 ‘내일비’의 창업가분이 오셔서 강연하셨어요. 저는 ‘스타트업’이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강연 후에 명함을 요청했고 중간고사가 끝난 날 대표님 회사를 직접 찾아갔어요. 그 대표님이랑 얘기하다가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으신지" 물었더니, 이스라엘에서 창업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저는 제가 처음 방문한 스타트업 ‘내일비’의 마케팅 사원이 되었어요. 이스라엘, 실리콘밸리 모두 이 스타트업을 통해 파견되었던 것이고요. 그렇게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1년 동안 열심히 ‘비석세스’라는 한국 테크 미디어에 이스라엘 창업가 인터뷰 기사를 기고했어요.
그러면 이제 스타트업 이야기로 살짝 넘어가보겠습니다. 그동안 스타트업들을 많이 인터뷰하시기도 했고 지켜보셨을텐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장점에는 뭐가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지금 일하는 곳도 스타트업이고, 이전 직장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과 인터뷰를 통해 겪은 간접 경험을 함께 얘기해드릴게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장점으로써 1순위로 꼽는 것은 배움입니다. 스타트업에서 1년 일하면서 배우는 것과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1년 배우는 것에는 다름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업무가 체계적으로 정립되었기 때문에 개인이 들어가서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비교적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의 경계(Boundary)가 명확해서 개인이 그 선을 넘는 경우는드물다고 해야겠지요.
반면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 해야 하는 많은 일에 대해 전문화된 인력을 뽑을 여건이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훨씬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보거나, 더 가까이서 다른 사람들의 일을 관찰할수 있어요.
저의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면, 제가 근무하고 있는 테크노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도 창업가들을 돕기 위한 많은 콘퍼런스, 혹은 세미나를 열고 있어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개최했던 테크크런치와 같은 콘퍼런스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테크노드에 일하면서 콘퍼런스가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되는지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수 있어요. 개발자/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사업개발팀에서 어떤 기획을 하고 누구와 얘기하는지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질문하기도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행사 후에는 저 역시 그 활동을 기사화하기 때문에 이 일련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경우보다 더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두 번째로 좋은 것은 대표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본인이 다니는 회사 상황이 어떤지 개인이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어요.
제가 아는 분 중에는 입사 때 인터뷰에서 대표님께 투자자가 창업가에게 질문하듯, 회사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게 질문하신 분이 있어요. 그때 '내가 다닐 회사인데, 당연히 어떤 상황인지 잘 알아야죠!'라고 해서 정말 감명을 받았다고 대표님이 저에게 이야기해주셨었어요.
대표님과 자주 대화하면서 회사의 비전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도 비교적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게자신의 경력 계획도 세울 수 있죠. 스타트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이 회사와 함께 본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어요.
테크노드가 규모도 크고, 창업가 분도 철학이 있으시고, 팀원분들도 좋고, 소위 말하는 성공한, 혹은 성공 중인 스타트업이잖아요. 그런 곳에 있으셔서 그렇게 느끼신 게 아닐까요?
저는 꼭 성공한 스타트업에 가야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친한 사람이 옆에서 보기에도 딱한 스타트업에 인턴을 하겠다며 제 발로 들어간 적이 있어요. 너무나 좋은 서비스인데, 마케팅을 잘 못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 친구는 인턴이지만, 그 회사의 모든 상황을 다 알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회사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어요. 창업가 분의 고집이 세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볼 때 그 친구가 정말 대단했고, 참 많은 것을 배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 운영방식 등에서 어떤 것이 통하고, 안 통하는지 빠르게 깨우칠 수 있거든요.
그럼 반대로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에는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가령 리스크가 크다거나, 고용 불안정성이 있다거나, 시스템 속에서 일을 배울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점에서요. 혹시 그것을 커버할 만큼의 더 큰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셨나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요,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그에 대해 경험을 꾸준히 쌓아나간다면 자기 나름의 안정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시간을 내어 기사를 쓰는 것이, 제 나름의 안정성을 찾는 방식이었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성과의 유무에 따라 긴장감이 컸는데, 기사를 쓰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완수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본인의 역량을 쌓아나가면 그 후에는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기도 해요. 워낙 스타트업 업계가 좁다 보니, 한 가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려 열심히 경력을 쌓으면 스카우트 제의가 오기도 하거든요. 물론, 본인이 직접 창업을 할 수도 있어요. 본인의 차별점을 살려 경험을 쌓는다면 스타트업 업계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분명 스타트업 업계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조건보다도 훨씬 더 중요했어요. 제 꿈이 다양한 나라에서 일해보는 것이거든요. 외국에서 일하면 언어나 일하는 면에서 계속해서 배워 나갈수 있어서 늘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각 나라의 다른 기업문화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다루는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건데, 그것의 장점이 있을까요? 일견 생각하기에 스타트업의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이 난다는 것인데 테크노드와 같은 형태의 스타트업에서는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요.
국내에도 비석세스, 아웃스탠딩, 벤처스퀘어 등의 매체가 있는데, 해당 매체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하는 분들을 위해 경험담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한국과 중국의 테크 미디어에서 일해보았는데요, 테크 미디어는 폭발적인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업종이에요. 주 수익은 미디어를 통한 광고와 컨퍼런스라 보시면 됩니다. 저희의 경우 저희 웹사이트의 UX (User Experience)를 고려해 광고를 게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컨퍼런스가 주 수익모델로 자리했어요.
올해 상하이, 베이징에서 열린 TechCrunch 행사를 통해 컨퍼런스 수익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릴께요.
일단 스폰서를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구글, Airbnb, 아마존 AWS (Amazon Web Service), GGV 캐피털 등이 스폰서로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입장권 :D 아시겠지만 컨퍼런스 입장권이 꽤 비싼데, 6,000명이 넘는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 그리고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부스도 100곳 이상의 기업들이 신청해주셨구요. 저희는 여기에 더해 TechNode만의 공유오피스가 있어 사무실 임대료도 받고 있어요.
그리고 미디어에서 일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있어요. 안정성이나 수익을 아까 말씀하셨는데, 미디어에 있는사람들은 인맥이 좋고,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어서 다양한 곳으로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성공한 사람들, 기업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수많은 기회가 파생되기 때문이죠. 어떤 기자분은 해당 스타트업의 초창기부터 4년 동안 쭉 보도하면서 지켜본 기업이 있었는데, 결국 그 기업에이직하셨고요. 어떤 기자분은 본인이 가진 인사이트나 업계의 지식을 살려서 개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다음은 테크노드의 기자로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찰 때가 있으신가요
기사 나갔을 때 항상 기뻐요. 특히나 인터뷰했던 사람들한테 좋은 기사 올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대표님이나 동료기사들한테 기사로 칭찬을 받을 때는 그 기쁨이 더하답니다.
항상 재미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 이 일을 하면서 힘들 때가 있으실 거 같아요. 괜찮으시면 그 부분 공유해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아직 중국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해서 힘들 때가 종종 있어요.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중국어 발표를 들을 때, 제가 그 내용을 못 알아들으면 무척 자책감이 들어요. 그 행사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라면 그 사람 피칭(Pitching; 발표)이 끝나고 나서 따로 인터뷰를 부탁하죠. 이메일이나 전화는 쌍방 의사소통이 더 원활한데, 컨퍼런스 상에서 일방적으로 중국어 내용으로 발표하는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인터뷰 대상자가 영어를 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네, 중국인 창업가분 가운데는 영어를 못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저도 어느 정도의 중국어는 알아들을 수있기 때문에 1:1로 앉아서 속도를 조절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모르는 부분은 자세하게 질문합니다. 혹은 메일을 통해 질문 내용을 보내드린 후, 답변을 받으면 번역해서 기사에 싣는 경우도 있어요.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메르스사태에 대해서 한국 창업가들이 메르스 지도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해외 매체로서는 처음으로 보도했을 때입니다. 창업가 두 분을 페이스북으로 인터뷰 했는데, 기사를 쓰는 내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는한국 창업가들의 창업가 정신이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기사 역시 편집장님께 칭찬을 받았습니다.
Cf. How Korean Startup CEOs Joined Forces To Track The MERS Virus(16.06.25) - TechNode
올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테크크런치 상하이 콘퍼런스 때 한국 분들을 패널로 모셨던 일인 것 같아요.(인터뷰는 2015년 11월에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의 디캠프 김광현 센터장님, 캡스톤 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님, 스튜디오 씨드 토니킴 대표님 - 이렇게 세 분 모시고 30분 동안 패널을 했었어요.
제가 무대에 올라가서 "왜 한국 스타트업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을 맡았었는데요, 준비한 기간에 들인 노력도 있지만 무대에 올라 한국 스타트업의 부상을 중국에 알린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했어요. 패널 후에는 그 내용이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로 기사화되었어요.
듣다보니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게다가 이스라엘, 실리콘밸리 그리고 지금 상하이까지 스타트업계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지역에서, 그것도 세군데나 경험하실 수 있었다는 게 정말 놀라운데요. 혹시 어떻게 해외 업무를 시작할수 있었나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잡아든 순간 해외에서 일할 기회도 같이 주어졌어요. 한국 내수가 작아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진출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돼요.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영어를 잘하는 마케팅, 사업개발담당자분들을 필요로 하는데요, 제가 그 역할로 이스라엘, 실리콘밸리로갈 수 있었어요.
저에게 처음으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알려주신 대표님 아래에서 1년 반 동안 일했고, 2013년 8월, 당시그 회사의 마케터/사업개발 담당으로 이스라엘에 파견됐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첫 해에 창조 경제정책의 혜택을 받았어요. 당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다룬 책인 '창업국가'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이스라엘에 6개월 동안 15명의 청년을 보내 창업 교육도 해주고, 스타트업 인턴도 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결국 그 프로그램에 선발되었고,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터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처음 2~3달 동안은 주말에도 일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은 밤을 새워서일했어요. 정말 병나는 줄 알았습니다.
실리콘밸리 역시 2014년 9월, 뉴스젤리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업개발 담당으로서 파견되었어요. 당시 일주일에 한 번씩 영상회의를 하고, 이메일로 업무 보고 하는 식으로 한국과 의사소통을 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저 혼자 파견된 만큼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그렇군요. 그럼 중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중국에 오게 된 이유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다', 이런 이유보다도, 실은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이에요.
10살 때 선생님이 한자 수업을 하시면서, 숙제로 집에 가서 본인의 한자 이름을 알아오라고 시키셨어요.집에서 아버지께서 한자 이름을 써주시면서 제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 성씨가 유(劉) 씨인데,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자손이라고 말씀해 주신 거예요. 어린 생각에 내 조상님들은 중국에서 오셨구나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그 이후로 중국에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실제 중국에서 일을 하게 된 기회는 비석세스에 1년 정도 기고를 하던 때에 얻게 되었어요. 당시에 열렸던 콘퍼런스에 참여하신 외국인 연사분들을 인터뷰할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난생 처음으로 중국 테크 미디어 스타트업 ‘테크노드’ 강루 대표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다음 날, 대표님께 ‘제가 어떻게 하면 중국에 가서 일할 수 있을까요?’ 물었다가, 대표님께서 지금 바로 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결국, 처음으로 만난 대표님을 따라 중국에서 일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어는 그러고 나서 시작했어요. 중국 기업에 취업해서 처음 중국에 오게 되었을 때 저는 중국어 자격증도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해외 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네요. 해외에서 일을 하려다가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많은 학생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외국에서 일하시면서 이러한 점은 좋다라고 느낀 것이 있나요?
장점이 아주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스타트업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저희 회사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우선은 정시에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처럼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본인의 업무를 끝내면 6시에 퇴근할 수 있어요. 그만큼 자기계발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운동도 하고, 다른 모임도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업무 공간도 사실 굉장히 자유로워요. 저희 기자님 중에는 아이가 있으셔서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하시는 기자님도 있었어요.
둘째, 본인의 존재감이 커집니다. 외국에 있으면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받게 돼요. 지금도 ‘중국 테크 미디어에서 일하는 한국인 기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요. 이에 따라 본인의 책임감도 커지고, 그에 따르는 일에 대한 보람 감도 큰 것 같아요.
셋째, 자기 계발의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한국에 있으면, 저를 아는 사람도 많고, 소속된 곳이 많아서 많은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제가 혼자가 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외국에 있으면 혼자인 시간이 더 많아서,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고, 여행도 다닐 수 있어요. 혼자 많이 걸어 다니고, 그림도 그리고, 여행하면서, 저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넷째,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어학연수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보다는 일, 공부, 봉사활동 등의 목적을 갖고 외국에 나가시길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언어를 목적으로 놓지 않고, 그보다 더 큰 목적(일, 공부 등)이 있으면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더 강해져서, 언어 배우는 속도나 효율성이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반대로 외국에서 일한다는 것에도 단점이 있을 텐데, 어떤 것이 단점으로 느껴지시던가요?
중국은 한국과 가까워서 그런 단점이 덜한데요. 이스라엘과 미국에 살 때는 물가가 너무 높아서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 불편했어요. 또 중요한 행사나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참석하지 못한다는 점도 무척 아쉬웠습니다.
혹시 인종차별 같은 것은 못 느끼셨나요?
중국에서 일할 때는 전혀 그런 것이 없어요. 오히려 '한국인 프리미엄' 같은 게 있어서,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알아주는 면이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느낀 건 제가 교환학생으로 영국에서 생활했을 때였어요. 동양에서 온 학생들은 대체로 발표를 잘 안 하고, 자기 의견을 잘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약간 깔본다는 느낌을 가끔 받았어요. 그럴 때 영어로 제 의견을 당당히 내세우면, 오히려 그런 편견을 버리고 좋은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점에서 현지에 정착하기 힘든 점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요? 제가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궁금합니다.
저는 거꾸로, 외국에 살면 이방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외국에서 이방인이 되면, 그 사회의 약자가 되잖아요. 그러면 현지인들이 정말 저를 많이 도와줘요. 또 제가 필요할 때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외국에서 사는 것이 힘들 때는, 힘들다는 사실을 현지인 친구들에게 털어놓아요. 어차피 이 나라에서 한동안 살 것이기 때문에,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이 그 나라라면, 그것을 해소하는 것도 그 나라 안에서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한국 사회에서 저는 사실 아웃사이더였어요. 한국은 심한 경쟁 속에서 학벌, 외모, 집안 등 이런 것들을 가지고 사람을 많이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어요. 그런데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동아리도 들고, 수업도 듣고, 봉사활동도 다녔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어떤 개성을 가졌는지, 장점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다시금 한국의 기준들에 저를 맞추려 하고, 늘 자신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인 것처럼 저를 내세우려다 보니 너무너무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1년간 학교를 휴학하고 에콰도르에 해외봉사활동을 갔어요. 저의 그 어떤 학벌이나 외모와 같은 조건들도 필요 없이, 에콰도르 사람들은 저라는 사람과 Eva라는 이름으로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었어요. 오히려 본인의 부족함을 드러낼수록 그 자리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더 채워지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그렇군요. 저는 사실 처음부터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던 분일 줄 알았는데… 그러한 좌절과 새로움을 받아들이며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셨던 거군요.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특히나 한국은 요즘 취업이 안 되어 모두 힘들어하고, 한국을 탈출하고 싶어 해요.
저는 한 번도 정식 기회로 취업이 돼 본 적이 없어요. 모두 대표님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취업이 되었죠. 그럼 자신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스스로 질문하게 될텐데 본인의 키워드가 뭔지 생각해보세요. 제 키워드는 도전, 국제, 배움 세 가지예요.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저는 또 상상하고 있어요. 대의명분을 세워서 세계여행도 가고 싶고, 프랑스의 어느 지방에서 승마도 배우고 싶고, 유럽에서 석사도 하고 싶고, 중동에서 일하고 싶고, 아프리카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이렇게 어렴풋이 상상하면 그 대상이 실제로 제 앞에 나타났을 때 질문도 구체화가 되어요. 가령 저는 상하이에 살면서 외국인들을 만나면, 마치 그곳에 바로 이사를 할 사람처럼 질문하곤 해요. 그러다 어느 날 정말 저는 그 나라에 가게 되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될 거예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에요.
언어에 대해 이야기를 할게요. 언어는 몰라도 상관없어요. 가서 배우면 돼요. 책에 있는 것 수없이 공부해도, 현지인을 마주했을 때 아무 말도 안 나오면 그건 언어가 아니에요. 현지에 가서는 현지인들과 그 나라 언어로만 이야기하고, 모르는 단어를 적어가며 외우면 돼요. 그러면 빨리 늘어요. 제 특징은 민폐를 잘 끼친다는 거예요. 그래서 중국어를 못해도, 영어는 쓰지 말아 달라고 하고, 서투른 중국어로 끝까지 얘기해요. 지금 중국어 자격증은 없지만, 직원들과 다 중국어로 얘기하고 있어요.
그리고 본인의 가장 큰 단점이 사실, 자신의 장점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눈치가 없다고 많이 혼났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정말 제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정말이지, 꼼꼼하지 못해서 실수가 잦아요. 하지만 이 단점 덕분에 더 많은 일을 저지르고 Get Things Done으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떻게든 마무리는 짓는 성격이 되었거든요.
그러니, 많은 것을 따지지 마세요. 저는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전부였어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어요. 이렇게 마냥 제 키워드랑 맞는 것들을 선택해나가면서 살다 보면, 제가 원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거든요. 저는 4년 전에는, ‘나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라고 말했었는데, 이제는 ‘아프리카에서 보람차게 일하고 싶어’라고 말해요. 국제기구가 왜 가고 싶은 거죠? 결국,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 조건이 충족되면, 저는 비정부기구든 스타트업이든, 아니면 허물어져 가는 병원이든 어디서든 팔을 걷어붙이고 일할 수 있는 거예요.
해외 취업의 경우에는 본인이 한국인인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자격이 갖추어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저는 에콰도르에서 살기 시작한 지 1달 만에 한국어를 가르쳐야 했어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 하나의 능력인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니 어디든 가세요.
한국인의 근성이면 못 할 게 없어요.
'15년 12월의 어느날 그녀를 상하이에서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상하이에 머물며 그곳이 지닌 역동성, 스케일에 매료되었었다. 그런데 그녀와의 인터뷰 후 그녀가 가진 활력, 꿈의 크기에 더 큰 놀라움을 느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 우리는 연락을 꾸준히 취하며 베트남, 선전, 그리고 상해에서 다시 조우했다. 그녀 덕분에 미국의 Techcrunch팀, 현지 벤처캐피탈리스트, 스타트업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녀가 이 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스타트업을 존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함께한 베트남 여행에서 그녀가 작성한 기사: http://technode.com/2017/04/20/vietnam-nexttech-ecommerce-logistics-payments/)
그녀는 조만간 세계일주를 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물고, 로컬 스타트업, 서비스를 접하며 기사를 작성할 계획을 말하는 그녀의 눈은 너무도 초롱초롱했다 ㅎㅎ 너무도 글로벌하고 도전적인 그녀가 만들 기사 그리고 미래가 기대된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