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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Jun 20. 2018

미생이 담아내지 못한 상사 이야기

2년차 미생, 국가대표 스키 선수, 개척자


상사맨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개척자? 진취적 마인드? 영업맨?

70-80년대 우리나라 수출을 도맡아 하던 상사는 우리 경제의 선봉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사맨하면 여전히 경제 개발을 하던 그 때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만큼 상사맨 역시 바뀌었다. 단순 영업에서 각종 금융 기법을 통해 리스크 헷징 (risk hedging)을 하고, 대체상품의 시황 리포트를 작성하여 공유하는 등 바뀐 시대의 도구들을 가지고 영업을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제 진취적이고, 매력적인 상사의 세계를 엿보도록 하자!



-Up (業) Side 목차-

01. 토종 한국인, 세계를 누비는 해외 기자가 되다

02. 선생님이 OECD에 들어간 이유는?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04. 어쩌다 된 의대생, 소아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05. 스타트업에 간 회계사

06. 훌륭한 화장품 뒤에는 훌륭한 마케터가 있다

07. 벤처 투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08. IT 서비스 기획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09. 공연기획 하고 싶은 사람 손!

10. 달콤한 인생, 파티쉐가 되다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2. 패셔너블해야 패션MD 하나?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6. 교사 라이프가 궁금해? 임용부터 담임까지

17. 번역가 A씨의 일일

18. 국내 통신사에서 미국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19. 가깝고도 먼 직업, 방송 PD

20. 미생이 담아내지 못한 상사 이야기



아무도 가지 않는 길



1. 상사: 해외 영업부터 금융까지 
2. 상사맨 정그래의 일일 vs 미생
3. 내가 느낀 장점과 단점 
4. 스키선수에서 상사맨으로..



[상사: 해외 영업부터 금융까지]


안녕하세요 형~! 우선 형이 하시는 일을 들으면서 가볍게 상사에 대해서 접근해볼까 해요! 현재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릴께요.


맞어 ㅎㅎ 미생 본 적 있지? 거기에나온 것처럼 상사는 다양한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어. 나는 지금 유화사업부 화학소재사업 팀에서 화학품 수출업무를 맡고 있어. 여러 제품이 있지만 나는 그 중 시안화나트륨 (sodium cyanide)이라고 청화소다라 불리는 제품 하나를 맡고 있어.



시안화나트륨..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하얘지네요. 그러면 시안화나트륨, 즉 청화소다라는 제품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주시겠어요?


청화소다는 가볍게 얘기하면 독극물이자, 화학무기로 쓰일 수 있는 화학제품이야. 무섭지?ㅋㅋㅋ 

청화소다는 원유 나프타에서 개질된 프로필렌과 암모니아…. 



어… 너무 어려운데요..


그러면 그냥 무서운 화학제품으로 알아둬~ㅋㅋ



 


… 고등학교로 돌아간 줄…

그러면 그런 위험한 물건이 어디에 쓰이고, 누가 사나요?


전체 수요의 약 80%는 금을 캐는데 쓰여. 정확히 말하면 금을 부유시키는 용도로.



금을 부유시킨다구요?


응, 금광에서 채굴한 원석을 빻아서 금가루를 만든 다음에, 그걸 청화소다, 물과 혼합하면 금가루들이 위로 뜨는 거지. 그럼 100% 순도의 금을 쉽게 모을 수 있어!!

 

그래서 청화소다의 실제 수요는 금광산이 많은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바이어들이고, 그곳들이 나의 주 거래처야.


그 외에는 도금, 농약, 혹은 의약품 (항생제)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

 


신기하네요. 독이 되었다가 약도 되고 ㅎㅎ


그런데 대부분의 수요가 금광에서 나오기 때문에 청화소다 가격과 금값 간의 상관관계가 굉장히 커. 그래서 나는 청화소다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항상 금값을 봐야해.


 

금도 봐야하는구나. 상사맨은 전투적으로 해외로 나가서 세일즈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군요 ! 


응응, 주마다 미국 선물시장 가격 보고, 금 가격 추이 보고, 거기에 더해서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해.



 

 상사는 물건을 다른 업체로부터 받아 파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청화소다도 그렇죠? 


 응응, 우리는 유통만 하지. 청화소다만 보았을 때 전세계적으로 다루는 생산 업체는 많아. 그런데 국내만 보았을 때는 두 곳이야. 우리는 거기 제품들을 구매를 해서 해외로 수출 하고.



 그러면은 상사가 마진을 얼마나 가져가요?


이거는 민감한 부분인데.. 보통 한자릿수 초반이야.



이상한게 생산업체가 세일즈를 직접 하면 그 마진을 다 가져갈 수 있는데 왜 안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단순히 사고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사고 파는 과정에서 챙겨야할 부분이 많아. 그 회사에서 유무형 비용을 들여서 감당하기에는 사람도,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도 필요하니까 우리한테 맡기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더해서 상사만이 가진 고유의 강점이 있기도 해. 언뜻 이해가 안될 수 있겠지만 상사를 껴야지만 영업이 되는 부분이 있어.


실제 영업이 되려면 현지 바이어를 컨택해서 얘기를 해도 한계가 있어. 그런데 상사 같은 경우에는 현지에서 채용한 사람들을 거주시키며 바이어들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그들을 설득하고 판매해내지.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있어서 이런 요소들을 무시 못하기 때문에 전세계에 네트워크망이 있는 상사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생산업체들은 언제 사갈지 모르는 바이어들을 위해 해외 지사를 운영할 수 없으니까.


 반면 상사는 하나의 지사를 통해 상사가 취급하는 모든 아이템들을 다루기 때문에 유지 될 수가 있는 거야.  단일 품목만 놓고 지사를 운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되니까 상사는 그런 나름의 이점이 있는 거지..






그런데 현차나 삼성전자 같은 곳은 많이 해외영업을 뽑는데, 왜 상사한테 맡기지 않는 거에요?

 

그만큼 인프라가 되어있으니까. 하지만 대기업들도 못들어가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장에 한해서는 우리랑 같이 일하기도 해. 하지만 이 경우에는 우리가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리스크를 짊어지며 수출한다는 것이 차이점이야. 우리는 그 과정에서 가격을 올려 현지에 팔 수 있는 것이고






대기업의 리스크 헷징 (위험을 피하거나 줄이는 것) 이네요.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무역업을 하는 기업은 금융 분야에도 밝다고 하더라구요. 삼성전자도 환위험때문에 외환 헷징 상품에 투자한다고.. 형네도 혹시 그러나요?


우리도 하긴 해. 다만 금융쪽처럼 적극적으로 수익을 취하려 하지 않지. 이때는 여러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부서들하고 협의를 해서 자신이 파는 아이템과 연동되는 선물시장에 참여해. 


그리고 말한 것처럼 선물환거래도 해. 이거는 필수야.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따라 환율이 변하는데, 이것을 헷징하기 위해 선물환 거래를 하지.


 

[상사맨 정그래의 일일 vs 미생]


그렇구나… 정그래 형, 하루일과가 어찌되나요?



 자신의 품목과 팀의 영업특성에 따라 하루 일과는 달라서 내 일과가 절대적이지 않아. 참고해!  나 같은 경우 수출업무만 하고 있다 보니 주로 해외바이어나 지사와 연락을 해.


많게는 2시간, 적게는 1시간 정도? 담당하는 국가의 시차를 고려해서 오후에 해외지사와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 



그렇군요! 


국내외 거래처 및 사내 요청자료 등을 정리하면서 당일 필요한 각종 품의서 결제요청을 전산으로 올리는 일도 하지. 업체등록 및 평가, 여신증액, 계약서 검토, 선물환 신청 등 유관부서의 협조결제를 필요로 할 경우 최대한 오전 중에 품의를 올려놓아야 일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없어서 나는 주로 오전에 해!


이외에도 회사의 막내니까 기본적인 취합일을 많이 해. 상사라는 조직 자체가 제조쪽으로 하는게 없다 보니 부서를 나누자면 세일즈 아니면 스텝인데, 나는 세일즈에 있는 거고 스탭에서는 결국 경영진한테 보고를 해야 할 데이터를 영업팀에게 요청해서 취합해야 하는데, 그걸 팀에서 막내인 내가 취합해서 스탭부서에 송부해. 나머지 시간에는 신규시장조사 혹은 앞서 말한 거시환경 분석을 통해 정기적으로 금시황관련 리포팅을 해. 




 


주로 해외 바이어랑 무슨 얘기를 해요? 할 얘기가 그렇게 많아요?

 

 신규바이어와 기존바이어에 따라 조금은 상이하지. 계약체결 이후 대금결제와 선적일정 등을 맞추는 일들은 모든 바이어와 동일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신규 거래처의 경우 새로 거래구조를 맞추는데 시간을 더 써.


프로세스로 설명을 하자면, 해외 쪽 바이어들이 특정 물품을 구매하는 시기가 되면 우리는 그들에게 수요가 있는 지를 확인하고, 가격/ 거래 조건 등을 담아 보내. 그 다음 생산 업체, 바이어와 조건을 협의해나가며 계약을 체결하지.


이외에도 제품이상 등으로 클레임이 있거나 수입통관 하는데 발생되는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간혹 있어.


 그리고 수출입업무를 하는데 있어 필요한 서류들이 많은데, 필요한 서류들이 계약의 형태에 따라 상이하거든.  그런 서류들의 이상유무를 서로 계속 확인해야 해. 서류의 작은 오타가 있기만 해도 수출입 업무에 지장이 커.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딴지 걸리고, 프로세스 지연되고, 우리한테 오는 피해가 크게 발생될 수 있어.

 


 이거는 평소 상사 쪽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뵈면 여쭤보고 싶었던 것인데, 혹시 미생 봤어요?


 얼추 봤는데, 제대로 못봤어 ㅎㅎㅎ



 

얼추 보셨을 때, 실제 상사와 얼마나 비슷해요?


조직문화와 일 측면에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본적으로 잘 묘사했는데,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 우선 조직문화에 대해서 말을 하면 실제 상사 문화가 조금 더 빡센 것 같아. 이것은 비단 상사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러면 업무적인 측면은요?


업무적으로도 조금은 아쉬웠어. 미생에서는 이상적인 것을 많이 그려놨다고 해야하나. 사실 사원에게 맨땅 헤딩하면서 해외 거래처를 발굴하고, 아이템을 발굴하는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아 ㅠㅠ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 되는 게 많아. 그 전에 숙지해야 할 것도 많고.



신규 아이템 발굴하는 케이스가 적나요?


 미생을 보면 장그래가 속한 팀은 그러한 신사업, 시장 개발이 일상의 루틴 한 업무처럼 나오는데, 그런 팀은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모인 신사업개발팀 같은 경우만 해당돼. 


그 외 대다수 팀은 기존 거래선들과 루틴하게 무역업무를 하면서 시황에 따라 가격을 협상하며 일을 진행하지.



 생각과는 좀 다르네요 . 상사가 신사업을 적게 한다니.


사고가 많이 나서 축소 했어. 그래서 거의 안하고 있고. 대우 인터네셔널 (현 포스코 대우)이 미얀마 가스전으로 성공한게 있는데 그 외에는 대부분 실패를 해서 다른 상사의 경우에도 신사업 추진을 많이 축소했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형은 사업 할 생각 없어요? 상사에서 몇년 있다가 나오면 사업 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ㅎㅎㅎ 기회가 있으면. 추세를 말하면 나가서 사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고, 나가시는 분들이 적은 것 같아. 연배가 있는 분들 중, 업계에서 이름 날리시는 분들은 종종 나가서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생산업체나 포워더 (Freight forwarder: 운송취급인으로 화물을 인수하여,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일체의 업무를 주선하는 사람 및 업체. 대표적인 업체로 현대 글로비스, 범한판토스 등이 있다 ), 일을 하면서 손발을 맞춰왔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 아무래도 일을 계속 믿고 맡기게 되거든. 그렇게 한 아이템 분야에서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과장급은 되어야 하고, 그런 분들 중 자기 사업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내가 느낀 장점과 단점]


형은 일하시면서 이 일의 장점으로 어떤 것을 느꼈어요?


비즈니스의 A to Z를 다 한다는 것. 


구매부터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한 모듈 안에 있어. 일반 제조업체에서는 구매팀에서 구매를 하면, 세일즈 마케팅팀이 그것을 판매하는데, 우리는 영업담당자가 모두 직접해.


 창고 임대해서 재고 장사 하기도 하고. 물품 넘기면서 오퍼레이션 관리도 하고. 시장 조사해서 시장성이 보이고, 우리 가격으로 들어갈만한 국가를 발견하면 현지 거래선 컨택해서 뚫는 세일즈 마케팅도 하고. 또 판매 후에도 판매한 아이템에 대한 채권관리 및 관리회계 분석을 통해 실적도 예측하고.. 전반적으로 내가 담당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고 할 수 있어.


 

모두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데, 대단하네요. 반대로 아쉬운 점은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본적으로 범용 제품을 팔다보니 가격 갖고 경쟁하는 수 밖에 없어.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브랜드 및 마케팅 요소가 들어가잖아. 삼성 것인지, 애플 것인지 등등. 사실 상품에 가치를 더해주는 브랜드 매니저로써의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니야.


같은 물건이라도 이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드는 장치적 요소를 넣어서 ‘와 갖고 싶어’ 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경험을 나는 가지지 못하잖아. 그게 가장 아쉬운 점이야. 이미 커스터마이징 시대가 왔는데,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으니까



 

또 다른 단점은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상사 영역이 위축되고 있는 것. 우선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아.제조업체, 상사, 에이전트 등등이 다 들어왔어.


 같은 물건 들고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기본적으로 가격경쟁도 심해지고 마진이 줄어들 수 밖에 없지. 마진이 점점 박해지면 운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자연스레 운송비가 적게 드는 주변국 (i.e. 중국)에 팔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주변국에 들어가보면 이미 자국화가 마무리되거나 계속 진행 중이라 물건수요도 줄어들고 있어. 플레이어도 많아지고, 마진도 박해지고, 경쟁도 심해지고.. 어려운 상황이야 정말.


 또 아까도 나온 얘기지만 기존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루틴한 일을 하는게 의외로 많다는 것. 들어오면 느끼겠지만 굉장히 루틴해. 현물가지고 장사하는 은행이야.



 사실 상사에 들어가는 사람 중에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 많잖아요, 액티브 한 사람도 많고. 그런 루틴함에서 오는 지침은 없나요? 형과 형 동기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

 

 의미부여하기 나름인 것 같아. 결국 비즈니스를 하면서 챙겨야 하는 프로세스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 포커싱하면 만족도가 매우 높고, 루틴 한 업무에 초점을 맞추면 낮아질 수 있고. 나중에 사업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사업수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한 아이템을 도맡아 하는 거니까.

 

 내 동기들 같은 경우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더라. 트레이딩 업무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던 스탭부서로 가게 되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현재 하는 일의 괴리가 크게 오고… 그래도 트레이딩 하고 싶었는데, 트레이딩으로 가게 되었다면 전반적으로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

 

 그리고 시스템이 잘 안잡혀 있어서 일을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 뛰쳐나가는 것 같아. 내가 하는 업무는 우리 회사에서 오랫동안 맡았던 아이템이어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는 편인데, 안그런 팀도 있거든.





장점이 큰 만큼 단점 역시 많군요!! ㅎㅎ 그러면 형은 일하면서 '아, 이맛에 한다'라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있다면 언제였어요 ??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내가 물건을 팔아 냈을 때! 상사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물건을 잘 세일즈하는 것도 있지만, 그 전에 물건을 파는데 있어 소모되는 비용을 다 알고 있어야 해. 구매 혹은 판매계약을 마무리 하기 전에 발생될 비용을 정확히 예측 후 최소화 시키면서 내가 회사이익을 잘 내고 영업목표도 이뤄내면 기분이 더 좋지. 


 그리고 국내외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야. 일하다 보면 항상 나만 배부를 순 없잖아. 즉 서로 시황에 따라 힘들 때 도와주면서 신뢰도 쌓고 하다 보면 좋은 관계에서 오는 보람도 확실히 크게 있어.

  


[스키선수에서 상사맨으로..]


그렇구나. 형 원래 스키 선수 했었잖아요. 그런데 어쩌다 무역업으로 오게 된거에요?


사실 어려서부터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을 포함해서 13년 간 스키선수 생활을 하고,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체육지도자나 대학교수를 생각했었어.


 그런데 선수시절 여러 차례 해외 전지 훈련을 다녀오면서 보다 큰 물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겼고, 대학 시절 심한 부상으로 은퇴한 다음에 미국, 프랑스로 두 차례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자연스럽게 해외 사람들이랑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

   


 오 신기방기. 운동선수에서 상사맨이라! 관련되어 상사에 가고 싶은 덕후들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이 뽑히는지 살짝 말해줄 수 있나요?

 

 요즘 상사에 뽑힌 사람들을 보면 언어와 대인관계 능력 베이스 위에 둘 중 하나의 강점을 갖는 것 같아. 하나는 정신적인 맷집. 잘못하면 큰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면서 완수해낼 수 있는가, 즉 심한 스트레스도 긍정적으로 잘 견디는가…


그리고 직무 적합성. 상사에서 하는 일을 얼마나 잘 알고, 그 일과 관련된 것들을 경험해보았나. 상사에서의 인턴이 베스트이고, 상사와 연관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포워드 쪽, 물류회사, 메이커쪽에서 출납을 담당하는 곳, 해외영업팀) 에서 일을 경험해보면 좋아.


이외에도 기본적인 거시경제와 관련한 지식은 꼭 쌓아놓길 바래. 원자재 트레이딩이 기본이기 때문에 유가와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움직이게 되는 요인과 그에 따른 원자재별 가격과 수요전망, 연준 및 주요국 통화정책 등 각종 경제이슈들을 잘 파악해 놓아야 면접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형은 어땠어요?


나는 스키선수 시절 합숙 생활을 하면서 회사 생활에 필요한 질서 체계를 배우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교환학생시절 복수전공인 경영학 30학점을 모두 이수하면서 경영학에 대한 지식과 영어실력도 키울 수 있었고. 


 사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끈기 있게 따라가다 보니 영어 사용도 편해지더라고. 마지막으로 너도 알다시피 졸업 직전 교내 경영전략학회활동을 했는데, 여러 기업들과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하며 기업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했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고, 이게 면접에서 잘 먹혔던 것 같아.


 

 그렇구나…!!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만 해주세요!


 본인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 본인이 주변 사람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뻔한 얘기이기도 해. 그런데 나는 맞는 얘기라 다시 한번 하려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도 있지만,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본 후, 본인의 성향과 맞는 곳에 가야 하는 것 같아. 그래야 재미도 느끼고 몰입도 잘 되면서 결과와 보상도 자연히 따라오게 되니까 본인 스스로의 성취감과 만족도도 높아질 테고…


예를 들어 상사는 위계가 센데 위계문화랑 거리가 먼 사람이 온다? 그럼 힘들어.


그런 측면에서 자기를 알아야해.

 




어떻게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을까요? 참 어려운 말이네요 ㅠㅠ


정답은 없지만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한 탐색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 즉, 본인이 보람을 찾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방면 (i.e. 동아리, 군대 등)으로 경험하고 명확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취업이 목적이 아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삶의 비전을 세웠으면 좋겠고. 그러면 힘든 순간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야.

 

 마지막으로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남들과 비교하며 기가 죽거나 우울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일희일비 하지 말고 자신이 삶의 중심이 되어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을 테니 항상 자신감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현재 다른 곳에 근무하고 있지만 예전 학부 시절 나에게 상사맨은 그야말로 로망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척자의 향기가 상사맨이라는 단어에서 물씬 풍겨나왔다.


역시나 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화려함보다 새로운 영역으로 자신을 던지고, 그 길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느껴졌다. 아직도 새로운 것을 꿈꾸고 몸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형을 보며 그 개척정신의 끝이 어디일까, 그리고 어디로 향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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