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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May 30. 2018

번역가 A씨의 일일

프리랜서, 번역을 한다는 것, 대기업 수준의 월급, 자유로운 직장

 언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은 한가지 언어를 잘한다. 그래서 한가지 틀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두세가지 언어를 잘한다. 그래서 그들은 몇개의 틀로 세상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중에도 조금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두세가지 언어를 잘하면서 하나의 틀로 보는 세상을 다른 틀로 완벽하게 해석해내고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통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내 친구는 누구보다 섬세한 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한국어와 영어라는 두 가지 틀로 세상을 자유자재로 번역해낸다. 같은 세상을 두가지 틀로 동시에 보면서 다른 틀로 해석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이 친구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분명히 우리가 보는 세상과는 다를것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Up (業) Side 목차-

01. 토종 한국인, 세계를 누비는 해외 기자가 되다

02. 선생님이 OECD에 들어간 이유는?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04. 어쩌다 된 의대생, 소아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05. 스타트업에 간 회계사

06. 훌륭한 화장품 뒤에는 훌륭한 마케터가 있다

07. 벤처 투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08. IT 서비스 기획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09. 공연기획 하고 싶은 사람 손!

10. 달콤한 인생, 파티쉐가 되다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2. 패셔너블해야 패션MD 하나?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6. 교사 라이프가 궁금해? 임용부터 담임까지

17. 번역가 A씨의 일일

18. 국내 통신사에서 미국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19. 가깝고도 먼 직업, 방송 PD

20. 미생이 담아내지 못한 상사 이야기




1. 번역가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2. 번역에도 프로세스가 있다고?
3. 번역가와 AI의 대결구도는 그만!
4. 번역가의 길을 가다.



[번역가의 세계에 초대합니다.]


번역가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많이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이 읽을만한 글을 번역하지 않아요. 제 전문분야는 그쪽이 아닐텐데… 저는 영어와 한국어를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전문분야요? 번역에도 전문 분야가 있어요? 가능한 언어를 번역하는게 아니였나요?


 당연하죠. 번역은 언어를 다루는 직업이에요. 사람들을 보면 각자 잘 아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잘 하잖아요? 가령 국문과 학생과 물리학과 학생에게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하면 둘의 깊이 차이가 크겠죠?


 번역도 마찬가지에요. 어느정도 레벨이 있는 번역가들은 각자 자기의 전문 분야가 있어요. 몇년이상 그 주제를 번역하고 연구하다보면 그 주제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더 깊이 있는 언어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돼요.


 그래서 반대로 A라는 전문 분야의 번역가가 B라는 새로운 영역의 번역을 시작하면 그 분야의 신참번역가랑 역량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도 해요. 그리고 A분야를 번역하며 이해도가 높아지거나 특정 원작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그쪽 일을 계속 맡아요. 가령 제가 알랭드보통의 책을 번역해왔다면 (아닙니다..) 알랭드보통의 신작이 나오면 제게 가장 먼저 연락이 올거에요.


위의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세요.....


그렇군요.. 번역가님의 전문 분야는 어디에요?


 저는 문학쪽 번역을 전문으로 하고 싶어요. 하지만 문학 번역은 일이 많지도 않고, 소수의 번역가에게 일이 집중되는 구조에요. 그래서 저는 논문 번역이나 계약서, 회사간에 주고 받는 서류나 유학문서 등을 많이 번역합니다.



논문도 번역하시는군요? 어느 분야의 논문을 많이 하세요? 논문은 분야 전문도가 더 높을 것 같아요.


 맞아요. 번역가가 공부한 전공에 따라 들어오는 일의 주제도 영향을 많이 받죠. 저는 부전공이 철학이에요. 그래서 철학이나 연결된 학문인 사회학쪽 논문 번역을 많이해요. 저는 철학쪽 테크를 타서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좀 망...테크...아니.. 그런데 제가 음악쪽 취미가 있어서 해외 음악 동향을 열심히 보는데, 어느정도 지식이 쌓이면 이쪽으로 분야를 확장할 수도 있죠.



아, 그런데 통역이랑 번역은 다른가요? 번역도 하면서 통역도 해요?


 번역과 통역에 필요한 자질은 조금 달라요. 사실 남자가 통역 일을 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저는 남자에요)

통역은 여자 선호도가 높은 분야에요. 번역과 통역의 가장 큰 차이는 실시간성이라고 생각해요. 실시간으로 음성과 함께 전달되는 다양한 신체적, 감정적인 신호를 캐치하고 그것을 반영한 언어를 만들어내는게 통역의 핵심 능력중 하나죠.


 남성은 직선적인 언어에 대응성이 높지만, 여성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정보들에 훨씬 섬세해요. 그리고 통역은 번역보다 좀 더 서비스직에 가까운 측면이 있죠. 그러다보니 통역은 여성이 선호되곤 해요.



오호, 그럼 어떤 식으로 일을 구하세요?


 하다보니 아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예전에 거래했던 분들을 통해 소개를 많이 받게 되는 편이죠. 교수님들 번역을 많이 도와드렸고, 그분들께서 가르치는 학생들을 소개해주세요.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내고 싶을 때 번역을 많이 거쳐요. 번역 퀄리티가 좋아 학술지에 기재되면 인센티브가 꽤 크죠. 번역비의 50%까지 인센티브로 받은 적도 있어요.



번역이 그렇게 많이 중요하군요? 잘 몰랐어요.


 언어에 따라 조금 다르긴하지만, 제가 많이 진행하는 문학, 철학 등 흔히 ‘문과'쪽은 번역이 사실상 재창작 수준이에요. 그대로 문장을 번역하는게 아니라 원작자가 의도한바를 최대한 이해해내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반대쪽 단어를 찾아내야 하죠.


 한국어-영어 번역은 정확한 단어를 찾아내는게 정말 중요한 감각이에요. 영어는 비슷한 뜻인데 단어마다 뉘앙스 차이가 매우 커요. 그걸 포착해내서 한국어로 풀어내거나 반대로 뉘앙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영단어를 찾아내는게 실력이죠.


 문학은 세련되고 유려한 문장을 만드는게 중요해요. 반대로 공문서는 똑부러지는 언어로 작성하는게 중요하죠.


공문서는 위와 같이 의미 전달이 분명한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량이 많아지면 많은 문장에 대해 다 정확하게 해내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문학은 팀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아는 유명하고 긴 외국 소설 중에는 팀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과적으로는 메인 번역가 이름 하나만 올라가지만, 번역회사나 출판사에서 모집한 대여섯명 이상의 번역가가 팀을 이루고 메인 번역가의 주도로 분량을 나눠서 번역해요. 그러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도 공유하고 호칭이나 표현법 등을 정리하면서 진행하죠. 저도 예전에 이런 팀 번역을 한적이 있었는데 엄청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번역에도 프로세스가 있다고?]


보통의 번역 프로세스에 대해 알려주세요. 제가 책 한 권 번역을 의뢰드린다고 가정해볼게요.


 일단 의뢰자를 만나서 요구조건을 들어요. 간단한 수준의 초벌 번역만 원하는지, 완성본을 만들어내야 하는 번역을 원하는지를 확인하죠. 완성본은 제가 만든 최종 결과물을 외부에 바로 공표하는 수준이고, 초벌 번역은 제 결과물을 참고해 원작자가 추가 작업을 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죠.


 초벌번역만 하고 끝나는 케이스가 더 많아요. 비용 이슈가 크죠. 논문의 경우 완성번역은 페이지당 오만정도인데, 초벌 번역은 오천원까지도 내려가요. 그래서 돈이 필요한 대학생들이 초벌 번역을 많이 하죠. 그러다보니 단가가 더 내려가고...휴…


 일단 초벌인지 완성인지 결정되면 계약서를 작성해요. 페이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미리 정해두고요, 납기, 중간 점검, 오타에 따른 페널티 등을 정리해서 명문화하죠.


 1차 납기일을 목표로 초초벌 번역을 한번 작업해서 보내죠. 의뢰인은 그걸 읽어보고 방향을 결정해요. ‘이런 구조면 좋다'던가 ‘이런 내용은 잘못되었다' 등의 피드백을 주고받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계속 진행해요. 보통 2~3차 납기에서 끝나요. 완성해서 최종 납기하면 1주일정도 리뷰 기간을 거쳐요. 그동안 오타나 어색한 문장 등을 고치죠.



가장 어려웠던 번역은 어떤 케이스였어요?


 치약 관련된 논문이었어요. 급하게 들어와서 진행한 일인데…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어요. 치약을 만드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규제 등이 포함된 내용이었는데.. 덕분에 치약 지식이 많이 생겼어요.


전문 분야가 넓어지네요. 덕질 분야가 늘어나겠네요..


그래서 주말에도 출근했다.


[번역가와 AI의 대결구도는 그만!]


종종 오역 논란이 있잖아요? 해석을 잘못하는 경우도 많고, 아예 번역가의 의도가 강하게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것 같아요. ‘어벤져스' 영화를 보는데 ‘첼리스트'를 ‘첼로리스트'라고 번역했더라구요. 이상해서 찾아보니 번역가가 ‘일반인에게 첼리스트라는 단어가 생소할것 같아 고민 끝에 첼로리스트'라고 번역했다.’라고 밝혔더라구요.

 

 기본적으로 번역은 재창작이고, 그런 부분은 번역가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자유가 사회적인 통념 내에서 발휘되어야 하겠지만. 번역가가 자신을 내세울 수는 없어요. 하지만 쓰는 단어나 표현법 자체에는 자유도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오역이 용납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테의 신곡에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정말 대표적인 오역 사례에요. 원작에는 이거랑 관련된 문장이 없어요.


 근데 사실… 가끔 이해가 되기도 해요. 번역을 한다는 것은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서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죠. 그런데 원문이!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번역을 해야 하는데, 원문에 논리적인 오류가 있거나 아니면 아예 그냥 … 아무말 대잔치인 경우가 있죠. 그러면 꽤나 난감해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번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요즘 이런 질문을 종종 받죠. 인공지능 번역이 강해지면 일자리를 뺏길까요? 뺏길것 같아요. 초벌번역가나, 업계에 갓들어오는 분들은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되었어요. 그 정도 수준으로는 금방 치고 올라올 것 같아요. 기계번역은 빠른 시간에 낮은 레벨로 대량의 번역을 해내는데 최고의 효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통번역은 그것 이상의 일을 해내는 경우가 많아요. 언어를 매개로 사람을 읽고 사람과 연결하는 끈이 되는 일인데, 기계는 아직 그런 감정을 읽어내는 수준은 아니죠. 신문기사나 이과 논문 같이 포맷이 정해진 것들은 기계가 잘하게 될거에요. 하지만 ‘일기’만해도 인공지능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인공지능 번역기로 단축한 시간을 이제 사람들이 더 좋은 곳에 써야한다고 생각해요. 기계랑 인간 번역기  대결시키는데 시간을 쓰는건 아깝죠..


 

[번역가의 길을 가다.]


그렇군요. 그럼 번역가님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되었어요?


 저는 좀 특수한 케이스에요. 보통은 잘하는 언어가 있거나 통번역사를 꿈꿔서 관련 학위를 따면서 커리어를 시작해요. 저는 사실 부모님께서 ‘중학교 이후로 학비를 대주지 않겠다. 알아서 해라'라고 말씀하시면서 부모님이 하시던 번역일을 많이 소개해주셨어요. 두 분다 사회학과 국제관계학쪽 연구를 하세요. 그런데 해당 분야의 논문이 국내에 번역이 많이 안되어 있어서 직접 번역하셔야했죠. 두 분의 번역업계에 지식과 네트워크에 도움을 얻어 시작했죠.



그래서 번역가님이 그렇게 애늙...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으시군요. 그런데 중고딩때 그런 번역을 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시작은 쉬운걸로 많이 했어요. 재미있던건 동화책 번역이이었죠. 신문기사 번역도 많이 했어요. 신문이나 리포트에 보면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글쓰는 분이 외신 본문을 다 번역할 수 없으니 초보 번역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죠.



그럼 일반적으로 통/번역사가 되는 케이스는 뭐에요?


 보통은 통역과를 나와서 외대영통대학원 같은 통번역대학원을 들어가요. 그리고 통번역사 자격증을 따요. ‘한국통번역협회’라는 준국가공인 기간이 있어요, 거기서 관리하는 1~3등급 자격증이 있죠. 자격증 등급에 따라 협회에서 일거리를 연결해줘요. 다른 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도 있는데, 한국통번역협회가 가장 일반적이에요.



오호, 여기도 시험을 보는군요. 어떤 문제가 나와요?


 주어진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유지하면서 통번역하는 문제들이겠죠? 그런데 시험마다 좀 달라요.



자격증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어요? 통번역 회사에 소속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자격증이 없이도 일할수는 있는데, 대부분 클라이언트쪽에서 급하게 처리하고 싶은 일들이 그분들께 많이 가요. 그리고 이런 경우 중에는 페이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죠. 회사 같은 시스템에 소속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에요. 회사에서 일하면 일감도 꽤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보상도 체계적으로 받을수 있죠.



번역가님도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요?

 아니요. 저는 회사를 싫어해요. 안정적인 것보다 개인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는게 중요해요 저는.



통번역가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는 케이스는 어떤게 있어요?


 음 제가 아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서울대에서 미술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외대 영어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하셨죠. 한국 고미술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세요. 미술쪽은 특히 작가의 의도를 잘 살리는 번역이 중요하고, 돈을 많이 쓰는 분야에요. 그래서 작품 소개글 한 페이지 번역비가 일반인 월급에 버금가는…


 통번역은 언어라는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에요. 본질적으로는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듣고싶은 바를 잘 잡아내는게 중요한 능력이죠. 특히 동시통역을 할때 이런 능력이 중요해요. 동시통역사분들은 말하는 사람과 같은 레벨과 속도로 생각해야 하는 분들이에요. 다음에 의뢰인이 무슨 말을 할지 거의 예측하는 수준으로 대상과 소통할수 있어야 하죠.



우리나라 번역 업계는 어때요? 외국 번역 업계랑 차이가 있나요


 기본적으로 번역의 가치를 많이 인정받지 못해요.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면 일끝나고 바로 입금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종종 화내야 주는 사람도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을 안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회사에 들어가서 번역해도 회사가 번역비의 절반을 수수료로 먹어요. 게다가 학연/지연이 없으면 일을 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죠.

우리나라도 요즘은 번역 퀄리티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 특히 일본에 비하면 ‘글' 자체에 대한 지원이 적은 것 같아요. 번역은 ‘글을 쓰고 읽는 시장'이 성장할수록 함께 성장하는 분야에요. 일본의 경우에는 다양한 분야나 장르의 글을 쓰는 것을 많이 지원해요. 가령 추리소설을 쓰던 사람이 연애 소설을 써도 출판을 도와주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에서는 ‘잘하는 것만 계속'하기를 바래요. 그러다보니 번역할 글이나 좋은 글이 늘어나지 않고 인기 분야에 사람이 몰리고, 비 인기 분야의 번역가가 자라나기 힘들죠. 그러면 그 분야의 글은 유통되지 않고 악순환이 시작되죠.


 시스템을 갖춰서 국가적으로 분야를 조율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통번역 전문 기관이 외대와 이대에만 있어요. 그러다보니 업계에서 학연/지연도 따지게 되죠.



앞으로도 번역 일을 계속 할거에요?


 저는 글쓰는 걸 좋아하고, 언어를 다루는 일을 잘해요. 작가가 되는게 꿈이라서 번역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년정도만 더 할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언어랑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작가가 안되면 관광 가이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리랜서 번역가로 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거에요. 월급도 왠만한 대기업 친구들이랑 비슷하게 벌어요. 그러면서 하루에 6시간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해요. 카페이서 일할때도 많아요. 노트북만 있으면 바로 일터가 되죠.


 하지만 안정적이지 않은건 큰 단점이에요. 한달동안 일이 막 몰려서 돈을 많이 벌다가도, 세달동안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사람이 피폐해져요. 이런 식으로는 사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프리랜서다보니 인간관계 스킬이 엄청 뛰어나야 해요. 여기저기서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입과 직결되죠. 컨디션에 따라 실수해서 오타를 내면 신뢰도가 크게 깎이기도 하구요.



통번역을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본인이 정말로 글이나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언어와 감정에 재능이 있지 않는한 돈만 보고 들어오기에는 벽이 너무 높은 분야에요. 인공지능 수준으로 초벌 번역만 할거면 시작하지 않는게 좋아요. 좋아하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다는 레벨이 아니라면 시작하지 마세요. 그냥 외국어를 잘하는것과 다른 수준이에요. 그리고 제가 만나본 통번역가를 꿈꾸는 90%의 사람은 이런 수준이 아니에요.

 

 그리고 좋은 통번역사의 자질을 가진 것과,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자격증을 따는건 전혀 다른 일이에요. 후자에서 요구하는 트랙이 있어요. 그걸 맞출수 있어야 통번역 일을 제대로 시작할수 있게 돼요. 그것을 성공의 척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이 코스는 거치는게 좋아요.


 그래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분들은 뻔한 이야기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세계여행을 가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책을 많이 읽고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도 좋아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언어, 문체, 말투를 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그래서 넓고 깊은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분명 재능이있는 통번역가가 될거에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새로운 언어로 전달하던 친구는 이제 같은 일을 다르게 하고 있다. 친구는 통번역 일 대신,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걸 외국어학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걸어온 길을 알기에 나는 그것이 단순히 외국어 학원 그 이상임을 안다.


  그래서 좌충우돌 친구가 새롭게 겪는 일들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건너 듣는게 좋다.


 지난번에는 번역가로서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조만간 다른 역할로의 이야기를 듣길 기대하고 있다.


 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종로 근처에서 살거나 일하고 있다면 ‘티움’을 찾아보길. 그동안 주변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걸 찾아내는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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