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p Side Feb 21. 2018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2년차, 뉴요커,  한국 vs 미국 컨설팅, 뉴욕에서 일하기


“Hello 형님~”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진행하는 여타의 인터뷰와 다르게 스카이프로 진행한 이번 인터뷰. 아이패드에 비친 자기 전 내 모습과 늦잠 잔 형의 씻지 않은 모습에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우리는 한국의 한 전략 컨설팅 펌에서 같은 프로젝트의 RA (Research Assistant)로 인연을 맺었다. 프로젝트에서 매일 새벽까지 고생한 덕분에 친한 사이가 되었다. 새벽 세시에 컵라면을 앞에 두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둘 다 어엿한 커리어를 가진 직장인이 되었다.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던 형은 방학이 끝나고 다시 미국으로 갔고, 지금은 Ernst & Young 뉴욕 오피스에서 2년차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Up (業) Side 목차-

01. 토종 한국인, 세계를 누비는 해외 기자가 되다

02. 선생님이 OECD에 들어간 이유는?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04. 어쩌다 된 의대생, 소아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05. 스타트업에 간 회계사

06. 훌륭한 화장품 뒤에는 훌륭한 마케터가 있다

07. 벤처 투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08. IT 서비스 기획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09. 공연기획 하고 싶은 사람 손!

10. 달콤한 인생, 파티쉐가 되다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2. 패셔너블해야 패션MD 하나?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6. 교사 라이프가 궁금해? 임용부터 담임까지

17. 번역가 A씨의 일일

18. 국내 통신사에서 미국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19. 가깝고도 먼 직업, 방송 PD

20. 미생이 담아내지 못한 상사 이야기




-글 목차-
1) 경영 컨설팅의 업 (業)?
2) 나의 프로젝트, 나의 회사
3) 한국 vs 미국 컨설팅
  - 근무환경, 컨설턴트 수준, 프로젝트 종류 및 분야
4) 외국에서 일하는 것 어때요?



[경영 컨설팅의 업 (業)?]


뉴~욕~ 미드에서 보던 도시에서 일하고 계신다니 신기해요. 뉴욕에서 일하는 거 어떠세요?

 

좋지 좋아. 커리어 측면에서 얘기를 하면 일단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아~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도시인 것 같아. 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같은 현상도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경우가 자주 있어. 같이 일하면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 단점은… 물가가 비싼데, 그 정도 가치가 충분한 도시야.



지난 번 형한테 놀러 갔을 때 집값이 너무 높아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단도직입적으로 … 컨설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컨설팅은 고객들이 (주로 기업 임원들이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업이야.  풀고자 하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전략, 오퍼레이션(Operation), IT 컨설팅 등으로 나눌 수 있어.


우선, 전략 컨설팅은 전사 방향성에 관한 고민을 대신 해준다고 보면 될 것 같아. 지금 시장이 어떤지, 그 시장에서 회사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뭔지, 어떤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지 등


오퍼레이션 컨설팅은 운영 효율화에 관한 거야. 생산 및 공급을 어떻게 최적화 할지, 구성원들간 업무를 어떻게 분담할지 고민하는 거지. 보통 부서 단위로 프로젝트를 하지만, 여러 부서를 통합적으로 보기도 해.


IT 컨설팅은 어떤 IT 소프트웨어를 써야 할지, 더 효율적인 IT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을지 등을 다뤄. IT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사람을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 예전에 100명이 했던 일을 10명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나머지 90명을 다른 일에 투입하거나, 인력을 감축하기도 해.


모든 펌들이전략, 오퍼레이션, IT를 다 하지만, 흔히들 아는 McKinsey, BCG, Bain(MBB)는 전략컨설팅으로 유명하고, Ernst & Young, Deloitte 등은 오퍼레이션 컨설팅, Accenture, IBM 등은 IT 컨설팅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형이 일하고 있는 Ernst&Young은 회계 법인이잖아요. 일반 컨설팅펌과 차별점이 뭔가요?


회계 법인은 컨설팅 프로젝트 범위가 정말 넓어. 일반 컨설팅펌과 비교했을 때, 회사의 규모가 크고, 전략, 오퍼레이션, IT 및 산업 별 전문가도 많아 프로젝트를 할 때 폭넓은 협업이 가능하고, 자연스레 결과물의 수준도 높일 수 있지. 제안서를 쓸 때, 이걸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편이야.



그런데 형이 말한 것처럼 대형 펌들 모두가 전략, 오퍼레이션, IT, 산업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 않나요?


물론 대형 컨설팅펌들 모두가 전략, 오퍼레이션, IT 부문을 갖추고 있지만, 회계 법인의 규모에는 못 미치는 것같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다른 회사에서 하던 건데, 작년에우리가 IT 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야금야금 뺏어왔어.


프로젝트 초반에는 2~3명이서 했는데 지금은 오퍼레이션, 전략 프로젝트도 추가 수주 받아서 해당 고객사에 20~30명의 컨설턴트들이 붙어있어. 미국 전역에 있는 분야 ,산업별 전문가들을 동시에 투입해서 가져올 수 있었지.



회계 법인이기 때문에 재무 관련 프로젝트에 강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응, 재무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해. 예를 들면, 내부 감사 절차를 재정립 하는 프로젝트는 우리가 쉽게 따오지. 감사 절차를 최적화 시키는 건 회계 법인만큼 잘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거든.


Due Diligence(실사) 프로젝트도 많아. 전략 컨설팅펌들은 시장조사를 통해 전략을 세우는데, 우리는 그것외에도 재무제표 실사도 할 수 있어. 기업가치평가는 결국 투자은행에서 하겠지만, 그 평가의 기반이 되는 재무제표는 회계 법인의 실사를 통해 나오는 거니까 기초작업을 하는 셈이지.

 

※ Due diligence: 실사. 기업인수(M&A)에 따르는 위험 또는 문제점을 인수 전에 파악하는 절차. 시장조사를통해 해당 기업에 대해 파악하는 Commercial Due Diligence, 재무제표를 통해 보는 Financial Due Diligence 등이 있다.


회계 법인이기 때문에 못하는 것들도 있어. Sarbane-Oxley Act of 2002(SOX)에 따라, 우리 회사랑 감사 계약을 맺은 고객사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못해. 또, 컨설팅이나 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에는 주식 투자를 못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부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공정한 거래라 할 수 없으니까 제한하는 거지.




[나의 프로젝트, 나의 회사]


비밀보장 조항에 걸리지않는 선에서 실제 프로젝트 사례에 대해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뉴욕 소재의 미디어 회사에서 했던 오퍼레이션 컨설팅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줄게. 뉴스 채널에 뜨는 자막이나, PC/모바일 홈페이지에 있는 광고 배너들을관리하고 판매하는 광고 판매 부서에서 광고 관리 체계를 개편하기로 한 거야.


내가 맡았던 일은 직원들의 일과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거였어. 아침에 와서 퇴근할 때까지 어떤 일들을 하는지 조사하고, 이걸 다시 카테고리 별로 묶는 거야. 그러면 업무 별로 평균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지가 나오는데, 이걸 다시 경쟁사들의 데이터와 비교해. 경쟁사 출신 임원들을 인터뷰해서 자료를 조사한 다음, 경쟁사 대비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디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지 보는 거야.


예를 들면, 부가가치를 내지 못하는 곳에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쏟는다거나, 나가서 영업을 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지원 성격의 업무를 하고 있다거나 말이야.

 

 

그렇게 일과를 분석하고 난 다음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부서 별로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업무를 재분배했어.  


특히,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 짜는 일이 빡세긴 했는데, 재미있었어. 고객들로부터 이런 의뢰가 들어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고, 누구한테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의뢰부터 계약 및 관리까지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일을 했어.


또,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업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병행했는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원래 하던 업무에서 자유로워지는 사람들이 있었어. 그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을 주는 것도 담당했지.


이걸 하면서 (1) 이 분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볼 수 있었고, (2) 중요한 의사 결정들을 도와주며 광고 판매업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를 배울 수 있었어.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직원 당 업무별 시간 할당에 대한 모델링을 했어 (Full Time Equivalent modeling이라고 해). Phase 1이랑 2에 투입되었는데, Phase 1에서 엑셀로 모델링을 했어. 각 직원들이 하는 일을 쭉 나열하고 그것을 직원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각 업무에 할당된 숫자 (인원, 시간)를 변경하며  재배치했어. 그래서 가장 효율적인 지점을 찾아냈고. 실제 그게 결과물에 포함되어 전달되었어!

 
 Phase 2에서는 각 직원이 해당 시나리오별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여야 하는지, 고객사 및 해당 산업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프로세스 플로우를 직접 짰었어.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 및 케이스들을 나열하고, 중요도/빈도/위험도 기준으로 우선 순위화하여 짰었지.


아무래도 내가 직접 광고 판매를했던 것도 아니고, 경험이 없으니 가설을 생각하며 전문가, 실제 직원들을 인터뷰하며 가설들을 확인해 나갔지. ‘이런 케이스들이 실제 있느냐, 얼마나 자주 발생했느냐, 이렇게 대응했더니 어떤 반응이 있었냐’ 같은 것들을 질문했었고.
 
그 다음으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교육 자료도만들어주었어. 초등학생한테 가르친다 생각하고, 우리가짰던 전략들을 짧은 시간에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 (이게 사실 생각보다 엄청 어려웠어ㅋㅋ  제한적인 시간 내에 본사 직원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사의 교육 자료 작성으로 일의 범위가 넓어졌거든) 너무 자세히 얘기했나?
 




ㅎㅎ 아니에요. 좋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제 스스로 뭔가를 생각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상사를 보조하게될 때가 많은데, 컨설팅은 다른 것 같아요.

 

아니, 그렇지 않아. 사실 신입이 하는 일은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회의록 쓰고, PPT 장표 포맷팅하고 (그림 그리고, 글꼴맞추고, 색 통일하고…) 사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지루하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이고, 이런 일이라도 빠르게 잘하면 좋아.


시니어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보조고, 그것을 잘 해냈을 때, 기대 이상으로 해볼 기회를 줘. 사실 PPT 자료 포맷팅에도 얼마든지 내 생각을 반영해서 전달력을 높일 수 있어. 시니어들에게 내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1~2년차니까 겁먹거나 기죽지 말고 패기있게 말이야. 삽질 하더라도 피드백 받아서 수정하면서 실력이 느는 거지.



맞아요! 저도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패기 있게 아이디어 내고 있어요. 삽질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보람찼을 때는 언제예요?


상사한테 인정받았을 때지. 윗사람이 내가 한 일을 인정하고, 좋아하고, 칭찬해줄 때 보람을 느껴. 사실 주니어일수록 외부에서 보는 컨설턴트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신입이 고객사에 가서 보고를 하지 않거든. 아무래도 윗사람을 보조하는 역할이 주가 되다 보니, 윗사람한테 칭찬 받으면 정말 좋지.


우리 회사에서는 파트너 컨설턴트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 같기도 해. 파트너들이 주니어 칭찬에 굉장히 후하거든. 칭찬을 많이 받으니까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이제는 쿨하고 당당하게 ‘Thanks!’ 하고 대답해.


고객사로부터 인정 받을 때도 정말 보람차. 이번 프로젝트 때 고객사와 직접 만날 일이 많았는데, 끝날 때쯤 나랑 다른 프로젝트도 한번 더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야. 얼떨결에 내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물고 온 셈이 됐지. 상사로부터도 인정 받고, 성과 평가도 잘 받아서 좋았어 ㅎㅎ 오예~~~



칭찬 많이 하는 문화라. 한국과 좀 다르네요 ㅎㅎ 그럼 여기서 회사 자랑~! EY는 어떤 회사인가요? 자랑 좀 해주세요.

 

EY는 정~말 문화, 복지 측면에서 정말 최고의 회사야. 관대하고, 유연해. 가령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집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싶다고 하면,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줘. 직원들이 그런 제도를 악용하지 않을 거라고 신뢰해주는 거지.


또, initiative를 중요하게 여겨. 다른 컨설팅펌들은 프로젝트 결과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데, 우리 회사는 내부 이벤트 참여도도 성과 평가에 반영해. 내가 아는 지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트레이닝 시켜주기도하는 세션을 자율적으로 주최하고, 참여하는 문화가 있거든.


예를 들면, 나는 얼마 전에 IT 부서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하는 세션에 가서 Python(프로그래밍 언어)을 공짜로 배우고 왔어. 내가 부지런하기만 하면 배울 수 있는 게 많아.


 

왕따봉



쿨! 좋은 분들과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혹시 단점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너도 알다시피, BIG3에 비해 실력이 부족할 수 있어. BIG3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먼저 데려가니까 ㅎㅎ 민감한 주제이긴 한데, 랭킹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곳이니까. 그래도 나는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단점으로 느끼지는 않아.


사실 일하는 방식은 컨설팅펌 간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보거든. (컨설팅 인턴만 다섯 번 하면서 깨달았어) 회사 구조, 프로젝트 진행방식, 사용하는 방법론도 대부분 똑같아. 그래서 컨설팅 몇 년 하다 보면결국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의 컨설턴트들이 갖는 스킬셋은 다 갖출 수 있어.



[한국 vs 미국 컨설팅]


자, 한국에서 컨설팅 인턴으로 Resume를 꽉꽉 채우신 분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컨설팅 업계를 비교해주세요!

 

내 시각에서 바라본 컨설팅을 이야기 해볼게.


(1) 근무환경
(2) 컨설턴트 수준
(3) 프로젝트 종류 및 분야


1)근무환경

 

한국 컨설팅업의 대표적인 단점은 잦은 야근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지. 근속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달까. (같이 인턴할 때, 매일 새벽 5시 넘어서 퇴근하면서택시 영수증 모으던 게 떠오른다.. 매일 야식 먹고, 살찌고, 앉기만 하면 졸고 그랬는데…)


전략 컨설턴트를 지망하는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면 ‘2~3년만 버텨서 좋은 데 가야지’ 하면서 컨설팅을 ‘견디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 심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업무환경, 처참한 워크라이프 밸런스가 주된 원인이었던 것 같아.


그렇다 보니 한국 컨설팅펌들은 talent retention rate이 떨어지는 경향이 심하지. 실력이 조금만 쌓이면 다른 곳으로 이직해버리니까.


반면 미국은 한국에 비해 근무 환경이 훨씬 좋아. 특히, 우리회사(EY)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좋기로 소문났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에서 인턴하던 버릇이 남아서 늦게까지 일하곤 했어. 그래봤자 9시 정도였지만.


그런데 하루는 프로젝트 담당 파트너한테 전화가 온 거야. “Who’s still workingthere?” SM(시니어 매니저)가 나랑 둘이 남아있다고 했더니 파트너가 왜 아직도 나를 집에 안 보냈냐면서, 업무량 조절을 다시 해야겠다고 SM을 혼내더라고. 내가 괜히 야근을 해서 SM이 혼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거지.


물론, 정말 일이 많아서 다 같이 야근을 할 때도 있어. 하지만, 파트너들이 팀원들이 야근하는 것은 자신들이 프로젝트 계획을 제대로 못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내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문화인 것 같아. 이렇게 직원 복지랑 생활을 신경 쓰는 덕분인지, 장기근속자도 많고, 여성들도 많아. 우리 부서 대표 파트너도 워킹맘이야.


해가 뜨면 집에 갈 수 있겠지?


2) 컨설턴트 수준


평균적으로 한국의 컨설턴트들 실력이 더 좋은 것 같아. 같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어도 한국이 미국보다 직원 수가 훨씬 적어. 입사 경쟁도 치열하지.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된 것 같아. 한국에서 인턴할 때를 생각해보면, 컨설턴트들이 방향을 잡고, 프레임을 짜고, 일을 진행하는 게 매우 신속 정확했어.


그때 정말 많이 배웠어. 같이 인턴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다들 실력이 엄청나구나’ 하고 느꼈고. 저렴하게 표현해서 좀 ‘후달렸다’고나 할까?


미국 컨설팅펌은 사람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회사 내에서도 직원 수준 차이가 커. '얘가 어떻게 이 회사에 들어왔지?'부터 '얘는 왜 여기 왔지?'하는 친구들까지, 정말 천차만별이야. 한국에서는 회사에 들어왔으면 '키운다'는 느낌이 좀 있지. 얼른 가르쳐야 위에 분들도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미국에서는 '고른다'는 느낌이 더 강해. 실력 편차가 심하지만, 사람이 많으니까, 잘하는 애들만 골라서 쓰는 문화인 것 같아’


원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파트너 및 매니저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인터뷰도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에 못 들어가면 '벤치' (프로젝트 없이 대기 상태) 신세가 되는데, 이게 나중에 성과평가 때 정말 불리해.


일을 잘해서 파트너나 매니저가 정말 마음에 들어 하면, 다음 프로젝트도 계속 같이 하자고 해서 떼어내기 힘들 때도 있어. '정글' 같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 '먹이'(프로젝트)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아. 극단적인 예로, 1년 내내 프로젝트를 못 구해서 '벤치'에 있던 신입도 있어.


아.. 그래서 지난번 휴가 왔을 때도 프로젝트 투입 여부를 위한 컨퍼런스콜을 새벽 3시에 진행했던거군요...ㅠㅠ




 3) 프로젝트 종류 및 분야


'왜 컨설팅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가장 단골 대답은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경험할 수 있어서...' 아닐까? 하지만 한국엔 외국계 컨설팅 기업을 꾸준히 고용할만한 기업이 많지 않고, 외부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경우도 드문 것 같아.


또, 컨설팅펌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아직 전문분야가 정해지지 않은 주니어의 경우, 본인의 관심사와 상관없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어. 물론, 회사에서도 가능하면 직원의 관심사에 맞춰주고 싶겠지만 여건상 어렵다고나 할까?


EY에 처음 입사해서 가장 놀란 것은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었어.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는 ‘어떤 일을 안 하는가?’에 답하는 게 더 빠를 거야.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본인이 직접 가서 (프로젝트를) 골라 먹어야 해. 관심 있는 산업/분야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컨설턴트를 찾아가서 네트워킹하고 일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그 쪽 일을 해보는 거지.
 

드문 경우긴 하지만, 만약 기회가 온 프로젝트가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분야면 하기 싫다고 해도 상관없어. 오히려 회사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명확히 해주는 컨설턴트들을 좋아해. 왜냐하면, 관심 없거나 하기 싫은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거든.
 
어떻게 보면 장점이자 단점이긴 한데, 수동적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지만, 능동적인 사람들은 얼마든지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야.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 큰 장점이네요. 그런데 자신이 어떤 산업 분야의 프로젝트에 잘 맞을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문 산업/분야는어떻게 찾나요?


우리 회사에는 Advisory Consultant Program(ACP)라는 신입을 위한 제도가 있어. 갓 대학을 졸업해서 자신의 전문 산업/분야를 찾지못한 신입들에게 2년 동안 부서 제약 없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마음껏 경험해볼 수 있게 해줘.


사실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글로 공부 했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 산업/분야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거든. 그래서 나도 이 제도를 활용해서 지난 1년간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산업들을 경험했어.


예를 들어, 지금 나는 전혀 기술 관련 배경이 없는데도, 경영과 IT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회사에 새로운 IT 시스템을 도입하는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빠른 기술 발전이 회사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즘 딱 갖춰놓기 좋은경험인 것 같아.


단, 2~3년 안에는 전문 산업/분야를 정하는 것이 좋아. 위로 올라가기에 유리해져.





정말 좋은 제도네요! 미국 컨설팅시장에서는 어떤 산업/분야가 인기인가요?

 

산업은 지역 별로 다른 편이야. 뉴욕에서는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 프로젝트가 많고, 바로 옆 뉴저지에서는 생명과학 프로젝트가 많아. 헬스케어/생명과학 산업 관련 규제가 많아서 조심해야 할 것이 많거든. 생명과학 업체들이 돈이 많기도 하고. 시카고에서는 자동차 산업 프로젝트가 많고, 텍사스에서는 오일&가스산업 프로젝트가 많은데, 요즘은 오일&가스 산업 자체가 죽어가는 추세인 것 같아.


분야는 전략, 마케팅이 인기지. 하지만 요즘 트렌드만봤을 때는 데이터 분석이 인기야. 데이터 분석을 할 줄 알면, 들어갈 수 있는 프로젝트도 많아지고, 이직도 용이해지거든.


사실 최근 나도 데이터 분석 과정으로 대학원을 갈까 생각하고 있어.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많은데, 기업들이 각종 데이터에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더라고. 컨설턴트 특유의 비판적, 경영학적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읽어내고, 가공하는 융합형 데이터 분석가가 되어보고 싶어.


 

[외국에서 일하는 건 어때요?] 


형, 그런데 어떻게 하다 미국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미국에서 일하고 싶었던 것인가요?


원래 미국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 취업 실패하고, 인턴만 다섯 번 하면서 좀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한국에서 인턴을 해보면서 더 확고해졌지. 개인적으로 클 수 있는 기회가 미국 시장에 더 많다고 생각해.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1)  규모 (프로젝트, business impact, client)
(2)  다양성 (산업, 분야)
(3)  국제 업무 경험


나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정식 On-Campus Recruiting을 통해 입사했어. 미국에서 취업하고 싶다, 특히 컨설팅을 하고 싶다고 하면 네트워킹이 취업의 가장 큰 열쇠라 해야 하나? 진짜. 진짜 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생각엔 정말 그래.


사실 너와 같이 인턴하기 전에 EY에 지원했는데, 그때는 떨어졌어. 한국에서 인턴하고 다시 돌아가서 면접 보고 붙은 거야. 떨어졌을 때와 붙었을 때를 비교해보면, 레쥬메 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었어. 차이는 네트워킹에 있었던 것 같아. 처음에는 ‘잘 보이려고 비빌 필요 없어! 실력으로 가자!’고 생각하며 네트워킹을 안했지.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


미국은 확실히 네트워킹을 많이 해. 비빈다라는 느낌보다는 순수한 의도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아. ‘EY에 가고 싶은데, 현직자의 이야기를 듣고싶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원하는 곳인지 판단하고 싶다는 입장인 거야.’


한국에서는 ‘나 무조건 여기 가고 싶다’ 그러는데, 미국은 조금 다른 것 같아. ‘내가 요즘 취업 고민을 하는데, 나랑 잘 맞는 곳인지 체크해보고싶다’, ‘나는 자신 있는 candidate이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너에게 소스를 얻고 싶다’ 라는 태도야.  

이야기 하다 보면, 현직자도 자연스럽게 그 후보자에 대해 판단하게 돼. 얘가 우리랑 맞을까, 안 맞을까, 괜찮다 싶으면 다른 현직자들을 연결해주고, 결국 지원자는 인터뷰 때 어떤 현직자들을 만나봤다고 이름을 거론하지. ‘나 얘네랑 이야기해보고,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지원했다’는 주제로. 그러면 현직자들한테 레퍼런스 체크 요청이 와.


현직자들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다음 인터뷰로 넘어가는데 반영이 되긴 하겠지. 네트워킹을 잘 해야 인터뷰 받을 확률도 높아지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확률도 높아져. 진짜 네트워크의 신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




주변의 한국인들은 어떤 루트를 통해 미국에서 일하고 있나요?

 

정말 다양하지. 하지만 미국 대학교를 거쳐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어. 아무래도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미국에 취업하기에는 미국 사람들이 국내 대학들을 잘 모르는 경향도 있고, 네트워킹을 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인데다가 (거리, 시차 등), 미국에서는 어떤 접근 방식이 통하는지 알아내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


참고로, 미국에서 일하고 싶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아. 우리나라는 대외활동, 자격증취득, 인턴 등으로 평균 취업 연령이 남자의 경우 29~30 가까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이게 사실 외국 애들이랑 비교하면 엄청 불리해. 미국에서 29~30이면 컨설팅에서도 Manager(5~7년차), 빠르면 Senior Manager(7~10년차)야.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젊은 실세들이지. 같이 일했던 몇몇 사수들은 나보다 어려.



한국인으로 미국에 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을까요? 저는 미국이 여행하기엔 좋았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주변을 보았을 때 외국 대학 출신과 한국 대학 출신이 외국 생활에 대해 다르게 느끼나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야. 하지만 상황보다는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뉴욕이라는 도시가 신기한 게 타임스퀘어에서 "나 외국인이에요."라고 하면 아마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어 그래? 나도..." 이럴 걸? (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그럴거야ㅎㅎ) 회사에도 외국인이 정말 많아. 내가 지난 1년간 같이 일했던 사람들 국적을 나열해 봐도 인도, 중국, 프랑스, 스위스, 영국, 이스라엘, 아프가니스탄 등 정말 다양해. 모두 다른 배경에 다른 문화지만, 같이 일하거나 어울리는데 있어서 불편함은 전혀 없어.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남은 것은 본인 몫이야. 의사소통이 명확하게 된다는 전제 하에. 내가 보기에 발음 되게 웃긴 친구들도 많은데 일은 엄청 잘해. 미국인들도 내용 전달만 정학하면 발음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오히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발음이 너무 좋으면 신기해 하더라고.
 

외국 대학 출신과 한국 대학 출신은 한국인들만의 구분인 것 같아.


사실 유학생들이 좀 더 미국에 일찍 온 만큼 쉽게 적응하는 것은 맞아.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본인이 스스로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아. 문화를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게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온 분들이 이런 오픈 마인드를 갖는 걸 정말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영업의 비중이 커지잖아요.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경쟁 열위 상황에 놓이게 될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렵긴 어려워. 한국에서 파트너하다 갑자기 미국에서 영업하려 한다 그러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지. 하지만 동양인이지만 이쪽 문화에 대해 완전 꿰고 있다면 그 때는 페어 게임인 것 같아.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미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는지에 따라 barrier의 유무가 다른 것 같아.

 




[컨설팅의 단점]

 

혹시 컨설팅업 자체에서 오는 단점은 없을까요? 흔히들 기획한 사안에 대해 실행을 안 해봤다, 기업 내 정치 싸움에 이용될 뿐이다, 산업에 전문성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떤가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느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한국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인턴으로 참여할 때, 사내 정치 때문에 한다더라, 혹은 나중에 실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 뭔가를 변화시켰다는 경험이 없었던 것 같아.


인터뷰 초반에 말한 광고 세일즈 개편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20~30명의 컨설턴트들이 몇 달을 상주하면서, 약 60~70억 정도의 비용을 청구했어. 우리가 McKinsey에 비해서 싸긴 하지만, 그래도 비싼 인력인데 그걸 어이없게 날리는 것 같지는 않아. 그래서 그런지, 클라이언트가 ‘너희가 전략을 세웠으니 실행까지 하고 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행에 옮겼지. 실행까지 하고 안 하고는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


비전문성. 사실 2~3년차까지는 전문성이 없는데, 특정 산업을 오래 맡아서 하다 보면 전문성이 생기는 것 같아. 우리 회사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가 자동차만 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어. (우리나라는 사람이 적어서 산업에 관계 없이 프로제트에 투입되거든).


실제로 좀 극단적인 동기는 자동차 프로젝트만 하고 싶어서 1년 내내 프로젝트를 안 하기도 했어. 결국 이번에 유명한 자동차 회사의 프로젝트에 들어갔어. 그런 식으로 한 산업을 오래 맡으면 전문성이 생기겠지. 그 산업의 ‘전략’에 한정된 전문성이겠지만.

 


컨설턴트라고 해서 언제나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McKinsey가 LG 스마트폰에 대해 잘못된 전략을 제언한 사례가 유명해요. 컨설팅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혀. 미국에서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컨설팅의 단점 중 하나는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거야. 엄밀히 말해 우리는 최종 결정에 대해 조언을 줄 뿐이지. 최종 결정은 클라이언트가 해.


우리는 애초에 계약서를 쓸 때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 컨설팅 보고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컨설팅펌을 탓하는 건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거지. 미국에서는 그렇게 컨설팅펌을 방패막이로 세우지는 않아.


그저 다음에 컨설팅 자체를 안 쓰거나, 더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펌을 쓰겠지. 전혀. 미국에서는 그런 것 들어본 적이 없어. 컨설팅의 단점 중 하나는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거야. 엄밀히 말해 우리는 최종 결정에 대해 조언을 줄 뿐이지. 최종 결정은 클라이언트가 해.



 

좀 더 설명하자면, 우리가 파는 상품은 인사이트가 담긴 조언이야. 최종 결정과 책임은 클라이언트에게 있어. 하지만 그 많은 컨설팅펌들이 아직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컨설팅업에서 하는 조언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방증하지 않을까?

 
또 내가 한국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게 아니라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미국에서 내가 봤던 클라이언트들은 ‘이렇게 일하면서 돈을 벌어?’ 라는 생각이 들만큼 하는 것 대비 돈을 많이 벌었어. 매출이 몇 조인 회사들이 수두룩해. 사업 규모가 크다 보니 디테일하게 손을 못 대서, 큰 방향은 경영진이 직접 결정하고, 작은 부분은 프로젝트로 많이 내더라고.

 
그래서 여담으로 컨설팅 먹거리는 진짜 많구나 느꼈어. 디테일하게 손 볼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밖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컨설팅 업계의 단점에는 뭐가 있을까요?

 

올라갈수록 영업 압박이 있다는 점 ㅎㅎ


컨설팅은 직급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과 스킬셋이 정말 달라. 주니어의 경우, 분석력과 사무능력이 중요해. 크리에이티브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고. 반면 파트너는 프로젝트를 따내올 수 있어야 해. 우리가 짠 논리를 팔아내는 능력이 필요하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이건 논리적이건 상관 없어. 물론 클라이언트들이 바보는 아니니까 헛소리는 안 사주겠지. 롱런은 모르겠지만 프로젝트를 따내는 파트너가 회사 입장에서 가치 있는 파트너야.

나는 컨설팅 영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아마 주니어 때는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고, 나중에는 다른 곳에서 일하지 않을까 싶어.



어디든지 올라갈수록 영업 압박이 있지 않나요? 앞으로 어떤 쪽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으신가요?


영업이 비즈니스의 꽃이지. 회사가 커가는데 필요하고. 하지만 회사를 잘 운영할 사람도 필요하지. 큰 그림을 보고, 방향을 잡고, 조직을 끌고 가는 사람들도 잘 올라가더라고. tech 쪽도 나름대로 필요한 전문성이 있고. 나는 management와 tech쪽으로 포커싱하고 싶어.


 

 


ㅎㅎ 맞아요. 다들 저마다의 역할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도 얼마 살지 않았지만 인생 길게 보고, 라이프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가치관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맞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런 의견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편하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


무튼 Fast Track도 좋지. 얘를 들어 McKinsey에서 컨설턴트 하다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해봤자 돈 몇 천 차이인데, 그거 어디에 쓸 거야.


대학 때는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 대학 때부터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었을 때 행복한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물론 대학 때는 못느꼈지만ㅎㅎ..


그리고 20~30년 뒤에 어떤 위치에 있을지 상상하면서 거꾸로 플랜을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조급해지지 않고, 안정감이 생기지. 눈 앞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길게 보면 좋겠어.





감회가 새로웠다.

인턴 때 같이 쩔쩔매던 것이 엊그제인데, 형이 컨설턴트라니. 덕분에 정보가 제한적인 컨설팅 업계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만 컨설팅 업계에서 인턴을 하고 싶은 분이나 지원하시고 싶은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뉴욕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D


그리고 나중에 형이 다른 회사나 산업, 지역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래야 또 인터뷰를 할 수 있으니 ㅎㅎㅎㅎㅎㅎ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전 02화 선생님이 OECD에 들어간 이유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