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방송 스케줄은 나의 것, 방송국
나영석, 김태호, 신원호, 이응복…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방송PD들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드는 제작PD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거실 TV에 나오기까지는 편성PD의 숨은 노력이 있다.
각 프로그램을 적정 시간대에 편성하고, 일일 시청률을 분석하고, 방송국의 장ㆍ단기 전략까지 기획하는 방송국의 히든 히어로, 편성PD.
매주 토요일마다 다니는 그림 수업에서 우연히 편성PD를 알게 되어 업사이드 인터뷰에 모셔 보았다.
-Up (業) Side 목차-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 프로그램 편성표는 누가 짜는 것일까?
2. PD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편성PD의 하루 일과를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매일 아침, 전날 일일 시청률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시청률이 하락한 경우, 하락 요인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작본부, 국장님, 본부장님께 메일로 드려. 그렇게 프로그램 리스트 분석이 끝나면 일일 편성, 주간 편성을 계속 해.
일일 편성은 ‘이어서 ~ 하겠습니다.’ 멘트 다음 광고 나오고, 예고 나오고, 공익광고 나오고, 타이틀 나오고, 광고 나오고, 프로그램 나오고, 이런 순서를 맵핑해서 소재가 맞게 들어가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각각의 광고를 언제 노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광고주들과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는 일도 포함돼.
오… 그런 걸 편성PD가 하는 거였군요. 그런데 주간 편성도 일과에 들어가나요? 일주일에 한번이 아니라, 매일 조정하는 건가요?
응, 전날 편성을 보고, 주간 편성에 조금씩 변화를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편성표를 완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 이후에 이 프로그램을 넣으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구나?’ 등을 반영하는 거지. 시청률이 잘 나오도록 프로그램 순서를 고민하고 조정하는 거야.
시청률 상승ㆍ하락 요인은 어떤 식으로 파악하는 건가요?
전날 이슈들을 파악하고,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를 고려해서 요인을 찾아. 또, 연령층 별로 남녀 시청률이 나오니까, 남녀 성비 대비가 나는 이유도 파악해.
그런데, 편성은 순전히 편성PD가 하는 건가요? 제작PD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 프로그램은 토요일 저녁시간에 방영하겠다’ 하는 줄 알았어요
제작PD와 같이 협의해서 진행해.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싶다면, 지금 나가고 있는 토요일 프로그램을 쫙 본 다음에 기존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뭐가 나은지 판단해서 넣어.
제작PD로서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보는 시간대에 넣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대부분 원만하게 협의가 이루어지는 편이야.
제작PD한테 역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하기도 하나요?
응, 그렇지.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하지. 편성PD로서 채널의 중장기 전략까지도 고민하니까, 현재 방향성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직접 의견을 주기도 해. 그런데 3년차 편성PD가 10년차 제작PD한테 직접 말하기 조금 그래서 제작PD 동기들한테 이야기 해.
회사 내에서 편성PD의 위치...랄까? 어떻게 보면 제작PD보다 약간 우위에 있는 느낌인데, 어때요?
뭐, 회사 내에서는 그게 맞지. 본부마다 다를수 있기는 하지만, 제작PD들은 다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고, 편성PD들은 서울 본사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재직 중인 회사의 편성PD 구성은어떻게 되나요?
한 팀에 7~8명 정도 있어.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예요?
시청률이 잘 나왔을 때ㅎㅎ 아니면 내가 보고서에 썼던 게 실무에 적용돼서, 채널 별 중장기 전략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때.
아, 3년차 수준에서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포션은 얼마나 되나요?
앞에서 설명한 업무를 하면, 사수인 과장님께서 봐주셔. 그런데 요즘은 거의 내게 다 넘긴 느낌이야. 물론 신입부터 이렇게 일하지는 않지.
방송 쪽으로 커리어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TV보는 걸 좋아했어.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들 시청률 얼마나 나왔나 확인하고 그랬어.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 시작했던 교내 방송국 활동이었던 것 같아. 그때 방송에 흥미를 느끼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사실 지금의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어. 인턴까지 다하면 여기가 7번째 직장이야.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뭘까,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지금의 자리를 찾았어.
지금 직장에서 최종 면접을 보고 나왔을 때, 딱 붙을 거라는 느낌이 있었어. 항상 최종에서 탈락했는데, 이번엔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합격했어. 잘 살아왔구나, 잘 도전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회사는 지역 채널을 갖고 있어. 지역 밀착 취재 프로그램들이 많아. 편성PD별로 지역이 할당되어서 그 지역의 프로그램 편성을 맡고 있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지역 채널인 걸 알고 지원하신 거예요?
응, 지역 업무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지역 채널로 지원했어. 시ㆍ도의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에서 1년간 인턴을 했거든. 학교지원팀에 있으면서, 각 학교에서 예술 관련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업무를 했어. 그때 업무가 잘 맞아서, 지역 채널 위주로 하는 지금 회사에 지원했던 것 같아.
실제로 일해보니까 어때요? 잘맞아요?
재미있어. 담당 지역 관련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고, 지역 쪽으로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느낌도 들거든.
그런데 편성PD직도 신입을 뽑아요?
정말 운이 좋았어. 편성PD 직군 자체가 신입을거의 안 뽑아. 대부분 제작PD로 몇 년 일하고 편성PD로 들어오는 시스템이야. 그때 우연찮게 TO가 발생해서 제작PD를 거치지 않고, 바로 편성PD로 들어왔지.
편성PD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꼼꼼함’이 중요한 것 같아. 수치 하나하나에 따라, 결과가 정말 확연하게 달라지거든.
일일 시청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수치를 실수할 때가 종종 있어. 그런데 팀장님께서는 틀린 숫자를 신기할 정도로 잘 찾아내셔. 그럴 때 ‘정말 꼼꼼해야 하는 직무구나’ 느끼는 것 같아.
또,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면 좋아. 사회, 정치 현안에 대해 모두 궁금해하는 넓은 오지랖…!
방송PD가 되려면 전공도 중요한가요?
전공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본인 개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해. 특별함, 기획력 이런 거. ‘얘 뭐 하나 하겠다!’ 이런 느낌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아. 전공은 무관해. 정말.
방송PD 직무를 준비하는 사람한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동기가 명확히 있어야 할 것 같아.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좋겠어. 일을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때가 있거든. 내 능력은 이 정도인데, 그 이상의 것을 해내야할 때가 있어. 그때, 이런 고민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마음가짐에서 크게 차이 나겠지.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동기들이랑 스터디를 해. 방송통신 업계 관련 기사 스크랩하고, 트렌디한 곳들도 찾아 다니고. 무엇보다 TV를 많이 봐!!! 채널 상관없이 많이 봐.
앞으로 커리어패스는 어떻게 쌓을 예정이십니까?
여기서 3년 경력 채우고, 더 큰 방송사로 이직할까해. 1년만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인드로 다니고 있어.
마지막으로.. !! 어떤 채널이든 딱 보면, ‘아, 이 편성PD가 이렇게 했구나’ 이게 보이겠네요?
응, 그렇지. ‘이 부분은 이렇게 넣었구나’ ‘어떻게 맵핑했구나’, 그런 게 보이지. 내 생각이랑 다를 때도 많아. PD마다 의도가 다르니까. 하지만 그런 것도 다 봐두면 나중에 벤치마킹 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돼. 다른 채널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정말 재미있게 들었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청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알맞은 콘텐츠를 선별하는 편성PD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것 같다. 본격 다매체 시대가 시작되면서, TV 콘텐츠의 도달 범위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TV 콘텐츠지만 인터넷 매체를 통해 TV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노출된다. TV 방송사라도 더 이상 TV 앞의 시청자만 생각하면서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다. 누군가는 큰 그림을 봐야 하는데, 그 역할을 편성PD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내고, 콘텐츠 전략을 세우는것 말이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