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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Mar 07. 2018

스타트업에 CFO로 간 회계사

1년차, CFO, 회계/감사/Advisory, 투자

 필자는 대학생이던 시절, 경영학과를 졸업한 많은 친구들이 왜 회계사 시험을 보는 것일까 의구심을 가졌었다.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수없이 많은 과목 중에 회계나 재무는 일부분이니까.


 그러나 직장인이 되어 돌이켜 보니, 어떤 직무든 기업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이해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고 그걸 수치화된 자료로 보여주는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이해하고 분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업무에 도움이 되는 지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실제 회계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은 회계법인에서 일을 하고,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간다. 기업의 재무팀에 들어가거나 기업법률전문가가 되기도 하며, 금융 공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회계법인에서 승승장구 하는 분들도 있고.


  그리고 이번 인터뷰 주인공처럼 한 기업의 CEO 혹은 CFO가 되어 기업을 이끌기도 한다.

 회계법인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인터뷰 주인공을 만나보자.



-Up (業) Side 목차-

01. 토종 한국인, 세계를 누비는 해외 기자가 되다

02. 선생님이 OECD에 들어간 이유는?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04. 어쩌다 된 의대생, 소아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05. 스타트업에 간 회계사

06. 훌륭한 화장품 뒤에는 훌륭한 마케터가 있다

07. 벤처 투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08. IT 서비스 기획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09. 공연기획 하고 싶은 사람 손!

10. 달콤한 인생, 파티쉐가 되다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2. 패셔너블해야 패션MD 하나?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6. 교사 라이프가 궁금해? 임용부터 담임까지

17. 번역가 A씨의 일일

18. 국내 통신사에서 미국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19. 가깝고도 먼 직업, 방송 PD

20. 미생이 담아내지 못한 상사 이야기




1) 나의 첫 커리어 회계사 (감사, FAS)
2) 나의 두번째 커리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CFO)
3) 스타트업 라이프
4) 내가 파이낸스를 선택한 이유



[나의 첫 커리어: 회계사 (감사, FAS)]

 

 지금의 오빠가 있기에 회계사라는 첫 직업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회계법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땠어요? 처음엔 어떤 일을 했고, 그것이 스타트업으로 어떻게 이어지게 되었나요?


 나는 처음에 감사팀으로 들어갔다가, 이후에 FAS 쪽에서 일을 했어. 감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기업이 제출한 재무제표가 회계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 되었는지를 정해진 감사 절차에 따라 판단하는 일이라고 보면 돼.


 매출 채권이나 유형자산, 미수금, 무형자산 등 수도 없이 많은 항목 (회계용어로는계정)들이 있는데 그 항목들을 난이도 낮은 것에서부터 높은 것까지 각 회계사들이 연차에 따라 나누어서 보는 구조야. 자신이 맡은 항목을 확인하다가 잘못 기재되어 있는 부분들을 발견하면 그것들을 수정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이야기 해주는 거지. 물론 수정하라고 그걸 그대로 수정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ㅎㅎ


 그렇게 감사를 하며 산업별로 회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부의 회계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어.



 그리고 FAS로 가신거에요?


 응, 2년을 감사팀에서 일하고 난 뒤에. FAS라는 부서에선 1년 반 정도 있었네. FAS는 기본적으로 특정 기업을 평가하는 일을 맡는다고 생각하면 돼. 그 목적 하에 기업 가치 평가, 부동산 평가, 기업 회생, 실사 등등 많은 일을 하는 곳이고.


 예를 들자면, 어떤 건설 기업이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는데 300억이라는 돈을 빌려야 한다고 해보자. 그럼 은행은 이 기업이 해당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이럴 때 우리가, 이 기업을 분석하고, 이 기업이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결국 이 돈을 전부 갚을 수 있다는 걸 인증하는 보고서를 써주는 거지.

 

 그 외에도,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M&A 실사도 하고. M&A 실사는  Due Diligence라고 하는데, M&A가 체결되기 전에, M&A 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나 문제점들을 사전에 파악하는 일이야.



요즘 워낙 M&A가 핫하니까 그 쪽을 좀 더 물으면.. M&A를 진행할 때 변호사, 컨설턴트, 회계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한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회계사 혹은 회계 법인이 하는 일이 뭔가요?

 

M&A 상황에서 기업을 사는 쪽과 파는 쪽이 있잖아? 그럼 회계법인은 매각될 기업을 실사하고 가치 평가하는 일까지 하지. 실사는 재산의 가치나 수익의 실재성을 판단하는 거고, 가치 평가는 그 말 그대로 '평가'를 하는 거고.


 기존엔 FAS 부서에서 실사와 가치 평가를 모두 수행하거나, 혹은 감사팀에서 실사를 담당하고 FAS 부서에서 가치 평가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었어. 요즘엔 팀별 경쟁이 치열해니까 감사팀에서 이 둘을 모두 수행하는 경우도 있긴 해.


 물론 내가 M&A 관련해서 많은 경험을 해본 건 아니라.. 다양한 결정권자들이 있고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꼭 집어 말하긴 어려워.



 그런데 오빠는 어떻게 감사팀에서 FAS로 옮겼어요? 부서 이동이 자유로운 편인가요?


 회사마다도 다르고, 부서마다도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경험에 의해서만 말하면 TAX쪽은 워낙 소수라 나중에 그 쪽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하더라. 그런데 다른 부서들은 비교적 이동이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 내 주변 사람들만 봐도 2-3년 정도 처음 배치받은 곳에서 경험을 하고 이후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거의 옮겨 갔거든.



 그래요? 왠지 M&A 같은 업무를 다루는 FAS는 아무래도 전문성이 더 뚜렷해서 들어가기도 어렵고 폐쇄적일 거라 생각했어요.


 앞서 말했듯 그건 아닌 것 같아. 일례로 내가 감사팀에서 배웠던 것이 FAS에서 업무하는 데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어. 부서는 다르지만 다 연관이 있는 업무들을 하는 거기도 하고! 그 2년이 정말 힘들었는데, FAS 부서에서도 그랬고 지금 내가 있는 스타트업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으니까. 그런데 힘들긴 진짜 힘들었다. 특히 시즌 때…




[나의 두번째 커리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CFO)]


결국 법인에서의 일이 힘들어서 스타트업으로 떠난 건가요?


 같은 법인이라도 부서마다 다를 수 있는데, 내가 있었던 FAS 부서는 정말 좋았어. 정말 솔직하게! 그렇기 때문에 이직을 한 지금도 그 팀 사람들과 만나고 있지.


 물론 회계 법인이 요새 힘들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게 저가 수주 때문이거든. 경쟁적으로 수주를 따다 보니, 저가로 수주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럼 정해진 기간에 소수의 인원이 업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거지. 즉, 일이 엄청 많아.


 결론은^^ 싫어서 나온 건 아니었다!



 그럼 옮긴 이유는 어떤 거였어요? 저도 사회 생활을 해보니,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길지만 또 충분한 경험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더라구요. FAS에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서 나도 고민을 많이 했어, 회계 법인에서 더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아니까. 어려운 결정이었지. 그래도 내가 회계 법인에 남아 있으면 최소 5년 차 정도 되었을 때 뭔가 막중한 책임이 부여되는 일들을 할 수 있을텐데, 스타트업은 바로 내가 책임지고 끌어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부여될 테니까. 게다가 위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없는 만큼 부담감은 크겠지만 반대로 단기간에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어.


 음.. 이유를 딱 설명하기가 어렵네. 이성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런 거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거? 돌이켜보면, 내가 대학 다닐 때 했던 동아리가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


 아, 학교 응원단이요?


 응ㅋㅋ 맞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테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준비한 것을 실현하는 그 무대를 만들 때까지 뙤약볕에서 수행하는 각종 훈련들, 무대에 섰을 때 들려오는 환호성과 거기에서 오는 희열, 뿌듯함까지. 이런 것들을 내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두근거림에 대한 기대가 더 컸어.



그래도 오빠의 인생이잖아요, 학교에서 하는 동아리도 그렇지만, 회사 일은 더더군다나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나 은근히 저질러.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가도, '아, 해버리자!' 하는 스타일? 이번에도 사실 그런 게 없지 않았지. 가슴 뛰는 일인데 한 번 해보자!



 멋있네요! 그래도 뭔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없지 않았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 갑자기 휘청거릴 수도 있는 거고. 주변에 보면 예전에 유명 기업들한테까지 투자를 받았던 곳인데 지금은 수익성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봤거든요.


 그런 경우도 있겠지? 나는 주위에 있는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보긴 했어. VC쪽,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선배들, 친구들. 스타트업으로 커리어를 쌓는 게, 전문직이라는 무기에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을 지 여러모로 상의를 했었지.



 아~ 그럼 오빠가 들어가게 될 스타트업 대표와도 결정 전에 미팅을 자주 가졌어요?


 아니, 난 미팅 한 번만에 오케이 했어. 그 대표 분을 소개 시켜준 지인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대표도 내가 중간 중간에 하는 질문들에 대해 좋은 답변을 해줬지. 자세한 건 말해주기 어렵지만^^ 그리고 기사나 이런 것들을 접했는데, 대표나 팀원들 사이에 괴리감이나 벽 같은 것도 없고 수직적인 문화가 아니었다는 게 정말 좋았지.



  그럼 스타트업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더 할게요! 오빠는 회계법인에서 3년 반 정도 일하고 '스타트업'으로 방향 전환을 했는데, 보통 그 정도면 주위 동기들이랑 비교했을 때 일찍 다른 방향으로 나간 케이스인가요?


 음... 나는 중간 정도?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회계사들도 많이 달라서. 3년 지나고 이직하는 케이스도 있고, 5년 정도 지나서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과장급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1-2년 사이에 그만 두는 사람들은 공기업 쪽으로 가는 경우? 한국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같은 곳 있잖아~




[스타트업의 라이프]


^^ 그럼 이제 스타트업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오빠는 3년 반이라는 회계 법인 생활을 끝으로, 이제 스타트업 CFO 자리에 오른 거잖아요~ 걱정 같은 건 없었어요? 혹은 오빠가 꼭 이뤄보겠다 하는 '목표'는 어떤 거였어요?


 사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매출 성장 자체에 좀 더 집중하다보니, 재무 쪽에 대해서는 제한된 인원만 두고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나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일지라도 '회사'이기 때문에 재무 구조를 탄탄하게 가져가고 싶고, 앞으로 올 지 모르는 더 심각한 불경기도 헤쳐나갈 수 있는 건전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목표였어.



 그럼 처음에 회사에 들어갔을 땐 어떤 일을 주로 했어요?


 '투자 유치'와 '고객사 재무팀 문의 대응'을 주로 했지. 투자 유치 쪽에 가장 많이 신경 썼어. 관련해서 이런 저런 지표들도 만들고.


예를 들면, 3개년 재무 플랜, 뭐 거기에 수익 모델이나 이런 것들은 다 넣는 거고. 그 외에 시장 크기가 얼마나 될 지, 보다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툴을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 뭐 여러가지가 있어. 거래액 / 유저 수 이런 것들 다 고려해서.



 투자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궁금한 게 있어요! 오새 스타트업 관련 뉴스 기사들을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많더라구요. 소프트 뱅크한테 얼마를 투자 받았다, 대기업에게 얼마를 투자 받았다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요. 그런 곳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궁금해요.


 그걸 위해선 SI와 FI를 구분할 수 있어야해. 스타트업 투자는 크게 2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하나를 FI(Financial Investment), 또다른 하나를 SI(Strategic Investment)라고 불러.


FI라는 건 말 그대로 금전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이지. 내가 돈을 투자하면 향후에 이 회사가 투자자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런 가능성을 보는 거야.  물론 SI도 수익에 대한 고려를 하지만, 주 목적은 그들이 투자하는 스타트업과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내려는 데에 있어.



 예를 들면 뭐가 있을까요?


  FI는 예를 들어 너가 언급했던 소프트뱅크,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있겠지? 전문적인 VC(벤처 캐피탈)이 주로 투자를 하는데, 그 VC들은 투자자들을 통해 모은 자금을 우리한테 투자해.


 SI는 가령 유통 관련 대기업, 중견 기업이 본인의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유통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거고. VC와는 약간 다르게, 대개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보면 돼. 예외도 물론 있겠지만!




 아, 그럼 예를 들어 어떤 스타트업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고, 어떤 대기업이 그 걸 담아낼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력이 있다면 둘 사이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대기업이 SI를 진행하는 거군요!


 응, 맞아. 그런 경우도 있지!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최근에 금융권에서 FI를, 대기업에서 SI를 동시에 유치했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다시 돌아가서, 유수의 투자기업, 예를 들면 소프트 뱅크 같은 그런 곳에서 투자를 받는 게 어떤 의미냐고 했잖아? 물론, 레퍼런스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 아무래도 투자를 받기 위해서 그들이 스타트업의 수익 모델이나 가능성에 대해 꼼꼼하게 확인했을 테니까. 향후 후속 투자 시에 어떤 VC나 기업에서 투자를 했는 지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하더라.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상황은 드물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잘 받으려 투자자를 고르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런데 제가 듣기로, 그런 회사들에서 투자를 받으면 그 만큼 그들의 입김이 세질 수 있고 그 것에서 오는 어려운 점도 있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가요?


 물론 당연히 투자를 많이 했다는 건, 그만큼 지분이 커지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런 입김이 싫고 그게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히 들면 투자를 받지 말아야겠지? 이건 전적으로 창업자의 의사가 중요한 것 같아. 실제로 어떤 스타트업의 경우엔, 수익성 모델을 잘 짜서 투자를 받지 않고도 꽤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더라. 극히 드물지만?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특히, SI의 경우에는 투자 받는 회사가 중요해. 왜냐하면 사업을 같이 진행할 목적이 뚜렷하니까. 그래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투자해주는 회사가 어떤 도움이 될 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





 그럼 FI 받을 때랑 SI 받을 때 기업을 설득시키는 방법도 다르겠네요?


 물론 그렇지. FI를 받을 땐, 예를 들어, 당신이 10억을 투자하면 우리는 이걸 가지고 '어떻게 기업가치를 1,000억까지 끌어올릴 겁니다.'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하겠지? 그럼 그 중 어느 정도가 투자한 기업에게 수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지도 얘기할 거고.


 반면 SI는 FI를 위해 만들어진 프레젠테이션에 더해서, 너희의 어떤 점과 우리의 어떤 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그렇게 해서 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료들을 추가해야 해. 그런 전략적인 면들을 충분히 데이터화 시켜야 하고. 이건 정말 간단하게 얘기한 거고, 자세하게 얘기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



투자 유치 말고, 또 어떤 일을 해요?

 

 그 외에 여러 가지 하지. 우리 같은 경우엔 가맹점들을 두고 있어서 돈이 자주 왔다갔다 하니까 정산 같은 것도 체크해야 하고, 수익성에 대해 모니터링도 해야 하고.


 예를 들어, 강남구, 송파구에서는 수익이 잘 나는데 서초구는 안난다고 하면 그 원인이 뭔 지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하니까. 그리고 세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 파악도 해야 하고. 계약서 관련해서도 내가 보고 있어.



 이렇게 들어보면, 오빠가 거의 재무, 회계, 세무, 심지어 법무까지 다 총괄해서 맡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지. 우리가 아직 변호사를 두기엔 사이즈가 작으니까.



 그럼 이제 스타트업 입사에 대한 질문들을 해볼게요. 스타트업에 신입으로 들어가는 친구들도 봤고, 오빠처럼 경력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봤어요. 물론 어떤 회사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 다니는 사람의 입장에서 스타트업에 신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내 개인적인 견해로 이야기 해볼게.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회사의 ‘성장’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개개인의 역량을 교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혀 있는 건 아니니까. 붕 뜰 수 있지. 본인이 직접 찾아가면서 욕심내서 일을 잘 배우지 않으면 회사의 성장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스타트업을 첫 스타트로 끊는 것도 좋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다른 곳에서 일을 배우고 오는 게 이 업계에서도 더 적응하기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해.



 아, 그런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구요 주변에서. 그리고 그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1-2년 정도 경력으로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 이제 회사가 크면서 자신과 대표 사이에 수많은 경력직들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점점 회사에서의 입지도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대요. 심지어 영화 ‘인턴’을 보면, 대표마저 전문 CEO한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잖아요.


 맞아. 그런게 있대. 물론 나는 늦게 합류했음에도 전적으로 재무 쪽 업무를 대표한테 위임 받았으니까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듣긴 했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 물론 나도 그 위치를 받기 위해 포기한 게 많았어. 연봉도 깎였어. 그렇지만 그걸 희생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만큼 내가 회사를 성장 시켜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는 걸 대표가 알아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지.


 우리 회사는 평균연령이 젊은 편이거든. 그런데 어떤 회사들을 보면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 꽤 있는데, 아무래도 회사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경험을 쌓은 분들을 스타트업에서도 필요로 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




 그럼 조직 문화는 어때요?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비슷한 연령대이다 보니까, 재미도 있겠지만 또 그 나름의 어려운 점들도 있지 않아요?

 

 가족 같다는 건 구시대적인 거고, 우리 회사는 약간 동아리 느낌? 대표와 직원의 나이가 얼마 차이 안 나는 걸로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해. 강압적으로 일을 시키는 분위기가 아니니까, 어차피 서로 간에 대화를 많이 하고. 그러니까 내 입장에선 좋은 점만 보이네 지금은! 중요한 건 서로 얼마나 존중해주고 각자가 책임감을 갖는 지에 있는 듯.


 나는 대표님께서 나에게 책임을 많이 부여해 주시기도 했지만, 나도 그 만큼 대표님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야. 정말 아닌 것 같다 싶은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의견을 표현하지만 결국 그의 선택을 따르지.


기수단 때랑 비슷한데, 단장이나 나나 어차피 동기거든. 그 때에도 어떤 이슈에 대해 서로 말을 많이 하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단체를 이끄는 단장의 역할을 존중해주고 그를 믿고 따랐었거든. 그러면서 서로가 공유하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나아가는 거고.그 때 그 경험이 나한테 좋은 배움이었는데 지금도 딱 그렇게 우리 회사에서 하고 있는 거지.



부럽네요, 그런 조직 문화! 스타트업마다도 조금씩 다르다고 듣긴 했어요. 아무튼 그럼 그 외에 스타트업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요?


 물론 있지. 일단 갑작스러운 리스크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거? 예를 들어 갑자기 감독기관에서 규제를 들고오면 어쩌나, 경쟁 업체가 등장하면 이 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등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기존 경험이 없다 보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회사 존립에 대한 불안이 항상 있긴 하지.




 그럼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향후에 어떤 커리어를 밟나요? 처음 속해 있던 스타트업에 계속 남아 있는지,아니면 창업을 하는지, 혹은 그 걸 커리어로 쌓아서 대기업이나 이런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까요? 예를 들어 오빠는 지금30대 초반이잖아요. 그런데 벌써 CFO로써 스타트업에서 큰 책임을 맡고 있는 거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과연 오빠가 이 곳에서 계속 일할까? 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 같거든요.


 음, 사람마다 다르겠지? 대표도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더라. 여기에서 일하다가 다음엔 어떤 일을 할 거냐고. 그 때 내가 한 대답이 날 채용하게 된 계기라고 듣기도 했는데 뭐라고 했냐면, “나? 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할 거야.” 라고 했지ㅋㅋ 그런데 그게 오히려 벤처정신이 충만한 걸로 느껴졌었다고 하더라고. 뻔하지 않은. 물론 그런 최종적인 목표 외에 VC나 투자회사에도 들어가 보고 싶긴 해. 결론적으론 Financial specialist이자 여행사진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야. 두마리 토끼 모두 잡고 싶어.



[내가 파이낸스를 선택한 이유]


재미있네요!! 그런데 오빠는 왜 파이낸스를 파신거에요?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부터 '수'에 굉장히 약했어. 수리영역 점수도 고2 때까지 정말 40점을 넘지 못할 정도였는데, 겨우 노력으로 극복했지만.. 대학에 오니까 여전히 숫자만 보면 움츠러들더라고. 그래서 이 약점을 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어이없고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그 이유 때문에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 그게 첫 번째 이유지.


 두 번째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상황이 다를 것 같지는 않은데, 당시에 내가 했던 생각이,

전문직이라는 나만의 무기가 있으면 내가 몸 담게 될 단체나 회사에서 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


내가 회사를 떠날지언정 회사가 나를 내보내진 못하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지. 물론 막상 내가 법인 생활을 해보니까 전문직이면 회사가 '절대' 버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굉장히 이상적이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결국 회계법인도 일정 직급 이상에서부터는 영업 성과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면 오래 살아남기 힘든 곳이더라.


 자원 하나 풍족하게 나지 않는 우리나라인데 경기까지 하락하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런 곳에서는 슬프게도 전문직이든 비전문직이든 어디에도 안전한 영역은 없는 것 같네.


아무튼 나만의 약점을 메꾸어 보겠다는 것, 그리고 나만의 무기를 만들겠다는 것 이 두 가지 측면에서 회계사 공부를 시작했지.


 음,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엔 어떤 걸 '선택'할 때에 있어서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하다가도 결국 마지막에는 거의 충동적으로 마음 가는대로 하는 스타일이야. 회계사도 사실은 마찬가지고.




 그럼 재무 전문가로써의 길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봤어요?


 일단, 여기에서 자리 잡고 회사와 나의 성장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야.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길도 열리겠지 뭐 ㅋㅋ 구체적으로 생각하기엔 눈 앞에 다른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계획 세우면서 하다 보면 피곤하잖아. ㅋㅋ



 오빤 멋있어요 진짜. 많은 사람들이 사실 자기의 최종 꿈과 커리어 사이에서의 괴리로 고민을 하잖아요. 그런데 오빠는 사진과 재무라는 두 가지 끈을 동시에 가져 나가고 있는 거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오빠가 노력하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제가 알기도 하고.


 음.. 그런데 나는 그게 병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물론 그냥 기업에 들어가면 당연히 어렵기도 하겠지만은.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방법은 다 찾을 수 있을 듯. 내가 예전 회사에 다닐 때도 나는 ‘사진’에 대한 꿈이 항상 있으니까 어떻게 하면 가고 싶은 곳을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갈 수 있을 지 생각했어. 진짜 열심히 일해서 휴가 아끼고 아끼다가, 나중에 회사에서 휴가 좀 쓰라고 권고 내려왔을 때 한 번에 몰아서 쓰기도 했고. 그래서 1달 간 휴가 간 적도 있어. 사진 찍으러^^


지금은 솔직히 그런 걸 할 수가 없긴 하지. 스타트업이 그런 점에서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아무래도 나 한 사람의 하루하루의 노력들이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때이니까.. 그렇게 휴가를 쓰긴 참 어려워 ㅋㅋ 그게 내가 스타트업에 와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 이지 ㅋㅋ 대표님한테도 2주 정도 휴가 가면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웃으시면서 “아직 우리 회사가 전 회사만큼 자리 잡으면 그때 보내드릴게요^^ 1년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하셨고.





 그래도 뭐~ 오빠 주말에도 사진 찍는 일도 하고 그러니까요~


 그렇지~ 주말에 사진전도 갔다오고. 그래도 여행이라도 갔다오고 해야 스트레스도 풀리고 할텐데 말이야. ㅋㅋㅋ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고려할 만한 요소가 무엇이 있을지?


 관심이 있다면 스타트업 1-2군데에서 인턴을 해보는 건 좋을 듯. 그래야 스타트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스타트업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내가 이 회사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미리 질문을 준비해가는 것도 좋을 듯. 또, 이직을 고려하는 거라면, 주변 사람들을 설득 시키는 일도 필요할 것 같아. 설득을 시킬 수 있다면 그 만큼 너도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 뭐 나 같은 경우엔 우리 부모님께서 너무나 흔쾌히 맘대로 하라고 얘기하셨지만 말이야.



 ^^ 길어졌는데, 오늘 좋은 이야기 감사드려요~ 정말 마지막 질문! 오빠에게 '사진'이란? 오빠에게 회사 '대표'란?


 사진은 내 삶의 동반자이자 나의 또다른 목표? ㅋㅋ 대표님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 "회사 자리 잡으면 휴가 길~게 보내주세요!~"



역시 오빠! 유머까지?ㅋㅋㅋ다음엔 사진작가로써 인터뷰 해야겠네요. ㅎㅎ 너무 솔직해서 오빠인 게 티가 날 것 같지만, 저희 업사이드는 언제나 비밀 유지 지킵니다.^^ 그럼 오빠도 스타트업에서 목표한 바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이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그가 찍은 사진 몇 개만 보고 나면, 그의 이름이 사진에 쓰여 있지 않아도 단 번에 그의 사진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 만큼 사진들에 그의 열정이, 그의 노력이 담겨 있는 것.


 그의 인생도 그러한 것 같다. 평범할 것 같은 인생도 평범하게 만들지 않는다. 남들과 다르다. 그 만큼 그가 가진 삶에 대한 목적성이 뚜렷하기도 하지만,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 지, 최선을 다하는 지 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다 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인생을 막 살고 있다고,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는 그를 이렇게 인터뷰한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를 소개할 수 있게 자리를 빛내 준 그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Disclaimer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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