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기획자의 삶, 대기업 vs 스타트업, UX/UI
요즘 어린 아이들은 종이책을 보다가도 궁금하면 손가락으로 확대해보려고 한다.
휴대폰 화면속 동영상으로 말을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운다는 아이들과 앞으로 함께 살아가려면 IT 서비스에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가 숨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IT 서비스들은 누가, 어떻게 개발하는 것일까? Daum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IT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있는 친구를 만나봤다.
-Up (業) Side 목차-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 서비스 기획자를 알아보자!
2) 서비스 탄생 과정
3) 나는 이렇게 해서 기획자의 길로 들어섰어
4)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어때?
5)대기업 vs 스타트업
6)기획자 커리어 패쓰
너무 오랜만에만나는 것 같다. 왜 칼졸업을 해가지고 벌써 3년차가 되어버린거야...
졸업하기 전에 1월부터일하기 시작했으니까, 2년 8개월 정도밖에 안되었다! 아직 3년차는 무슨. 칼졸업은한 것이 아니라 당한 거야...(오열) 인턴하면서 정규직전환이 안 될거라고 생각했었거든..
Daum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
Daum에서는 게임 포탈 팀에 있었어. 그런데 나는 게임에 대해서 1도 모르고 인턴으로 들어갔지. 인턴 하면서도 전환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준비도 별로 못하고 갑자기 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어.
기획자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거야. 일을 시작하고 8개월쯤 지나고 회사가 분사를 하면서 1년 정도 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고, 지금 회사는 온지 1년이 되어가.
오늘은 '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
넘나 무서운 주제다... 내가 전체를 대표 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걸러서 들어줘 ㅎㅎ
나는 서비스 기획자야. 웹이나 모바일이나 회사의 서비스가 잘 운영되기 위해 뒷단에서 구현되어야할 것들을 고민하고, 개발/디자인팀과 함께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서 실제 서비스에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어.
주요 업무는, 가령 사업 쪽에서 "야 우리 이런 기능이 필요해. 만들어 줄 수 있어?"라고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우리가 그 요구사항을 받아서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이런 건 안돼, 이런 건 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열심히 논의를 해서요구사항을 한번에 쫙 정리 해. 그럼 이걸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거지.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는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던지는 아이디어들, 그러니까 "형이상학적인것을 형이하학적인 것으로 바꾼다"고 말했어.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나 의견을 현실화 해서, 화면에 그려주는 거야. 이건 이렇게 만들어 주시고, 이걸 누르면 여기로 넘어가고 이런 것들을 문서화 하면, 디자이너나 UI 개발자가 그 문서를 보고 실제로만들어 내는 거지.
서비스가 다 구현되면, QA를 하고, 오픈을 하는거야.
**QA (Quality Assurance): 베타 혹은 알파 수준부터 단계의 서비스 및 1차 배포 버전의 서비스가 다양한 OS, 기기, 인터넷 환경 등에서 버그 없이돌아가는 지 확인하는 작업
워우. 이런 과정들이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을 것 같은데… 어때? 복잡하지 않아?
음.. 이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이런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굉장히 심플했거든? 아무래도 내가 정말 막내였고, 맡고 있는 일의 범위가 상대적으로작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
근데 지금 회사에서는 협의해야 할 것도 많고 이래가지고.. 쉽지는 않아. 회사 내에 영업실과 운영실, 개발팀, 디자인팀, QA팀 그리고 기획팀 이렇게 여섯 파트가 있어.
그 중에서도 영업에서는 우리의 고객인 '사장님'들을 위해서 이런 기능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저런 기능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지.
운영실에서는 "야우리 운영하는데 이런 게 불편해, 이것 좀 이렇게 고쳐줘."혹은 "이런 것 좀 만들어줘" 이렇게 들어와. 그럼 나머지 조직이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서 서비스를 뚝딱뚝딱 만들어 가는 거야.
아.. 지금은 좀 더 복잡하다는 이야기군. 결국엔 회사의 각 팀들 특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보이스를 담아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나?
그렇지ㅋㅋㅋ 정확해. 근데 저번 회사 같은 경우엔 프로세스가 딱 잡혀있었지. 이미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시스템 상으로 별로 복잡한 게 없었어. 그회사가 주니어로 일 배우기엔 진짜 좋았어. 지금 회사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지. 프로세스고 뭐고 아무 것도 없어서 ㅋㅋㅋㅋ
스타트업은... 5년짜리 스타트업도 역시 스타트업이더라.
맞아. 지금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네. 비교하면서 들어봐도 재미있겠다. 대기업 vs 스타트업. 그래서 기획자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프로젝트의 싸이클에 따라서 하루 일과가 달라져.
요즘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직 기획단계라 요구사항들을 표로 정리하고 있어. 이걸 정의를했을 때, 이러 저러한 사항들이 필요하다. 이런 걸 정리하는거지. 이게 끝나면 화면, 그러니까 UI를 그릴 거야.
프로젝트가 끝나면 검수, 다시 말해서 QA를 계속해.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제대로 작동 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야.
그럼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먼저 발제하는 거야? .
응, 원래 그런 식이고, 전 회사에서는 그렇게진행되었어. 그런데 지금 회사에서는 이미 영업이나 운영에서 오는 요구사항이 많아서, 우리가 일을 벌일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야.
전 회사에서는 분사하면서, 모 회사에서 정보를 가져와야 하는 이슈가 있었거든. 그래서 회원들한테서 정보 이관 동의도 받아야 하고. 보통 이런 건기획에서 발의를 하지. 우리 이거 정리해야 해. 이런 식으로.
그런데 지금 여기선 그런 여력이 없어서, 회원 이슈가 있으면 법무팀이 먼저 이슈를 발의해주거나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그럼 기획팀 안에서는 function 별로 나뉘어져 있나? 책임이?
그건 팀마다 다른데 보통은 분할을 해. 물론 전체 서비스에 대해서 기획자들이 잘 알고 있어야하지만, 각자 맡은 파트 별로 전문성이 생기기 때문이지.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광고에 대해서, 누군가는 결재에 대해서 전문성이 생기는식으로. 그래서 보통은 파트를 정하지.
그런데 너는 이 파트야! 라고 명확하게 정한다기 보다는, 광고쪽에 일이 들어왔으면 평소 광고 쪽을 담당하던 누군가에게 일이 돌아가는 식이야. 그래도 전반적으로 내가맡은 파트가 아니더라도 공유는 다 하고 있어. 이해는 하고 있어야 내가 업무가 들어 왔을 때, 같이 엮여 있는 그 사람과 co-work을 할 수 있으니까.
보통은 파트가 나뉘어 있다고 보면 되고, 나는 광고랑 업주 데이터 관리를 맡고 있지.
그럼 광고라 하면, 우리가 앱을딱 열었을 때 어느 공간에서 광고가 나올 건지, 어떤 스타일의 광고를 할건지 이런 걸 만드는 거야?
그런 거는 '앱'쪽에서 해. '이런 광고를 만들겠다'를 정하는 것은 영업에서 하고, 그럼 '그 광고를 앱에서 어떻게 예쁘게 보여줄 것 인가?'는 앱 기획에서 기획을 해.
우리 팀은 그 뒷단에서 이 광고를 업주가 어떻게 구매하고, 어떻게 정산해줄 것인지 고민하지.
그럼 이직하고 처음 맡은 모듈이 광고 였던 거야?
응. 이제까지는 광고비를 낸 셀러를 위에 노출시켜주고 이런 게 있었는데, 근데 그거보다 더 상위에 노출 시켜주는 광고를 만든 거야. 그래서 이걸 경매로 셀러들에게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처음 들어왔을 때 맡게 되었어.
두 달 만에... 난 입사하고두 달 동안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는데...
그 다음엔 셀러들이 고객들을 상대로 뿌릴 수 있는 쿠폰 시스템도 만들었고. 이 전에는 그런게 없어서. 그리고 이런 걸 살 수 있는 플랫폼까지 만들었어. 셀러가 직접 들어와서 쿠폰을 사서 뿌릴 수 있는 거지.
이런걸 만들게 되면 그 안에는 되게 다양한 작업들이 들어가. 쿠폰을 살 수 있는 플랫폼, 결제 시스템도 들어가고, 광고를 실제로 런칭일이 왔을 때 띄워주는것도 만들어야 하는 등등 말이야.
광고 관련 살림살이를 다 챙기는 사람이네 한마디로..
그렇지.. 나랑 우리 팀이 ㅎㅎㅎ
그럼 이제 기획자로 일하려면 어떤 스킬셋이 중요한지 한번 들어볼까? 여기서 이거 해달라, 저기서 저거 해달라고 하면 그 안에서 의견 조율하고, 설득하고 이런 게 되게 중요하니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성격도 중요할 것 같아 ㅋㅋ
그치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요해. 근데 사실 내가 나서서 누군가를 설득 한다기 보단 내 상사가설득을 하지. 내 단에서 1:1로 설득하는 일도 있지만 말이야.
또 어떤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조율하는 커뮤니케이션 말고, 상대방이 하는 "개소리" (진지하게 듣지마 농담이니까)를 잘 파악해서 그 안의 핵심이 뭔지, 진짜 필요한 게 뭔지 알아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진짜 중요해.
논리력 이라는 거지?ㅋㅋㅋ
그치. 사실 이런 것들은 회사 일을 하면서 누구나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걸 제외하고 기획자에게 특별히 필요한 능력은 개발이나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좀 편해.
실제로 내가 처음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뽑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거든
어떻게 잘 알고 있었어?
배워서? ㅎㅎ 대학교 때. 관련 수업을 들었었어. 처음엔 사실 기획자라는 직업이 있는 지도몰랐고, 교환학생 다녀와서 학점 다 말아먹고, 공황상태였는데그 때 서비스 디자인 수업을 듣게 되었어.
일단은 그 수업에 IT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되게 많았어. 스타트업 창업했던 사람도 있었고. 처음엔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나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기계에도 관심이 많거든. 잘 알진 못해도 좋아했기 때문에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지.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 어떤 홈페이지 들어가면, 사용할 때 "화가 나는"페이지들 있잖아. 엉뚱한 데에 로그인 버튼 달려 있고 말이야.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맨날 욕을 했었는데. 그에 대한 학문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그 수업을 듣고 나서 초과 학기 1년 동안 원하는 것 위주로, 디자인 수업이나 개발 수업도 들었어. 물론 공대 개발 수업이 아니고, 문헌 정보학과에 개발 수업이 있길래 그걸 들었어. 공대는 너무 '빡셀 것' 같아서.. ㅎㅎㅎ
오 그래도 확실히 관련해서 지평을 많이 넓혀뒀구나!
원래도 개략적으로 웹사이트 만들 때 HTML 어떻고 이런걸 알고는 있었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도움이 많이 되었지. 실제로 DB는 어떻게 짜고, 코딩도 해보고.그 다음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일단은 뭘 만들어 내야 하니까, 모르면 찾아보면서 해보니까. 그래서 혼자 배우고 이런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 그 땐 9학점만 듣고 있어서 시간적으로 좀 여유가 있었거든.
이게 뭔가 직접적으로 도움은 안 되는데, 그래도 개발 언어나, 구조에 대해서 대강이라도 알고 있으면, 서비스마다 다 다르지만 기본틀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도움이 많이 되었지.
그럼~ 당연하지.
맞아. 근데 개발은 그렇게 되는데, 디자인은 어려운것 같아. 배워도 느는 게 아니니까, 설명이 어렵다고나 할까. 그래서 디자인은 피드백을 줄 때 '이런 건 이렇게 바꿔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는데 "왜죠?"라고물으면 정말이지 설명이 어려워....
그래도 처음보다는 점점 그룹핑, 컨텍스트, 가독성등 이런 논리들이 조금 생기더라구.
조금 더 논리적으로 요청사항을 설득하는 능력이 갈 수록 생긴다는 거지?
응응 단순한 미적 감각이라 해야 하나 이런 것도 점점 쌓여. 그런 감은 배운다고 생기는 게 아니니까.
그럼 하나의 서비스/하위 서비스를만드는 과정을 A~Z까지 단계별로 놓아본다면 어떤지? 각단계에서 기획자가 집중해야 할 부분과 힘든 점은?
어 뭔가.. 기획자의 업무 프로세스 같은 걸 답해야 하는 건가.. 틀리면 어떡하지.. (부담백배)
일단 우리 회사는 대략 이런데..
사업단 요구사항 발의 > 큰 정책 수립 등의 상위기획> 화면 설계, 자잘한 정책 정리 등의 하위기획> (디자인, 마크업, 개발, 검수 → 이 과정에서 기획은 계속 일정, 제대로 방향이 맞는지 여부, 퀄리티 등을 챙겨야 함) > 오픈인데.. 집중해야 될 부분과 힘든 점.. 난 왜다 힘들지...(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뭔가 산출물을 만드는 기획 단계에서는(특히 주니어라면 하위기획이겠지) 머리가 아프고… 좋은 기획을 해야 되서 부담이 백배라면, 그 이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챙기는 부분은..
1)커뮤니케이션에 집중 필요
2)중간에 프로젝트에 변동이 생겼을때 대처
이런 게 중요하지 않으려나?
그런데 기획일은 어떻게 전문성이 쌓이는거라구 생각해?
음 지금 내가 하는 건 정말 주니어가 하는 일이고, 이를테면 화면 그리고 이런 일들. 위로 올라갈 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달라.
높은 연차에서는 업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던가, 온갖 관련 부서에서 다양하게 요청사항들이 쏟아지면 그걸 잘 정리하고 팀원들에게 배분하고 스케줄에 맞게 진행해가는 조율능력이 생겨가지. 그래서그 쯤 되면 PM의 역할을 하는 거지.
그 정도 연차가 되면 개발에서 이슈가 발생해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되니까, PM의 개념이 되더라.
아.. 이해했어. 내가 지금까지 아는 기획자의 role은 정말 주니어들의 일이었구나.. 보통 사용자들은 그런 모든 프로세스가 자동으로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냥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ㅠㅠㅠㅠ 오열)
ㅋㅋㅋ죄송합니다. 그럼 일하면서가장 보람찰 때는 어떤 때야?
음... 솔직히 말해서 팀장님한테 칭찬 받았을 때?
내가 아는 6년차 되신 분은 어쩌다 기획자가 되었는데, 본인은 자신이 기획한 게 현실화 되는 게 너무 신기하고 보람차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하셨어.
나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거 같고, 그거랑 내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냈을 때, 개발자랑 말이 잘 맞아 떨어질 때 등등이 있는 거 같아.
그치 주니어들은 팀장님의 피드백도 진짜 중요한 것 같아.
맞아. 처음 있었던 회사에서는 정말 팀장님이 알려주는 방향대로, 스텝대로 나아가면 되었었어. 그래서 좋은 팀장님 밑에서 일을 빨리배울 수 있었지.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반대로 지금 회사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팀장님 가이드가 명확하다기 보다는 동의 표현만 해주시는 편이야.
그래서 내 책임도 더 커지고. 가끔 그 덕에 나는 인지하지 못한 이슈에 대해서 상무님이 문제제기를 한다든가... ㅂㄷㅂㄷ...
생각해보니까, 좋은 커리어 패스를 가지고 가고 있는 것 같아. 일 잘하고 능력 있는 팀장님에서 일 잘 배워서, 좀 더 내가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곳으로 온 거니까.
맞아. 이게 내가 스타트업을 처음 커리어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야.
그리고 내가 학부 때 5개월 정도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그 때 당시에 너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앉아서 오늘 내일 업무만 하게 되니까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그냥 주어지는 일을했었지. 이런 것들은 정말 답답했어.
게다가 나머지 구성원들은 다 대기업에서 온 사람들이라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턴으로 들어간 거니까 막막했어. 그래서 거기서 힘들게 버티다가 뛰쳐 나왔지.
근데 이런 스타일이 맞는 사람은 또 잘 하더라. 자기가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잘 맞는스타일의 사람들. 나는 내 스스로가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까지는 아닌 것 같거든.
맞아 그런 경우엔 좋은 디렉션을 주고, 따라갈 수 있는 사람 밑에서 배워야 빨리 크니까.
그래서 난 내 친구 중에 스타트업만 다섯 번이나 옮겨 다닌 친구한테 농담 삼아 스타트업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야. 좋은 사람 밑에서 제대로 배워보라고.
확실히 그런 문제는 있는 것 같아. 그럼 반대로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건, 어떤 측면에서 좋을까?
내가 볼 땐 책임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내 스스로 문제해결 하는 것을 배우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 우리 회사 사람들이.
난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 좀 더 힘들게 고생하면서 배우는 거랑, 좀 쉽게 배우고 이게 어떤 게 더 가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기획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뭐야?
흑흑흑....(또 오열) 한두개가 아니야.....
힘든점.. 미시적으로 말하자면, 한 화면 안에서 깔끔한 UI로 다양한 기능들을 녹여내지 못할 때 고통스러워. 좀더 넓은 관점에서는 요구사항을 개떡같이 준다던가..할 때 힘들지. 기획은 기술적으로 가능/불가능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개발이랑 달라서.
그런거 말고 프로젝트 전체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힘든건... 음... 커뮤니케이션이 똑띠 안될 때? 일정은 부족한데 이슈는 팡팡 터질때?
기획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공부를 하거나 트렌드를 익혀나가야 하나? .
음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내 주변이나 나는 딱히 그렇진 않은 것 같아. 잘 알겠지만 개발자들은 항상 공부를 하는데.. 자기들끼리 스터디도 만들구. 그런데 기획자들은 늘 burn-out 되어 있어.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도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잘 안되더라.
그리고 UX라는 게 책을 읽는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트렌드를 잘 알거나, 기사를 많이 읽는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서.. 스터디라면 할 수 있긴 하겠는데.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기획자는자주 보지는 못 한 것 같다.
늘 번아웃 되어 있다는게, 사람에 치이는 일이라 그런 건 아닐까?
그치 그런 걸 수 있지.
그리고 스스로 '난 기획자가 될거에요.'라고 생각하고 기획자가 된 사람이 생각보다 잘 없어. 보통 기획자가 뭔지 모르고 커리어를 시작했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이직하면서 기획일을 맡게 된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공부를 하고 이런 사람들이 없는 것 아닐까?
맞아. 수업 이야기를 하면서 들었음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어떤 수업들이 도움이 되었어?
글쎄 .. 심리학 기반인 사람들이 많긴 하구, 서비스경영, 그리고 개발 공부를 해오면 확실히 좋기는 해.
내가 들은 서비스 디자인 수업은 되게 특이해서,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보는 수업이었는데, 이런 수업이 흔치는 않은 것 같구. 내가 아는 또 다른 팀원 중에 기획자가 처음부터 되고 싶었던 사람은 학교 수업 중에 아예 실제로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UX 공부도하고 그랬었다고 하더라구.
하긴 커리큘럼이 학교마다 다르니까.
응 자기가 소속되었던 학과 자체가 이런 거에 특화된 과였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그 과에 입학한사람들은 개발자 계열 뭐 이런 식으로 다 나눠서 수업을 들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일단 기획자는 과에 상관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인문학 소양이 좋은 자양분이될 수도 있고, 개발 쪽을 잘 알아도 충분히 가능하고.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습니다 (!) ㅋㅋㅋㅋㅋ
그래도 오기전에 생활코딩 같은 페이지 열어서 개발 공부만 조금 하면... 진짜 좋을거야.
말 나온김에, 기획자가 꿈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아무래도 UX 공부를 좀 하면 좋으니까... 관련된 기본서나 방법론에 관한 책들을 보길 권할게. Daum에서 나온 책도 있구.
**친구가 추천한 책은 '스토리로 이해하는 UX 디자인 프로세스' 입니다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951887
사실 방법론이라는게 실무에서는 잘 쓰진 않고 되게 어려워. 그런데 리서쳐들이 밥 벌어 먹으려고하는 거니까 되게 어렵단말이야. 그래서 이런 게 있다 정도로 알아만 두고 실무에서 쓰이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프레임을 가지고 일하는 건 또 다르니까.
그 다음엔 IT 트렌드라던가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서 관심 있게 보면 좋아. 처음에 난 아는 게 없어서, 페이스북에서 IT나 UX 관련 페이지들 다 구독했거든.
그리고 계속 이야기 했지만, 개발을 하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내 팀원 중에 한 명이 이쪽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온 케이스인데 보니까 자기는 어드민만 계속 기획해서 UX에 대한 파악도 별로 못하고, 처음엔 개발 언어도 잘 몰라서 되게힘들었다고 했었어.
근데 이제 배워두면 좋을 테지만, '커리어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 이런 건 아니야. 어차피 하면서 배우게 되는 거니까.
**생활코딩은 페이스북에서 검색!
그리고 추가적으로 기획자를 꿈꾸는 친구들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고, 기획자가 뭘 하는 지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좋은 회사에서 인턴 해서 좋은 기획자 선배 만나기!) 역 기획서같은 걸 써보는 것도 좋을 거야.
역기획서??
응응. 이미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가지고 기획안을 쓰는거지. 화면 설계서를!
오호.. 기존 브랜드, ?
그치. 게임 기획자들은 신입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로 역기획서를 많이 쓰는 것 같더라구.
그럼 이제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적나라한 비교를 해볼까요 ...! (음흉) 초반에 대기업 인턴을 하고, 입사를 했고, 지금은 다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셨는데요. 왜 그런 결정을 하신건가요?
(오열 ㅠㅠㅠㅠㅠㅠ) 그러게 내가 진짜 왜 그랬지..
사실 진짜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 당시에 철딱서니가 없었어. 큰 고민 없이 홀랑홀랑 퇴사하고 이직.....
이직 준비기간은?
얼마 안됐어.. 준비 별로 안 함.... 그 당시에 우리 팀장님이 퇴사를 하셨거든. 근데 그녀가 우리의 정신적 지주였고.. 그 전에 5명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팀에서 한명이 나가고, 그 한명 때문에 동화된 다른 분이 또 나갔는데, 그게 내 멘토였어..
그러다 결정적으로 팀장님까지 사내 정치 이런 거에 시달리다가 나가게 된거야.
그래서 나도 나가야겠다 !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걸 아시고 팀장님이 지금 회사의 경영진이랑 아는 사이여서, 추천을 했는데 합격해버려서.... 내가 철딱서니 없이 고민도 안해보고 엄청 후딱 이직을 한거지! (오열ㅠㅠㅠㅠㅠ)
근데 그 당시에 팀장님이 없으니까 이게 헬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설령 진짜 헬이었어도, 다 겪어보고 나올걸. 하는 후회는 있어.
신입 사원 시절에는 아무래도 되게 단란한 엄마 같은 팀장 아래서 쑥쑥 클 수 있었고, 이거에 대해서 다른 팀원이나 다른 팀에서 그걸 인정을 해줘서 나에 대한 평판이 계속 좋게 쌓이고 있었거든. 그랬는데 내가 그걸 너무 빨리 저버리고 나온 거지. 보통은 3-4년차에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고 이직을 하잖아. 그런데 내 케이스는 진짜 신입이 이직을 한 셈이야.
현재 그래서 경력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신입이라 하기도 애매하지.
이직을 한 회사는 어때?
아무리 규모가 큰 스타트업이라고는 하지만 여느 스타트업들처럼 정신이 좀 없어. 빨리 해야하는 것도 많고, 프로세스 관리도 잘 안되고 있고. 빠른게다 좋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흠.. 프로세스가 별로 없어서 관리할게 없으니까 더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서비스를 하나 만들 때에 거치는 프로세스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프로세스를 잘 정리해 놓으면 작업시간이 굉장히 단축돼.
그래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고, 안정적인회사는 프로세스 정리에도 인력을 꽤 투입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여긴 스타트업이니까 문화가 가족 같은 문화잖아. 그래서 책임을 잘 안져.
그럼 누가 책임져..? (대기업도 책임지는 사람은 잘 없더라.. 쩝)
그냥 다 같이 잘해보자. 이런거지. 그래서 내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없는 프로젝트를 한 적도 있어.
리스크 관리가 잘 안될 텐데?
그래서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없지만,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굉장히 취약한 구조가 되겠지. 아무도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바꿀 총대를 안매는 그런모습? 아직은 다행히 그렇게 눈에 띄게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사실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은 해. 규모가 갑자기 커지고 있고, 분야도 넓히고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예전에 정말 작은 규모에서 일할 땐 프로세스가 필요가 없다가 이제는 조금씩 그런 것들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나 사건이 나타나. 점점 바뀔거라고 기대는 하고 있어.
나도 내가 일하는 파트 사람 규모가 꽤 큰데, 그렇게 되면 그 파트 리더는 진짜 구체적인 사안들을 챙기기가 불가능해지는 것 같아. 계속 정제된 이야기만 듣게 되고. 그니까 결국 조직 규모가 커지는 순간, 빠른 의사결정 구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에도 어떤 TF를 만들어서 개선을 하는데, 실무진으로구성이 안되어 있던거야. 그래서 그냥 거기서 나온 안이 실무진에 내리 꽂아지고, 그 과정에서 책임감 없는 사람이 매니저를 하고, 심지어 잘 모르는사람이 일을 리딩하니까.
결국 어떻게 어떻게 오픈을 하긴 했는데, 마지막에 그건 다 실무진 단에서 죽기 살기로 고쳐서 만들어 낸 거였어. 이런 걸 보면 여기도 영락없는 스타트업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해. ㅎㅎ
급 슬퍼졌어. 반대로 이직하고보니 좋은 점은?
음.. 물론 처음에 내던져진 느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가야하는 느낌은 있었어.
하지만 내가 구체적인 업무를 맡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진짜 내꺼로 만들어 가고 있긴 해. 좋은점인가?? ㅎㅎㅎ
이제 벌써 3년차 기획자로 일하고있는데, IT, 그것도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커리어 패스는 무엇이 있어?
글쎄.. ㅋㅋㅋㅋ 각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혀서 PM이 된다거나..? 아니면 어떤 분야에 특화를 한다든가? 사실나도 아무것도 모르겠어. 스스로도 고민중인 부분… 내가 본기획자는 다 그냥 기획자가 되던데..ㅋ….. 모르겠다 진짜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엔 보통 ‘기획'하면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일해보면 개발과 디자인 사이의 의견 전달 및 서비스 ppt 정리위주로 일하게 되니,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될까? 라는 고민을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
주니어 단계에서는 사실 큰 그림에서의 프로젝트 관리를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 약간 미시적인단계에서 의견전달하고 ppt 치고 있는거구.
앞으로 내가 경력을 더 쌓으면 거시적인 단계에서 방향성을 잡거나,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수있겠다는 생각은 했었어. ㅋㅋ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될까? 에 대한 고민은 그거 때문이라기보단… 뭐랄까 나도 확실하게 기획자의 커리어패스에 대한 롤모델? 이 아직 없다보니 그런 고민을 하게 된 거 같고. 그냥 이대로 앉아서 어느 회사의 기획 팀장이 되는 것도 좋지만, 뭔가 기술적인 베이스를 가진다든지.. 내 베이스를 넓혀서 좀더 스테이지 업? 한단계 위? 로 가고 싶은 생각이 좀 있었거든.
외국도 가고 싶고.. 특히 외국에는 기획자라는 직무가 없어서, 내가 대체 외국에 가고 싶으면 뭘 해야할까 고민도 했었어. 사실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다. 그냥 아직은 빡세게 주어진 일이나 잘해야 되는 연차다 싶어서 하고 있어 그냥ㅋㅋㅋ
뭔가 나만의 특성? 내 전문분야? 같은 걸 만들어야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회원 전문이라 개인정보보호법을 줄줄 꿰고 있다든가…) 아직은 일단 주어진 일 열심히 하는 수준이야.
너에게 좋은 기획이란?
좋은 기획이라 함은.. .... ....
3년차인 내가 경험한 좋은 기획은
1) 요구사항에 부합되면서
2) 논리적이고 심플하면서 (그래야 뒷단 구조 설계가 쉽기도 하고, 유지보수도 쉽고… 대강 만들면 덕지덕지해짐.. 극혐…)
3) 이용하기 편한? 사용성 좋은?
뭔가 세 개를 뽑았는데 내 마음대로 뽑은 거라 맞는지는 모르겠다 ㅎㅎㅎ
그럼 마지막 질문이야. 대학생때 하길 잘했다 혹은 꼭 해보고 졸업하길 바라는 것들이 있나요?
그룹 과외를 꼭 하도록.. 돈을 많이 벌어라! ㅋㅋㅋㅋㅋ (넝담)
글쎄 크게 후회는 없는데 한가지 아까운게 있어.
보통은 취직 딱 되고 나서, 많이 놀잖아. 그런데나는 바로 입사를 하게 된 케이스라 많이 못 놀고 졸업한 게 한가지 딱 아쉬운 점이야.
그리고 내 인생은 그 서비스 디자인 수업을 듣기 전과 듣고 난 후로 나뉘는 것 같아.
꼭 자기 인생을 바꿀 정도로 멋진 수업을 듣기를, 진짜 좋아하는 수업을 만나길 바래....! 수업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니까.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꼭 인생의 분수령 같은 좋은 수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 인터뷰를 마친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Disclaimer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