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Hello IKEA, 내 꿈은 가구왕!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산업이 있다면 가구 산업이 아닐까?
우리는 매 순간 순간마다 가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기획되고 생산되며 판매되는 지를 주의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을 구성함에 있어 가구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있을까.
이번 업사이드 인터뷰는 '가구'라는 수단을 통해 기존 공간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을 꿈꾸는 가구 산업의 상품 기획자와 함께 했다.
-Up (業) Side 목차-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 네가 쓰는 그 가구, 바로 내가 출시한 거야
2. MD, 너를 밝히겠다
3. 데이터, 디자인을 몰라도...!
4. MD, 마성의 직무
5. MD가 되기까지
너를 인터뷰 하게 되어 영광이야! ㅋㅋㅋㅋㅋ 너를 해부하겠다. MD일을 하는 거지? 사실 많은 산업과 회사에서 MD가 상이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네가 하는 일을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주겠어?
맞어, MD는 다양한 산업과 회사에서 제각기 다른 의미로 쓰이는 직군인 것 같아.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가구 회사에서 한 카테고리를 맡아 상품을 기획하고 있어.
산업에서 쓰이는 가구 카테고리를 같이 설명해줄 수 있어?
응응 ㅎㅎ 소파나 의자, 책상, 식탁 등 네가 가구들을 용도에 따라 분류하듯이 우리도 기본적으로 그와 같은 기준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다만 그 전에 우리 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가는게 좋을 것 같아.
'업'이라는 부분에서 바라보니, 가구 회사라는 게 굉장히 생소하지? 그렇지만 사실 네가 앉아 있는 의자, 그리고 여기 이 아메리카노를 올려놓은 테이블도 다 가구잖아~ 그러니 얼마나 다양하겠어~
이제는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서 사라지면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실 '가구'라는 건 스마트폰보다도 훨씬 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해왔지! 어쩌면, 그게 너무나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게 없으면 어떨까를 생각해보는 사람들조차 없는 거겠지?
이런 점에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우리 회사를 가구 산업이 아니라 '리빙' 혹은 '리빙 라이프' 산업에 속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해.
‘리빙’ 혹은 ‘리빙 라이프’ 산업이라고?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구를 하나 하나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가구가 놓이는 공간, 그리고 거기에서 생활하는 라이프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해.
‘식탁’을 예로 들어볼게. 우리는 식탁이라는 단품 하나를 기획하기 이전에, 이 것이 어떤 공간에 놓일 것인지 생각해야 해.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 지 중요하지. 예전에는 식탁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만 먹었다면, 요즘에는 엄마들이 취미생활을 하거나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다용도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거든. 그래서 이게 꼭 다이닝룸(식당)에 들어갈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가구와 삶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해야하나? 사용자의 삶을 모르면 가구를 절대 만들 수 없으니까.
그렇구나. 너는 그 관점에서 실무자로써 혹은 주니어로써 어떤 고민을 하고 있어?
음.. 어려운 질문인데…? 내가 요즘 하는 고민을 작년에 하던 고민이랑 비교해서 이야기해줄게. 아마 그게 가구 산업과 이 산업의 주니어 직무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
작년에는 심플하게, 사람들이 특정 가구를 언제 어떻게 이용하는지, 그리고 가구가 주로 놓여지는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하는 지 관찰하고 조사했어. 그걸 기반으로 그 공간 내의 사람들의 니즈를 찾아내고 그것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데 집중했어.
그런데 요즘에는, 그걸 넘어서 좀 더 나은 리빙 라이프를 '제안'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
예를 들면?
거실을 예로 들어볼게. 보통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거실을 TV 시청의 공간처럼 사용하고 있어. 사실 지금의 그런 사용성을 고려하면, TV 보기 편한 소파를 만드는 게 좋겠지?
하지만, 나는 거실이, TV만 보고 대화는 없는 그런 공간보다는, 바쁜 와중에도 가족들과 대화하고 싶고 취미 생활도 하고 싶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해. 내가 사람들에게 그런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하려면 어떤 상품을 제안해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는 거지. 지금도 그 답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데, 어렵네...!
멋진데? 스티브 잡스 같다 ㅎㅎㅎ
그럼 상품 기획 (MD)이라는 직무에 대해서 좀 더 물어볼게. 우선 그런 고민들에서부터 상품 기획이라는 일이 시작될 거 같긴 한데, 구체적으로 하나의 상품이 탄생하기 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거야?
맞아. 그런 고민들을 '상품'으로 담아내는 전 과정에 내가 참여를 해.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시장에서의 니즈를 분석하고, 그 니즈를 상품화 시키고, 그렇게 상품이 출시가 되면 상품의 홍보/판매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하는데... 너무 간단해 보이나? 하지만 실제 각 단계에서 해야하는 일들이 정말 많아. 바빠...!
각 단계에서 어떤 일을 하길래!?
응! 가장 먼저하는 게 사람들의 니즈를 어떻게 그들이 원하는 것으로 구체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거야. 예를 들어 배고픔+다이어트에 대한 니즈(욕구)가 있을 때 이걸 단백질 쉐이크로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나는 운동을 제안해서 배고픔을 잊게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전에 '니즈'를 찾는 것부터가 너무나 광범위하잖아. 그래서 쉽게는, 기존 운영하던 제품군들에서 고객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찾아내서 그걸 어떻게 개선 시킬 수 있는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만약 개선된 부분이 충분히 차별화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된다면, 시장에서 경쟁 제품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는데 유리하겠지? 아니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기존의 생활과는 다른 삶을 제안해 줄 수 있는 상품들을 개발할 수도 있긴 하지.
아무튼 그렇게 '니즈'를 찾으면 이제 어떻게 상품화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아예 뭔가 듣도 보도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보다는, 비슷한 니즈를 다른 산업이나 다른 상품군에서는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가에서 답을 얻는 경우가 많아.
상상이 잘 안 되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
예를 들어볼게.
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의료 산업에서는 어떻게 하는 지, 자동차 산업에서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 지 등을 찾아보기도 해. 물론 각 산업군에서 바라보는 ‘편안함’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으니 그런 것들에 대한 이해는 필수고! 혹은 외국의 가구 브랜드들은 어떻게 이런 니즈들을 해결했는지 알아보고 벤치마킹 하는 경우도 있어.
일단 그렇게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그걸 우리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 이 때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조사한 것들을 개발 지원팀에 전달하고, 그럼 그들이 '적용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해. 혹은 다시 우리에게 여러 제안을 하기도 하고.
말로 풀어내니 정말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이 1개월 내에 끝날 수도 있고 오래 걸리면 몇 달씩 걸리기도 해. 왜냐하면 자리에서 '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샘플을 여러가지 만들어보면서 계속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개선하는 과정들이 들어가니까. 이 샘플들을 해외에서 제작하게 되면 그 시간은 더 오래걸리겠지?
그렇겠다..!
응, 그렇게 대략적으로 상품이 결정되는데, 그 때부터는 회사의 각 전문가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선택된 샘플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단계를 거쳐.
예를 들어, 품질을 관리하는 분들은 ‘품질 문제’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가구의 구조를 어떻게 개선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고객 담당이 나A/S 팀에서는, 기존에 운영하던 가구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들을 이야기해주기도 해. 혹은 영업/마케팅 담당자가 그들의 경험에 기반해서 어떤 부분을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하고.
이뿐이 아니야.. 추후에 상품이 결정되고 나오면, 물류팀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상품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하는 과정도 있고, 가구를 시공/배송해주는 시공팀과 미팅을 해서 시공비 책정에 대해서 협의하는 과정도 있어.
와, 그런 협의에도 MD가 참여하는구나.
응, 그게 상품의 소비자가를 결정짓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 MD나 영업/마케터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얻고 싶어하지만, 물류나 시공팀은 가격 같은 관점에서 또 그들이 고려해야 할 이슈들이 있더라구.
상품이 기획되고, 가격까지 책정되면 이제 상품 기획자의 손을 떠나 영업/마케터가 이후 일들을 하는 건가?
음.. 이건 회사에 따라,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도 부서 별로 다르다고 들었어. 우리 팀은 ‘MD=모두 다 한다’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우리 카테고리 전체 상품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영업/마케팅을 책임지는 분이 따로 있지만, MD도 자기가 맡은 상품에 대해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해.
그렇기 때문에 상품 출시가 확정이 되면 그 때부터는 상품을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전체적인 컨셉을 잡고, 촬영이나 전시, 기타 영업/마케팅 기획까지 모두 관여하고 있어. ㅋㅋ 하는 일이 정말 많아서 내가 다 잘 설명하고 있나 모르겠네. 예전에 upside에서 LG생건 ABM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도 부르는 말만 다르지 비슷한 일을 하더라고.
담당하는 업무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MD의 관점에서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거 같아?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부분이 다 우리의 업무이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할은 시장과 소비자의 대변이야. 그래서 니즈 분석하고 경쟁사 조사하는 일들을 가장 '기본'으로 여기고 있어.
내가 느끼는 우리 회사의 장점 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는데, 방금 말한 그런 일들은 사실 ‘끝’이 없거든. 그런데 우리 회사는 MD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그 기획에 드는 시간을 어느 정도는 용인해주고 이해해주는 회사라 MD 입장에서 일하기 좋은 것 같아.
내가 오래 일한 건 아니라 회사의 MD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초반에 기획이 탄탄하면 이후의 과정들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만약 내가 제대로 된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상품 출시를 빨리 하고 싶은 목표 하나 때문에 일을 대충 처리하게 되면 중간에 여러 장애물에 부딪혀서 상품 출시 자체가 보류되는 경우도 꽤 있거든.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내가 명쾌하게 설득시킬 수 없게 되니까 말이야.
물론 한 번 출시가 확정되면 우리도 출시일을 맞추는 데 총력을 기해야 하지.
사실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사람들은 영업 직군 사람들이잖아, 아무래도 MD나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 그렇고. 그래서 소비자 니즈를 대변하는 측면에서 MD나 마케팅 부서 사람들, 그리고 영업 사람들 간에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너네 회사도 그래? 너는 갈등이 생겼던 적이 있었어? 그럴 땐 어떤 식으로 조율해?
MD도 카테고리별로 정말 많고 영업도 유통채널별로 정말 다양해서 이런 저런 일들이 있겠지? 예를 들어 영업 쪽에선 지금 잘 나가는 상품을 더 많이 팔고 싶어하고 거기에 집중한다면, MD들은 기존 상품도 중요하지만 새로 상품을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상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하지. 그런 과정에서 서로를 설득시키는 일들이 발생하는데 그렇다고 이걸 갈등이라고 표현하긴 애매한 것 같아.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는 고객의 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MD들도 그렇게 믿기 때문에, 상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영업쪽에 조언을 구하고 평가를 받고 해. 영업 담당자 분들도, 그들이 고객들을 만나면서 어려웠던 부분들을 개선해주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나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기획하기 때문에 온라인 몰(자사몰, 외부 몰들)영업자들과 협업을 하는데, 전시구좌에 노출도 많이 시켜주시려고 하고, 외부 몰들에서 딜을 잡아오시기도 하고 그래. 요즘에는 외부몰 유통 회사의 CM들과 아예 처음 상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부터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물론 기본적으로는 각자의 KPI가 ‘매출’이라는 접점에서 만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출이 안 나올 때에도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하는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있어야만 갈등 없이 잘 이루어지는 것 같아.
그렇구나. 그러면 보통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 정량적인 데이터도 있을 거고, 정성적인 방법으로 시장 조사를 하기도 해.
정성적인 방법 같은 경우엔, 구매한 고객 혹은 우리가 생각한 타겟을 선정해서 FGI를 한다던지, 때로는 고객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보기도 하고. 그리고 직접 매장에 나가서 소비자들이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갖는지 알아보기도 하지. MD들이 때때로 매장에 나가서 고객 상담을 해보는 경우도 있고.
나같은 경우엔 온라인에서 잘 팔릴만한 제품을 담당하고 있어서, 온라인 채널 CM들을 만나거나 혹은 사내 영업 담당자들과 미팅을 하면서 시장에 대해 이해하는 편이야.
그럼 정량적인 데이터는 어떻게 뽑아?
정량적인 데이터도 사실 내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조사하느냐에 따라 너무나 방대해서..
기본적으로는 구매 데이터를 뽑아서 타겟별로 어떤 상품에 대해 관심이 높은지, 시즌별로 어떤 상품에 대한 구매도가 높은지 파악하는 것도 있고..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타사 상품 중에 어떤 상품들이 어떤 포인트 때문에 잘 나가는지 데이터를 뽑아내기도 하고.
온라인 같은 경우에는 어떤 키워드가 포털에서 자주 검색되는지, 혹은 고객들이 어떤 페이지에서 오래 머무르고 구매까지 하는지 이런 것들을 트래킹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네이버 광고 검색 시스템이나 구글 애널리틱스 등) 그런 것들을 토대로 보기도 해.
아, 그래? 그런데 데이터를 통해 MD가 얻는 인사이트라는 것이, 물론 시장의 전문가로서 어느 정도 깊이 있는 것이긴 하겠지만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 스페셜리스트들과 비교해서는 사실 한계가 있을거 같기도 해! 워낙 MD들이 해야 할 업무가 많다 보니 데이터 분석에만 집중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아쉬운 점은 있어. 우리, 학교 다닐 때에도 많이 경험 해봤지만, 정성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근거들만큼 ‘정량적인 데이터’들을 다량으로 모으고 그 것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 때 훨씬 신뢰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잖아.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MD가 이 모든 걸 다 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MD마다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도 다르고, 분석하는 방법도 다르고. 정해진 룰이나 방법론 없이 하다 보니, MD의 가치관이나 관점이 상품 기획을 하는 데에 더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
그래서, 나도 우리 회사에 ‘데이터’를 좀 더 전문적으로 봐줄 수 있는 팀이 구성되었으면 좋겠어. 그럼 우리가 데이터를 수집할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데이터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조금 더 가치 있는 이야기거리로 뽑아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보거든. 많은 회사들이 실제로 그런 니즈에 따라 데이터 분석 팀들을 육성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부럽더라.
그리고 지난 번에 정재승 교수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요새는 많은 기업들이 아이트래킹 같은 기술을 이용하기도 하더라구. 사실 소비자들을 인터뷰해도 그들의 내재된 욕구나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거든. 그들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나오는 인식들이나 행동들을 데이터화 시켜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솔깃한 이야기였지! 우리 회사도 데이터 분석에 대한 중요성을 더 느끼고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를 했으면 좋겠어...
그렇구나, 전에 보니까 네가 MD로서 직접 새롭게 낼 상품의 컨셉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 같았는데, 비 디자인 전공자로써 어려운 점이 없었어?
디자인이라는 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더라. 비슷하게 생겨도, 가로 세로 비율을 어떻게 잡는 지, 퀼팅을 어떻게 할 지 이런 요소들에 따라서 매우 다른 느낌을 전달해주거든.
기존에는 우리 회사의 MD들이 대부분 디자인 전공이었어. 그러니, MD들이 직접 디자인을 했지. 그런데 요새에는 디자인 전공이 아닌, 다양한 전공의 MD들을 많이 뽑고 있는 추세야. 나 같은 경우에도 경영학과 출신이고. 우리팀만 해도 사회계열 출신, 어문계열 출신도 있어. 정말 다양해.
경영진들의 의도가 담겨있는 방향이겠지만,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봐. 너도 이제 알겠지만, MD가 단순히 상품을 예쁘게 그리는 일을 하는 건 아니거든. 예술가와는 다르지.
그보다는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상품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라고 보는 게 맞을 듯? 이걸 영어로는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여기에서의 디자인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 거지.
그럼 반대로 경영학과여서 도움이 되었던 부분들은 어떤 게 있어?
나 같은 경우에는 시장을 파악하고 SWOT 통해서 전략을 도출하고 하는 그런 방법론적인 것들을 대학 때 자주 해왔으니까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되었어.
그런데 그런 것들보다도 MD라는 게 사실 나 혼자 예술을 하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여러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랑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데, 그 분야의 수가, 생산팀, 물류팀, 홍보팀, 재무팀, 마케팅 대행사 등 수도 없이 많아.
나 같은 경우에는 학교 다니면서 각 분야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수업들을 들었던 지라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게 비교적 수월했어. 예를 들면, 회계나 재무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가격 설정이나 이벤트 기획에 있어서도 재무팀과 어려움 없이 소통할 수 있었고.
그래도 가구라는 게 뭔가 디자인 베이스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디자인 전공들한테 좀 더 유리한 직무인 듯 싶어. 그렇진 않아?
물론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도 정말 많긴 해. 자신이 기획한 것을 구체화 시켜서 다른 부서에 시각화된 자료로 바로 전달하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쉽거든. 나는 맨날 말로 내 생각을 전달하려 하다보니 중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 내가 원하는 샘플이 오지 않는다던가, 혹은 머릿속에서는 정말 세련된 디자인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올드한 느낌의 샘플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요즘에는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것 외에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어. 예를 들면 국내외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외주로 두기도 하고, 유명한 해외 가구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서 디자인을 사오는 방법도 있지. 그럼 우리 입장에서도 좋은 게 이미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은 디자인이니, 보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지. 우리 MD들은 그럼 그 디자인을 한국 정서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거고!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엔, '디자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거야. 아무리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해도 소비자들에게는 예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거고.
무슨 말인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
응~ 예를 들어서, 기획하고 있는 가구에 대한 니즈가 '편안함'이라면 예쁜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어떤 각도가 가장 편안할 지를 찾는 게 우선이라는 거지. 같은 생김새를 가진 상품이라도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소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차별화'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전공자들 외에도 다양한 전공자들이 제품을 기획하게 되면, 더 다양한 시각에서 상품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
물론, 그래도 이왕 놓을 거니 공간에 잘 어울리고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의 가구를 내놓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 그래서 나도 잡지를 보거나, 페어에 가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디자인적인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어.
MD 업무도 참 쉽지 않구나! 그럼 너는 MD라는 직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해? 너는 왜 MD 업무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쉽게 말해서, 재미있을 것 같았어. 직업을 선택할 때 여러가지 요소들을 보게 되잖아. 실제 하는 일은 어떤 지, 복지는 어떤 지, 회사 분위기는 어떤 지 등등. 그런데 몇 개 기업에 대한 취업 사이트 글들을 보고 있으니까, 이게 다 비슷해 보이더라고.
즉, 내가 저런 다양한 것들을 객관적으로 평가, 분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그냥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 한 가지 목표로 직무를 고민했지.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내가 너무 쿨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거 하나 하나 찾아보는 게 귀찮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어!
그런데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잖아~ 너는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 거야?
그렇지! 사람마다 다르겠지? 음... 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먼저 일에 있어서 나에게 자율성이 부여될 때랑 혼자하는 일보다는 사람들이랑 생각도 공유하고 부딪혀가면서 협업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래?
응! 그럼 위에서 얘기한 3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얘기해볼게.
첫 번째가 '자율성'이었지? 내가 생각하는 자율성이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목적성을 띄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또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할 기회들이 나에게 주어지는 거라고 봐.
MD라는 직업이 정말 매력적인 게, 내가 아무리 신입이어도 나에게 최소한 어떤 '상품' 하나는 주어진다는 거야. 그럼 나는 그 상품을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주도해서 해볼 수 있는 거지. 물론 회사를 설득시키는 과정은 필수이지만.
예를 들어줄게. 내가 이 부서에 들어온 지 6개월 정도가 채 되지 않았을 때, 나는 기존에 선임이 출시 준비를 끝낸 상품을 이어 받았어. 출시 전에 이걸 어떻게 홍보할 지, 마케팅할 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한테 주어진 거지.
시키는 업무들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책임 안에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내가 숲을 설계한 거고, 그 숲에 들어갈 다양한 요소들을 다른 팀들, 그리고 외부 대행사들과 같이 진행했어. 그러면서 기존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영상'을 제작해보기도 하고, 단발적으로 잡던 외부 유통채널의 딜도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어. 물론 내가 혼자 다 한 건 아니었지만, 내 생각들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또 반영시킬 수 있었지. 또 운 좋게 그 상품이 매출 목표도 달성해서 나중엔 빠져들어서 더 재밌게 했어.
두 번째는 '협업'의 과정인데, 너도 알겠지만 사실 상품 하나를 출시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걸 MD 혼자 할 수는 없어. 신상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구매, 개발지원, 물류 등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의 도움은 필수고, 기존 상품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에도 방금 언급한 그 부서 사람들 외에 홍보, 영업에 소속된 사람들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야만 해. 어떻게 보면 프로세스 차원에서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외에도 상품 기획을 할 때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
예를 들어서,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안 좋은 소재를 사용할 수는 없잖아. 그런데 그 때 마침 등장한 또 다른 이슈가 '물류 효율화'였던 거지. 의자 하나를 포장한다고 생각해봐. 의자가 박스에 들어가면, 박스 안에 얼마나 많은 빈공간이 있겠어. 그래서 배송 이후에 조립이 가능하도록 넉다운 형태(납작하게 박스 포장하는)의 가구들을 기획하게 된 거지. 그럼 이제 이런 배송 방식이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장점으로 어필될 수 있는 지를 영업자들과 고민하고. 예를 들면 DIY의 재미라던지, 더 저렴한 가격이라던지 말이야.
아마 '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면 이런 상품을 기획하는 건 어려웠을 거야.
그렇네~ 신기하다! 그럼 네가 말한 마지막 요소였던 '긍정적인 영향'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이게 제일 어려운 듯. 쉽게 접근하자면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들을 내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해서 해결해준다는 건데, 궁극적으로 이게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나도 항상 고민하고 있어. 뭐, 지금까지는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런 고민들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더 구체적인 방안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참 어려운 일이지.
그런데 네가 MD라는 직업을 경험해보지 않았을 때, 그 게 너의 '재미'를 이끌어 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 전에 경험을 했지! 대학 다닐 때 경영학과 학회를 했었는데, 좋은 기회로 한 외국계 회사와 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 사실 그 전까지는 MD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은 당연하고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지.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직무를 선택하는 데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했던 프로젝트가 부끄럽긴 한데, 그 때 친구들과 타겟에 대한 조사를 하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했던 그 기억이 좋았어. 내 머리에서 나온 상품이 이 시장에서 잘 될 거라는 걸 관계자 분들 앞에서 설득시키는 것도 재밌었고, 더군다나 그게 출시되는 걸 봤을 때엔 정말 뿌듯! 우리한테 그런 기회를 제안해 준 선배님한테 진짜 감사함을 느끼지!
그렇구나..그럼 너는 처음에 입사했을 때부터 MD로 시작한 거야?
음, 아니ㅋㅋㅋㅋㅋㅋ 사실 MD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왔는데 지원할 때엔 마케팅으로 지원했어. 포트폴리오를 필요로 한다고 했었거든. 특히 우리 회사는 제조업 기반이니까, MD들이 도면을 그리고 디자인 하는 능력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들었고. 그런데 나는 대학 때 준비해둔 포트폴리오도 없었고 하기 때문에 붙고 전향하자.. 라는 생각으로 마케팅에 넣었지. 나중에 직무 전환이 쉽다고 들었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자! 이 마음이었지.
아무튼 입사하고 지속적으로 MD하고 싶다고 인사팀 면담할 때마다 어필했어. 그렇게 MD직으로 사업부 배정을 받았는데, 문제는 막상 오니까 우리 팀에는 신상품을 기획할 MD가 아니라, 마케터가 필요한 거야. 아예 담당자가 부재했지.
아, 그런 거였네. 나는 그냥 네가 마케팅을 하다가 MD로 전환되었다고만 생각했어.
그랬구나! ㅋㅋ 처음 업무 부여 받았을 때 생각하면..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 때 고민 많이 했었거든. 내가 과연 개발 MD의 자리에 갈 수 있을까 하고. 그래도 계속 걱정하고 불평을 하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내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를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나름 빨리 업무에 정착했어. 하기 싫은 일을 시켜서 한다는 생각을 하면 더 일을 못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았거든.
사실 어떻게 보면 마케터도 MD의 일환이거든. 신상품을 기획하는 일은 할 수 없지만,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상품들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잖아. 그것도 상품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인 거지. 그리고 기존 시장에서 어떤 게 잘 나가는 지 그런 것들을 의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위치인 만큼, 나중에 신상품 기획에도 도움이 될 거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하다 보니 어느새 즐거워지더라. 또 신입이다 보니까 많이 물어보고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게 지지해주셨거든. 우리팀 말고도 타 팀 선배들도 그렇고. 그렇게 MD랑 디자이너랑 나랑.. 우리 팀이 협업해서 대박도 쳐보고ㅋㅋ 그러고 나서 MD로 직무 전환을 시켜주셨어.
드디어! 지금은 내 이름을 건 상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야~ 테스트도 다 통과했고 이제 출시만 하면 돼! 이번에도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다고~
축하해! ㅋㅋ 한 가지 또 궁금한 게 너는 왜 가구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처음부터 가구 회사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했던 거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었어. 그렇지만, 파리로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리빙(주)’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되었지.
한국에 있을 때에만 해도 ‘리빙’이라고 하면 엄마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해외에 나가보니 그 이상으로 시장이 크더라고. 심지어 유명한 백화점들도 여성관, 남성관이 있듯이, 건물 하나로 리빙관을 오픈하고, 명품 브랜드 플래그샵에만 가봐도 이제 옷이나 가방, 구두가 아니라, 리빙 관련된 곳까지 상품이 확장되어 있었지.
어딘가 기사에서 봤는데, 경제가 발전하면, 의식주가 순서대로 성장한대. 당시에 우리나라가 ‘외식’이나 ‘요리 프로그램’ 이 급격히 성장하고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그런 걸 보면서 이제 조만간 우리나라도 주거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겠구나 싶었어. 그런 생각이 있던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이케아가 들어올 거라는 소식도 들었고, 아 정말 그런 시대가 오는 건가? 하는 생각에 이 쪽 업계에서 일해보면 재밌겠다 했지.
그리고 어떻게 보면 주거라는 게, 삶에서 정말 큰 부분이잖아. 내가 이 산업에서 하는 일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개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지. 실제 유럽에서 느낀 '삶의 여유'를 전달하고 싶기도 했고.
그러면 너는 궁극적으로 어떤 커리어를 계획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물론 아직 2년 차니까 다음 스텝에 대해 많이 생각 못해봤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건, 위에서 얘기했듯이 사람들에게 더 가치 있는 라이프가 무엇인지를 제안해주고 싶은데, 아직 내가 어떤 방법으로 이 걸 이룰 것인지는 계속 찾고 있는 중이라서!
솔직히 나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일찍 취업 시장에 나갔어. 그래야 내가 이후에 공부를 더하든, 일에 매진하든,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기회 비용’이나 ‘매몰 비용’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지금도 끊임 없이 고민을 하고 있고 이후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일단은 여기에서 한 가지 상품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가구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중이야.
너무 어렵다. 나의 궁극적인 커리어가 무엇일까..? ㅋㅋ
주변 MD 분들은 어때? 듣기로는 MD같은 경우엔 일하면서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고, 그걸 기반으로 아예 사업을 시작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ㅎㅎㅎㅎ
응응 맞아. 다른 분들을 보니까, 여러 방향으로 나눠지더라. 가장 대표적인 3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하나는 좋은 아이템을 발견해서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 하는 케이스, 두번째는 그 성공을 바탕으로 같은 업계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케이스, 그리고 세번째는 그런 기반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케이스.
그런데, 나는 이 쪽 산업을 울타리로 생각하고 여기에서 뭔가를 해 내야겠다라고 가두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산업과 산업이, 혹은 제품과 제품이 융복합되는 일들이 많아질 거라고 보기 때문에 ‘라이프를 제안해준다’는 그 가치는 가져가면서도 산업을 넘나들면서 경험해보고 싶어.
쉽게 예를 들자면, 가전이나 가구의 관계도 있을 거고. 각 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있을 텐데 그런 걸 잘 융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럼 네가 생각했을 때, 네가 지금의 커리어를 가지겠다고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일을 시작해서 좋은 결과를 이뤄내기까지 어떤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어떤 경험이 제일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워. 그냥 지금까지 내 삶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거니까. 내가 말하니까 이 말이 되게 추상적이고 막연해보이겠지만, 사실이 그런걸? 내 주변에 있는 MD들만 봐도 서로 너무나 다른 경험들을 했었고, 심지어 성향도 다 달라.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들이 기획되어 나오는 거지.
내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경험들을 나열하는 게 꺼려지는 게, 이 인터뷰를 보고, 또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하려고 고군분투할까봐서.
그렇구나, 그럼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 부탁해!
다른 할 말은 없고, 방금 하던 얘기의 연속선 상에서 이야기할게 그럼~
예전에 셰릴 샌드버그가 했던 말 중에 나에게 와닿았던 게 있어.
경력은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그녀의 말이 가진 요지는, 계획만 하지 말고 일단 실행하라는 거였어. 정말 맞아. 경험을 하는 것에 성공이나 실패가 없잖아. 더 견고해진 내가 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미래의 나는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지?
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가치만 명확하면 좋을 것 같아. 물론 그걸 구체화시키는 일이 너무나 어렵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 사실은 그 가치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거든.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이룰 거라는 확신이 있기도 하고. 물론~ 나도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즐겁게 사는 한 사람일 뿐이라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돼 ^^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걸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이게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고 하지 말라는 거야. 그러다보면, 그 걸 벗어나는 다른 경험들을 하기가 점점 더 두려워지더라고. 내가 경영학과를 졸업해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지금 와서 보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데, 그 때 당시에는 정말 큰 도전이었지
수많은 공간 중, 유난히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곳들이 있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한다.
자연스레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추억이 켜켜이 쌓인다.
굳이 의식주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공간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그녀가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구 기획자가 되길 바란다.
부디 나에게 가구 선물을...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