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컨설팅에서 사모펀드까지, 론스타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과 동시에 타인의 입장에서 사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 헨리 포드
“사모펀드(Private Equity)? 그거 나쁜 거 아니야?”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사모펀드 이야기가 나오자 누군가 무심코 한 말이었다. 아무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저 뉴스로만 들어봤던 단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최근까지 익숙하게 들려온 ‘사모펀드'라는 것은 2015년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경쟁을 벌였던 엘리엇 정도니까.
유치한 질문이었지만 우리는 사모펀드는 대체 무엇이고, 거기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며, 그들의 삶은 어떨지에 대해 우선 궁금해졌다. 다만 방법이 없었다. 사모펀드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거기에 다니는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Up(業) Side는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근무하는 선배를 만날 수 있었다. 글로벌 Top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를 옮긴지 갓 1년이 된 사람이다.
지금부터 그가 일하는 사모펀드 업계는 어떠한 곳이며,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 길을 택하도록 하였는지 알아보자.
-Up (業) Side 목차-
03. 전략 컨설팅이 궁금하다고? (Feat. 뉴욕 컨설턴트)
11. 다들 주목! OECD 아프리카 담당이 한국인이라고?
13. 나의 두 번째 직장, 사모펀드(PE)의 A to Z
14. Next Steve Jobs? 상품 기획자의 삶
15.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 가구기획자 이야기
1) PE가 궁금해?
2) Associate의 하루
3) PE로 오게 된 계기 (컨설팅 → PE)
4) PE로 입사/이직하려면..
안녕하세요, 형! 오늘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사모 펀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 많은 분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 됩니다. 사모 펀드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안녕! 너가 말한대로 조금 생소할 수 있으니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 볼게. 통상적으로 사모 펀드는 50인 미만의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의미해.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증권사를 통해 가입하는 펀드는 거의 다 공모펀드라고 보면 되고, 사모펀드는 작게는 수십 억원에서 크게는 수 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는 기관(e.g. 연금, 기금, 보험사 등)들을 대상으로 하지.
일단 사모펀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주식 형태의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사모펀드가 아닌 일반적인 주식 투자자의 경우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잖아? 반면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이 되는 회사의 지분을 대량으로 취득하여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회사 가치를 높여 3~5년 뒤에 되파는 형식으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거야.
투자 대상이 되는 회사 경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사모펀드는 (수 많은 사모펀드의 종류 중에서도) 바이아웃 펀드라고 부르고, 이들은 보통 5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려고 하지. 이런 식으로 일하는 운용사를 보고 ‘바이어웃 펀드에 집중'한다고 해.
그럼 다시 형이 속해 계신 바이아웃 펀드에 집중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지분 투자가 50%이상이라 하셨는데, 경영권을 쥔다는 의미인가요?
음... 물론 항상 50% 이상을 보유하는 것은 아니야. 오해를 할 여지가 있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바이아웃펀드에서 이 쪽에 더 집중한다는 거지. 50% 보다 낮은 20~30%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도 많고, 이 경우에는 대주주에게 전반적인 경영을 맡기되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사모펀드도 함께 참여하겠지.
사례를 좀 더 들어보자면...사모펀드인 MBK가 약 7조원을 들여서 영국 테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취득한 이야기를 해보자. MBK는 인수 후 몇 년에 걸쳐 한국 홈플러스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다른 사모펀드나 대기업에게 되팔고자 할거야. MBK가 성공적으로 홈플러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그리고 운이 따라준다면) MBK는 최초 투자했던 7조원 보다 높은 금액에 홈플러스를 매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차익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거지. 이렇게 얻어진 수익을 MBK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거고.
그렇게 돈을 버는군요. 듣고 보니까 일반 펀드와 차이가 있네요! 운용 측면에서 어떤 장점이 있나요?
여러가지가 있어. 기본적으로 사모펀드는 3~5년의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대외 이슈에 따른 기업가치 변동에 자유롭다는 점하고, 회사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쳐 회사의 기업 가치 개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
그러면 그 과정에서 사모 펀드 운용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건가요? 제 말은… 기업을 사고 되팔아서 수익을 남긴다는 것을 알겠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요.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수익원은 2가지 정도인데, 운용보수와 성공보수라는 개념을 가져보면 돼.
운용보수부터 설명해보자. 예를 들어 B보험사가 A사모펀드에 1,000억을 투자하고, A사모펀드는 그 자금으로 C회사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가정해볼게. 운용보수는 말 그대로 A사모펀드가 B보험사를 대신해서 1,000억원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해주는 대가로 받는 보수야. 이는 A사 C회사 투자 건이 얼마나 성공적인지와 별개야. 즉, A사모펀드가 1,000억원의 자금을 대신 운용하여 투자해주는 것에 대한 비용이지.
성공보수는 사모 펀드의 투자 수익이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 받는 보수야. 예를 들어 A사모펀드가 B보험사로부터 받은 1,000억원을 잘 투자해서 최초에 B보험사에게 약속했던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거두게 되면, 추가 수익이 일부는 A사모펀드도 나눠가지게 되는거지
만약 마이너스 수익이나 8% 미만으로 수익이 떨어지면요?
앞선 대답을 듣고 눈치 챘겠지만 성공 보수는 일종의 인센티브야. 못 달성한다고 해서 패널티가 생기지는 않아. 그럴 경우 그냥 운용 보수만 사모펀드의 수입이 되는거지.
짱이다...
ㅋㅋ 그게 그렇지가 않아. 사모펀드는 대형 투자기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자금을 투자 받지 못하면 투자 못하게 되고, 그럼 보수도 받을 수 없겠지? 지금 투자에 실패한다고 해서 당장 발생하는 금전적 패널티는 없지만, 한 번 실력없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투자기관들이 그 사모펀드에는 돈을 맡기지 않을 테니... 길게보면 큰 손해라고 할 수 있지.
결국 사모 펀드에서 집중해야 하는 질문은 “어떻게 이 기업의 가치를 올릴까?”겠네요. 이러한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투자 대상 회사가 어느 곳이냐에 따라 해당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 굳이 예를 들자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은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
사모 펀드 운용사가 무슨일을 하는지는 이제 좀 명확해 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사모 펀드 운용사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 건가요? 어떤 직무들이 있을까요?
크게 보면 투자 및 포트폴리오회사*의 운영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백오피스 직무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 백오피스는 다들 알만한 인사, 재무 같은 업무를 하는 곳이고, 추가적으로 펀드 운용과 관련된 공시를 담당하는 사람도 있지.
(포트폴리오회사: 사모펀드가 투자를 통해 주식 혹은 채권을 취득한 회사=사모펀드로부터 주식 혹은 채권 투자를 받은 회사)
그러면 이번엔 형이 주로 하시는 업무 중 첫 번째인 투자 업무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투자 업무는 투자의 대상이 될 회사를 찾는 단계부터 시작해. 그 후 해당 회사에 대한 투자를 최종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단계까지의 업무를 통칭해.
일단은 투자 대상이 될 기업부터 찾아야겠지? 다양한 출처와 방식을 통해 여러 잠재투자 기업들을 찾고, 그 회사들 중에 진지하게 투자를 검토할 만한 기업들을 추려내. 이런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나타나면, 투자를 받을 회사의 사람들과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하고. 이와 동시에 회계, 법률, 산업 자문사들을 초청해서 정말 투자를 해도 좋은 회사인지, 잠재적인 투자 리스크는 어떠한지에 대해 인수 실사를 진행하지.
면밀하게 검토해본 결과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회사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해보자. 이 후 투자자와 피투자자간에 투자 단가에 대한 협의도 이루어지면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진행하게 되지. 지금까지 설명한 과정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기업을 사고 파는 주체가 각 1곳씩 밖에 없지만, 만약 한 회사에 투자하고자 하는 복수의 매수 희망자가 있을 경우에는 입찰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해.
잘 와닿지 않으면 사례를 통해 설명해 줄게! 지금은 롯데렌터카(롯데렌탈)가 된 예전 KT금호렌터카 deal도 2014년 매각 당시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MBK, IMM은 물론 롯데그룹,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 등 대기업도 입찰에 참여했어. 최종적으로는 롯데가 약 1조원의 금액에 인수하게 되었고.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 느껴지네요… 아까 형이 주로 하시는 일에 포트폴리오회사 운용도 있다 하셨는데, 그건 무슨 일인가요?
포트폴리오 관리는 위에서 설명한 과정을 통해 인수 혹은 투자한 기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야. 만일 취득한 지분이 낮아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할 일이 많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사모펀드가 최대 주주가 된 상황이라면, 해당 회사의 경영을 사모펀드가 담당하게 되지.
다만 사모펀드가 피투자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아니야! 사모펀드는 큰 틀에서 회사 경영에 대한 전략 및 방향성을 설정하고, 포트폴리오회사의 기존 임직원 혹은 투자후 새롭게 선임한 임직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전략들을 실천해. 또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회사의 실적을 확인하고, 실적 외에 다른 이슈는 없는지 확인하면서 회사가 안정적으로 목표했던 경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관리해.
이제 사모 펀드 운용사의 직원들이 하는 일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업무 강도는 어떤가요?
기본적으로는 잠재 투자 대상에 대한 검토와 기존에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한 관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낮지는 않아. 보통의 경우 동시에 검토하는 잠재 투자 안이 3~4개 이상이 되는 것은 기본이고, 이미 투자해놓은 포트폴리오 회사도 여러 곳인 경우가 많으니...
그리고 업무 강도는 시점에 따라서도 달라져. 가장 바쁜 시기는 투자 진행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발굴한 후, 타당성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시기일 거야. 보통 이 과정을 “매수 실사”라고 하는데, 이 기간에는 한 달 남짓한 기간 내 최대한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해서 자세히 파악을 해야해.
결국 밤낮 없이 달리게 되지 ㅎㅎ 하지만 일단 투자가 결정이 되고 모든 계약 작업까지 마무리해서 딜 종료를 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그렇다면 사모 펀드 Associate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해요!
음... 전형적인 일상은 별로 없다고 보는 게 맞아. 왜냐면... 듣다보면 느꼈겠지만 한 사람이 하는 업무의 범위가 너무 넓으니까. 투자 건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편이 아니고. 한동안 실사를 하고, 보고서를 보고, 또 다른 때는 투자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투자자들 혹은 인수 대상 기업 사람들과 미팅을 가지기도 하지.
그래서 전형적인 하루라는 걸 그리기가 쉽지 않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재 투자 발굴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포트폴리오 회사에 관련된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들과 밤을 샐 수도 있고...
너무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특정지어 이런 일을 한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어. 그리고 이렇게 폭넓은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정말 직종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이 되었나 모르겠네ㅎㅎ
ㅋㅋ아니에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렇게 지내려면 정말 정신이 없겠네요 사람도 많이 만나실 테고... 사람 얘기가 나왔으니 여쭤보고 싶은 게, 사모 펀드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 하고 있나요?
90% 이상은 뱅킹, 컨설팅, 회계사 출신이야. 아무래도 기업 실사 및 가치 평가에 전문성을 갖춰야 하니까. 이 중 반은 뱅킹. 그 중에서도 IBD 출신들이야. 여기서 일하려면 재무 지식, 회계 지식, 컨설팅 지식, 그리고 사람 대하는 스킬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회사에 특성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는 투자은행, 회계법인, 경영컨설팅 회사 등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 기본적으로 사모펀드가 하는 일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고, 이런 일을 잘해내기 위해서 재무, 회계, 기업 경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아.
형... 그렇다면 저 같은 대졸 신입이 사모 펀드 운용사에 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나요?
음...대졸 신입도 간혹 있지만... 사실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아. 경력과 지식 및 전문성이 있어야 하니.
앞서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모 펀드 운용사의 인력 규모는 10 - 30명 정도로 매우 작은 편이야. 투자 규모는 큰 반면 인력 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력 하나하나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대기업과 같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려워. 한 마디로 경력직 위주의 채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거지. 물론 인턴하다가 전환 되는 케이스도 드물게 있긴 해.
물론 이런 현실은 앞으로 변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내외 사모 펀드가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거든.
이제 조금 더 형에게 집중된 질문을 던져볼까 해요. 앞선 질문에서 말했듯 컨설턴트로서 2년간 지내셨는데, 사모 펀드 분야로 직업을 바꾸게 되신 계기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말 솔직한 답변을 해주자면... 컨설팅을 2년 정도 하면서 느낀 점들 때문이었어. 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컨설팅 그룹에 취직을 했는데, 보통 대학생 때는 컨설팅에 몸 담는 것 만으로 이직 할 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잖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
개인차는 있겠지만 주니어 컨설턴트는 원하는 직장으로 가기 어렵다고 생각해. 컨설턴트는 기본적으로 제너럴리스트야. 어떤 일이 주어지든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워. 특정 산업, 직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지는 않기 때문에,
나중에 이직을 하는 시점에서는 생각과 많이 다를 수가 있어. 예를 들면 소셜 커머스 it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면 해당 산업과 직군에 해박한 사람을 더 선호하겠지.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야.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결론적으로 컨설팅 주니어도 스스로 강점, 혹은 전문 분야을 찾아야 해. 그게 언어가 될 수도 있고 기술일 수도 있어. 컨설팅을 하는 기간 동안 특정 프로젝트를 계속 했다거나. 내가 이런 경우야. 사모 펀드 프로젝트,
그러니까 기업 실사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 했었고 이 분야에 집중된 경험을 쌓았어. 주니어 레벨에서는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았거든.
컨설팅에서의 실사 프로젝트 경험이 결정적이었네요. 그러면 이직을 해도 좋겠다고 결심을 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사모 펀드 운용사로 이직 하는 것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기업 평가 및 운영에 대한 고민을 보다 주체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어.
직접 피인수 후보 기업을 조사, 평가하고 인수 이후에는 기업의 가치를 키우기 위한 전략과 실행 부분까지 함께 고민을 해야 하니까. 몇 달 동안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컨설턴트는 어디까지나 조언 및 제안을 하는 것이 일이고, 클라이언트가 설득이 안되면 그만이거든.
반면 사모 펀드에서 일을 하면 내가 실질적인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니,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보았지.
보통 기업 인수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주가 되는 사람은 3명 정도야. 상무님, 대표님, 그리고 나. 그러니 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실제로 그것들을 회사에 녹여낼 수 있고. 음… 굳이 표현 하자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생각해. 그만큼 투자 수익률이라는 결과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만.
보다 현실에 가깝고 그만큼 책임을 지는 일이라… 어려우면서 멋진 것 같아요. 이게 가장 큰 이유라 하셨는데, 다른 이유도 있나요?
다른 이유도 있었지. 앞서 언급했듯이 사모 펀드라는 업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성장할 것 같았거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모 펀드가 활발한 곳은 아니야. 사모 펀드라는 투자형태가 법적으로 인정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어. 미국의 경우에는 70-80년대부터 활발했거든. 시기적으로 봐도 아직 성숙도가 덜하고 그만큼 성장할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 봤어.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가네요. 다시 형 얘기로 돌아와 볼게요. 이제 사모 펀드에 들어오신지 1년 차가 되셨는데… 이직 하실 때 얻고자 했던 것들을 다 얻고 계시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떠세요?
전략 방향성을 짜고 실행 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기대했던 것을 받고 있어. 예를 들면 최근 내가 어떤 기업에 대한 투자안을 평가하는 작업에 참여 중인데, 지금 상태로 인수를 해서는 5년 후에 비전이 없을 것 같아. 그러면 새로이 돈을 벌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돼. 투자 결정 회의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아야 해. 설득을 하고 일을 진행해야 하니까.
지금 얘기할 부분은 어찌 보면 사모 펀드 운용사 업무의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들은 못해도 매출이 연 몇 천 억원짜리야. 이 정도 규모를 가진 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봐. 수도 없겠지. 하지만 투자 의사 결정을 할 때 보는 것은 결국 그 전체의 일부거든.
그렇다 보니 투자를 하고 나면 내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수도 없이 터지고 그럴 때마다 이에 대응 해야 해.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유가지. 그런 문제들 중에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걸로 인해 기 투자한 회사가 안 좋아지면 압박 받고, 스트레스 받을 수 밖에 없어.
저희가 일반적으로 이 시점에 인터뷰이의 기업/직무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을 묻는데… 형의 경우는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으로 살짝 변경해야 할 것 같네요. 이것 만큼은 꼭 해라!하는 것이 있다면?
일단 난 아니었지만 서울대를 나와라…? ㅋㅋㅋㅋ 학교가 중요하더라. 출자하는 사람들한테 우리 투자/운용 팀의 이력을 공개 해야 하니까. 첫 직장은 뱅킹, 컨설팅, 회계 법인으로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지. 언어능력도 굉장히 중요해. 특히 영어. 해외 투자자들도 많다 보니. IMM같은 로컬 사모 펀드는 좀 덜 할 수 있겠지만, MBK나 KKR 같은 외국계 사모 펀드는 일본, 홍콩, 미국 등 다양한 해외 투자자들의 펀드를 운영하니까. 그리고 재무/회계 쪽으로 경력이 없다면 반드시 공부를 할 것! 이유는 위에 설명한 사모 펀드에서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추가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에 피로를 느끼는 성격이면 힘들어져. 다른 업계와 비교 해봐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는 일이거든. 잠재 투자, 진행 중인 투자, 내가 하게 될 투자 건 등등 온갖 분야의 사람들을 봐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새로운 기회와 니즈를 발굴할 수 있기도 해서. 사람과의 관계는 어디서든 중요하겠지만, 사모 펀드 운용사에서는 조금 더 강조 되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 볼게요. 형의 대학 생활은 어땠었나요?
처음 경영 학과에 가서는 광고를 하고 싶었어. 당시만 해도 회사나 브랜드를 인지하는 통로가 광고와 마케팅 소재들이어서 그랬었나봐. 사람들로 하여금 회사를 인식하게 하는 광고 쪽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했었어. 하지만 이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광고 기획자가 아니라 마케터라는 것을 알게 됐어. 그 이후에는 P&G나 이랜드 인턴을 하며 마케팅 전략을 해보기도 하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것은... 결국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전략'이라는 점이었던 것 같아. 또한 여러 활동과 인턴을 통해 광고랑 마케팅에서는 내가 강점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나는 분석에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거든. 전략으로 방향을 잡고 나서는 대기업의 전략팀으로 가느냐, 컨설팅을 가느냐를 고민했고 이 과정에서 학회도 하게 됐지.
이후에는 인연이라 해야 하나...운일 수도 있는데, 컨설팅 인턴을 하게 되었어. 컨설팅 인턴을 하며 내가 알아낸 정보로 클라이언트에게 조언을 해주는 경험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첫 직장으로 선택하게 되었지.
이 이후는 위에 설명 된 것 같아 :)
커리어에 대한 가설과 검증을 수 없이 반복한 대학 생활이었었네요! 대학 생활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 혹은 스스로 가장 잘 했다고 생각 하시는 점이 있을까요?
학회와 교환 학생이 아닐까 싶다. 차례대로 얘기를 해볼게
교환 학생은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해준 이벤트였어. 난 한국의 고등학생, 대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의사 결정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해. 학교 수업들도 그렇고, 일상에서도 그렇고… 순수하게 나의 결정으로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많이 못하지.
하지만 교환 학생 기간에는 모든 것이 반대였어. ‘나의 결정'이라는 것으로 일상을 채우니까. 나를 정의하던 모든 것들을 한국에 놓고 새로운 환경과 사고방식으로 자신을 정의한다고 말해야 하려나. 이 때 배운 사고방식과 태도가 지금의 나를 결정하기도 했던 것 같네.
경영 학회는 애증의 대상이지. 힘들지만 많이 배웠어. 내가 아웃풋을 만들어 가면 다양한 반론들이 들어오고, 이를 받아들이거나 방어함으로써 내 결론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거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증명해 내기도 하고. 이 것이 결국 사회에 진출한 이후의 삶과도 일맥상통 하더라.
결국, 학회 경험은 나에게 프로페셔널 라이프에 필요한 기본 소양을 주었다고 생각해. 컨설팅 인턴할 때 사례를 들자면, 같은 인턴끼리 일을 받아도 업무를 정의하고 분배하는 역할은 내가 하게 되었고, 이런 것들이 결국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도록 만들어 줬어.
정말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글도 심지어 두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대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음… 두 가지 경우로 나눠서 얘기를 해보고 싶어. 아직 학생이라면 향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는 중이거나 이미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것 같아서.
아직 향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중이라면…
사람들이 흔히들 좋다고 생각하는 직업에 무작정 달려가진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정말 그 업에 맞는 사람인지를 많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 내가 상상했던 일과 실제 일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이상 행복해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나는 인턴을 많이 해보면서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된 케이스야.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볼 수 있으니까. 실제와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믿어. 직접 경험 해 보면서 부분적으로나마 정보들이 쌓이면 무엇을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는 무엇을 잘하고 못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점점 명확해지니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해진 경우라면…
내가 선택한 길에서 같은 선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리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으로 노력과 공부를 하길 바라. 내가 계속 하고싶은 일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노력으로 스스로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믿어. 똑같은 회사를 노력해서 가도 그 안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나뉘어. 지금 하고 있는, 혹은 하게 될 일이 진정 자신이 원하던 것이라 믿는다면 후자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으면 해.
추가적으로 조언을 주자면, 본인에게 가족과 연인이 가지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대학 생활을 하며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커리어를 시작하고 고민이 들기 시작하면 여러모로 힘들어지기도 하더라구.
뉴스에서 간접적으로 듣던 것과는 달랐다. 현업에서 직접 종사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파악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경영인의 입장에서 회사 운영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수 있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보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다른 무수한 경영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Edge를 찾고자 하는 의지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는 것이 선배를 지금의 자리에 있도록 만들었으리라는 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