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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6. 2020

그녀의 엉뚱한 도발_글 700회 특집

#17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사람들의 가슴속에 첫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발행 횟수가 700회에 이른 것이다. 짬짬이 써 온 글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이웃 여러분들의 응원과 공감이 매우 컸다. 이웃과 소통을 하지 않고 혼자서 컴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솔직히 나는 종이책 발행에 관심이 없다. 


나의 이름이 새겨진 책 한 권쯤 가져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곰곰이 따져보니 내겐 잘 어울리지 않는 철지난 옷 같았다. 그래서 잡기장에 일기를 끼적거리듯 남긴 기록들이 어느덧 700회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숙성을 거친 돌로미티에 첫눈이 내린 절경의 라고 단또르노(Lago d'Antorno)를 다량 삽입했다. 700회 특집을 자축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아름다워요! ㅜ)


아울러 그동안 발행한 첫눈 관련 소식을 함께 포장하여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을 꾸며봤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편집을 하는 동안 행복했다. 그리고 끄트머리에 한국에서 날아온 하니의 목소리를 그녀의 도발이라 규정하고 실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아침(현지 시각) 하니는 첫눈이 내렸던 돌로미티를 기억해 내며 설레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이웃 여러분들과 브런치 팀에 깊은 감사의 말씀드린다. 



그녀의 엉뚱한 도발_글쓰기 700회 특집


*본문에 삽입된 연재 글 중 일부는 주로 결론부를 실었다.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첫 경험_황홀경에 빠뜨린 돌로미티 2박 4일



하니는 기뻐하며 그 모습을 신랑 신부의 모습과 비교했다. 늘 평상복 차림의 돌로미티가 예복으로 갈아입고 하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말한 것이다. 마침맞은 비유였다. 돌로미티가 성대한 잔치를 베푸는 예식장에 하객으로 우리를 초대한 것. 우리는 내심 돌로미티의 가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학수고대했지만, 돌로미티는 놀라운 일을 따로 계획하고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쇼.. 어쩌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황홀한 첫 경험을 돌로미티에서 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야영을 포기하고 즉시 바를레타로 되돌아온 것. 이틀 동안 꿈같았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그 이야기 전부를 아름다운 첫눈 풍경과 영상으로 이웃분들께 전해 드리도록 한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



#2 실제상황, 불속으로 달린 자동차


만약 발화점이 낮은 휘발유 차량이었다면 판단을 유보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라도 엔진룸이나 연료탱크 주변에 남아돌던 기름에 인화물질이 튄다면 자동차는 고스란히 불에 탄 채 주저앉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평생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처음 겪는 이 같이 아찔한 상황에 영적 체험이 등장한 것은 돌로미티에서 짓궂은 날씨를 경험한 후의 일이었다. 


돌로미티가 첫눈을 예비하고 있었던 것이며 신부가 화장을 고치는 사이 누군가 빼꼼히 들여다보는 발칙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하늘의 긴급한 조치'랄까.. 그럴 일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될 일이지만, 만약 브런치에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계시다면 불난리 상황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미리 해 놓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세상은 가끔씩 좋은 일 앞에서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3 가을비에 물든 치비아나 골짜기


우리가 살고 싶어 한 두 번째 집의 크기는 너무 작았다. 그 집은 이탈리아어로 까셀로(Casello)라 불렀다. 작은 집이라는 뜻이었다. 이 집에 관한 한 봘레 디 까도레(Valle di Cadore) 꼬무네에서 문의해 보시라는 것. 관련 내용은 따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마치 꿈만 같은 일이자 까마득한 역사를 지닌 집이 작은 집의 정체였던 것이다.


치비아나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만난 산골짜기 마을은 수채물감이 채 마르지도 않은 그림처럼 바뀌고 있었다. 하니가 바를레타에서 그림 수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풍경을 목격하면 곧바로 밑그림을 그리고 수채물감을 칠하지 않았을까.. 가을비가 오시면 단박에 수채화로 변하는 치비아나 마을.. 


우리는 이곳에 둥지를 틀고 돌로미티 곳곳을 바람처럼 다니고 싶었던 것이다. 글쎄다..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이며 답사길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마구 꼬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4 돌로미티가 그린 동양화의 반전


까이꺼.. 첫눈이 무엇이길래.. 올려다 보고 또 올려다 보고.. 이번에는 돌다리 위 산책길 위로 강아지처럼 뛰어 올라가 먹구름으로 덮였던 골짜기를 바라봤다. 거짓말처럼 수묵화를 그려대던 나쁜 화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마법 같은 설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의 마법..


밤새 비를 쏟던 하늘은 화선지 위에 새 작품을 선보였다. 이런 걸 짜잔!!~이라고 표현해야 하나..ㅋ 오래된 기찻길로 산책하던 개 한 마리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까. 오래전, 유년기를 행복하게 해 준 누렁이는 첫눈이 오시면 천방지축 뒷마당의 새하얀 눈 위를 뒹굴었지.. 질세라 꼬마 한 녀석이 누렁이와 함께 뒹굴었다. 그 꼬마가 장성해서 돌로미티까지 진출할 줄 누가 알았으랴..



#5 여기서 살뻔했다


그러나 하니의 생각은 달랐다. 이 집을 수리한 후 현지인에게 세를 놓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지만, 현지에서 우리나라처럼 세를 놓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거기에 하니의 생각은 돌로미티에 집을 구하는 것보다 캠핑카를 더 선호했다. 현재처럼 그림 수업을 하면서 짬짬이 돌로미티 등을 여행하자는 것. 보헤미안의 삶과 붙박이 삶이 충돌하며 결국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돌로미티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일단락시켰다. 


그리고 차를 몰아 돌로미티의 절경이 펼쳐진 아우론조 디 까도레 (Auronzo di Cadore)로 향했다. 차가 아우론조 디 까도레 국도를 달리는 동안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먼 데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지만 목적 하나를 잃어버리고 돌아서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빠쏘 치비아나 와 봘레 디 까도레에서 두곳 의 작은 오두막집을 알아보았고 구입이 가능한지 문의해 봤지만 두 곳 모두 우리의 차지가 되지못했던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 국도를 달리는 동안 새하얀 첫눈을 머리에 인 돌로미티의 바위산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각, 그는 우리를 라고 디 산타 까타리나 호수(Lago di Santa Caterina) 옆으로 불러 세우고 토닥토닥 위로를 했다. 이때부터 돌로미티 첫눈의 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참 별일이야..!! ^^



#6 첫눈의 마법 속으로


우리는 결국 돌로미티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었던 오두막집을 구하지 못한 채 자동차 머리를 바를레타로 돌리며, 지난번 여행에서 돌아보지 못한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인 돌로미티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꿈같은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계곡(Riserva Statale Somadida)에는 회색곰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년기에 꿈꾸고 동경했던 풍경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2박 4일 동안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돌로미티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깜짝쇼를 연출하거나 마법을 부리며 우리를 환상 속에 가두어두었던 것이다. 그 시간은 무박 2일을 소요하게 만들었다.



#7 환상 속의 나라로


문명사회의 인간의 삶은 땅을 일구는 법을 점점 잊고 살거나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사람 속에서 온갖 술수가 행해지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 그것도 모자라 전쟁을 통해 뺏고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는 일 등이 인류문화사에 지문처럼 박혀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별 곳곳에는 그런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 사람 사는 곳이 어디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우리가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걸음을 내디딘 이곳.. 첫눈이 내린 돌로미티의 산중에는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고 정직하게 삽니다..


우리는 조물주가 지은 대자연의 장엄하고 빼어난 위대한 작품 앞에서 좋아서 기뻐 날뛰는 것이다. (물론 속으로만.. 깡충깡충 ^^) 사는 동안 언제 이런 적 있었던가.. 늘 꿈만 꾸고 환상 속에서만 봐 왔던 황홀한 세상..!



#8 점입가경(漸入街境)이란 이런 거..!


요리를 먹는 순서는 맨 먼저 눈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다음 순서가 입안이다. 오만가지 맛이 혀를 간지럽힌다. 그리고 넉넉한 영양가가 당신을 살 찌울 것. 돌로미티 여행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아름다움을 향하고 있다. 그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꽃단장을 마친 나의 신부 나의 신랑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돌로미티가 우리를 가슴 깊이 품어준 때문이다. 점입가경(漸入街境)이란 이런 거.. 


하니가 돌로미티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이곳에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아이들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품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짧지만 깊은 돌로미티의 포옹은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까지 그리고 빠쏘 퐐사레고(Passo falzarego)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잠시 하늘의 짓궂은 장난이 예비한 기적 같은 일이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는 거.. 그 느낌 알랑가 몰라..^^ 



#9 그녀의 가슴을 훔친 첫눈


촌스럽게도.. 참 착하게도.. 첫눈에 반한 운명, 첫눈에 빠진 인연 그리고 첫눈.. 돌이켜 보면 사랑도 촌스럽기 짝이 없었다. 오죽하면 라틴어 명언에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하기는 신에게도 어렵다고 말했을까.. 촌스러운 건 비할바도 못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현상은 돌로미티 가득했다. 첫눈 소식이 전해지자 너도 나도 자동차를 몰고 돌로미티로 향한 것이다. 그 속에서 촌스럽게 셔터질 삼매경에 빠져든 것. 남녀노소 누구나 다 똑같았다. 첫눈은 하니의 가슴은 물론 내 가슴까지 송두리째 후벼 팟다. 생전 처음 9월에 첫눈을 맞이한 것이다. 아무나 그 누구나 그곳에 가면 가슴을 꼭 움켜잡아야 한다.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고 싶거덜랑.. 



#10 첫눈에 반한 첫눈


그 풍경들을 보니 비루스를 메두사 대하는 듯하다. 이때 아름답지도 못한 비루스의 저주(?)를 벗어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포스트를 길게 끼적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로미티에서 만난 황홀경을 만나 보는 것. 하니와 나는 아론조 디 까도레로 향하는 계곡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황홀경을 맛보며 구속을 자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쎄다.. 이게 끝이었으면 관련 연재 글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을 계속 이어나갈까.. 다음 편을 기대해도 좋다. 곧 메두사가 저주를 받기 전의 매혹적이자 황홀한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의 시선이 돌로 변하듯 황홀경에 빠져도 책임 못 진다는 거.. ^^



#11 첫 경험_La prima esperienza


세상 꽤 오래 살다 보니 전혀 아니더라. 눈물로 쓰인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처럼, 그리움을 더하던지 지우거나 비우지 않으면 감동은커녕 비웃음(그거 다 말짱 꽝이야ㅜ)으로 남게 되는 법이랄까.. 첫눈에 대한 감동의 불감증을 가진 사람들의 가슴에는 굳은살이 켜켜이 삼겹살처럼 박여있어서, 그 어떤 아름다움도 빈틈을 찾을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뒷마당에서 새하얀 함박눈을 뒤집어쓴 누렁이처럼 마구 날뛰는 꼴이라니..(언제 철들래? ㅋ)


하니와 나는 아우론조 디 까도레로 향하던 길 옆으로 늘어선 첫눈의 풍광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돌로미티의 첫눈 삼매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이틀 전, 우리는 이탈리아의 한 고속도로 위에서 들불 화재로 인해 변을 당할 뻔했다. 그런데 우리 앞에 신세계를 예비한 조물주의 마법 깊숙이 발을 들여놓으며 첫 경험의 단맛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점입가경.. 황홀경은 계속되었다.



#12 첫사랑과 첫눈


누군들 이런 풍경 앞에서 뒷짐을 지고 우울해할까.. 너무 좋아한 풍경이다.


아마도.. 아마도 이런 풍경을 선물 받은 사람들은 하늘의 도우심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 하늘의 선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주리나 호수를 지나 라고 단또르노(Lago d'Antorno)에 이르자 여태껏 보지 못한 절경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과 산과 사람.. 우리는 돌로미티의 진정한 아름다운 늪에서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이날 하룻만에 일어난 일이자 가슴에서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13 바뀐 놀이터


접니다..!! 세월 참 빠르다. 서기 2020년 9월 27일 토요일 오후 12시 43분경, 내가 찍은 나의 사진.. 첫눈이 오시면, 누렁이와 함께 뒹굴던 개구쟁이. 하루 종일 추운 줄도 모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좋았던 아이. 그 아이가 이순(耳順)을 넘겼지만.. 첫눈이 오시면.. 여전히 이러고 논다. 세월이 겉모습을 변하게 만들지만, 마음은 여전하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공부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오히려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뿐이다. 공부를 가르치지도 말고 하지도 말아야 할 것. 물론 나의 주장 사실이다. 어느 날, 첫눈이 나에게 준 깨달음이다. 바뀐 놀이터.. 인생은 짧고 첫눈은 영원하다..!!



#14 첫눈, 뜨레치메 디 라바레도 가는 길


사실이 그러하다면 초로인생에 슬퍼하는 사람들이나 나이가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 하나 눈 깜빡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가 도래하면, 그것을 깨닫는 사람은, 그런 사회가 존재한다면, 그런 나라가 지구별에 가득하다면.. 그때는 첫눈처럼 우리도 영원해질 게 아닌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돌로미티의 첫눈이 내게 일러준 영감이다. 


"낙원에서 잠시 추방할지라도.. 너희들은 곧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리니..!!"

Anche se per un attimo esiliate dal paradiso.. voi ragazzi tornerete presto..!!



#15 어떤 기적(奇蹟)


머릿속 일부를 포맷시키고 그 공간을 감성의 공간으로 남겨두는 나름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메마른 가슴을 보다 촉촉하게 만들고 싶은 것. 이탈리아어를 계속 공부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힘들게 배운 도둑질(?)을 죽을 때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동고동락해준 하니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생각 간절한 것.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이라는 노랫말을 잘 따져보면 기적이 어디서부터 발현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 기적은 그렇게 우리 곁을 맴돌지 았았을까.. 반면에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을 곁에 두고 감동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또 얼마나 슬퍼할까.. 돌로미티에 내린 첫눈은 하니와 별리를 예고한 하늘의 배려인지.. 오늘따라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16 자신감_自信感


우리를 라고 안또르노 호수(Lago d'Antorno)로 이끈 위대한 힘.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야. 첫눈이 내게 준 선물이었어. 조물주가 내린 귀한 선물. 어느날, 그곳에 내가 서 있는 거야. 사람들은 가끔씩 당신의 존재를 망각하곤 해. 당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또 어디로 가고있는지.. 이를 지켜본 조물주는 메시아를 보냈지. 그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가 당신을 불쌍히 여겼지.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들.. 그는 당신을 고아로 버려두지 않아. 어디든지 함께 동행하지. 그것을 믿으면 복된 자야.




그녀의 엉뚱한 도발




서기 2020년 11월 5일 오전 11시 30분 경, 한국에 가 있는 하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컴을 켜 두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페북과 연결된 메신저는 응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즉각 내가 하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렸으며 목소리는 이틀 전 보다 활기가 넘쳐났다. 나는 평소 하니의 목소리 파장을 통해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으면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이거나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와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 응, 전화했었네..!

하니: 응, 전화기가 꺼져있었나 봐.

나: 컴을 켜 두지 않았지.

하니: 그랬군.. 나 집안 서랍 정리하던 중이야. 뭐 버릴 거 없나 하고..

나: 응, 내 서랍은 건들지 마 버릴 거 없어. 

하니: 응, 다른 게 아니고 텐트 있잖아.. 그거 좀 물어 보려고.

나: 뭔데..!?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꽤 길게 이어졌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하니의 활기찬 목소리였다. 매일 보건당국으로 체온을 측정해 보내야 하는데 이번 주까지만 보고하고 더 이상 보고를 하지 말라는 보건 당국의 요구였다. 체온이 정상적이고 코로나의 (확진) 증상이 보이지 않으므로 더 이상 자가격리 필요가 없어진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상태가 호전되자마자 집에 보관 중이던 텐트를 끄집어내어 점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국 만 리 이탈리아에서는 이제나 저제나 당신의 건강을 빌고 있었는데 그새 참지 못하고 텐트를 열어본 것이다. 텐트 속에는 우리가 제주 성산일출봉에서 비 오시는 날 함께 지낸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데.. 텐트를 펴 놓고 쓰임새를 조목조목 묻는 것이다. 나는 즉각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우리가 지난여름 돌로미티 여행 중에 사용한 텐트는 임시로 챙겨간 간이 텐트이자 허접하기로 유명한 중국산 텐트였다. 바깥 기온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결로현상이 생겨 텐트 내부를 젖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니는 한국에 도착한 지 대략 두 주만에 다시 돌로미티 여행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즉각 도발로 규정하며 박장대소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다시 돌로미티 꿈을 꾸게 되다니.. ㅜ) 돌로미티가 당신을 얼마나 설레게 했으면 시차 적응 후 몸이 성한 신호가 오자마자 텐트를 끄집어 내 봤을까.. 그런 한편 아이들이 챙겨준 팥빵이 맛있다며 "기운이 펄펄 난다"라고 말했다. 봄과 여름은 아직 저만치 멀리있는데..!


그 사이 나는 유튜브를 열어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떠올렸다. 곧 침몰 직전의 초호화 거대 여객선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탈출 러시를 이루는 가운데.. 선상에서는 당신들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악사들이 심금을 울리는 연주(Nearer, My God, to Thee)를 하고 있었다.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니의 도발이 만든 찌질 모드가 이어지고 있었다. 참 희한한 가을이다.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06 Nov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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