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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May 09. 2023

성심당을 튀소로만 알고 있으면 반도 모르는 거라구요?

19 - 대전, 성심당

성심당과 같은 기업 100개면 한국 경제 구조가 바뀐다

(출처: 스브스뉴스 유튜브채널, 대전광역시 트위터계정)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성심당은 단순히 '튀김소보로'로만, '과소광고 논란'으로만, '성심당 전체 휴무날은 대전시 재난문자급'으로만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성심당의 철학과 경영방식이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 중소기업 100개가 생겨난다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다"라고 말해 우리나라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래 그 유명하다는 튀김소보로는 들어보긴 했는데 도대체 성심당이 뭐 하는 곳이길래 그렇게까지?


성심당의 경영이념은 '모든 이가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영이념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 차있으나, 대부분의 회사는 그 경영이념과 동떨어진 채로 최소비용으로 이익극대화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 혹은 경영진이 특정한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대부분 구성원들이 느끼기에는 현실과는 머나먼 이야기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성심당 직원 수는 약 800명이나 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성심당의 경영이념을 공유하고 800명이 모두 성심당의 경영이념에 따라 일하고 있다면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 아닐까.


(출처:더본코리아 유튜브채널)

성심당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빵맛뿐만 아니라 마주하는 직원 그 누구라도 아주아주 친절해서 놀라게 된다. 요식업계의 대부 백종원 대표님께서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고 말한 적이 있고 전국의 많은 이들이 뜨겁게 공감했다. 그런데 어째서 성심당의 직원들은 매일같이 전국에서 쏟아지는 고객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친절하게 잘 응대할 수 있는 걸까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성심당이 아니다

(출처:시사in)

성심당의 성심은 '예수님의 마음'을 의미하는 성심(聖心)이다. 성심당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가톨릭 정신을 기본으로 이웃, 사회 그리고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회사, 사랑하는 회사가 되고자 하는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이가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라는 경영이념은 이런 배경에서 도출된 문구다.


보통의 회사라면 직원들에게 경영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고도로 설계된 제도를 먼저 생각할지 모른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아주 복잡하고 까다롭게 면접을 설계해 이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만 가려서 뽑는다거나, 내부에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촘촘하게 짠다거나, 다양한 형태의 시험을 정례화하는 등의 접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심당 내부에는 복잡한 제도도 없고 어려운 테크닉도 없다. 그저 어떤 진심이 존재하고, 성심당의 구성원 모두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성심당이 오랜 세월 뚝심 있게 지켜온 진심은 바로 '사랑'이다.


임영진 대표님은 창업 60년 비전 선포식에서 "아무리 매출이 오르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서로 미워하고 무관심하다면 성심당이 아니다"라고 말하신 적이 있다. 성심당에서는 당장의 매출보다도 사랑이 더 중요한 기준이다. 이쯤 되면 '그런 좋은 소리는 우리 사장님도 하시는데 매번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뀐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출처:성심당 페이스북)

성심당은 2014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 10일 동안 4억 3,200만 원 매출을 올린 적이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수량을 제한하기도 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뜨거운 반응을 직접 목격한 롯데백화점 측에서는 성심당에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규모로 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입점을 제안했다.


물 들어왔을 때 배 띄워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성심당은 끝내 서울 진출을 하지 않았다. 성심당은 오직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정체성도 지키고자 했지만 '이렇게 장사해서는 돈은 벌지 몰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세상 어느 기업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매출을 포기할 수 있을까. 성심당은 그 무엇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사랑'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결정이며,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성심당이 아니다'라고 선포식에서 외쳤던 선언이 전혀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결정이다.


성심당의 내부 인사고과 평가 지표 중 40% '사랑'

(출처: KBS 사장님이 미쳤어요)

일반적인 회사에서도 직원 간의 단합을 위해 멘토링이나 야유회 등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고, 직원 간의 교감을 늘리기 위해 회사차원에서 재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하는 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제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성심당처럼 직원들 간의 사랑을 인사평가에 직접적으로 게다가 40%씩이나 반영하는 회사는 보기 쉽지 않다. 사랑이 평가 점수의 절반에 가까우므로 성심당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사랑이 없는 직원은 승진도 할 수 없다. 실제로 실적은 좋았으나 사랑점수가 모자라 승진재수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출처: KBS 사장님이 미쳤어요)

평가는 보상과 직결된다. 인사평가란 결국 누가 이 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승진을 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므로 인사평가로 '사랑'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연하고 개념적인 단어인 '사랑'을 대다수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객관화하고 이를 평가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랑을 고민해 온 성심당은 '한가족신문'을 만들고 이를 평가에 적용했다. 하지만 한가족신문은 단순한 평가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심당을 단단하게 만드는 핵심 중 하나다


사랑으로 한가족이 될 수 있는 진짜 이유

(출처: KBS 사장님이 미쳤어요)

2005년 성심당에 화재가 났지만, '잿더미 속의 우리 회사, 우리가 일으켜 세우자'는 구호 아래 전 직원들이 모두 똘똘 뭉쳐 6일 만에 다시 빵을 구울 수 있었다. 이때 임영진 대표님과 김미진 이사님은 성심당의 구성 모두가 서로를 한가족처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렇게 '동료가 보고 싶어서 출근하는 성심당'으로 만들기 위해 성심당의 한가족신문이 시작 됐다. 2008년 1월 29일 제1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주 발행되어 이제는 800호를 넘긴다. 매주 발행되는 한가족신문은 임영진 대표님께서 직접 읽어보고 줄 치면서 하나하나 각각의 사연을 모두 꼼꼼히 챙긴다.


한가족신문에는 '모든 이가 좋게 여기는 일'을 하는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례가 수록된다. 사랑이라고 해서 거창한 사례일 필요는 없다. 고객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응원의 의미로 달달한 음료를 건넨다거나, 동료의 생일을 위한 깜짝 파티를 기획한다거나, 일하다 다쳤는데 이를 치료해 주었다거나 하는 등 매일 업무를 하며 느끼는 생활밀착형 사랑도 모두 사랑이다. 


본인의 업무가 아닌데도 성심당을 찾은 청각장애인 분을 위해 따로 응대를 한다거나, 성심당의 고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근처 은행업무를 보실 수 있게 함께 따라가 도와드린다거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골목에 가득 쌓여있는 담배꽁초를 치운다거나 하는  본업과 바로 직결되지 않는 일일지라도 성심당의 경영이념인 '모든 이가 좋게 여기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라면 모두 성심당이 추구하는 '사랑'을 행하는 일이다. 


따뜻한 도움
배송팀 *혁주임님께서 어떤 고객님과 본점 앞에서 얘기를 하고 계시길래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봤는데

알고 보니 시각장애가 있으신 고객님께서 안내견까지 있어 빵집에 가서 구매를 못하고 계셨던 거 같습니다.

그걸 지나치지 않고 *혁주임님께서 어떤 게 필요하신지 물어봐 주고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 한가족신문 725호,
칭찬받은 사람 : 차*혁
칭찬한 사람 : 이*윤


친절한 *루씨
해당 시간이 은행 오픈전이라, 안내해 줄 직원이 없는 상황이어서 저희에게 부탁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부탁에 살짝 당황하고 있었는데 *루 계장님이 할아버지의 요청에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인출기로 함께 가셔서 출금을 도와주셨습니다.

- 한가족신문 731호
칭찬받은 사람 : 김*루
칭찬한 사람 : 최*혜


담배골목을 청소하신 두 분
누군가에게는 담배 골목으로 불리는 이곳
(...)
건물과 건물 사이 쓰레기가 한번 쌓이다 보니 계속 사람들이 그곳에 쓰레기를 투척하여 작은 쓰레기 동산이 생겨났다.
(...)
답답한 상황에서 포장팀 두 직원 분이 크나큰 희생을 해주었다.

쓰레기 더미를 모두 정리하고 그 옆쪽 창고 입구에 뱉은 침들까지 락스물로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셨다.

- 한가족신문 739호
칭찬받은 사람 : 김*화, 백*광
칭찬한 사람 : 손*진


매주 본점, 대전역점, 롯데백화점, DCC점, 본사 사무실 등 성심당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랑의 사례들이 한마음가족신문에 실린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각계각층의 직원들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에서는 유형별 점수기준표에 기반하여 각 직원들을 평가하고 그중에 최고를 '사랑의 챔피언'으로 뽑아 그 해의 최고의 직원으로 인정해 준다.


<한가족신문 사랑 실천의 점수화>

0.5점 : 성심당에서 매주 발행되는 ‘한가족 신문’에 기사를 실는다
1점 : 동료에게 먹거리를 선물한다
2점 : 동료에게 선물이나 약을 사다 주거나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가져다준다, 동료의 업무를 도와준다
3점: 휴무일에 동료를 돕거나 외부 봉사활동을 한다
4점 : 감동적인 사랑 실천, 진실한 마음으로 동료를 배려한 경우
5점 : 동료와의 갈등에서 화해의 손을 먼저 내민다, 한 달 이상 '업무 이외에 사랑 문화를 전파'한다


사랑으로 만든 빵이 맛이 없을 수 있을까요

(출처:밥상뉴스)

정말로 직원을 한가족처럼 생각하는지 아닌지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한가족처럼 일한다'라고 주장하는 회사는 많으걸핏하면 회사는 위기고 그럴 때면 가족이라던 직원들을 비용절감을 말하며 사정없이 잘라낸다.


코로나 때 성심당은 직원 감축을 하지 않았다. 성심당에게도 코로나는 큰 타격이었지만  필요할 때만 가족이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가족이 아닐 수 없기경영환경이 어렵다고 가족을 내칠 수 없었다. IMF때에도 비용절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열심히 일해서 매출을 올리자는 접근을 했지 인원을 정리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인사평가 때문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회사는 진심을 다해 사랑의 마음으로 모두를 대한다. 그렇기에 그 사랑의 정신은 별다른 교육이 아니라 사랑을 직접 주고받음으로써 전 직원 모두에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 결과 직원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모든 이가 좋게 여기는 일'을 소화하고 자연스럽게 사랑의 실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랑이 최우선이고 사랑에 진심인 조직에서 누가 실적을 위해 동료를 밟으려 하겠으며, 어떻게 서로 간에 사랑의 문화가 꽃피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사랑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성심당에서는 '사랑합니다 고객님'같은 규정화된 멘트나 상황별 매뉴얼은 없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사랑이 느껴진다.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중요한 성심당에서는 세련된 어투나 정제된 멘트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그 진심의 향기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기적은 절대로 기적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출처 : 성심당, 가톨릭신문)
"기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이런 마음을 모방해야죠. 그래야 오래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오래가기 위해서는 이익보다는 가족과 같은 직원들의 행복이 우선이죠.”

- 임영진, '성심당(聖心堂), 세상의 빵과 같은 존재가 되다' 브라보마이라이프


누군가는 동료 간에 챙겨주는 일도, 주변 길거리를 청소하는 것도 사랑이라기엔 사소해 보인다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소해 보이는 일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한가족신문을 통해 매주 사랑을 보고 느끼고 공유하면서 성심당의 직원은 사랑의 정신을 육화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심당에서는 경영이념이 뜬구름 잡는 소리나 좋기만 한 피상적 소리가 아니다. 나와 내 주변 동료들이 오늘도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며, 매일매일 피부로 느껴지는 나의 일상이다. 성심당에서 성심당 직원들과 일하는 한 사랑의 정신은 자연스럽게 내 삶 속 깊이 들어오게 된다.


성심당이 그동안 쌓아온 궤적을 따라가 보면 성심당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경영활동을 이어왔고 어떤 마음으로 매장을 꾸미고 있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화재가 난 뒤 성심당의 인테리어를 다시 하며 중점으로 두었던 것은 "가난한 사람이 매장에 와도 주눅이 들지 않고 부자가 와도 초라하지 않은 매장"이라고 한다.  마음으로 오랜 시간이어온 성심당이기에 단순히 튀소로 유명하기만 한 빵집이 아니라 사랑 넘치는 곳이자, 대전의 자부심이며, 대전시민들의 자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심당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고 있노라면 '사랑으로 만든 빵이 맛이 없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씀하셨던 임영진 대표님의 참뜻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다. 오늘도 성심당은 누구보다도 가장 성심당답게 진심을 다해 사랑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랑의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고소한 빵 향기만큼이나 사랑의 향기가 가득하게.


그러니 성심당 빵 맛이 없을 수 있을까.


p.s.

(출처:성심당 문화원)

성심당을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튀소를 먹기 위해 줄을 서겠지만, 성심당의 철학과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낮 12시 혹은, 오후 6시에 성심당문화원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이 시각엔 성심당 바로 앞 대흥동 153번지에 위치한 대흥동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성심당의 초대 창업주 임길순 대표님께서 '성당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장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 그 종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성싱담문화원에서 성심당의 지난 역사를 차분히 지켜보면 성심당의 깊은 철학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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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s://m.catholictimes.org/mobile/article_view.php?aid=345277

https://www.mk.co.kr/premium/behind-story/view/2022/08/32356/

https://50plus.or.kr/detail.do?id=1562189

https://news.cpbc.co.kr/article/787578


http://www.ggilbo.com/news/curationView.html?idxno=82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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