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의 3장 '무의식이 하는 일'의 뒷부분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저자는 육감을 다루며 자율신경계의 작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피험자의 의식보다 훨씬 더 먼저 자율신경계가 각 카드 세트에서 뽑은 카드의 통계수치를 알아차린다는 것, 피험자가 나쁜 세트에 손을 뻗으면,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치솟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경고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말인가 싶은데,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따라갈 수 있습니다.
피험자의 의식이 각각의 카드 세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를 알아차리기 훨씬 전에 뇌에 어떤 부분이 그 정보를 인식한다는 뜻이었다. 이 정보는 '육감'이라는 형태로 전달되어, 피험자는 의식적으로 이유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좋은 카드를 뽑기 시작했다.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상황에 대한 의식적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의식적으로 이유를 알아차리기 전에 작동하는 육감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점은, 사람에게 육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육감이 없으면 사람은 결코 아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다마지오의 연구팀이 복내 측 전전두엽 피질이라고 불리는 뇌 앞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 카드 뽑기 실험을 실시했다. <중략> 놀랍게도 이 환자들은 나쁜 카드 세트가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알아차린 뒤에도 여전히 나쁜 선택을 했다.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데 육감이 필수적이라는 뜻이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마지오는 신체 상태가 야기한 느낌이 행동과 의사결정의 지침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센스가 발달했다는 말은 육감을 뜻할까요?
어떤 사건을 겪을 때의 느낌이 나빴다면, 우리는 그때의 행동을 주저하게 된다. 반면 좋은 느낌은 같은 행동을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신체 상태는 행동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육감을 제공한다. 이런 육감은 단순히 우연으로 보기 힘들 만큼 정확할 때가 많다. 우리 무의식이 먼저 상황을 알아차리고, 의식이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퍼플렉시티에 따르면 센스와 육감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합니다.
'센스 있다'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발휘되는 감각, 판단력, 눈치, 배려와 연관이 많으며, 특별히 '육감'이나 초감각적인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퍼플렉시티의 설명을 듣다 보니 센스는 조금 더 의식적인 뇌 활동이란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육감은 분명 무의식의 작동이라 느껴집니다.
무의식적인 뇌에서 매번 분명한 대답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그 뇌의 지식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때로는 단순히 자신의 육감을 들여다보는 것이 요령이다. <중략> 동전이 바닥에 떨어져 결과가 나온 뒤, 반드시 친구의 육감을 평가해봐야 한다. 동전 던지기가 결정을 '내려준' 것에 친구가 은근히 안도감을 느낀다면 동전의 결정이 친구에게는 옳은 선택이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 결과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동전 던지기 결과와는 반대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신호다.
그리고 저자는 뇌의 무의식과 의식적인 계획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 의식의 역할을 무엇일까? 사실 의식은 큰 역할을 한다. 뇌의 무의식 속 깊숙한 곳에 저장된 지식 대부분이 의식적인 계획이라는 형태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다음은 <윔블던에서 승리한 로봇>이라는 단락의 내용입니다.
프로 테니스 선수들은 거의 모든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해낸다. 우리가 글자를 읽거나 차선을 바꿀 때와 똑같이, 그들도 무의식의 활약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그들은 어떻게 보나 로봇이다.
마지막 문장에 나타난 '로봇'이란 낱말은 언젠가 김상욱 교수님께 들었던 생명을 '기계'라고 했던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의식의 쓸모는 다른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 로봇들의 훈련은 의식이 담당한다. 테니스 선수가 되려는 사람이 로봇을 만드는 법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로봇에 프로그램을 채워 넣는 일이 중요하다. 나지막한 네트 너머로 노란색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넘기는 일에 유연한 계산 자원을 모두 동원하도록 프로그램을 짜 넣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바로 여기서 의식이 활약한다.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부분들이 신경 기계의 다른 부분들을 훈련시켜, 목적을 확립하고 자원을 배분한다. <중략> 의식은 기업의 CEO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반면, 대부분의 일상적인 활동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뇌의 부위들이 담당한다.
계속해서 다음 문장을 읽을 때는 목표를 수립하고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의식이 목표를 정하면, 뇌의 다른 부분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법을 학습한다.
계속 내용을 읽다 보면 뇌를 제대로 못 쓰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면 뇌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 회로를 조정한다. 과제가 회로에 각인되는 것이다. 이 영리한 전술로 생존을 위해 중요한 일 두 가지가 성취된다.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게 하는 전술은 생존을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진화한 뇌의 기능을 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첫째, 속도. 자동화는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의식이라는 느린 시스템이 뒤로 밀려난 뒤에야 빠른 프로그램들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지금 날아오는 테니스공을 포핸드로 쳐야 하나, 백핸드로 쳐야 하나? 공이 시속 144킬로미터로 날아오는 상황에서 여러 선택지를 의식적으로 차근차근 살펴볼 수는 없다.
다음 문장에서 '배터리'란 표현을 보자 우리 뇌에도 '리튬'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둘째, 에너지 효율성. 뇌는 조직을 최적화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우리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이동형 생물이므로 에너지 절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꽤나 따라온 듯하지만, 에너지 효율성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경과학자 리드 몬터규는 저서 <당신의 뇌는 (거의) 완벽하다>에서 체스 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대전할 때 수천 와트의 에너지를 쓴 반면, 카스파로프는 약 20와트밖에 쓰지 않은 것을 비교하며 뇌의 뛰어난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했다. 몬터규는 당시 카스파로프의 체온이 정상이었던 반면, 딥블루는 뜨겁게 달아올라서 대량의 냉각팬이 필요했음을 지적한다. 인간 뇌의 효율성은 최고 수준이다.
흥미롭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자의 내러티브를 정신없이 따라가다가 문득 실용적인 미션을 만난 듯합니다.
과제를 회로에 각인하는 방법은 뇌의 작용에서 근본을 이룬다. 회로판을 변행 해서 자신을 과제에 맞추는 방법이다. <중략> 과제에 딱 맞는 도구가 없다면, 도구를 새로 만들라는 것이 뇌의 논리다.
저자는 앞선 예를 통해 부연합니다.
카스파로프의 뇌가 이처럼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은, 그가 경제적이고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 체스 전략을 각인시키는 데 평생을 쏟았기 때문이다. <중략> 뇌가 조용해졌기 때문에 게임 실력이 좋아졌다고 말해야 옳다. 테트리스 게임 실력이 회로에 깊이 각인되어서, 뇌에 아예 이 게임만 효율적으로 전담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전쟁 중이던 나라에서 갑자기 전쟁이 끝났다고 상상해 보자. 군인들은 이제 농사를 짓기로 결정한다. 처음에는 전투에서 사용하던 검으로 땅에 구멍을 파서 씨앗을 심는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검을 녹여 농기구를 만든다.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도구를 최적화한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과제에 맞춰 수정했다는 점이 뇌와 똑같다.
한편, 다음 내용은 원하는 행동을 위해서는 무의식에 의존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엄청난 훈련을 거쳐서 로봇처럼 움직이는 무의식에 의존해야만 바구니에 공을 넣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중략> 경기에 지고 있을 때면, 상대 선수에게 서브를 어떻게 그리 잘 넣느냐고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그 선수가 서브의 메커니즘을 생각하며 설명을 시도하는 순간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화된 과제가 많아질수록 우리 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진다는 것을 이번 장에서 배웠다.
1.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4.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5.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7.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8.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9.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2.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3.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5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6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62.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63.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66.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67.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68.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
169.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70.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상어
171. 다섯 번의 대멸종과 상어가 지나 온 대멸종의 역사
173.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의 시대를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