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에서의 1년

by 연하당

늦은 여름, 엉겁결에 시작되었던 단독 주택에서의 생활. 가을과 겨울, 그리고 어느 때보다 화창했던 봄날을 지나 다시 여름의 한복판에 섰다. 사진으로 돌아보는 지난 시간.

정원의 시간(2021-2022), Olympus OM-1/Kodak Portra 160, Proimage 100

작년 여름의 시작 무렵 마당에 자리를 잡았던 장미는 씩씩하게 겨울을 이겨냈고, 지난여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을에 파종했던 수레국화 역시 봄이 되자 무사히 피어났고,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할까 걱정했던 문빔이나 라벤더 같은 친구들도 다행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의 즐거움(생계와 무관하게), 풀과 나무가 비를 만나는 소리, 수레국화가 보여주는 선선한 바람, 그리고 계절의 변화 속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시간의 흐름. 지난 1년간 정원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집 근처 동물 친구들(2021), Olympus OM-1,Pentax MX/Kodak Colorplus 200, Portra 160

집 근처에 자리를 잡은 길냥이가 새끼를 낳아 이 녀석들 보는 재미도 있었다. 꽃이 피었다 하면 쳐서 떨어뜨리고, 파를 심어놓으면 뽑아놓고, 정원은 화장실로 사용하는 등 곤란한 상황도 있었지만, 이 녀석들의 천진난만함 앞에서 그런 게 뭐 대수일까. 금비, 은비, 까비, 억울이, 장군이, 그리고 꼬리(꼬리만큼은 여전히 집 근처에 살고 있다). 이제는 독립해 터를 떠나가 버린 이들이 잘 살고 있을지 때때로 궁금하다(개는 윗집 마당에 사는 깜돌이. 꼬박꼬박 인사는 하고 지냈는데도 따로 밥을 안 챙겨줘서 그런지 여전히 적대적이다).

겨울(2021), Olympus OM-1, Pentax MX/Kodak Ektar 100, Portra 160

가을에는 마당을 하나 가득 채우던 낙엽을 모으고, 겨울에는 소복이 쌓인 눈을 쓸었다. 마당 구석에 잘 쌓아뒀던 낙엽은 봄이 되어 다시 마당으로 돌아갔고, 겨우내 넉넉하게 내렸던 눈은 봄꽃이 되었으니, 봄이나 여름보다 오히려 더 바빴던 가을과 겨울의 시간은 즐거움과 성취감으로 돌아온 셈.

빠위(2021-2022), Pentax MX/Kodak Portra 160, Yama 400, Fuji C200

이사를 오고 난 뒤 가장 많은 고생을 했던 건 아마 빠위 아닐까.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있음에도 심심치 않게 집 앞까지 올라오는 등산객들, 남의 집 마당을 넘어 창문 코앞까지 서슴지 않고 다가서던 캣맘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포치에 나가 따듯한 햇볕을 쬐는 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으니. 그래도 그런 시간을 모두 지나 이제는 편안하게 이곳을 즐겨주니 참 다행이고 또 고마운 일이다.


서울이 좋을지, 다른 동네가 좋을지, 아파트가 좋을지, 빌라가 좋을지, 정원이 있는 게 좋을지, 없는 게 좋을지... 암만 머릿속으로 상상해 봐야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다. 나도 살아 보기 전에는 몰랐지, 손바닥만 한 마당이 딸린 집을 이렇게나 좋아할 줄.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10.08. 기본설계 시작

2021.12.03. 기본설계 종료

2021.12.21. 실시설계 시작

2022.04.12. 시공계약: 서울한옥 by 젤코바코리아

2022.04.22. 실시설계 종료

2022.04.23. 공사 시작

2022.05.21. 철거 공사 전 긴급회의

2022.05.22. 지붕 철거

2022.05.30. 철거 시작

2022.06.08. 철거 종료

2022.06.27. 한국국토정보공사 측량

2022.07.06. 치목(治木) 시작

2022.07.16. 정화조 교체

2022.07.19. 목공사 시작

2022.08.07. 단독 주택 1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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