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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03. 2022

첫 번째 한자 공부 해보기

아이와 함께 배우기 17

말년에 군대에서 한자 2급 시험을 준비했던 일이 있습니다. (시험은 보지 않았지만) 이후에 어휘력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어를 익힐 때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죠. 같이 중국어를 공부하는 아내는 한자를 배운 일이 없어 고생한 기억이 있었습니다.

가르쳐준 일이 없는데 한글을 익힌 큰 아이와 한자 시험을 단계적으로 같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아빠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활동으로 택한 것이죠. 일단 가장 낮은 단계인 8급 책을 하나 샀습니다. 아내는 재미있는 책을 놓아두고 왜 이런 책을 샀냐고 물었습니다. 평가가 앞선 말이라 (아내의 의견만 듣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한자에 대한 설명은 제가 공부를 해서 해주려던 의도였죠. 언젠가는 아내도 눈으로 보고 알게 되리라 믿습니다.


6살 둘째는 무리라서 큰 애랑만 하려는 계획이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둘만 할 수는 없는 일이죠. 둘째가 따라하니 6살에 맞춰서 지켜봐 주면 됩니다.


아빠, 저거 쫄이다!

둘째의 욕망도 케어를 하면 진행의 난이도는 높아지지만, 우연이 만들어내는 뜻하지 않던 배움도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으로 제가 담아뒀죠.

둘째가 제가 큰 애한테 흙 토 자를 알려주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저거 쫄이야, 쫄!


대견하다 여기면서 쫄이 아니고 사자라고 말하기 위해 장기돌을 찾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를 비교할 수 있게 놓아두고 '흙 토'는 땅이니까 아래가 길다고 즉흥적으로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검색해보니 둘러댄 말이 영 틀리지는 않은 듯합니다.

출처: 동아일보


상형문자는 글자의 원형을 보여주기

큰 애가 '저녁 석'자는 어렵다고 합니다. 아이가 쓰는 모습을 관찰해보니 대각선 획 다수로 이뤄져 있어 한글이나 숫자에서는 그려보지 못한 문자라 그런 듯합니다. 한자 사전에서 검색을 하여 결과를 보여주고 읽어줍니다.

출처: 네이버 한자 사전


저녁 석에 대해서는 밝은 표정이 아니었지만 '큰 대(大)'자는 명쾌해서 그런지 자기말로 표현하며 이해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둘째를 의식해서 제가 팔다리를 벌려 서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마무리

반나절 놀이는 안되었고 일주일이 지나도 또 하자는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방법은 좋으나 아이 취향은 아닌 듯합니다. 다시 또 기회가 되면 이어가도록 하고, 한 때의 시도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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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품은 기체인가 아닌가? 불은 기체인가 아닌가?

3. 젤리는 고체인가 액체인가?

4. 물질의 원소는 원자인가?

5. 배움의 순간: 공부란 무엇인가?

6. 육아로 배우는 퍼실리테이션

7. 이분법의 활용

8. 육아란 무엇인가?

9. 전쟁을 두고 아이와 함께 공부하기

10. 태극기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기도 그리기

11. 생태 공부와 이웃하기의 힘

12. 비교의 욕망이 산수를 만들다

13. 보편 언어로서의 숫자, 그리고 화폐

14. 디제잉(DJ-ing) 하듯 교재 활용하여 아이와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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