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5일차> 사기캐 토스카나에서 관광 대신 여행
<이탈리아 12일차> 만토바 공국..가르다 호수
<이탈리아 13일차> 베로나, 시르미오네..넘치게 좋았다
<이탈리아 16일차> 돌로미티, 길 위에서...친퀘토리
<이탈리아 17일차>돌로미티, 트레치메 6시간이 남긴것
이탈리아 여행의 정점이 돌로미티였다면, 몸 상태의 저점도 돌로미티다. 슬슬 피로가 쌓일 때도 됐고, 우리는 많이 걸었다. 연은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 35일을 비행기값 빼고 80만원에 해냈다. 35일 중 22일을 야간기차로 이동해 숙박비를 아꼈다. 현지 음식도 호사라 맥도날드에 가거나 식당에서는 음식 하나, 마실거 하나를 주문해 친구와 둘이서 나눠먹었다. 베네치아에서는 당시 20달러 하던 곤돌라 앞에서 서성이다 결국 남들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경비의 대부분은 유레일패스와 하루 한 통 썼던 카메라 필름. 그래도 젊은 날의 모든 일은 아름다웠겠지. 아끼고 아끼면서, 참고 참으면서 다닌 여행은 오랫동안 그의 추억이 됐다. 나도 조식 제공 숙소에서 매번 샌드위치를 만들어 점심을 떼웠던 그 시절 여행이 떠올랐다.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모스크바에서 바르샤바로 레닌그라드를 거쳐 야간기차를 타고 갔던 기억..
우리는 이제 청춘이 아니다. 할 수 없는 것 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호사롭지 않지만 주저하지도 않는다. 렌트카 빌려서 이탈리아를 누비는 여유 정도는 누린다. 택시보다는 버스를 타거나 주로 걸었지만, 주변에 구글 평점 좋은 식당을 찾아간다. 장 봐서 차리는 조촐한 저녁 밥상에도 와인은 빠지지 않는다. 우리가 감당가능한 수준이 10년 전, 20년 전보다 나아졌다. 이 나이의 여행이 청춘의 것과 다르다는게 가끔 좋다. 다만, 아쉬운게 체력. 그러나 10년 후 지금을 돌아본다면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씩씩한가. 눈이 침침해 지도가 안 보인다고 투덜대고, 무릎이 시큰거린다 하소연해도 지금은 괜찮다. 같이 늙는게 좋다고 깔깔대고 웃을 뿐이다. 우리는 돌로미티의 시간을 실컷 누렸다. 삶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을 때, 두 다리가 튼튼할 때 놀아야지.. 돌로미티, 일단 안녕. (돌로미티 근사한 사진은 딸기 페북으로 더..)
2시간 정도 달려서 베네치아에 들어왔다. 정든 렌트카와 헤어지고 버스를 탔다. 이 동네 버스는 모두 배라는 걸 오늘에야 알다니 무식했군. 공항의 버스와 택시 정류장 모습이다.
베네치아는 빛나는 도시는 아니다. 어쩌면 서울이 워낙 잘 사는 도시가 되어버려 눈높이가 높아졌다.
숙소 부근인 베네치아 중심가 리알토 다리. 버스 정류장이다.
네 명이 아파트를 빌렸다. 낡은 건물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리석 계단으로 오른다. 실내는 깔끔하다.
대문(?) 여는 버튼을 못찾아 잠시 헤매는 우리. 옆집 초인종인줄 알았던게 답...
리알토 다리에서 산마르코 광장까지 도심은 '관광지 물가'라며, 아파트 매니저 사라가 북서쪽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5분 거리 괜찮은 식당 Alla Vedova. 폴렌타라는 옥수수 찐빵 비슷한 것에 사르딘, 정어리 절임과 대구 크림을 곁들인 애피타이저 내 취향이다.
오징어 먹물 파스타와 앤초비 파스타도 진짜 맛난 파스타 동네 맛집. 피노 그리지오 와인 반 병을 곁들여, 빈이 쐈다. 기꺼이 즐겨야지.
베네치아의 길거리 산책.. 뭐랄까.. 음..
베네치아는 쇼윈도 보는 재미가 있다. 아 저 달달이들 어쩔..
인형도, 모형도, 문구류도 어쩐지 흥미롭고
유리 공예의 도시.. 알록달록 사실 넘 예뻐서.. 빛나는 유리구슬을 모으는 까마귀 마냥.. 홀려서, 가게마다 구경하느라 정신없었다. 쇼윈도우의 옷들은 로마나 피렌체보다 덜 멋진데.. 이런 공예품들 구경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거리를 헤매는 우리. 맘에 드는 컷.
가르다 호수에서 19유로에 산 새 원피스가 이 동네에서 35유로까지... 베네치아의 상인들이란!
귀걸이 하나 안 가져와서 허전하던 참에 5유로 귀걸이 득템해서 의기양양한 나. 가방도 에코백 외에 안 산다고 몇 년 버텼는데 25유로에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건져 실용적으로 쓰고 있다. (그 가방 값이 10유로에서 30유로까지 난리인건 패쓰..)
그리고 가장 중심가인 산마르코 광장..
옆의 산마르코 대성당... (우리 내일도 산이나 갈까? 아무말에 '산마르코'? 라고 한 딸기...)
당황한 건.. 산마르코 대성당 앞부분이 공사중.. 그 앞의 도로에는 남대문시장 풍의 노점.
최고 관광 명소 앞마다.. 노점이 이어진다. 모자와 티셔츠, 열쇠고리, 선글라스 등 아이템이 다 똑같은게, 어쩐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멋진 풍경 좀 찍으려고 보면.. 노점상도 많고.. 관광객들이 이렇게 미어터지는 광경, 어색하다. 코로나 이후에 이런 모습을, 그동안 로마나 피렌체에서도 보지 못했다. 베네치아는 정말 관광지. 한동안 잊고 지낸 모습이다. 로마나 피렌체에서는 상인들이 한국도 해외여행이 풀렸는지, 직항은 언제 다시 열리는지 물었고, 실제 아시안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베네치아도 아시아인은 여전히 드물지만 일단 관광객이 무지무지무지 많다. 오랜만이다, 이런 모습.
저녁은 딸기와 둘이. 아드리아해 스타일 해물 요리는 튀김으로 나왔는데 괜찮다. 베네치아는 로마, 피렌체보다 물가가 살짝 비싸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저렴하다. 와인이나 살루미, 치즈가 저렴한 건 그렇다치고 모든게 서울보다 싸다.
숙소 부근 리알토 다리에서 해가 저물고 있다
네 명이 시작한 이탈리아 여행, 내일 빈은 독일로 떠난다. 에센의 산업유산 답사 일정 탓에 끝까지 함께 못하게 됐다. 뮌헨까지 7시간을 기차타고 가서, 다시 에센까지 7시간 야간기차로 더 간다. 빈이 없으면 누가 점프샷을 찍고, 누가 매번 노래를 불러줄까. 작은 기타 연주도 그립고, 허전하겠네. 숙소 옆 와인가게에서 산 화이트들로 달리는 밤이다. 이별이란게 참 쉬운거더라.. 노래 중. 난 약간 성의 부족하게 사진 설명 수준의 여행기록 중. 어제 좀 많이 마셔서 취중일지라 했더니. 하루도 취중일지가 아닌 날이 없었네. 다른 도시와 달리 베네치아는 슈퍼를 못 찾아서, 햄치즈를 못샀다.. 안주도 없이.. (레드 안주로 화이트를 마시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킬..)
독일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연의 조카가 기차 타고 베네치아에 왔다. 조카며느리? 님이 우리에게 선물.. 세상에.. BTS 캐릭터로 직접 뜬 수세미. 아미인 셋이 난리났다. 난 뷔의 캐릭터 작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