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33 이런 날이 와 버렸다용
오후에 놀이터를 지나치다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미끄럼틀을 오르락거리는 아이들을 챙기는 엄마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예전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떠오른다.
통학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아이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다. 아이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곧장 놀이터로 향한다. 가방을 들고 따라간다. 좋든 싫든 엄마들과 무리를 짓게 된다. 아이 얘기를 하며 시간을 때운다.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은 참 한가하고 태평한 모습이다. 팔자 좋아 보일 거다. 그런데 묻고 싶다. 하루의 피크 시간을 놀이터에 앉아 있고 싶은 어른이 있을까. 난 시간이 아까웠다. 집에 가서 내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거기다 위아래 형제가 있으면 할 일이 쌓여있기에 몸은 한가롭지만 마음까지 한가롭지는 않다. 결국 자기 전에 다 해야 하는 내 몫이기 때문이다.
엄망! 놀이터 가서 놀장!
안전을 위해 보호자가 따라가야 하는 유치원 시즌에는 누가 애 데리고 놀이터만 다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시간 동안 밥하고 청소하고 할 일 싸악 해놓고 아이가 들어와서 함께 놀자고 해도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에게 놀이터 순회는 육아 체력을 방전시키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수시로 데리고 나가야 하는, 나가면 두어 시간은 있어야 하는 놀이터. 아이가 놀이터 가자고 조르면 순간 몸이 피곤해지며 가라앉았다. 책을 읽어달라면 목이 쉬도록 읽어주겠는데 몸놀이가 중요함을 알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니 저녁에 애 밥해 먹이고 나면 방전이 될 수밖에.
그 시즌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놀이터에 다니지 않은지 몇 년이 되었다. 하하 호호 웃으며 여유로워 보이는 엄마들의 모습. 하지만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안다. 힘내요! 꼬꼬마 맘님들! 그 시즌 어느새 지나가요.
그리고 이런 날이 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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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사춘기의 바다 https://brunch.co.kr/@miyatoon/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