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34
알밤양, 밤톨군 어릴 때 주말은 무조건 나가는 날이었다. 몇 년 동안 수많은 근교 공원을 찾아 돌아다녔다. 유모차를 트렁크에 넣고 빼고 계단이 나오면 번쩍 들면서 똥강아지들 산책시키는 임무를 수행했고 조금 커서는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싣고 생태 공원에 그늘막을 치고 놀렸다. 갈 때가 없으면 동네 공원이라도 데리고 나갔다. 정말 매주 나갔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주부에서 작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주말에도 일을 할 때가 많아졌다. 남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도 출근하고 나도 짬짬이 일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 사이 아이들이 크면서 부모보다 친구랑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날도 좋아졌는데 주말에는 좀 어딜 다니자고 하면
집에 있는 게 좋아.
시험 공부 해야 돼. 나는 빼줘.
그림 그려야 하는데
친구랑 놀기로 했어. 갖가지 안 나갈 이유를 댄다.
그러면서 알밤양은 친구와 마라탕을 먹으러 가고 영화를 보러 간다.
밤톨군은 혼자 노래방을 가고 교보문고에 문제집을 사러 간다.
가족은 가장 밀착된 구성이며 가깝기에 감정마찰이 가장 잘 일어나는 집단이다. 그리고 가장 편하게 시시한 행복을 나누는 사이다. 가족이 시시덕거리고 뒹구는 시시한 행복이 사실은 그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시시하지 않은 행복이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더욱 끈끈하게 묶인다. 같은 것을 보고 경험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족 중 누군가가 주머니를 열면 이야기가 한보따리 펼쳐진다.
포천 장발장 펜션도 주머니에 들어있는 이야기 한 조각이다. 그 집의 터줏대감 히릿은 잘 지낼까? 손님들을 데리고 마을 한 바퀴를 산책시켜 주는 똘똘한 히릿과 젊은 시절 밴드에서 드럼을 치셨다던 노사장님 안부가 궁금해진다.
32화: 사춘기의 바다 https://brunch.co.kr/@miyatoon/179
33화: 꼬꼬마맘님들 힘내요 https://brunch.co.kr/@miyatoon/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