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없어지도록 젖 먹여 키워났더니 엄마한테 너무 한 거 아냐? 속에서 내 새끼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뜨거운 덩어리와 함께 목으로 올라온다. 그럴 때 나태주 님 시를 대뇌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에는 관계 소통이 이렇게 어려운 지 몰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민낯을 수없이 마주한다. 내가 얼마나 유치하고 좀스러운지, 끝까지 화를 안 풀고 꽁하고 있는지. 애 나이 수준 똑같이 싸워대니 자식 나이가 부모 나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중2 때 179였던 밤톨군 키는 그 뒤로도 계속 자라 고딩 1학년 182를 찍었다. 어릴 때부터 입이 짧고 군것질을 좋아하고 몸 움직이는 것도 안 좋아하니 또래보다 많이 마른 편이다. 살을 찌워주고 싶어서 보약도 먹여봤지만 계속 위로 자라고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1차적으로는 먹는 게 늘어야 된다고 했다.
외돌이었던 알밤양은 꿈쩍 않고 뒹굴거리다 보니 엉덩이 빵실 빵실한 집순이가 되어간다. 사춘기가 되면서 MBTI도 변했는데 밤톨군은 INFP에서 ENFP로 알밤양은 ENFP형에서 INFP형으로 서로 바뀌었다. mbti는 심리상태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성격유형검사에 열광하는가.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mbti 뿐만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검사를 일부로 돈을 내고 하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어서일 것이다. 내 성격을 파악하고 있으면 나는 왜 그럴까 하고 괴로워하거나 엄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을 수 있다. 갖고 태어나는 것을 부정하거나 다른 유형의 사람이 되려 애쓰면 힘이 많이 들고 무의식과 충돌이 일어난다.
일요일 낮에 팽팽 놀다가 평일에 빠진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싫어 비비적거리며 알밤양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엄마는 숙제를 안 해서 좋겠다고 한다.
"숙제는 안 하지. 하지만 매일 스스로 정한 과제를 하려고 노력하지. 차이가 뭘까? "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대답을 한다.
"그야 잘하고 싶으니까. "
"맞아, 그게 동기지. "
"난 아직 영어공부에 동기가 없어."
더 할 말이 없다. 내적 동기라는 게 누가 떠먹여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가져야 하는 거니까. 나라는 우주를 누가 들어 올리겠는가. 엄마, 아빠가 정해주는 외적 동기가 아닌 자신 안에서 솟아오른 스스로의 동기, 스스로의 인생지침을 찾아 나가는 시기가 사춘기가 아닐까.
일단 부모로서 나는 사춘기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거리를 두어야 겠다. 소용돌이 치는 파도 가까이 갔다가 함께 가라앉으면 안 되니까. 무슨 말을 마구 하고 싶어도 파도가 잠잠해졌을 때까지 기다릴 것. 사춘기 부모의 미션이로다.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