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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Apr 21. 2023

나의 만화 입문기-1

미야툰 35- 명랑만화에서 순정만화로
















 

80년대에는 만화방이 참 많았다.  집 앞에 구멍가게를 반으로 나눈  만화방이 있었는데,  한 두권 값을 내고 눈치 보면서도 꿋꿋이 몇 시간씩 읽었던 기억이 난다. 주인이 구멍가게랑 만화방을 왔다 갔다 했기에 가능했었다.


먹고살기 바쁘고, 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우리는 공부하라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받지도 못했는데, 그 덕(?)에 하루를 어떻게 놀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들 몫이었다.  언니와 나는 다양한 놀이를 개발하며 놀았다. 친척 동생들과 만나면   '금은동' 놀이를 했는데  방법은 이렇다. 첫째,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리고 싶은 것(소재)을 말하면 그것을 그린다. 둘째, 서로 그림을  바꿔 잘 그렸으면 '금'을 써주고 보통이면 '은', 별로면 '동'을 써주고 다시 바꿔 금은동을 확인한다.  즐겁게 시작했다가 내 그림에 '동'이 쓰여 있으면 기분이 상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는 동심파괴(?) 놀이다.  암튼 '금은동'은 우리의 주된 놀이였고 가뭄에 콩 나듯 엄마가 종이 인형을 사주면 옷이 부족해 인형 옷을 그려서 오려서 입혔다. 대부분 놀이가 돈을 들이지 않고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그림 그리기였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만화방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면서 한 컷짜리 그림에 이야기가 들어가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작가 그림을 따라 그리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엔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 등의 명랑만화에서 시작해서 순정만화로 넘어갔는데 당시 만화방에서 가장 눈에 띈 작품은 김영숙의 <갈채 시리즈>였다. 갈채시리즈에 얼마나 마음을 뺏겼던지  읽고 또 읽으며 나쁜 남자,  냉혈한 '샨 피에슬리'와 '주시카 에도니'의 대사를 따라 했다. 김영숙 작품의 전매특허인  눈알 없는 분노의 눈동자를 수없이 따라 그리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나는 일상툰에도 눈알 없는 눈깔을 즐기며 애용하고 있다.


23살에 만화를 배우러 서울에 상경하고 먼저 서울 상경한 친구에게 김영숙이 유령작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전부터 김영숙이 사실은 여성작가가 아니라 남자고 할아버지라더라, 등등의 소문이 돌았었다. '하이센스'라는 잡지까지 창간하고 작품을 3개씩이나 연재한 작가인데 직접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대본소용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한국 만화가 부흥하면서 만화계에는 분업화가 이루어졌다. 잡지 만화가 아닌 일명 대본소 만화라고 일컫는 시리즈 만화들의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스토리, 데생맨, 마스크맨, 터치맨, 배경맨, 뒤처리맨으로 나뉘어 원고를 그려댔다. 그러니 공장에서 제품 만들 듯 한 달에 몇 십 권씩 작품을 내는 게 가능한 것이었다.  잡지 작품이 아닌 무협물, 학원물 등 대본소 만화는 거의 다 대본소 시스템이었다. 순정만화 중 황미리, 한유랑, 나하란도 대본소 분업화 시스템의 결과물이었다. 어쩐지 작품이 엄청 많더라니!


자, 각설하고! 나의 한국 만화 사랑은 김영숙에서 황미나로, 신일숙, 김혜린, 강경옥, 원수연, 이미라, 유시진, 박희정, 나예리 등 참신하고 핫한 신진작가로 나아갔다.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인스타툰 #미야툰 #일상툰 #공감툰 #가족툰

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성장툰 #육아



<미야툰 그림일기>

14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66

15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https://brunch.co.kr/@miyatoon/167

16화: 일찍 데뷔해서 다행이야 https://brunch.co.kr/@miyatoon/162

17화: 웹툰을 정독하라! https://brunch.co.kr/@miyatoon/160/write

18화: 웹툰작가를 꿈꾸는 너에게 https://brunch.co.kr/@miyatoon/174

19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1 https://brunch.co.kr/@miyatoon/159/write

20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2 https://brunch.co.kr/@miyatoon/175

21화: 만화남매 & 현실남매  https://brunch.co.kr/@miyatoon/163

22화: 세대교체를 대하는 자세 https://brunch.co.kr/@miyatoon/164

23화: 사춘기의 특징 https://brunch.co.kr/@miyatoon/168

24화: 엄마, 그거 어딨어? https://brunch.co.kr/@miyatoon/165

25화: 남편의 고등어 추어탕 https://brunch.co.kr/@miyatoon/170

26화: 내 별명은 블랙홀 https://brunch.co.kr/@miyatoon/169

27화: 고양이손 훈련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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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운동과 모유수유, 가슴의 관계는? https://brunch.co.kr/@miyatoon/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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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꼬꼬마맘님들 힘내요 https://brunch.co.kr/@miyatoon/101

34화: 시시한 행복 https://brunch.co.kr/@miyatoon/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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