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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3. 2016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30대, 퇴사 후 나의 도전과 목표

카페를 인수하고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었다. 빠르다.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해서 적응 기간으로 1년을 잡기도 하는데, 나는 8개월 만에 카페를 하나 더 시작했다. 만약 나에게 6년간의 직장생활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배운 것을 활용하는 재미가 있다고 나는 말했다. 재미와 흥미도 있었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무엇을 또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니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물론 도전이다. 욕심인지 도전인지 구분하는 손쉬운 하나의 방법은 '내가 가진 게 쥐뿔도 없으면 욕심일 가능성이 높다'이다. 나는 도전했다. 그래도 쥐뿔은 있었다. 성공적인 인수를 하고 6개월간 경영한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또한 내가 잘 알고 있는 나의 역량이 있었다. 그래서 도전했다.


나에게 6년간의 직장생활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 퇴사 후 내가 하는 일들을 보며 어떤 분들은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나는 도전이 좋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좋다. 물론 도전인지 욕심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늘 의식을 갖고 욕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하지만 그 욕심이 오로지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절대 아니다. 내가 바라는 목표는 분명하다. 20대 나의 목표는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고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생각한 수준보다는 부진하고 더디게 성숙하는 덕분에 30대 초반인 아직까지도 그 일을 해나가고 있다. 물론 정답은 없고 완전한 수준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이미 가진 행복도 굉장히 많다. 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예전보다는 뚜렷하게 알게 되었고 조금은 더 성숙해서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한 몫한다. 또한 어찌 됐든 내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으니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하지만 퇴사 후 1년 동안만큼은 내가 가진 역량과 가능성으로 최대한 도전적인 일들을 하고 싶었다. 살면서 젊은 시절에 이런 시기를 경험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많은 욕심들로 보이는 내가 도전하고 해내는 일들의 최종 목표, 즉 30대의 목표는 하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기로서 조금은 더 안정적인 조건을 만들고 싶다. 현실은 분명히 현실이다. '밖은 춥다' 그렇다. 회사 밖은 춥다. 열심히 준비하고 도전하고 있는 덕분에 회사 밖이 지옥과 같이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회사와 마찬가지로 '전쟁터'는 맞다. 지금 나의 가족인 어머니와 누나에게 내가 좀 더 희생해서 안정을 주고 싶고, 앞으로 내가 꾸릴 가정에도 안정을 주고 싶다. 내가 만든 방학인 2년 동안만 조금만 더다. 현실이 냉혹하다 보니 경제적인 안정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드는데, 당연히 인간적으로 더 많이 노력하고 싶다. 가족 각자가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나도 '보금자리'라고 하는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30대 목표는 이 한 가지이다.


아직 충분히 젊으니 더 힘내야겠다.


2호점을 열기 위한 준비

카페 1호점은 '인수'였지만, 2호점은 '창업'을 해야 했다. 내가 1호점을 인수한 목적 한 가지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창업은 리스크가 있다.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했다. 우선 큰 그림으로, 내가 바라본 것은 Replication이다. 제조업에서 Replication이란, 동일한 개선안, 기술, 프로세스, 설비 등을 동일한 다른 공장(Plant)으로 모사하는 것을 말한다. 크게 보면 공장 자체를 동일하게 하나 더 건설하는 것도 포함된다. 설계조건과 기준을 알고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하고, 공정별 기준을 최적화하면 Replication은 가능하다. 내가 제조업 회사에서 간접적으로 보고 느낀 점이다. 배웠다고 하기엔 깊이가 얕다. 하지만 기간산업인 철강 제조업에 비하면, 굉장히 심플한 커피 제조업에 있어 Replication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년 안에 반드시 2호점을 오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2호점 오픈을 위해 1호점 인수 후 8개월간 나는 어떤 준비를 했을까.  


 첫째, 1호점의 설계조건과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첫 번째다. 내가 알아야 2호점도 해볼 것이 아닌가. 음료 제조조건부터 자재관리, 인력관리, 고객관리,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등 많이 배우고 익히고 정리했다. 가능한 6개월 이내에 많이 습득하고 싶었다. 열심히 달린 덕분에 6개월 내에 그래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정리하고 파악했다. 물론 변화는 계속 있었고 지금도 있다.


둘째, 상권분석을 위한 부동산 공부를 하고 2호점을 성공시킬 자리를 물색했다. 부동산에는 문외한이라 부동산 공부부터 시작했다. 몇 주간의 공부로 내가 전문가나 부자가 되리라는 상상은 꿈에도 없었다. 다만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그걸로 만족했다. 다행히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져서 그 느낌으로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면 걸어 다니며 상권을 보고 자리를 봤다. 주위 부동산에 들어가서 시세도 물어봤다. 그래서 결국 2호점은 어디에 있을까. 2호점은 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건물 1층 점포다. 내가 생각한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둔 성공 가능성은 시장 입구라는 점이다. 내가 살고 있는 구에서는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오래됐고 규모도 크다. 내 생각은 이렇다. '시장은 망하지 않는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 입구라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점포가 1호점에 비해 크진 않다. 하지만 다른 장점과 가능성이 많다. 주위에 다른 커피전문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권이 다른 길 건너에 있다. 그래서 지금 도전해볼 만하다. 작은 점포지만 시장이라는 특수상권에 대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1호점의 경영 노하우를 기본으로 하면 충분히 잘 해낼 자신이 있다.


셋째, 1호점을 Auto 운영시켰다. 함께 일하는 친구 중 한 명을 직원이자 매니저로 승진시켰다. 월급제로 전환하며 권한을 더 주고 자율성을 더 주었다. 2호점 오픈 준비와 운영 그리고 나의 외부 강연 활동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내가 가져가는 수익이 많이 줄어들고 1호점의 관리 측면에서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


넷째, 카페 바닐라 상표권을 등록했다.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상표권 보호를 위해서다. 또한 1호점에서 2호점으로의 발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혹시 모를 프랜차이즈 사업화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그러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정리해보니 크게 네 가지 정도 준비했다. 세세한 부분들도 있지만 큰 줄기로 보면 그렇게 준비하며 8개월이 흘렀다. 1호점의 성공을 위해서도 많이 노력하고 고생도 했지만 참 열심히 달려왔다. 그리고 즐겁게 해왔다. 사실 회사생활 경험이 없었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배운 경험을 활용하고 가끔 힘들 때면 회사에서의 더 힘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를 위로했다. 이제 또 새로운 도전이다. 사실 큰 도전이다. 상당한 금액도 들어가고 창업 형태로 오픈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잘 하고 싶다. 2호점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때가 되면 2호점은 나의 누나에게 줄 것이다. 그 사이 더 값진 과정과 도전으로 좀 더 안정적인 조건을 만들고 싶다.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욕심도 너무 내지 않고 싶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즐겁게 도전할 것이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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