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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18. 2016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


나는 공대를 졸업하고 공돌이의 직업인 엔지니어로 6년간 일했다. 공대 4년 그리고 엔지니어 6년, 공돌이로서 10년을 살았다. 그 후 나는 카페 사장이 되었다. 전업은 따로 있어 부업으로 카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업만큼 완전하게 하기 어렵지만 그 경험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경험은 분명히 훗날 나에게 감사한 추억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10년 차 공돌이의 카페 경영은 어떨지 살펴보자. 




카페의 비수기는 동절기다.

카페의 비수기는 동절기다. 밖에서 보면 추울 때 오히려 카페에 들어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겨울에 장사가 더 잘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음료 가격이다. 찬 음료 대비 따뜻한 음료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절기에는 높은 기온 탓에 찬 음료 주문이 많다. 그리고 테이크아웃의 비율도 높기 때문에 회전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카페를 인수하고 두 번째 맞는 비수기를 대비해서 매출을 올릴 경영전략을 구상하고 적용했다. 사실 이제 곧 하게 될 카페 Full Auot 운영을 대비한 목적이기도 하다. Auto 운영을 하게 되면 인건비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내가 얻는 수익이 감소한다. 비수기에는 더 심하다. 그래서 나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경영전략을 구상했다.


카페 주인이 올인해서 카페를 관리하면 얻는 수익도 많고 관리 수준도 높아진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수익모델의 하나로서 카페를 운영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 1년 동안 Auto 운영을 위한 기반을 잡았다. 먼저 레시피의 기준을 정량적으로 다시 정립했다. 그리고 프로세스가 없는 것은 만들었고 효율적이지 않은 프로세스도 다시 만들었다. 시스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준을 잡고 프로세스를 만든 것이다. 물론 인력관리 부분에서는 큰 시행착오를 겪은 후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많은 배움의 과정과 함께 준비를 했고 작년 11월부터 Pilot Test에 들어갔다. 나는 1호점에 일요일에만 나갔다. 나머지 요일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있다. 2호점 스케줄 때문이기도 하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주인이 있어서 오는 손님이 있다는 주위의 의견을 검증해보고 싶었다. 내가 원한 궁극적인 목적은 주인이 없어도 카페에 고객이 오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상한 전략을 적용하고 3개월째 지켜보고 있는 지금, 결과는 성공적이다. 비수기임에도 매출이 오히려 상승했다. 작년 비수기와 비교해보면 1.7배 정도 상승했다. 비수기를 대비해서 어떤 전략을 적용했을까? 나는 핵심을 ‘고객에게 선택권을 더 주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One more thing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덕분에 4개월 정도 매우 바쁘게 보냈지만 결과가 좋아 기쁘다.



1. 노후 인테리어 DIY 재정비

우선 오래된 인테리어를 내가 직접 손봤다. 환경적인 부분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서 처음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카페바닐라 1호점은 햇수로 4년 차가 되었다. 연차에 비해 깔끔하지만 손볼 곳이 보였다. 붙박이 의자 밑에 신발 자국들을 없애기 위해 페인트칠 했다. 오래되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던 메뉴판을 다시 제작해서 분필로 다시 썼다. 때가 탄 한쪽 벽과 카페 중심 흰 기둥을 하늘색으로 칠했다. 내친김에 오래된 방석을 버리고 북유럽풍 방석으로 모두 교체했다. 요즘 인터넷 플랫폼은 DIY 인테리어에 안성맞춤이다.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약간의 노동만 기꺼이 한다면.

직접 재료를 구입 후 조립해서 만들고, 직접 글씨도 쓴 메뉴판



2. 동절기 신메뉴 개발

비수기이자 동절기를 대비해서 신메뉴가 필요했다. 작년 여름 신메뉴로 청포도 주스와 이탈리안 소다수 3종을 개발해서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겨울 신메뉴로 ‘달콤 라테 3종’을 개발했다. 단호박 라테, 밤고구마 라테, 레드빈 라테 3종이다.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치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맛을 봐가며 개발했다. 어른들이 많이 찾는 메뉴가 되었다. 특히 단호박 라테가 잘 팔린다. 밤고구마 라테도 다른 곳보다 맛있다고 많이 찾아주신다. 덤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민트 초코 라테를 추가했다.


3. 내 맘대로 아포가토 개발

여름에 빙수 재료로 썼던 견과류를 버려야 했는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활용할 수는 없나?’ 팥빙수에 토핑 되는 견과류를 대부분의 고객이 좋아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늘 관심 있어하는 ‘자율성’을 연결했다. 스스로 골라서 토핑 할 수 있게 하는 메뉴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맘대로 아포가토’를 개발했다.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박씨를 내가 원하는 대로 토핑 해서 먹는 것이다. 초코 소스와 캐러멜소스도 추가했다. 손님 반응이 좋았다. 아기자기한 작은 병에 담긴 견과류를 직접 토핑 해서 먹는 것을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이것도 덤으로 밀크티 아포가토도 함께 추가했다.



4.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작

나는 시간 날 때, 다른 카페에 자주 가본다. 주로 개인 카페를 가본다. 어느 날 동네에 작은 카페에 갔다. 젤라토를 팔고 있었는데 쇼케이스 안으로 젤라토를 보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보이면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카페바닐라 1호점은 공간이 넓은 편이다. 아이스크림 쇼케이스를 사서 들여놓으면 고객에게 선택권을 더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 쇼케이스는 값이 비쌌다. 그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맞춤 제작하는 곳에 문의해서 설치했다. 아이스크림 메뉴판도 DIY로 제작했다. 젤라토로 가지 않고 친근한 아이스크림으로 갔다. 대신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 12월부터 개시한 아이스크림의 반응은 좋았다. 쇼케이스를 보고 ‘어머, 아이스크림도 있네’라며 손님이 주문했고, 저렴한 가격에 만족했다. 동절기라 아이스크림을 자주 찾진 않지만 매출에 플러스가 됐다. 하절기에는 매출 상승에 분명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5. 병맥주 시작

사업자등록 시 카페는 보통 휴게음식점으로 사업자를 낸다. 그러나 휴게음식점으로 하면 주류를 판매하지 못한다. 요즘 카페에서 간단하게 병맥주를 판매한다. 그들은 휴게음식점 사업자가 아니다. 일반음식점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카페이다. 나 역시 나중을 위해 일반음식점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일반음식점으로 하면 휴게음식점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어느 정도 시점에 병맥주를 시작하려고 했다.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으니 이제 시작하면 되겠다 싶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사람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병맥주 개시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2주 정도 시간을 들였다. 아무래도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커피 음료 외에 주류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 있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또 저녁이나 밤 시간에는 취객이 와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술을 더 마실 사람들은 다른 술집을 간다. 술을 드신 손님이 카페를 오는 경우에는 보통 커피나 음료를 주문한다. 충분히 배경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었다. 그리고 어떻게 시작할지 의견을 구했다. 심플하게 플러스 알파로 가기로 했다. 병맥주를 한다고 해서 직원이 안주를 조리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간단한 기본 안주에 다른 카페 대비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했다. 그리고 단가가 낮은 기본 안주를 넉넉하게 제공해서 맥주 추가 주문을 유도했다. 병맥주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주에 시작한 병맥주가 팔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고 다른 데 가지 않고 맥주를 시키는 손님도 생겼다. 병맥주도 아이스크림처럼 작은 쇼케이스를 사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유도했다. 아이스크림 쇼케이스에 비해서는 아담한 쇼케이스가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덕분에 비수기 매출 상승에 또 하나의 지원군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계획한 전략을 직접 실행할 수 있어 기쁘고 재미있다.



6. Hand made 레몬청, 자몽청

 사실 내가 시도하는 것은 다른 카페에서 이미 시작하고 있는 것들도 많다.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 적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카페에서 직접 만든 레몬청과 자몽청을 판다. 나도 만들었다. 사실 카페바닐라의 레몬차와 자몽차는 인기가 많다. 맛있다. 내가 직접 담그는데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직접 팔 생각은 미뤄두고 있었다. 얼마 전 고객 문의가 들어왔다. 나는 고민하다가 시작해보기로 했다. 어머니와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함께 많이 만들었다. 시내에서 파는 수제청의 가격이 상당히 비쌌는데 나는 절반 가격으로 판매할 생각을 했다. 단가를 계산해보니 가능했다. 용기인 유리병의 가격이 오히려 부담됐다. 검색으로 알게 된 다른 카페에서 파는 가격보다는 절반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내놨다. 판매가 잘 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카페 재고로 사용하면 된다. 어쨌든 고객에서 하나 더 해줄 수 있는 무언가 이다.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7. 카페바닐라 텀블러 제작

동절기에는 텀블러가 있으면, 추운 날씨에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장시간 보관할 수 있다. 홍보효과가 큰 아이템이기도 하다. 상징적인 의미로도 괜찮다. 스테인리스 텀블러와 투명 텀블러를 제작했다. 투명 텀블러는 단골손님들께 감사의 의미로 전달해드렸다.


[공돌이의 카페경영 스토리]

#1. 퇴사 후 카페를 인수하다

#2. 왜 카페를 인수했나

#3. 카페 인수 이야기

#4. 경영평가의 1순위, 수익성

#5. 커피시장의 경쟁, 나만의 경영을 시작하다

#6. 카페 인수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다

#7. 프랜차이즈의 습격과 나의 역습

#8. 카페 2호점을 설계하다

#9. 가장 어려운 인력관리: 관리를 넘어 리딩으로

(+) 카페경영 에피소드1

#10.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

#11. 카페 비수기를 극복한 나의 경영 전략

(+) 카페경영 에피소드2

#12.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13. 알바생의 취업을 돕는 사장

#14. 버티는 자영업자, 망하는 자영업자

#15. 카페 신메뉴, 어떻게 개발할까

#16. 강연과 코칭 카페

#17. 카페경영 경험을 나누다 

#18. 카페 2호점 이야기 

#19. 카페 2호점, 양도 후 1년

#20. 인터뷰 : 카페 경영 FAQ 

#21. 가격을 상향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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